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과 9월을 의미 있게 기억하는 웹툰 독자들이 적지 않것이다. 8월 28일엔 조석, 그보다 앞선 18일에는 이동건, 17일에는 가스파드가 컴백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 작가들의 컴백 뿐 아니라, 이 작가들이 초기에 인기를 모았던 장르로 컴백했다는 것이 큰 주목의 이유였다.
가장 먼저 컴백한 가스파드 작가는 아예 <선천적 얼간이들>로 컴백했고, 이동건 작가는 일상툰인 <달콤한 일생>, 조석 작가 역시 개그+일상만화 <너는그냥개그만화나그려라(이후 마음의소리2로 변경>로 컴백했다. 공교롭게도 세 작가 모두 일상을 각색한 개그만화로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어떤 현상이라고 생각해도 좋을만큼 큰 인기를 얻은 작가들이었다.
물론, 그 인기로 다작을 하기도 했죠. 가스파드 작가는 <전자오락수호대>를 271화동안 장기연재하며 2014~2021, 7년간 연재를 했다. 사실 ‘10년만에 컴백’이라고 타이틀을 붙이긴 했지만 정확하겐 2년만의 돌아온 샘이다. 그래서 지난 2년을 제외하곤 가스파드 작가는 거의 쉼없이 연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동건 작가는 <달콤한 인생>으로 시작해 <유미의 세포들>(2015~2020), <조조코믹스>(2021~휴재중), <전여친>(2022)등 오리지널 작품은 물론 수많은 브랜드웹툰으로 콜라보 왕 다운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조석 작가도 <마음의 소리>(2006~2020)와 함께 <조의 영역>(2017~2019), <문유>(2016~2017), <행성인간>(2019~2021), <행성인간2: 행성의>(2022~연재중), <묵시의 인플루언서>(2021~2022), <죄송한데 주인공이세요?>(2022) 등 브랜드웹툰을 포함하면 약 30종의 작품을 만들거나 참여했다.
그래서 이 작가들이 컴백한 것이 화제가 되는 이유, 그리고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무엇을 노렸는지까지 살펴보았다.
| 가스파드 작가 - 유튜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웹툰 활용
먼저 가스파드 작가의 컴백부터 살표보자. 가스파드 작가의 경우에는 각자 발견한 채널이 다르다. 누군가는 유튜브에서, 누군가는 인스타그램에서, 그리고 마지막에 당도한 곳은 10년 전에 연재를 끝낸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의 페이지였다.
[ 그림 1, 유튜브를 통해 선천적얼간이들 복귀를 알린 가스파드 작가 ]
가스파드 작가는 유튜브 영상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가스파드’인 본인은 그대로 드러냈다. 그것도 거북이 형상(?)으로 머리를 밀고 말이죠. 긴 머리 찰랑찰랑 가스파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무튼, 유튜브 영상은 1분짜리로 파격적인 비주얼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반면 인스타그램에서는 중년(?) 가스파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가스파드 작가는 “예전보다 뜨겁지 않다”며 “10~20대의 10년과 지금의 10년은 한결 같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삶과 다르긴 했다”고 전했다.
[ 그림 2, 예고편 공개 모습 ]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천적 얼간이들>에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그 방식은 감탄스럽다. ‘초연결시대’라는 말도 낡아버린 시대에 가능한 홍보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회자되는 수많은 ‘짤’을 낳은 가스파드의 만화에 가장 어울리는 방식이지만, 묘하게 연륜을 느끼게 하는 인스타그램의 메시지는 함께 나이들어간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기도 했다. 반면 유튜브에선 ‘진짜 광기’를 연기하는 가스파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매체에 맞는 내용을 택했다고 봐야 할까.
