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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과 저작권 문제 : 들불처럼 번지는 인공지능

법제도는 인간을 위해, 인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져왔다. 하지만 새로운 원칙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3-05-15 전정화


챗GPT 그게 뭔데?

최근 전 세계를 통틀어 공통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챗GPT(Chat-GPT)라고 할 것이다. 챗GPT는 미국의 OpenAI라는 회사가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인데, 메신저 대화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챗GPT가 빅데이터의 분석을 바탕으로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답을 해주게 된다. 챗GPT는 (유료서비스도 있긴 하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언어와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어 출시된 직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챗GPT는 출시 5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 2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면서 지금도 초고속으로 성장 중에 있다.


[ 기술 발전 속 챗GPT - 이미지 출처 챗GPT 소개 영상 중 ]


챗GPT는 어떻게 인간의 질문에 바로바로 답변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챗GTP가 운용되는 기술의 핵심은 결국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인간의 학습, 추론, 지각 및 자연어 처리 등과 같은 지능적 작업을 컴퓨터와 같은 기계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 과학 분야이다. 인공지능은 주로 머신러닝, 딥러닝,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등의 분야로 나뉘며, 이러한 분야에서는 기계가 데이터를 이용하여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예측하거나 분류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경험과 누적된 데이터에 대한 학습 경험을 토대로 준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최근 여러 산업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1). 그 중 챗GPT는 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 LLM) 또는 초거대 인공지능(초거대 AI)이라는 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존의 인공지능 모델이 식별 기능에 초점을 두었다면, 챗GPT는 글, 문장, 단어, 부호와 같은 언어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점차 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용어 자체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사실 우리들은 이미 수많은 영화, 만화 등의 콘텐츠 속에서 생성형 인공지능들을 상상하고 구체화시켜온 바 있다. 예컨대 일본의 대표적 애니매이션인 도라에몽을 생각해보자. 고양이의 모습을 한 도라에몽은 22세기에서 과거로 온 로봇인데, 주인공인 노진구를 돕기 위하여 다양한 곤란한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고, 4차원의 주머니 속에서 미래의 기술을 꺼내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다양한 첨단기술을 통하여 주인공을 돕는 도라에몽의 모습은 사실상 생성형 인공지능과 같거나 그보다 더 진화된 모습이라 할 것이다.



발전하는 인공지능, 인간에게는 득일까 실일까

인공지능 기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0년대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발상이 매우 획기적이긴 했으나, 등장 당시에는 여러 제약으로 그 기술을 구현시킬 수 없어 오히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였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컴퓨터가 점차 고도화되고 제반 환경 역시 향상되면서 인공지능 기술 역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챗GPT만 하더라도 초기의 모델(챗GPT3.5)에 비해 새롭게 출시된 모델(챗GPT4)이 더 긴 맥락을 이해하며, 보다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고, 사실에 의한 응답가능성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윤리성 역시 더하여졌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인공지능의 발전에 힘입어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공일반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복제할 수 있는 기계나 알고리즘을 말하는데, 특정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과 달리, 인공일반지능은 인간처럼 새로운 상황을 배우고 적응하면서, 다양한 산업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은 일반인공지능의 등장 시기를 2045년으로 제시하였다가(2) 이를 2030년으로 수정하여 제시한 바 있는데, 레이커즈 와일은 기술이 인간을 넘는 시점을 특이점(Singularity)라고 칭하며, 특이점을 지나면 기술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력이 커서 인간의 수명을 포함한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개념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알파고의 개발을 주도한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역시 “향후 몇 년 내, 어쩌면 10년 이내 인간 수준의 인식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하였다. 


아직까지 일반인공지능의 등장 여부나 가능성에 대하여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나뉘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현재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등의 커뮤니티에서 널리 인정되는 일반인공지능에 대한 표준화된 정의는 없으며, 일반인공지능이 가능한 지에 대한 통일적인 과학적 합의도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일반인공지능은 ChatGPT의 등장과 함께 수많은 유사한 제품 및 서비스의 출시로 화제가 되고 있으며,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지구의 삶의 모든 측면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 시스템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으며, 예컨대 인터넷에 가짜사진이나 동영상, 글이 범람할 때 일반인이 진위여부를 판단하지 못하거나, 인공지능이 단순작업을 수행하는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때 고용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한다. 나아가 인공지능이 컴퓨터코드를 독립적으로 생성하고 실행하도록 허용함에 따라 그들이 분석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예기치 않은 동작이 발생할 수 있음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거침없는 기술 개발과 인류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일론 머스크,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등을 포함한 여러 전문가는 최근 관련 인공지능 관련 회사와 개인에게 6개월간 개발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기도 하였다. 

