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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며 맛보는 음식

음식은 다채로운 인간의 삶의 면모를 보여 주는 소재입니다. 음식을 소재로한 웹툰의 스토리텔링을 살펴봅니다.

2023-04-14 최윤석

만화로 보며 맛보는 음식

음식은 다채로운 인간의 삶의 면모를 보여 주는 소재이다. 단순히 음식을 소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음식 하나하나에 스토리텔링을 담기도 한다.

음식이 가지는

음식만큼 우리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또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우리는 우리가 하루동안 먹는 음식을 정말 중요하게 여긴다. 누구보다 음식에 진심인 셈이다.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음식에는 탄생 배경이나 이야기가 항상 녹아 있을 만큼 우리 삶에 밀접해 있다. , ‘먹방이라고 해서 자신이 먹지 않고 남이 먹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느끼는 게 오늘날 음식의 위상이다. 그러니 당연히 만화에서 소재로 다루지 않는 게 실례일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만화에서 다뤄지는 음식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단순히 도구 정도로 쓰이기도 하고, 음식 자체를 메인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떠한 방식이든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여러 면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제이로빈&이진수 (출처_네이버웹툰)

 

서사를 풀어내는 도구로의 음식’, 하지만 진심인 리액션

동명의 웹소설을 웹툰화한 제이로빈과 이진수 작가의 작품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그중에서 음식을 서사로 풀어내는 도구 정도로 쓰는 경우다. 물론, 비중적으로 주인공이 취사병이기 때문에 매회 음식이 등장하지만, 이 작품의 초점은 음식보다는 주인공의 성장에 더 맞춰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특징적인 건 음식에 매겨지는 별점이다.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만들어 내는 음식의 별점이 높아지고, 어떤 요리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음식을 먹는 이의 리액션이다. 비록 음식을 도구 정도로 쓴다고 했지만 음식에 대한 리액션만큼은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진심이다.

애니메이션 <요리왕 비룡>으로 익숙한 오가와 에츠시 작가의 요리 만화 <신 중화일미>에서 우리는 음식을 먹고 난 후에 주는 리액션이 얼마만큼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 익히 보았다. 하시구치 타카시의 제빵만화 <따끈따끈 베이커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러한 만화들을 통해 음식에 대한 리액션이 작품 속 음식이 얼마나 맛있을지에 대해 상상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취사병 전설이 되다>도 이러한 맥락처럼 각각의 리액션을 통해 그림으로 전달할 수 없는 후각이나 미각의 감각을 대신하여 음식의 맛을 전달하고자 한다. 오늘날, 우리가 앞서 언급했던 먹방을 보는 이유에도 먹는 사람의 리액션과 크게 연관이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결국 음식의 맛과 리액션은 상당히 큰 연결고리를 지닌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어떠한 의미에서 음식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이나 음식 자체에 초점을 맞춘 거에 비해 음식의 역할은 조금 미미할 수 있으나, 음식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주인공 성장에 맞게 영리하다고도 할 수 있다.

<먹는 인생>, 홍끼 (출처_네이버웹툰)

 

음식 자체를 메인으로, 우리 삶을 녹여낸 이야기.

반면에 음식 자체를 메인으로 둔 작품도 있다. 홍끼 작가의 <먹는 인생>이 바로 그렇다. 이 웹툰은 매회 한 가지 음식을 주제로 일기 형식으로 그려지는 일상 웹툰이다. 그리고 이러한 웹툰은 언제나 그랬듯 공감대 형성을 무기로 가지기 마련이다. 엄청나게 특별한 음식을 다루는 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식들을 작가 본인이 겪은 경험담과 엮어 너도 나도라는 느낌을 준다. 단적으로 음식에 진심인 경우다.

가장 첫 번째 에피소드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는데. 즐겨 마시는 음료이긴 하지만, 출근해서 마시는 것과 쉬는 날 예쁜 카페에서 마시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이야기함으로써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오늘날 한국의 대표 음식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치킨의 경우에도 그렇다. 오랜 세월을 거쳐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된 치킨에 대해 말하면서 살이 찌는 걸 알면서도 먹을 수밖에 없는 마성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보면서 먹기에 좋은 음식, 월드컵 시즌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우리는 치킨집에 줄을 서거나 주문을 하고 2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걸 이미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특히, 이 웹툰의 특징은 기본적인 그림은 가볍게 그려지지만, 음식만큼은 진심으로 그렸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디테일한 면을 살렸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미 언급했던 음식에 진심이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화별로 등장하는 음식을 그리는 만큼은 심혈을 기울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단순히 음식을 소개하고 보여 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이야기 속 작가이자 화자인 작가 본인이 생활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음식과 함께 녹여낸다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객체이지만, 각자는 주체로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서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다. 그런 만큼 작가가 겪은 경험들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런 부분에서 재미와 또, 에피소드에서 얘기하는 음식에서 삶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엄청 특별한 음식을 먹고, 엄청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보통의 음식과 보통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이 웹툰에서 음식을 소재로 사용하는 방식인 셈이다.

<오무라이스 잼잼>, 조경규 (출처_카카오웹툰)

 

좀 더 딥하게, 거기에 정보 전달까지

음식을 메인으로, 거기에 정보 전달까지 하는 작품도 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거의 10년을 넘게 연재한 조경규 작가의 <오무라이스 잼잼>이 바로 그렇다. 이 작품도 작가 본인의 삶에서 겪은 이야기와 음식을 결합하여 이야기를 풀어낸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먹는 인생>보다는 좀 더 다양한 관점과 여러 정보를 준다는 것이다. <먹는 인생>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음식을 먹는 화자의 인생을 통해 이야기를 보여 준다. 그런데 <오무라이스 잼잼>의 경우, 해당하는 음식에 다양한 관점 중에 하나로 화자의 시선을 포함한다. 그러다 보니 객관적인 정보 전달도 너무 지루하지 않게 적절하게 녹아 들어간다. 가령, 이런 것이다. ‘치즈스틱이라는 음식을 가지고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그냥 어떤 날에 음식을 먹었다가 아니라. 그 음식을 언제 자신이 알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치즈의 국내 소비량에 대해서도 언급해 주고, 치즈가 음식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부터 오늘날 치즈스틱을 먹는 현재의 심경까지 이야기한다. 보다 음식에 대해 여러 가지로 자료 조사가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는 셈이다.

경험에서 오는 공감대와 함께 음식을 통해 알 수 있는 재미나 상식 같은 느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글이 다른 웹툰에 비해 조금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특징 중에 하나지만, 그게 내용을 지루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여러 방면에서 음식을 고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음식이라는 소재의 재미

음식은 참 재미있다. 맛을 추구하기도 하고, 문화나 역사적으로도 참 많은 의미를 함유하게 만든다. 각국의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곧 그 나라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해외에 나가서 국내 음식을 볼 때, 주는 반가움이 있기도 하다. 음식은 단순히 의식주의 하나로만 표현될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선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음식을 소재로 해서 또 어떤 새로운 작품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필진이미지

최윤석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