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웹툰 ‘로맨스, 판타지’, 어디까지 왔나? 작품을 통해 본 로판 웹툰의 현재
대세의 로맨스 판타지, 2026년 상반기 주요 작품으로 흐름과 변주 몰아보기
사랑은 어디에서나 출몰하지만, 누구나 목격할 수 없다.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로맨스보다, 먼 곳의 로맨스를 목도한다. 2026년, 당신의 가슴을 다시 설레게 하는 로맨스, 2026년 상반기 우리를 찾아온 로맨스 판타지 웹툰을 돌아본다.
다수의 플랫폼에서 5작품을 선정했다. 2026년이라는 시기를 한정하기 위해서 작품은 2025년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연재된 작품으로 한정한다. 사실, 로맨스 장르야말로 서사가 진행되면서 복잡한 관계들이 얽히고설키면서 긴장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오해와 갈등이 쌓이고 풀리면서 서로는 서로를 가장 소중한 존재로 정의해 낸다. ‘설렘’이란 결국 발생한 사건들이 해결되면서 비롯되는 것일 테니까.
로맨스 장르만큼 클리셰가 잘 먹히는 장르는 없다. 독자들은 모두 주인공들이 어떻게든 맺어질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결말은 중요하지 않다. 가까워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가고,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자신의 다짐을 스스로 배반하고 결국은 마음을 주고야 만다. 상대방과 나의 마음이 가는 시기가 맞아서 떨어질 때야 사랑은 시작된다.
최근의 로맨스는 이전까지의 클리셰를 유지하되, 조금씩 변주하는 경향이 드러난다. 현대 로맨스는 여자 주인공이 주체적인 삶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지키는 작품들이 많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 또한 마찬가지다. 계략녀, 사이다물, 계략남과 같은 키워드가 주목받는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 또한 마찬가지로, 여성 주인공의 주체성을 주목하는 작품들이 많다. 주인공들이 변하지만 여전히 변치 않는 점도 있다. 섬세한 작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다.

네이버웹툰 쏘림, <나의 다정에게>
사랑이 가장 풋풋하고 순수할 때는 언제일까? 바로 ‘청춘’물이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너’를 알아가는 과정은 더디고, 가끔은 아득하기도 하지만 소소한 갈등들이 부딪히면서 이뤄지는 ‘너’와 ‘나’의 관계를 정의하는 순정, 학원물은 싱그러운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몸이 약하지만 예쁜 여자 주인공, 양궁을 하는 잘생긴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 옆을 언제나 지키던 조금은 불량스러운 남자 주인공. 설정만으로도 설렘 폭발인 조합이다. 몸이 아파서 입원과 검사를 반복하던 다정이는 1년을 유급하게 되며 삶이 완전히 다른 궤도에 오른다. 학교에 돌아온 후 마주한 진영은 이전과 다른 존재로 다가온다. 나의 주변을 차지하던 사람들의 동심원을 벗어나 또 다른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여정은 두근거리지만, 그만큼이나 두렵다. 특히 처음으로 설렘을 느끼고, 친구가 갑자기 이성으로 보이는 순간들이 청춘의 과정에서는 더없이 혼란스럽다.
이 작품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은 ‘곁’이다. 곁은 중심이 아닌 주변을 의미한다. 결국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것과 동의어다.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다정의 위성처럼 곁을 머무는 수호와 달리 불쑥 안으로 들어간 진영의 관계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따뜻한 다정과, 복잡한 수호, 어지러운 진영이의 삼각관계는 열등감과 질투, 유대감과 위화감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다정이와 진영이 주변까지 모든 것들이 흔들린다. 간질간질하고, 복잡미묘한 모든 감정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소년, 소녀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마음과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어떠한 감정인지 새로운 관계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짐작이 가지 않기에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과정은 더디다.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리디북스, 스르륵코믹스, <안개를 삼킨 나비>
최근 로맨스에서 빠질 수 없는 해시태그는 ‘혐관’이다. 너를 증오하거나, 미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곁에 존재하는 ‘너’와의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지만, 결국에는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로맨스의 주요한 특질인 ‘방해물’이 결국 멈추려는 자신의 마음을 꺾는다는 점에서 더 극적이다.
몰락한 가문을 벗어나기 위해 죽어라 공부만 하는 아카데미 만년 차석 '틸리아'와, 공작가의 차남이자 아카데미 수석이지만 공인된 쓰레기로 불리는 '일렉스'의 관계는 미묘하다. 누구보다 괴로운 삶을 살아가기에 스스로 바꾸려고 하는 소녀와 누구보다도 나태해 보이지만 사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기본적으로 틸리아는 누군가의 호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
잔인한 가정환경으로 사람과 사랑을 믿지 못하는 틸리아는 오직 자기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에만 집중한다. 자신을 사랑해 주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배신당하고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난 후 ‘사랑’이라는 감정에 거부감을 느낀다. 누구보다도 사랑받아야 할 존재는 사랑을 하고, 받는 것에 거리를 둔다. 일렉스 또한 삶이 평탄하지는 않다. 공작가의 혈통이지만, 차남으로 후계자는 아니며 집안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감시당하고 있으며, 그의 미래는 이미 저당 잡혀있다. 하지만 틸리아가 볼 수 있는 모습은 일렉스의 높은 지위와 잘생긴 외모, 결코 자신이 따라잡을 수 없는 능력뿐이다.
따라서 틸리아와 일렉스는 서로의 뒷모습만 바라본다. 일련의 사고로 인해 갑작스레 얽히지만, 오해가 거듭되면서 쉽사리 가까워지지 않는다.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일 것을 틸리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계급과 계층이 명확하게 나뉜 사회, 심지어 여성으로 태어난 틸리아가 택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지닌 지식과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국외행뿐이다. 따라서 일렉스의 호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어긋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이 닿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그들의 감정은 무르익는다. 틸리아는 무사히 온타로아로 향한다. 이번에는 자신이 일렉스를 기다리겠노라 다짐하는 틸리아는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한층 더 성장할 그들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카카오웹툰, 스튜디오 이너스, <너에게 빼앗을 왕관>
당신을 이루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답지는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로판(로맨스판타지)에서는 대부분 ‘복수’를 이야기 한다. 이때 갑자기 등장하는 인물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덤이다. 복수의 부산물처럼 보이는 사랑이야 말로, 결국 또 다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주축이 된다.
메데이아는 남편을 황제로 즉위시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남편 이고르의 철저한 배신과 조국 발디나의 멸망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아이들 또한 남편과 사촌에 의해 죽고 만다. 잔혹한 비극에서 죽음을 맞이한 메데이아는 과거로 회귀하며, 복수를 꿈꾼다.
사실 메데이아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 회귀물에서 보편적으로 불행한 여자 주인공의 전형이다. 집에서 사랑받지 못하며, 외면 받거나, 학대당한다. 자신의 부탁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부모가 사고로 죽고 난 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결혼 후에도 결코 행복하지 못한 아이는 누구에게도 진실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메데이아는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회귀물에서 과연 여성 주인공은 ‘무지’했기 때문에 불행한 결말에 도달하는 것일까 되물을 수 있다. 메데이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에게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고, 이후 부재하는 부모 대신 할머니와 작은아버지의 사랑을 원했다. 남편 또한 마찬가지다. 자라면서 제대로 사랑받지도, 환영받지도 못했던 아이가 성장하면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랑’받는 일 뿐이다. 무지하고 어리석어서 사랑에 빠졌다기보다 오히려 그녀의 유일한 선택지가 어긋난 사랑이었을 뿐이다.
오히려 회귀 이후 사랑에 또다시 빠질 메데이아가 기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을 현혹했던 모든 존재들을 인지하면서 삶의 목표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있기에. 자신이 나가야 할 바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여성의 사랑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사랑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문제인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직 사랑까지 닿지 않았지만, 체자레와 메데이아의 관계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사랑받지 못했던 이들이 어떻게 사랑을 만들어 가게 될까.

