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작품의 퀄리티를 살려 주는 상위 랭킹 작가들만의 노하우

다양한 웹툰 장르에서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노하우를 네이버 인기 로맨스 웹툰 '팬시X팬시'의 인미 작가를 통해 알아봅니다.

2023-03-31 소노수정

작품의 퀄리티를 살려 주는 상위 랭킹 작가들만의 노하우

로맨스판타지, 개그, 학원 액션물 등 다양한 웹툰 장르의 상위 랭킹에서 화려하고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 퀄리티에 대한 웹툰작가들의 노하우를 들어 보고자 한다. 

                     △ 네이버 웹툰 <팬시X팬시> 이미지- 주인공 한백지와 신기한


네이버 인기 로맨스 웹툰 <팬시X팬시> 인미 작가를 만나 노하우를 직접 들어 보았다인미 작가는 <너와 나의 눈높이>로 데뷔하였으며네이버웹툰에서 금요일에 <팬시X팬시>를 연재하고 있다실제로 팬시회사에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팬시X팬시>는 디테일한 전개와 귀여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Q. 연재 중에 작가는 작품 퀄리티를 어떤 방식과 멘탈로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A. 연재 중에는 퀄리티를 높이고 싶어도 마감이라는 제한이 있어서 적당히 그리다가 시간이 남으면 조금씩 올리고 있다. 연재 중에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연재 사이클에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한데 멘탈을 유지하는 방법은 다이어리를 쓰면서 오늘 잘했던 것과 아쉬웠던 점들을 조금씩 적는 것이다. 자존감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도 많이 힘들 때는 하고 싶은 것들을(이른바 버킷리스트!) 다이어리에 적어 두고 마감을 하자마자 적어 두었던 것들을 하나둘씩 해나간다. 하고 싶은 일은 거창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것들로 써 놓고 있다. 마감 후 예쁜 카페에 간다든지, 하고 싶었던 게임을 한다거나. 그렇게 사소하지만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나면 기분전환도 되고 다시 일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편집자주: 실제로 인미 작가의 SNS를 보면 다꾸, 이른바 다이어리 꾸미기 덕후이며, 보드게임도 상당히 많이 소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Q. 스토리를 완결까지 미리 계획하고 작업하는 편인가? 연재 도중에 스토리라인 중심을 다시 잡아가는 방법은?

A. 완결은 정해 놓는 편이지만 중간 스토리는 계획을 했더라도 연재하면서 바뀌는 경우가 있어서, 큰 사건 정도만 계획하고 연재하면서 나머지 부분을 채우고 있다. 아마 다른 작가들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인미작가 제공 이미지


Q. 스케치업을 배경뿐만 아니라 소품(예를 들어 운동화)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데 스케치업에서 조정하고 저장해서 클튜로 불러오기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그에 비해 직접 그리는 시간 대비 어떤 게 효율적이라 생각하나? 소품도 스케치업을 이용하는 경우 그 이유는 역시 퀄리티 때문인지?

A. 배경과 디테일한 소품을 그리는 것이 힘들어서 스케치업에 많이 의존해서 그리고 있는데, 스케치업을 쓰면 퀄리티가 있으면서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자주 쓰고 있다.

콘티를 간략하게 그린 후에 스켓치업 배경을 가져와서 붙여 둔 뒤 그 위에 스케치 작업을 시작하는데, 배경을 그릴 필요 없이 얹혀서 그리면 되서 매우 편리하다.

클립스튜디오 내에서도 3D 캐릭터나 오브젝트가 많은데, 간단한 경우에는 클립스튜디오 3D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팬시X팬시>에는 팬시 회사란 설정으로 인해 소품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소품들을 일일이 그리기엔 시간이 많이 소요돼서 사전에 배경작업을 하고 연재에 들어갔다. 덕분에 연재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Q. <팬시X팬시>를 연재할 때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1년 이상 연재 장기화 시, 작가로서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노하우는?

