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WGA의 인공지능에 대한 선언: 인공지능은 작가가 아니다

미국의 작가조합(WGA)는 5대 원칙을 발표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원칙을 정하였다. 인공지능을 작가로 인정하지 않는 WGA의 내용을 확인해 보자.

2023-05-04 남경화

인공지능에 대한 궁금증과 열기가 뜨겁다. 단순히 인간을 대체할 기계를 넘어, 인간이 만든 문명 전체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인간의 문명은 일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다는 간단한 개념으로 시작해 아주 복잡하게 진화해왔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오픈소스(Open Source, 공개적으로 설계에 엑세스할 수 있는 분산형 프로덕션 모델)’ 형태로 제공되어 엄청나게 빠른 발전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드저니가 미국 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이후, 창작계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지난 3월, 미국의 작가조합인 WGA(Writer’s Guild of America)가 인공지능 창작에 대한 선언을 발표했다.



WGA는 무엇인가?


[ WGA 로고. 출처=WGA 홈페이지 ]


WGA는 미국의 헐리우드를 비롯한 방송작가들이 가입해 있는 단체로, 1941년 WGA 서부지부(WGAW, WGA West)의 전신에 해당하는 SWG(Screen Writer’s Guild)가 첫 협상을 이룬 후 82년째 유지되고 있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 WGA의 ‘소셜미디어 캠페인’ 자료. 출처=WGA 홈페이지 ]


이들은 노동조합과 비슷한 성격을 띄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작가를 위한 정책 연구, 파업 결의, 최저 임금 보장, ‘작가 연금’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4월 17일에는 작가들의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 결의 투표를 진행, 90%가 넘는 찬성으로 파업을 준비중에 있다.


[ 1988년 역대 최장기간 파업 당시 기록사진. 출처=WGA ]


WGA는 한마디로 정의하면 ‘헐리우드를 멈출 수 있는 단체’다. ‘작가의 파업’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의심할수도 있다. 실제로 1988년에는 역대 최장기간인 22주간 파업이 진행되었는데, 케이블 재방송료와 관련된 투쟁에서 작가들의 재방송료를 얻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 당대 최고 인기작이었던 HEROES. 출처=NBC ]


최근 가장 효과적인 사례로는 2007년~2008년까지 약 100일간 진행된 파업이었는데, 이때 당시 파업 이유는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한 수익 다각화와 그에 따른 분배 요구였다. 이때 파업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HEROES는 시즌2 제작 이후 한참 뒤 만들어진 시즌3이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WGA의 5대 원칙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WGA가 인공지능에 대한 원칙을 발표한다고 했을 때, 미국은 물론 세계의 창작계 전체가 주목했다. 가장 상업적이며,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단체에서 발표한 인공지능과 관련한 창작계의 첫 선언이기 때문이다.
WGA가 제시한 인공지능 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AI는 도구이며 창작자가 될 수 없다.
2) AI는 작가로 인정될 수 없다.
3) AI가 생성한 결과물에는 광범위한 표절이 포함되므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
4)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원천 자료’로 인정받을 수 없다.
5) 단, AI가 쓴 스토리를 인간이 창작해 각색한다면 ‘각색’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작가권리 보호에 굉장히 보수적이었던 WGA였기 때문에 이번 가이드라인은 일각에서 가졌던 우려와 달리 굉장히 전향적인 가이드라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먼저 1번과 2번은 비슷한 내용으로, 1번에서는 인공지능이 ‘창작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2번에서는 조금 더 엄밀하게 ‘저작권자’라는 의미의 작가로 이해할 수 있다. 


[ WGA의 인공지능 관련 가이드라인 내용. 출처=WGA 소셜미디어 ]

3번에서 말한 광범위한 표절은 ‘저작권자’라는 의미에서 파생되어 인공지능이 어떤 데이터로 학습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먹인 것을 토해내는 생성과정(It generates a regulation of what its fed)’이라거나 ‘인공지능의 동작원리는 기본적으로 표절(Plagiarism is a feature of AI process)’등 꽤나 직설적인 표현을 들어 불가 사유를 밝혔다. 또한 4번의 ‘원천 자료’란 소설, 기사문 등 ‘원작’ 자료를 뜻하는데, 인공지능이 쓴 각본이나 소설을 각색한다 하더라도 인공지능에는 크레딧을 줄 수 없다는 뜻이다.
5번에 이르면 예를 들어 챗 GPT로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각색한다면, 인간 작가에게는 ‘각색/각본가 크레딧(Written by)’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인간 창작자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글을 쓸 수 있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물론, 이번 가이드라인이 완전히 인공지능을 통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보기에 따라 큰 의미 없는 선언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WGA의 선언문은 단순하게 보기 어렵다. 가장 먼저 ‘강력한 힘을 가진 작가단체’가 인공지능에 대해 도구로서의 사용에 한해 열린 태도를 보였다는 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역할 중심으로 사고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WGA의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여러가지 우려를 낳고 있는 인공지능 생성모델 활용에 웹툰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연관 링크 >
* WAG 공식 홈페이지: https://www.wga.org/


필진이미지

남경화

프리랜서 웹툰 PD
웹소설 원작 작품 기획 및 각색을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