| 이동건 작가 - "소셜미디어"와 "플랫폼" 활용
[ 그림 3, 네이버웹툰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복귀 소식을 흘린 이동건 작가 ]
이동건 작가의 케이스는 가스파드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이점을 보여준다. 이동건 작가의 컴백은 컴백 당일 정오부터 확인할 수 있었는데, 여기선 이동건 작가 개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지가 아니었다. 이동건 작가의 작품 홍보는 네이버웹툰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제히 공개됐는데, “ㅁㅁㅁ작가로부터 온 비밀 편지”라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공개된 이미지는 누가 봐도 이동건 작가로 보여졌다. 네이버웹툰은 그날 하루 오후시간 띠배너를 모두 수정했다. 띠배너란 네이버웹툰 웹과 앱 상에서 상단 메인 배너와 연재작 사이를 메꿔주는 작은 네모 배너로, 상단 메인 배너보단 작지만 별도의 메시지나 광고를 싣는 공간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 그림 4, 이동건 작가 복귀와 함께 띠배너가 수정된 네이버웹툰 모습 ]
네이버웹툰은 이 공간에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편지를 잘라 10개의 메시지로 만든 다음, 이 10개의 메시지를 각각의 띠배너 공간에 선보였다. 그리고 각 배너를 누르면, 이동건 작가의 작품 리스트가 있는 페이지로 이어지도록 구성하였다. 그날 밤 공개된 작품이 바로 이동건 작가의 일상을 가미한 로맨스 코미디 <로맨스 당도 백퍼센트>이다.
여기서 엿볼 수 있는 건, 네이버가 자사 자원을 활용해 하루동안 홍보에 힘을 쏟았다는 점이다. 당연히 가스파드 작가의 <선천적 얼간이들 2>의 컴백 역시 알렸지만, 이것의 소스가 가스파드 작가라고 느껴졌다면 이동건 작가의 홍보는 작가 개인 채널에선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이동건 작가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영향이 미쳤을 것이다.
| 조석: 인스타그램 #너는그냥개그만화나그려라
[ 그림 5, 인스타그램 태그를 통해 작품명을 흘린 조석 작가 (현재는 삭제되어 있다) ]
조석 작가의 경우에도, 인스타그램이 활용하였다. 조석 작가는 인스타그램에 드로잉을 게시하면서 “가볍게, 컷 적게, 개그만화 재활훈련같은거 인스타에 살짝 그려봅니다. 당분간 매일매일 올려볼게요”라면서 이미지를 게시한다. 지금은 삭제되어 찾아볼 수 없는데, 이 게시물에는 해시태그에 “너는그냥개그만화나그려라”, “너개그”, “생활툰”, “예고편”이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업데이트 된 것이 정말 예고편이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그리고 조석 작가는 작품이 올라오기 직전 정말 개그만화를 그리더니, 업데이트 당일에는 “네이버웹툰이 오래”라면서 신작이 업데이트 될 것임을 알렸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독자들에게 노출된 다음, 홍보를 하는 방식이라 가장 눈에 띄었다. 물론, 조석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식이다.
맨 처음 게시된 예고편은 약 2,800여명이 좋아요를, 다음에는 7,200여명, 그 다음은 5,100여명, 그리고 8,300여명으로 늘더니 최종 예고편은 1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소셜미디어 특성상 정확한 효과는 알기 어렵지만, 적어도 마지막 컷 이미지, ‘조석이 네이버웹툰에 개그만화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대중들에게 다시금 각인되었다.
[ 그림 6, 후기 이후 3년만에 올라온 신규 회차 ]
또한, <마음의 소리>에 신규회차 “????”가 업데이트 되면서 <마음의 소리>를 계승한 무언가가 올라온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작가는 아예 “어차피 <마음의 소리 2>라고 부르겠지”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죠. (그리고 실제로 작품명이 마음의소리2로 변경되었다)
| 각기 다른 복귀 방식, 마케팅의 다변화
이 세 작품은 성과로도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9월 7일(목)의 인기순 기준으로 <너는그냥개그만화나그려라>는 1위, <선천적 얼간이들>은 2위, <로맨스 당도 백퍼센트>는 40위를 기록하였다. <로맨스 당도 백퍼센트>는 일상 태그가 붙어있긴 하지만 스토리가 쌓여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대할 수 있는 시작이라 평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사례를 단순히 연계된 홍보가 성과를 낸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웹툰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이 세 작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걸 화제가 되게 만드는 게 바로 '마케팅'이다.
