보통 미국의 코믹콘(COMIC CON) 행사라 하면 샌디에이고의 여름 행사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광활한 대륙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특성상 서부해안의 샌디에이고 코믹콘은 그들에게 턱없이 부족했고, 전미 큰 도시를 중심으로 비슷한 행사들이 꾸준히 늘어나게 되었다. ‘뉴욕 코믹콘’ 또한 그런 행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서부대표의 샌디에이고‘와 ‘동부대표의 뉴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뉴욕 코믹콘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관심 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번 2012년 10월 11일부터 4일간 치러진 뉴욕 코믹콘은 과연 어떤 행사인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뉴욕 코믹콘(New York Comic Con)은 약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샌디에이고 코믹콘 인터네셔날(Comic-Con International: San Diego)’과 다르게 불과 2006년부터 시작된 행사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행사가 열린계기도 동부 코믹스 팬들의 “코믹콘을 보러 대륙횡단 하러 가느니 동부에도 행사를 열어주세요!” 라는 민원 아닌 민원으로 시작된 행사이기에 팬들의 성원으로 만들어진 각별한 행사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서부쪽 행사에 비하면 참여기업규모나 세계적인 유명세를 비교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최 첫해부터 이미 축척된 노하우로 열린 행사기에 일부러 뉴욕행사를 찾는 이들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 뉴욕 코믹콘(NYCC) 로비 전경
뉴욕 코믹콘은 기본적으로 코믹스, 그래픽노블, 애니메이션, 만화, 비디오게임, 장난감, 영화, 텔레비전 등의 엔터테인먼트 장르를 타깃으로 이루어진 행사이다. 취급 장르를 굳이 비교하면 샌디에이고와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또한 그래픽 노블이나 히어로 장르가 타겟인 코믹스회사 와 파생 엔터테인먼트 산업 회사들 참여 중심으로 이루어짐은 물론, 10대부터 50·60대 이상까지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연령대 참여가 도드라져 보이는 코믹콘의 특성도 비슷하다.
하지만 필자가 조금 다르게 느낀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유독 일본애니메이션·만화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런 성향은 관련 행사때 마다 등장하는 코스프레이어 참가자들 성향으로 쉽게 관찰 할 수 있다. 현지 행사방문객의 증언에 따르면 “일본 캐릭터나 작품은 물론 일본어가 아주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어서 놀라웠다.”라고 했다. 특히 현지 미국인들이 만화를 ‘코믹스’라고 불리기보다 일본만화는 아애 ‘망가’나 ‘아니메’라고 고유 명칭화 하는 경향이 꾸준히 늘고 있어 새삼 미국 내 일본만화인지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런 일본만화는 물론 일본 문화자체가 뉴욕에서 유독 도드라지데에는 몇 가지 추측이 있다. 하지만 그 여러 가지 중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다민족이 모여 사는 뉴욕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뉴욕 코믹콘과 비슷한 시기에 연동해서 열리는 ‘뉴욕 아니메 페스티발(New York Anime Festival, 뉴욕 코믹콘과 같은 Reed Exhibitors 개최)’이 촉진제로 작용된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00타운(예.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 재팬타운 등)은 미국 여러 각지에 분포되어있기에 해당도시에 유행문화국가 타운이 있다고 해서 충분한 이유는 되기 힘들다. 하지만 특정 팬 층을 타깃으로 고유명사 자체를 일본식으로 지칭하는 행사가 전미 내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것은 누가 봐도 상승효과를 볼 수밖에 없을 듯하다. 게다가 ‘뉴욕 아니메 페스티발’의 개최초기인 2007년에는 코믹콘과 전혀 다른 시기에 열렸었지만(코믹콘 2007은 2월, 아니메 페스티발 2007은 12월 열림), 2010년부터 같은 달 연속적인 날 혹은 아애 같은 날에 개최되고 있어 뉴욕 코믹콘의 일본만화 선호도가 도드라지는 것이다.
△ 2012 뉴욕 아니메 페스티발에서 일본만화 원작으로 코스튬플레이를 하는 모습, 주로 10대~20대 들이 주류를 이룸
하지만 어디서나 기성세대의 우려는 비슷하듯 일본작품 선호에 대한 우려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10대~20대가 주 선호 층인 일본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의 선정성과 강한 폭력성에 대한 거부반응은 이전 한국의 기성세대가 느꼈던 그것과 동일하게 미국의 부모세대들도 느끼고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은, 이런 콘텐츠들을 부모와 함께 의논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문화를 받아들이는 시각의 차이를 절실히 깨닫는 대목이었으며, 오락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적인 부분을 국내실정과 비교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주류코믹스 새 소식! 그리고 일본계열 작품 신작발표!? 코믹콘 하면 매 행사마다 발표되는 중요한 ‘소식의 장’이라는 점을 빼 놓을 수 없다. 실제로 샌디에이고 인터네셔날 또한 그 파급효과가 인정돼, 현재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산업은 물론 관련 영화, 드라마, 콘텐츠 제작관련 장비회사까지 서로 행사참여에 열을 올릴 정도이다.