 


인공지능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

사실 인공지능의 위험은 잠재적인, 미래 언젠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인공지능이 다양한 창작을 할 수 있음이 자명한 사실이며 다양한 인공지능 창작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 화가인 딥드림(deep dream)이 유명화가의 작품을 재연하여 그린 그림은 미국 경매장에서 활발히 팔려나가고 있으며, 유명 작곡가 이봄이 사람 ‘李봄’이 아니라 인공지능 ‘EVOM’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였다. 인공지능 창작이 활발해지면서 관련한 이슈나 분쟁도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의 공모전 등에서는 ‘인공지능이 창작물’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2023년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수상한 독일의 작가 보리스  엘다크센은 자신의 출품작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미지라고 폭로한 뒤 수상을 거부하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엘다크센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가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출품하였고, 인공지능과 관련한 논쟁을 촉발하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수상을 거부하였다(3). 반대로 너무 많은 인공지능 창작물이 출품된 것이 발각되어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미국의 공상과학 잡지인 <Clarkesworld>는 신인작가를 장려하기 위하여 공개투고를 받고 있었는데, 최근 인공지능이 창작한 수많은 투고물이 쏟아지고 있어 심사가 어렵다는 점을 토로한 바 있다. 잡지의 편집자인 닐 클라크는 인공지능 창작자의 스토리 품질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소설 출판을 통하여 돈을 벌기 위한 방법으로 인공지능으로 소설을 찍어내서 투고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지속적으로 인공지능 생성 소설이 늘어나면 심사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판단, 투고를 마감하는 결정을 하였다(4).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의 창작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저작권료의 문제도 등장하면서 향후 분쟁이 예상되고 있다. 일례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22년 7월, 작곡가 이봄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작곡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면서 저작권료 지급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5).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점차 다양한 창작을 수행하면서 전에 없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가하고 있는 문제,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정답일까?


인공지능 기술과 저작권 문제

이렇게 발생하는 문제들을 단순히 해결하기에는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 저작권청은 22년 9월 인공지능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해서 그린 만화의 저작권을 승인한 바 있으나, 같은 해 12월, 미국법상 저작권은 인간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을 이유로 해당 저작권의 승인에 대한 재심을 실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23년, 최종적으로 작품 내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의 저작권을 부정한 바 있다(6).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공지능 창작자가 저작권을 등록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으나, 미국 저작권청의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창작과 관련한 문제들이 보다 구체화, 현실화되면서 미국이나 EU 등 주요국들은 인공지능 창작의 기술발전 정도를 확인하고 이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EU는 일찍이 2020년 결의안을 통하여, 인공지능이 보조적으로 참여한 인간의 저작물과, 인공지능이 주체적으로 작성한 저작물에는 차이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다만 해당 결의안은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은 채, 순수한 인공지능 창작물의 경우 소유권·저작권의 문제, 적절한 보상 여부, 잠재적인 시장 집중 등의 사안 등 지식재산권 영역의 보호에 있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7). 최근 미국 저작권청은 생성형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저작물의 권리범위와 등록문제, 머신러닝에서의 저작물 사용 등 인공지능 관련 법적, 정책적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고, 각 계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8). 우리나라 역시 인공지능 창작과 관련한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논의 체계를 형성하여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9) 최근에는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저작권 해법을 찾기 위하여 워킹그룹을 발족하여 제도개선 방향을 모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10)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법제도는 인간을 위해, 인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져왔고 수백 년 간 이러한 원칙은 깨지지 않아왔다. 하지만 과거의 유산과 현실 사회의 괴리는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에 새로운 원칙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슬기롭게 공존할 수 있는 법제도, 방향성은 무엇일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 참고자료 및 관련 링크

(1) 이상의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는 Chat-GPT에게 질문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하였다.

(2) 레이 커즈와일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나온 내용이다.

(3) 선명수 기자, 국제사진대회 수상작, 알고보니 AI 제작... 출품 작가 “논쟁 촉발 의도” 수상 거부, 2023. 4. 18. 경향신문 기사 참조, <https://m.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4181625001#c2b>

(4) 이민우 기자, AI 소설이 쏟아져 심사불가능, 신인 작가 작품 심사중단, 뉴스페이터 2023. 2. 26. 기사 참조,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677>

(5) 박찬근 기자, [단독] “AI 창작물, 저작료 못 줘” … 국내 AI 저작권 갈등 점화, SBS 2022. 10. 14. 뉴스 참조,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932703>

(6) 만 소재, 선정, 구성, 배열 등 작가가 직접 편집하거나 집필한 부분에 대하여는 저작권을 일부 인정하였다. 관련한 자료는, <https://www.theverge.com/2023/2/22/23611278/midjourney-ai-copyright-office-kristina-kashtanova> 참조

(7) 「인공지능 기술 개발, IP에 대한 2020년 10월 20일 유럽의회 결의안(2020/2015(INI))」 참조

(8) <https://www.copyright.gov/ai/> 참조

(9) 2017년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차세대 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 2018년 ‘저작권 미래전략 협의체’, 2020-2021년 ‘AI-IP 특별전문위원회’ 2023년  

(10) 문화체육관광부는 인공지능 기술발전에 따른 새로운 저작권 찾기 해법에 나섰으며 일환으로, 2023년 2월, ‘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발족하였다. 워킹그룹에서는 AI 학습데이터에 사용되는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방안, AI 산출물의 법적 지위 문제 및 저작권 제도에서의 인정여부, 인공지능 기술 활용 때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와 이에 대한 책임 규정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을 밝혔다.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211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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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화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법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