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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제작 환경의 변화와 AI 활용과 가능성

AI 기술을 활용하여 웹툰을 제작한다면 향후 웹툰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사례를 통해 알아봅시다.

2023-04-21 서범강

웹툰 제작 환경의 변화와 AI 활용과 가능성

 

 

웹툰의 특징 중 하나는 디지털 콘텐츠라는 점이다. 디지털 방식으로 만들어진 데이터 형태의 결과물은 기술과 결합하여 ‘IP 융복합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게 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웹툰과 기술의 융복합은 ‘AI를 활용한 웹툰의 제작이다. 이미 AI를 활용한 다양한 제작 방식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상당히 혁신적이지만 DB의 수집을 통한 학습의 단계로 아직 완벽한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습된 DB가 쌓여가면서 점차 상용화의 가능성을 크게 보이고 있어 향후 웹툰 제작 환경을 포함한 웹툰 산업의 전반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그 중 몇몇 시도되고 있는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1. 자동 채색 기능

가장 초기에 시도된 AI 기술이기도 하고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은 제작 기술이다. 웹툰의 컷 속에 들어 있는 캐릭터와 오브젝트, 배경 등을 인식하고 구분하여 선화 상태의 원고에 AI가 자동으로 채색을 해 주는 기술이다. 웹툰에서 채색은 상당히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공정이지만 가장 베이스가 되는 컬러를 채워 주는 밑색 작업은 감각이나 스킬이 필요하기보다는 단순한 노동집약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공정만 쉽고 빠르게 해결이 되어도 웹툰 제작 기간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게 된다. 이때는 AI가 각 캐릭터를 정확히 구분함은 물론 각 신체 별 영역이나 의상, 장착된 아이템 등도 구분을 해야 하고 배경 및 오브젝트들도 구분이 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어서 오류가 잦은 편이다.

 

 

2. 자동 선화 기능

웹툰에서는 캐릭터, 오브젝트, 배경 등의 형태를 구분하기 위해 정확하고 깔끔한 선으로 표현하는 선화 공정이 있다. 이때에는 베이스가 되는 밑그림이 필수인데, 그 위에 태블릿에서 사용되는 펜을 이용하여 선을 그려 넣는 작업이다. 채색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시간이 들어가는 공정에 해당하며 밑색과 달리 개개인의 개성 있고 뛰어난 감각과 스킬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손목에 적지 않은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작가들의 경우 터널증후군이라는 질환으로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AI가 이를 대신하여 밑그림 위에 작가의 필체를 살린 선화 작업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역시 밑그림을 인식하는 정확도는 아직 떨어지는 편이어서 호랑이를 사자로 그리거나 돼지를 강아지로 그리는 등의 오류들이 존재한다.

 

3. 그림 콘티 제작 기능

말 그대로 AI에게 텍스트로 된 시나리오를 입력하면 여러 컷으로 구성된 그림 콘티를 만들어 내는 기능이다. 사실 노동집약적 과정과는 달리 작품의 재미와 퀄리티를 책임지는 연출의 영역이기에 수준 높은 감각과 스킬이 요구된다. 따라서 AI를 활용한 웹툰 제작 기술 중에서 제일 난이도가 높고 상용화가 오래 걸릴 기술이지 않을까 짐작한다. 아마 필수적으로 사람의 손을 거치는 2차 공정을 포함해야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외에도 웹툰 제작에 필요하거나 응용되는 AI 기술들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시도되고 있는데, 웹툰의 제작에 AI 기술을 적용하려는 목적은 다음과 같다.

- 작업의 효율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

- 작업의 속도를 높이고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목적

- 작품의 시각적 효과와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목적

- 작품 감상의 몰입도와 체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목적

그렇다면 웹툰에 AI를 적용하면 그것을 ‘AI 웹툰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AI를 웹툰에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도구 레벨과 에이전시 레벨로 그 차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도구 레벨의 사용은 AI가 가진 기능을 인간이 이미 생각하고 정의한 것을 표현하는 단순작업 정도로만 사용하는 방법으로 도구 그 자체로 사용하는 이상의 의미는 없는 수준을 말한다. 에이전시 레벨은 AI가 단순 작업의 범위를 벗어나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의 활동을 하는 수준을 말한다. , 정리를 하자면 AI가 도구 레벨로 사용될 때는 우리가 PC나 태블릿 등의 디지털 기기 혹은 그래픽 툴을 사용하여 좀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웹툰을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에이전시 레벨의 수준으로 사용한다면 AI가 웹툰 제작의 역할에서 주체가 되므로 ‘AI 웹툰이라고 볼 수 있다. AI의 활용과 가능성에 따른 웹툰 제작 환경의 변화나 웹툰 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바로 이 레벨의 차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우선 AI가 도구 레벨의 수준으로 사용될 때 웹툰 제작 환경은 소요되는 시간이 엄청나게 개선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작업 일정이 줄게 되면 제작 비용의 절감 효과는 물론 작품 제작의 수량을 늘어나게 하여 수익의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다만 AI 기술을 웹툰 제작의 수준으로 상용화하여 적용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직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 알 수 없으므로 별개로 생각한다. 그와 함께 웹툰 제작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인 작가 건강의 개선에 대해서는 상당한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되므로, 여러 면에서 AI의 도구 레벨의 사용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속도를 낼 것이 분명하다. 그 외에 에이전시 레벨의 측면에서도 여러 변화와 영향이 생길 것으로 생각되는데 가장 큰 쟁점은 저작권에 대한 이슈이다.

첫 번째로는 AI가 학습을 위해 수집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데에 사용된 이미지들의 저작권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고, 추가로 만들어진 결과물의 저작권은 AI에게 있는지, AI 개발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AI를 사용한 이에게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게다가 에이전시 레벨은 인간의 창작의 영역에 한 발짝 안으로 발을 디디는 경우이므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며 어디까지 인정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대해서는 어차피 AI가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그 기초가 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결과물에 대해서도 2차 가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결국은 인간의 창작 행위의 일부로 여겨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AI의 에이전시 레벨의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인간에게 남는 창작의 권한은 기획과 AI에 대한 기술적인 컨트롤 역할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더 나아가 AI로 인해 노동을 포함 창작의 범위까지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과 어차피 인간이 그 정도 수준까지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에 에이전시 레벨의 사용은 실험 단계에서 점차적으로 줄어들게 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분명 AI는 지금보다 더 진화할 것이고, 웹툰 제작 방식과 웹툰 산업에 크나큰 변화와 영향을 가져오게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AI를 통한 웹툰의 제작 기술이 가져오는 미래를 분석하여 예측하고 또 준비하여 방향을 주도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필진이미지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아이나무 이사, 만화가
前 스토리숲 대표, 前 만화잡지 코믹테크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