A. 연재를 하면서 밥을 먹고 작업만 해서 그런지 몸이 점점 안 좋아지고 체중도 늘었다. 이러다가 몸도 마음도 안 좋아질 것 같아서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곳 분위기가 매우 열정적이라 열심히 운동하게 되더라. 노하우라고 할 건 없지만...... 일단 근처 헬스장이나 운동하는 곳에 등록을 하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나가게 된다. 비쌀수록 더 열심히 나가게 된다. 하하. 덕분에 7개월째 열심히 크로스핏을 다니고 있다. 


Q. 로맨스 장르물을 그릴 때 작가의 개인 경험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반영되는 경우의 수는 얼마나 되나?

A. 로맨스 장면은 드라마나 사연에서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나 같은 경우에는 경험담이 로맨스 쪽에서 쓰인다기보다는 ‘직업이나 환경에서 겪었던 일’들을 쓰는 편이다. 예를 들면 팬시 회사에 다녔으니까 팬시 회사 이야기와 같이 경험담이 많이 쓰였던 것 같다. 앞으로도 차기작을 연재하게 되더라도 경험담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많이 참고하게 될 것 같다. 


Q. 팬시회사를 재직한 웹툰 작가, 인상적이다. <팬시X팬시>를 연재하며 팬시회사를 직접 다닌 경험이 연재에 어느 정도로 도움이 되었나? 

A. 물론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무래도 모르는 직업에 대해서 만화를 그리려고 했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모르는 직업이었다면 사전조사를 많이 했을 텐데, 아는 범위 내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표현해서 취재가 딱히 필요하진 않았다. 회사를 다니며 느꼈던 뿌듯함과 좌절감 등을 웹툰에 녹여낼 수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다. 


Q. 그 외 본인만의 작품관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면?

A. 무엇을 보든 잘 만들어진 스토리보다는 등장하는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느끼면 그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스토리가 완벽하진 않아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캐릭터들은 주변에 있는 사람의 재밌는 특성을 따서 만들거나, 내 안에 있는 제2의(혹은 제3의) 인격을 극대화해서 만들고 있다. 하하하.

(*편집자 주: <팬시X팬시>는 인터뷰 후 지난 연말 인기리에 완결이 되었다.)


요즘의 웹툰 제작 형태는 작가 개인의 창작에만 기댄 것이 아닌, 철저한 분업을 통해 퀄리티를 높이는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제작하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금요 웹툰 로맨스 스릴러 장르인 <내가 죽는 이유>의 그림 작가 에프비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 카카오페이지 웹툰 <내가 죽는 이유> (에프비 작가)


Q. 스튜디오 제작 방식을 지향하는 예비 작가들과 스튜디오 제작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내가 죽는 이유>가 어떠한 분업 방식으로 작품 제작이 이루어졌는지 설명한다면?

A. 현재 <내가 죽는 이유>는 글 콘티-그림 콘티-배경-선화(펜터치)-채색 및 후보정의 단계로 작업을 분할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단계별로 다른 작가들과 함께 협업 중으로 본 작가가 맡은 선화 파트는 초반에 다른 선화 작가와 머리와 몸통을 나누어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런 방식의 경우, 작업분량이 훨씬 줄어들어 일주일에 1화를 마감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어들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충분한 퀄리티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인 역시 웹툰을 처음 작업하는 입장에서 혼자 전부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다른 작가들과 소통하며 여러 방면에서 배울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만약 당장 웹툰 업계를 경험하고 싶은데 혼자서 작업하기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예비 작가님들이라면 스튜디오 제작방식이 웹툰에 입문하는 또 다른 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편집자 주: 펜선에 대한 통상적인 명칭은 펜터치지만 최근 클립스튜디오 제작 방식에 따라 ‘선화’라는 용어로 작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인터뷰 내용에 작가의 원문을 살려 선화라고 표기한다.)