카카오페이지, 우주탐사선, <남편이 최애인데 이혼당할 것 같다>
최근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서 빙의물은 ‘악역’, ‘조연’ 혹은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설정이 주를 이룬다. 이는 곧 기존 인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에, 원래의 ‘나’의 능력에 기대게 된다는 것과 동의어다. 한계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결국 자신의 사랑을 얻는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남편이 최애인데 이혼당할 것 같다>는 최악의 악녀로 평가받는 ‘이브게니아’의 몸에 빙의하면서 시작된다. 빙의 이전에도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닌 조연인 유클리드만을 주목한다. 원작의 남자 주인공도, 여자 주인공도 큰 관심이 없다. 빙의 이후 자신의 ‘최애’인 유클리드와의 행복한 미래만을 꿈꾼다.
흥미로운 것은 텍스트로 묘사되었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일들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원작인 <성녀의 위험한 선택>과 완벽하게 다른 선택을 진행하면서 온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이는 곧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고, 행하는 주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야기’는 빙의 후 온전하게 자신의 삶으로 확정된다. 하지만 이브게니아가 책에서처럼 단순한 악녀가 아니며, 스스로 어떤 존재인지 확정할 수 없기에, 상황은 복잡하게 펼쳐진다. 음모와 권력의 탈취, 그리고 사랑의 적까지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질 것 같아서 이브게니아를 밀어내는 소극적인 유클리드와, 유클리드를 차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휘하는 적극적인 이브게니아는 대조를 이루며 사랑에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를 부각한다.

네이버웹툰, 삼태, <포도가 익기 전에>
현대 로맨스에서 주목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는 ‘사내 연애’물이다. 어른들의 연애는 조금 더 복잡하다. 많은 상황들이 중첩되어 있고, 복잡한 현실의 문제들이 불거진다. 쉽게 사랑에 빠지기 어려운 환경에서 ‘사랑을 하다’의 의미를 제고할 수 있다.
<포도가 익기 전에>는 혐관과는 조금 다른 설정이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에 가깝다. 은원이 얽힌 관계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수영의 집에 빚을 지게 된 태은의 아버지는 매달 수영의 집으로 돈을 보낸다. 수영은 아버지를 잃고, 태은은 다른 의미로 아버지를 잃는다. 게다가 죄책감을 강요받는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회사에서 다시 마주친다. 부채감과 오해 속에서 얽힌 두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사랑을 싹틔운다.
사랑이 시작될 때 태은은 죄책감으로 쉽사리 다가서지 못한다. 과거에 갇혀있는 태은을 건져내는 것은 수영이다. 과거는 과거이며,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행동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짚는다. 회피형인 태은과 달리 안정형인 수영이 만났기 때문에 둘의 사랑은 싹틀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시작된 관계와는 달리, 관계는 너무나도 빠르게 끝이 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는 완전한 ‘끝’이 아니라 더 큰 사랑을 위한 일시정지라는 것을.
포도가 익기까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애정을 듬뿍 주는 것만큼, 포도가 스스로 익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강한 햇살과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면 달콤한 포도를 맛볼 수 없다. 어른들의 연애이지만,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쉽사리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사랑이기에 더욱 돋보인다. 수영과 태은이 이별 후 또다시 가까워지는 지금, 또 다른 걸림돌들이 등장하고 있다. 과연 재회 이후, 둘을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하고 ‘같이’ 이겨낼 수 있을까? ‘너’를 위한 사랑이 아닌 ‘우리’를 위한 사랑이 익어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