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팝업 스토어의 위치
팝업 스토어(Pop-up Store)는 의역하면 반짝 매장쯤 되는데, 게임에서 등장하는 이벤트 상점, 암상인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게임에서 갑자기 등장해서 희귀한 대신 비싼 물건을 파는 고블린 상인을 떠올리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팝업 스토어의 느낌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팝업 스토어는 보통 온라인으로 판매하거나 판매 지점을 찾기 쉽지 않은 화장품이나 의류 브랜드의 홍보를 위해 백화점 1층과 같이 고객층이 많이 돌아다니는 장소에 설치된다. 국내에서는 특히 여의도에 있는 더 현대나 부산의 신세계백화점, 명동의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 등이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 백화점으로 유명하다. 이 백화점들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는 백화점 내 최상위 브랜드 매출보다 월등히 많이 팔리는 일도 있다. 특히 이번 9월 더 현대에서 열린 ‘툰페스티벌’은 더 현대 팝업 스토어의 최고 방문객 수와 매출을 경신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백화점이 이전의 고급 브랜드의 상징이 아닌 모든 고객층을 포용할 수 있고 하나의 문화생활 지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충성 고객층이 두꺼운 것이 예상되면 팝업 스토어에서 고객이 자신만의 희귀한 상품을 구매하게 하여 충성 고객에게는 충성도를 더욱 높이고, 신규 고객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기회가 된다. 대중들에게는 IP와 관련된 팝업 스토어가 익숙할 텐데, 온라인에서 즐기던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제공받는다는 것은 온라인 고객층의 실체 확인과 동시에 온라인 문화가 과연 음지에 가까운 것인지 양지에 가까운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문화적으로 중요한 통계적 과정이다.
[ 그림 1, 아무팝업 스토어 ]
[ 그림 2, 관련 통계 ]
팝업 스토어의 핵심은 2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는데, 첫째는 팝업 스토어만의 한정품이다. 팝업 스토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한정판은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한정판은 충성 고객의 구매력을 확인함과 동시에 자기 상품의 인지도가 한정판이 완판될 만큼 높다는 홍보가 될 수 있다. 고객으로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상품의 서비스를 재확인하고, 자신이 지지한 만큼의 노력이 한정판으로 보상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정판은 그래서 기존 상품보다 분명히 차별적이어야 한다. 게임이라면 게임 내에서 낄 수 있는 한정판 스킨이 될 것이며, 소설이나 웹툰과 같은 스토리 작품이라면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굿즈가 될 것이다.
둘째는 고객 체험 요소다. 온라인에서 할 수 없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게 꾸며놓은 팝업 스토어는 무엇보다 보기만 해도 시각적으로 즐거워진다. 맥주인 경우에는 시음 행사, 아이돌 굿즈라면 아이돌이 직접 찾아오거나 등신대를 만들어 놓고, 게임이라면 대형 화면으로 화려한 영상을 틀어놓고 코스어와 사진을 찍게 한다. 식품이라면 식품에 맞는 컨셉의 게임이나 고객이 직접 굿즈를 만들게 하는 등 팝업 스토어는 사업자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그 작은 공간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업자들만의 각축장이다. 팝업 스토어의 흥행 여부가 온라인에서의 흥행 또한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팝업 스토어는 신규 상품을 홍보하기보다는 이미 충성 고객이 어느 정도 확보된 후에 충성 고객의 강화 또는 고객층 확장을 위해 진행되어야 한다. 실물이 중요시되는 기존 팝업 스토어와 다르게 소설, 애니메이션, 게임, 웹툰 등의 IP 계열의 팝업 스토어는 그러한 경제적 목적 말고도 새로운 문화적 특징을 가지는데, 바로 개인주의형 문화가 공유 확산되며 공동체 문화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문화를 오프라인에서 공유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괄시받던 온라인 대중문화가 실체를 입고 현실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단 의미를 가진다.
| 온라인 굿즈에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로
웹툰은 온라인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실물 홍보가 중요한 의류, 화장품, 식품과 달리 찾아가야 하는 팝업 스토어보다 배송 상품인 굿즈를 선호한다. 웹툰과 같은 문화의 상품은 실물 문화와 달리 오프라인에서 공유하고 홍보하기에 적합하지는 않으나 개인이 구매하여 소장하기엔 적합하다. 즉, 웹툰은 개인주의에 적합한 문화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팝업 스토어 검색량은 몇 배로 뛰었고 웹툰을 보는 사람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팝업 스토어 자체가 트랜드의 상징이기도 해서 구매력 있는 젊은 세대들의 구매 방향을 알기 위해서 팝업 스토어를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웹툰 또한 팝업 스토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웹툰 팝업 스토어의 핵심은 팝업 스토어를 열 수 있는 수요를 지닌 웹툰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 수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크게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로 웹툰에 대해 타인과 이미 관심사적인 공유가 되어있을 정도로 대중적이어야 한다. 이때 대중적이라는 것은 웹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화되거나 SNS에 널리 퍼져 있다는 의미이다. 매체에 익숙할 정도로 널리 퍼져 있는 IP는 굿즈를 만들 초석이 되지만, 팝업 스토어에 진입하려면 아직 단계가 남아있다. 드라마화될 정도로 대중성이 있더라도 <타인은 지옥이다>나 <지옥>, <스위트홈>처럼 오프라인 판매 굿즈로 만들기 부적합해서는 안 된다. <불멸의 날들>처럼 매니악한 내용의 경우엔 오히려 온라인 굿즈가 더 적합하다. 다음으로 웹툰의 장르가 공유해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일상, 로맨스, 반려동물처럼 작품이 어느 정도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소재를 다뤄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에서 굿즈로 팔 수 있을 만한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개성 있는 캐릭터가 하나라도 있어서 3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진다면 팝업 스토어에서 흥행하기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루는 강쥐>의 일상,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의 아이돌, <유미의 세포들>의 로맨스 등의 소재가 대중적이면서도 분명한 캐릭터들이 있는 웹툰들이다. 그중 <마루는 강쥐> 팝업 스토어는 초유의 인기를 끌며 서울 더 현대와 부산 신세계 백화점 사전 예약과 현장 예약만 수백 팀이 넘어 원하는 인원 중 일부는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였다. <마루는 강쥐>는 위의 대중성, 장르, 캐릭터성 3가지를 모두 갖춘 작품일 뿐만 아니라 그 3가지의 요소 모두 다른 작품보다 탁월하다.