Q.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작업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다. 작가별로 콘티의 디테일이 천차만별이라고 들었다. 그림 작가로서 어떠한 콘티로 작업하기 수월한가?

A. 콘티 단계는 선화 전 단계로 혼자 작업하는 작가라면 본인이 알아볼 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튜디오 작업 방식에서는 선화 작가가 보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정확한 정보를 담아야 선화 작업이 수월하다. 하지만 본인의 경우 콘티 작가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콘티뿐만 아니라 웹툰 작업 과정을 관리하는 웹툰PD(웹툰편집자) 의견에 따라 작업의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 선화 작가는 콘티에 나온 표현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려 하므로 콘티의 디테일이 높아질수록 선화에서도 많은 디테일을 넣을 수 있는 작품의 퀄리티도 높일 수 있다.


Q. 스튜디오 제작 경력이 2년차에 접어들었다. 작품 데뷔도 처음인데 스튜디오 생활도 처음이어서 힘들지는 않았나? 시행착오가 있다면 무엇이 있었는지?

A. 처음 웹툰에 도전한 작품으로 데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그래서 힘들다기보다는 모든 과정이 새로워서 아직도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할 때도 있다. 모든 일이 처음이라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작업해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작업 중 시행착오가 있다면 나 자신과의 싸움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작업한 것들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형편없이 느껴지고 다른 작가들과 비교가 되어 자신감이 떨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내일은 더 잘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 카카오페이지 웹툰 <내가 죽는 이유이미지주인공 안지안과 구우주


Q. 스튜디오 제작 방식의 경우 웹툰PD가 어떠한 역할을 하며, 어떠한 소통방식으로 작가는 PD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할 수 있는가?

A. 스튜디오 작업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웹툰PD라고 생각한다. 지금 작품의 경우에는 각 분야의 작가들이 반드시 PD를 통해서만 의견을 나눌 수 있어 PD에게도 작품 전반의 자세한 사항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작업 특성상 한 파트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이후의 모든 파트들의 작업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PD님 역시 작가 못지않게 웹툰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 PD는 한 작품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서 서로 가능한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만약 데뷔 전으로 돌아간다면 혼자서 작업할 것인지, 아니면 스튜디오 방식으로 데뷔를 할 것인지?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

A. 데뷔 전 약 2년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도 스튜디오 제작 방식을 선택했을 것 같다. 1년간 집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과 웹툰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현장에서배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데뷔 전 따로 시간을 내서 준비하지 않고 바로 스튜디오 제작 방식을 선택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성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했던 공부는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었다면, 웹툰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웹툰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하는 큰 흐름 자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분들은 당장의 인체 구현에 매몰되지 않고 웹툰의 제작 흐름 자체를 배우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스튜디오 제작 방식에 관해서 여러 논란이 있지만 지망생분들에게는 웹툰 제작을 경험한다는 것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된다.


Q. 마지막으로 웹툰 작가로서 비교적 늦게 직업을 바꾸며 데뷔를 한 것이 본인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가?

A. 사실 당연히 웹툰 작가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어쩌다 보니 그림과 전혀 관련 없는 직업을 선택한 과거가 있지만 이 역시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또 만화를 좋아해서 웹툰 작가가 된 것이지만 만약 글쓰기를 좋아했다면 글 작가가 됐을 것이고 영상을 좋아했다면 감독이, 연기를 좋아했다면 배우가 됐을 것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나만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하고 싶어 웹툰 작가를 선택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는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 같다.


-------------------------------------------------------------------

*바쁜 마감 와중에도 인터뷰에 직접 응해주신 두 분의 작가님들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필진이미지

소노수정

만화가
『놀러와! 도토리 슈퍼』, 『다육해줘』, 『마인드 스쿨 14 : 채소는 정말 싫어!』, 『저요, 저요!』 『칭찬 한 봉지』, 『똥장군 토룡이 실종 사건』,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시사철 생태놀이』, 『으르렁 동물대왕이 지구를 지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