그래서 이번 뉴욕 코믹콘 또한 정보소통의 장소답게 미국주류를 이루는 DC코믹스나 마블코믹스의 새로운 소식발표가 줄을 이었다.
DC코믹스는 행사첫날 메인으로 새로운 슈퍼맨서적 출간을 발표해 시선을 모았다. 새로 나올 슈퍼맨은 탄생 75주년을 맞이하는 2013년에 출시될 예정이며, DC의 코퍼블리셔인 한국계미국인 ‘짐 리(Jim Lee)’가 팀으로 참여한다. 현재 제작팀은 새로운 슈퍼맨의 구성스토리와 비즈니스적인 단계를 의논하고 있으며, 추후 샌디에이고 코믹콘에 스토리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기아와 DC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한 배트콘셉카
또한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파트2’에 관한 소식과 관련인물의 패널인터뷰가 있었다. 여기에서는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이 작품 내 조커의 음성녹음으로 캐스팅돼 눈길을 끌었다. 또한 국내보도에서도 알려진 DC코믹스의 ‘짐 리’와 기아가 참여해 제작한 배트콘셉카는 배트맨팬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시선 또한 사로잡았다. 전시용으로 제작된 배트콘셉카는 아프리카 기아 기금모금을 위한 차량으로 제작되었다.
마블코믹스는 이전부터 발표했던 TV애니메이션 ‘어벤져스 어썸블(Marvels Avengers Assemble)과 헐크와 에이전트 S.M.A.S.H(Hulk and the Agents of S.M.A.S.H.)의 출시가 다가옴을 알렸다. 2013년 여름에 방영 될 두 작품은 이전 전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와 어벤져스 시리즈, 헐크의 프랜차이즈 상품으로, 이미 영화개봉발표 단계에서부터 TV판 애니메이션 제작을 예고한바 있다.
△ 어벤져스 어썸블, 헐크와 에이전트 S.M.A.S.H 공개 이미지
뉴욕 코믹콘은 일본만화 선호가 타 행사에 비해 큰 호응이 이루어지는 만큼, 일본인 만화가나 아티스트들의 참여소식, 그리고 신작발표 등이 잇달아 주목을 끌었다.
행사장 내 일본만화잡지 GEN이 자체부스를 내면서 매거진내 인기 만화가 까지 대동해 미국 내 일본만화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Let’s Eat Ramen (ラ-メンを食べよう)이라는 작품을 연재중인 작가 ‘나구모‘의 인터뷰 세례는 일본만화의 관심을 나타내는 좋은 예시일 것이다.
△ 미국 내 일본애니메이션, 만화 소개사이트 ‘anime diet 사진 발췌. 기자가 해당부스의 서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또한 Udon 엔터테인먼트와 작가 ‘하루이 스즈미야’는 뉴욕 코믹콘을 통해 새로운 일러스트 북 ‘Midori Foo’s Book of Pictures‘ 출시를 발표, 미국 내 홍보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 출간 발표하는 아트북 Midori Foo’s Book of Pictures의 표지
이어 우리나라에도 얏타맨(타임보칸 시리즈)로 알려진 애니메이션의 실사영화 시사회사 열려 장사진을 이루었다. 시사회에는 감독 ‘미이케 타카시‘는 물론 주연배우 ’사쿠라이 쇼(인기그룹 아라시 멤버) ‘ 가 출석해 수많은 카메라 세례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 좌 - 얏타맨 관련 부스, 우 - 시사회장에서 주연배우와 감독
행사의 전체적인 동향을 한국인 입장에서 보자면, 미국적인 색과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작품(일본)을 눈요기 할 수 있어 덜 낯선 소통의 장이 되었다. 특히 미국식 코믹스(주로 히어로장르 프랜차이즈)에 이질감을 느끼거나 관심수요가 적은편인 국내팬 입장에서는, 샌디에이고 행사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지만 뉴욕 코믹콘이 좀 더 볼만한 재미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반면 일부겠지만 미국인들이 일본어를 마치 대명사처럼 사용하거나 혹은 대중이 보는 매거진에서 조차 일본어 표기식 영어를 기재해 신기함과 당혹감을 받았다. (일부 특정매거진에서는 일본 만화가를 cartoon artist 혹은 comics artist 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mangaka 라는 표기를 쓰는 등 일본식 명사표기를 그대로 쓰는 것을 많이 발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문화의 힘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라 무엇이 옳고 나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세계적인 대기업수준의 회사가 꼭 아니더라도 이미 작품출시나 시사회를 직접 미국에서 하는 일본 만화계를 보고 있자면 한국인으로써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작품을 유통 수출하는 단계가 아니라, 동시출시와 작가를 동반한 현장 런칭을 세계적인 행사에서 동시에 이루어 질수 있는 역량이 우리만화계에서도 이루어 질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