그동안 웹툰 시장내에서는 '마케팅을 하면 좋지만, 그것보단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점차 마케팅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세 작가의 케이스는 웹툰 시장에 큰 생각할꺼리를 던져준 것이다. 사람들은 가스파드, 조석, 이동건이라는 작가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미학적으로 완벽한 그림의 퀄리티를 보여줬기 때문에 열광한 것이 아닌, 그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인 작가들에게 앞으로 치고나갈 수 있는 한번의 부스팅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하는게 가장 효과적일까 고민한 결과물이 현재 그들의 컴백에서 보여준 내용들일 것이다. 그럼 그 뒤에 뭐가 필요했을까요? 메인 배너에 대대적으로 걸어서 홍보하기? 번쩍번쩍한 TV광고로 사람들에게 손짓하기? 그런데 여기서 간과한게 있다. 바로 독자들이다.
| 마케팅의 핵심 '대상은 누구인가'
가스파드, 조석, 이동건이라는 작가는 201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정도로 두터운 팬과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열광했던 독자들은 함께 10년간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제 내가 볼 게 없다고 느끼고 있을 시기라는 것이다. 몇몇 작품들은 이어서 보곤 있지만,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들에게 웹툰 플랫폼을 광고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뭔지 몰라서 안 보는게 아니라,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정해진 작품들만 보는 독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설치되어 있는 웹툰 플랫폼 앱을 실행시키지 않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을 돌아오게 하는건, 그들이 열광했던 IP, 즉 작품이다. <선천적 얼간이들>과 같은 파격적인 개그만화, 그리고 <마음의 소리>와 같은 공감할 수 있는 만화, <달콤한 인생>처럼 달달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로맨틱 코미디다. 정확하겐 이 작가들이 만드는 ‘그때 그 작품을 닮았지만 새로운’ 작품일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이런 독자들을 대상으로 각 작품과 작가들의 성향에 맞는 마케팅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건 꽤 성공적이었다고 보여진다. 주변 사례를 찾아 보면 한동안 웹툰을 보지 않던 친구들도 "<선천적 얼간이들>은 봐야지"라며 웹툰 앱을 켰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은 <너는그냥개그만화나그려라(마음의소리2)>를 보면서 깔깔대고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금 찾아온 독자들의 모습과 반응은 댓글들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
이번 마케팅 전반에 ‘인스타그램’이라는 요소가 깔려있다. 조석 작가처럼 독자들도 함께 신나게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마케팅에 참여하게 만들거나, 가스파드 작가처럼 아예 준비해서 플랫폼별로 다르게 선보이거나, 이동건 작가처럼 오피셜 채널에서 한꺼풀 거쳐서 알리거나. 세가지 형태를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실험해봤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건 네이버웹툰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전략이다. ‘특정 장르 일변도’라는 비판을 듣는 입장에서, 다양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플랫폼의 입장에서 개그만화와 그걸 ‘잘 해냈던’ 작가들의 귀환이 개그만화라는 장르 자체에 불어넣을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장르 다양성을 챙긴다는 목표 역시 달성할 수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이 플랫폼을 활용하는 시대, 그리고 그 활용을 통해 떠났던 독자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까지, 마케팅은 단순히 ‘여기저기 아무데나 뿌리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타깃에게 가서 읽히게 만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웹툰의 창작 환경과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웹툰계에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고민의 방식이 독자에게 가서 닿는 방식을 제외하고 닮은 부분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 아닐까.
웹툰 시장 내에서 마케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것 이상으로 해당 작품의 독자층에게 흐며들 수 있게 하는, 웹툰 제작 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섬세한 고민이 점차 필요해지는 지점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