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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아마추어 웹툰 플랫폼의 변화 ‘캔버스’

북미 아마추어 웹툰의 선봉장으로 활약 중인 '캔버스'를 살펴보자

2023-05-30 김은권

작가는 웹툰 산업의 근간이다. 그래서 웹툰 플랫폼은 실력 있는 작가를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도전만화, 공모전, 투고, 소개, 탐색 등이 대표적이며, 이중 도전만화는 웹툰 산업이 만든 가장 특징적인 방식이다.


[ 그림1 네이버웹툰 북미 서비스 메인 화면 ]


웹툰이 해외에 서비스 되면서 도전만화도 함께 진출했다. 2014년 7월부터 네이버 웹툰이 북미에서 영어 서비스를 시작했고, 같은 해 11월 북미판 도전만화라고 할 수 있는 ‘캔버스(https://www.webtoons.com/en/challenge)’를 선보였다. 누구나 웹툰을 연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정식 연재 작가가 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캔버스’가 배출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뉴질랜드 출신 레이첼 스마이스 작가가 2017년 연재를 시작한 <로어 올림푸스>이다. 그리스 신화의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는 판타지 로맨스로, 흥행 뿐 아니라 2022년 미국 3대 만화상인 ‘아이스너 어워드’ 베스트 웹코믹 부문, ‘하비어워드’ 올해의 디지털북, ‘링고 어워드’ 베스트 웹코믹 부문을 수상했다. 애니메이션 제작도 진행 중이며 국내에도 수입되어 2020년 8월부터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고 있다.


[ 그림2 네이버웹툰 아마추어 웹툰 플랫폼 캔버스 ]


네이버는 북미 웹툰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현지 창작자를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많은 창작자에게 매일 400통 이상 전자우편을 보냈는데, 답장이 전혀 없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2022년 기준 ‘캔버스’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수가 12만 명을 넘었다.

북미 창작자들이 웹툰이 뭔지 모를 때는 무관심했지만, ‘캔버스’를 통해 데뷔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우연하게 웹툰을 보고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누구나 ‘캔버스’에 연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도전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능은 있지만 마땅히 기회를 얻지 못해 다른 일을 하던 이들이 작가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북미 네이버 웹툰 접속자는 계속 증가하여 2022년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가 1천5백만 명에 달했다. 이는 북미 2위 웹툰 플랫폼 대비 몇 배나 많은 수치로, 독보적 1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독자로 유입된 사용자 중 일부가 ‘캔버스’를 통해 활동하는 작가가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창작자 입장에서도 기왕이면 보다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1등 플랫폼에 작품을 선보이고 싶기 때문에 작가 지망생의 ‘캔버스’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캔버스’는 2016년부터 광고 이익 분배와 우수 작품 창작 지원금 지급 등 작가에게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 즉, 단순히 아마추어 작가가 웹툰을 올리고 뽐내면서 정식 작가로 승급되기만을 바라는 곳이 아니라 유튜브처럼 누구나 자신의 웹툰을 자유롭게 연재하고, 인기에 따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굳이 정식 연재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내 작품을 좋아하는 팬을 일정 수 이상 확보하면 유튜브 크리에이터처럼 ‘캔버스’에서 연재하는 것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 경우 별다른 간섭 없이 작가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작품에 대한 주도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창작자에게는 정식 연재보다 오히려 입맛에 맞는 방식이다.

이렇게 북미 네이버 웹툰은 연재 계약 후 작가를 관리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플랫폼과 작가의 협업’ 방식과 플랫폼은 ‘캔버스’를 통해 연재 장소와 수익 창출 방법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작가에게 자유롭게 맡기는 오픈 플랫폼 방식의 투 트랙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또 네이버는 지난 2021년 북미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고, 같은 해 ‘웹툰 스튜디오’와 ‘왓패드 스튜디오’를 통합해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약 1천억 원 규모의 글로벌 IP 비즈니스 기금을 조성해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통해 인기가 검증된 웹소설, 웹툰을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하는 영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작 IP가 되는 다양한 인기작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캔버스’에서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연재하는 방식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의 부담과 책임은 줄이면서 작품의 다양성 확보와 화제성 창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정 부분 플랫폼의 간섭이 있을 수밖에 없는 정식 연재 작품과 완성도는 좋은데 어디선가 본 듯한 기성품 느낌이 나는 스튜디오 작품과는 다르게 ‘캔버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별다른 제약 없이 과감하고 독특한 도전과 실험을 할 수 있어 자신만의 개성을 더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2023년 5월 기준 국내 도전만화 장르 카테고리는 10개인데 반해 ‘캔버스’의 장르 카테고리는 20개 이상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 그림3 캔버스 장르 카테고리 ]


북미에서 웹툰 독자 수를 더 확대하기 위해서도 ‘캔버스’를 통한 다양성 확보가 절실하다. 네이버 웹툰 북미 서비스 초기에는 주로 한국 웹툰을 번역해 제공 했지만, 이후 전략적으로 현지에서 섭외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는 정식 계약을 희망하는 작가들로 하여금 ‘캔버스’에 연재하게 하는 유인책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취항을 가진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그들만의 색다른 요구를 공략하는 다양한 웹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OTT 서비스 넷플릭스와 동일한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초기에는 주로 서구권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다수였다. 그러나 글로벌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전 세계로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수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와 영화 등 한국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시장만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유난히 한국 콘텐츠를 선호하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을 고려한 포석이다. 이와 같이 문화권 별 선호하는 콘텐츠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콘텐츠를 다종다양하게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소개한 북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로어 올림푸스>가 국내 네이버 웹툰에서는 중위권 정도 순위에 머물러 있는 것도 참고가 된다. 분명 좋은 작품이지만, 국내 웹툰 독자의 보편적 취향과 다소 거리가 있어 상위권 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듯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고 하더라도, 문화권별 정서와 각 개인의 요구는 파편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취향을 개별적으로 모두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그림4 로어 올림푸스 ⓒ 레이첼 스마이스 ]