<마루는 강쥐> 팝업 스토어의 핵심은 단연 마루의 캐릭터성이다. 마루의 캐릭터성은 모죠 작가의 첫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이다. 강아지의 특성과 어린아이의 특성이 합쳐져 마루의 성격은 엄청나게 외향적이다. 에너지가 넘치고 예측불허한 어린아이의 특성과 후각이 뛰어나고 음식을 좋아하는 강아지의 특성은 육아와 반려라는 소재를 동시에 잡는다. 외적으로도 강아지와 어린아이를 합쳐놓은 단순한 외형을 통해 다른 인물들보다 직관적으로 인지되는 마루의 특성은 노란색 티와 주황색 바지만 대부분 입는 것으로도 그 귀여움을 뽐낸다. 즉, 누구나 알 수 있는 그 순수하고 단순한 귀여움이 마루의 인기 비결이다. 최우리나 임준호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보모의 역할을 맡고 있기에 이러한 특별함은 없지만, 육아에 있어 당황하는 부분들을 통해 어른들 또한 귀여운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내적이든 외적이든 귀여움으로 점철된 작품은 누구나 오프라인으로 소장하고 싶게 만든다. 그것이 팝업 스토어로 이어진다는 것은 웹툰이 온라인 대중 문화가 아닌 하나의 콘텐츠로써 작동하고 IP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림 3, 불멸의 날들 굿즈, 마루는 강쥐 굿즈, 마루는강쥐 팝업스토어 ]
| 웹툰 IP와 팝업 스토어의 발전 가능성
앞으로 IP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IP를 실물화하는 팝업 스토어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안녕 자두야>, <마루는 강쥐>, <냐한 남자> 등 수많은 웹툰이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모두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최근 <비질란테>를 비롯한 수많은 드라마 또한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수많은 웹소설이 웹툰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웹툰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독자를 대상으로 한 웹툰이 생겨나고 있으며, 네이버 웹툰은 연재 작품 수 1,000개를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보이고 있다. 이를 보면 한국 IP의 중심이 마치 웹툰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양적 성장에 질적 우려를 하는 독자층도 존재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분야에 비해 만화 산업의 수출과 종사자 수가 큰 단위로 뛴 것을 통해 양적 성장을 우선적으로 이룬 후 질적 성장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엔데믹 이후의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웹툰 산업의 정체기라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웹툰 IP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웹툰에 얼마만큼이나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통계적으로 파악 수 없는 것은 만화 쪽에서 오히려 아쉬운 소식일 것이다. 숫자로 잡히지 않은 문화적 인기가 분명히 웹툰을 통해 퍼지고 있다.
오락과 쇼핑이 합쳐진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는 지금도, 앞으로도 트렌드를 따라가는 사람들을 포착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짧은 영상으로 큰 홍보 효과를 누리던 ‘챌린지’의 범위는 음악, 음식, 의류를 넘어서 모든 방면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팝업 스토어에서 캐릭터 등신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인증샷을 올리고 친구와 나누는 콘텐츠 활성에 이바지할 것이다. IP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충성 고객의 행보가 결정된다. 충성 고객을 유치하는 전략은 이미 관계자들이라면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의 인기가 오프라인으로 전환된 지점인 팝업 스토어는 한국 IP의 상징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화만큼 이중적인 시선을 받는 문화는 없다. 미풍양속을 해친다며 만화영화가 법적으로 금지당하던 시절이 40~50년 전이다. 그 이후 문화적으로도 만화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은 계속되고 있다. 만화의 폭력성과 선정성에 대한 질타는 계속되고 있으며 청소년 문화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만화나 게임 탓을 하는 아전인수의 논리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만화 시장이 끝없이 성장하며 세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대중문화가 가진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 중 종사자로서 긍정적 측면만 강조하고 싶지만, 대중문화가 자극적인 면을 지닌 것도 사실이다. 이 이중적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는 만화가 그만큼 다양하고 많기 때문이다. 좋은 만화도 많고 나쁜 만화도 많기에 칭찬할 이유도 많고 비난할 이유도 많다. 즉, 만화는 평가받는 모든 속성을 분명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중적인 시선 속에서도 만화는 꿋꿋이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만화는 앞으로도 더 큰 성장을 통해 누구나 만화를 언급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