유튜브가 매우 유의미한 참고 사례이다. 유튜브는 콘텐츠를 공유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만 제공하고 크리에이터들에게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게 했다. 그랬더니 온갖 취향을 만족시키는 갖가지 콘텐츠가 대량으로 확보됐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으로 시청 이력 등을 활용해 각 사용자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선별 추천함으로서 모든 이용자에게 각기 다른 영상 목록을 제공한다. 대량의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각각의 취향을 맞춤형으로 저격하고 있는 것이다.

웹툰의 경우 현재 주로 순위 중심으로 웹툰 목록을 보여 준다. 이 방식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인기작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내 취향에는 맞지만 보편적 대중성이 부족해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한 작품을 발견하기 힘들게 하는 맹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주의가 많이 확산됐다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화제성 있는 작품을 남들과 함께 보고 싶어 하는 집단 소비 경향이 있어 순위 중심 목록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개인주의 사회로 전환된 역사가 오래 된 북미는 개인의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강하다. 그래서 기존 순위 중심 목록에 추가로 맞춤형 목록까지 제공할 수 있다면 북미 시장 확대에 유효한 방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네이버 웹툰도 AI를 이용한 웹툰 목록 추천 서비스를 개발 중인데, 취향을 정교하게 저격하는 맞춤형 목록을 위해 더 다양한 웹툰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네이버 웹툰이 관리와 비용을 모두 책임지기 때문에 작품 편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정식 연재 웹툰만으로는 이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운영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더 많은 작품을 확보할 수 있는 ‘캔버스’의 역할이 거듭 부각된다.


이와 같은 사정으로 네이버 웹툰은 ‘캔버스’를 통해 더 많은 창작자가 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중 마땅한 작품이 있으면 정식 연재 작가로 계약할 것이고, 이후 더 충분한 인기를 얻는다면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통해 영상화 프로젝트로 연계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성공적인 영상화를 통해 큰 화제를 모으게 된다면, 이 덕분에 원작 웹툰도 더 많은 수익을 거두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듯 ‘캔버스’는 네이버 웹툰의 사업 전략에서 지속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방법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캔버스’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은 마냥 좋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유튜브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만인이 만인을 상대해야 하는 과도한 무한 경쟁, 보장되지 않는 보상을 꿈꾸며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희망고문,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그림5 네이버웹툰 웹툰위드 ]


이와 같이 예상되는 부정적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가 중심의 수익 배분, 창작 지원금 증액, 작가 지원 시스템 운영, 작가와 작품 보호 방안 개선, 창작 편의성 강화, 창작 환경 개선 등 ‘캔버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운영 정책 개발이 요구되며, 이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네이버 웹툰에게도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캔버스’는 작가와 네이버 웹툰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줬다. 길을 찾지 못했던 창작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했고, 그들이 성공할수록 초창기에는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캔버스’도 더욱 주목 받게 됐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작가들은 ‘개천에서 용 난’ 것이라면, 그 용 덕분에 개천도 규모가 커져 강이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캔버스’처럼 아마추어 작가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은 2023년 말부터 국내 도전만화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도전만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한 유튜브 같은 오픈 플랫폼으로 개편되는 것이다. ‘캔버스’가 해외판 도전만화였는데, 이제는 도전만화가 국내판 ‘캔버스’가 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수익 창출이 가능한 웹툰 오픈 플랫폼은 국내에는 딜리헙과 포스타입이 꾸준하게 유의미한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네이버 웹툰이 ‘캔버스’ 방식을 적용해 개편한 도전만화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선행 사업자지만 상대적으로 자본력과 규모가 작은 딜리헙과 포스타입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양한 경쟁은 산업과 각 업체의 발전을 촉진하기 때문에 건전한 경쟁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모두 함께 발전하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작가가 보다 창작하기 좋은 업계 환경이 만들어져 가기를 소망한다.

마침 네이버 웹툰은 2023년 4월 창작 생태계 지원 프로그램 ‘웹툰 위드(https://webtoonscorp.com/ko/impact)’를 발표했다. 누구나 창작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 제공, 글로벌 진출 지원, 창작자 수익 증진, 창작 환경 개선, 기술 지원 및 생태계 보호, 즐겁고 쉬운 콘텐츠 소비 환경 조성 등을 목표로 한다.

또 국내 도전만화와 북미 ‘캔버스’ 외 네이버 웹툰은 일본에서도 2015년부터 ‘인디즈’라는 이름의 일본판 도전만화를 운영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독자 뿐 아니라 작가 수급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누구나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를 경쟁상대로 여기고, 아시아의 디즈니를 목표로 하는 네이버 웹툰의 글로벌 전략에서 ‘캔버스’와 같은 웹툰 오픈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할지, 그리고 이것이 창작자에게 어떤 기회가 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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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권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웹툰만화콘텐츠전공 교수 
만화전문교육자, 만화가, 만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