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활발해진 흥행 영상의 웹툰화, 쌍방향으로 이루어진 지식재산권(IP) 활용과 확장
- <파묘>의 캐릭터와 세계관에 정교하고 섬세한 작화를 더해 오컬트 장르 분위기 살린 <맹종>
- 조직의 수습부터 행동대장까지 차근차근 올라가는 마석도 형사의 밀도 있는 서사, <범죄도시0>
- 명백히 다른 플랫폼과 콘텐츠, 영화와의 연결고리는 유지하되 독자성 갖춰야 생명력이 길어져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법사 봉길(이도현 분)은 언제, 어디서 처음 만났을까?’, ‘마석도 형사(마동석 분)는 어떻게 강력반 형사가 됐을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파묘>, <범죄도시> 시리즈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 같다. 2시간 남짓 상영되는 영화에선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가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 해당 부분은 결국 관객들의 일시적이며 소소한 궁금증 정도로 그친 채, 상상의 영역에만 머물게 된다.
그런데 이젠 이 또한 하나의 스토리로 탄생하고 있다. 영화 밖으로 이야기가 확장되어, 웹툰으로 제작되고 있다. <파묘>(2024)을 원작으로 한 <맹종>은 지난 5월 30일 네이버웹툰에서 공개됐다. 영화가 나온 지 2년 만에 프리퀄 웹툰으로 다시 대중과 만났다. 올해 2월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범죄도시0>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2021~2024)의 주인공 마석도 형사의 과거를 다룬 프리퀄 웹툰이다.
과거에도 이런 시도들은 있었다. 시초는 2013년 <설국열차>의 프리퀄 웹툰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개봉에 맞추어 연재된 작품으로, 윤태호 작가가 참여했다. 하지만 5부작에 불과하고 원작과 다른 점이 많았다. 이에 따라 웹툰 작품 자체로 평가받기보다, 영화 홍보용 콘텐츠로서 관심을 받는 데 그쳤다. 다행히 이후 <반도>(2020)를 원작으로 한 웹툰 <반도 프리퀄 631>(2021), <사바하>(2019)를 원작으로 한 웹툰 <사바하>(2022) 등이 나오며 영화를 원작으로 한 웹툰이 함께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인기 웹툰이 영화, 드라마 등 영상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흥행 영상을 기반으로 웹툰을 제작하는 양상이 이전보다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쌍방향으로 지식재산권(IP) 활용과 확장이 적극 이뤄지면서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최근 나온 <맹종>, <범죄도시0> 두 웹툰을 통해 앞으로의 영화의 웹툰 제작 향방과 지속 가능성을 가늠해 보자.

<맹종>…연결된 세계관에 예상 밖 과거로 차별화
<맹종>은 <올가미>의 해무리 작가가 스토리와 작화를 맡았다.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검수 과정에 참여했다. <파묘>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가져오면서도, 정교하고 섬세한 작화로 오컬트 장르 특유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맹종>은 화림과 봉길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파묘>에서 화림과 봉길이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을 찾아가 함께 팀을 이뤄 다닌 것과 다르다. 화림과 봉길이 과거 고등학생 시절 서로를 알게 되기 전후를 다루며, 두 인물의 서사에만 집중한다.
작품의 제목인 ‘맹종(盲從)’이란 단어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 덮어놓고 따름’, 즉 ‘무조건적 따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믿음이라는 이름 아래 의심이 금지되고, 불안한 징후들이 외면되며 개인의 판단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담았다.
<맹종>은 속도감 있는 전개로 호평을 받고 있다. 1~2화에선 화림이 무당이 된 사연이 짧으면서도 강렬하게 그려진다. 화림의 할머니가 무속인이었으며, 화림은 어린 나이에도 그 피를 이어받아 강력한 신력을 갖고 있다. 그런 화림을 알아본 사악한 뱀신 ‘진’이 화림의 몸에 들어가려 하자, 할머니는 이를 막고 손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일단락된 줄 알았던 그 사건은 화림의 고등학교 진학 이후 다시 이어진다. 2화 후반엔 그 뱀을 담근 뱀술과 함께 법사 봉길이 등장하여 화림과의 연결성을 긴밀하게 보여준다. 주요 캐릭터들의 등장-사건의 발생-캐릭터간의 관계성이 빠르고 간결하게 수면 위로 드러난다.
<파묘>와 <맹종>엔 동일하게 뱀이 등장해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파묘>에선 일본의 요괴인 누레온나(여성의 얼굴에 뱀의 몸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음)가 등장한다. <맹종>에선 정확하게 해당 뱀의 정체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누레온나와 비슷하게 여성의 얼굴을 가진 뱀신이 나온다. <파묘>의 누레온나에 비해 <맹종>에선 더욱 거대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공포를 자아낸다.
영화와의 차별점도 뚜렷하다. 영화에선 두 인물이 젊고 힙한 느낌이 강조되며 MZ세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신력을 가진 이들의 고뇌와 고충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맹종>에선 어린 나이에 이미 귀신을 보게 되면서 무속인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 운명의 굴레가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를 엿볼 수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만 해도 화림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여기 귀신 있어?”라고 반복적으로 묻기도 한다. 봉길 역시 귀신들이 몸에 드나드는 신주가 되어, 많은 고통을 겪는 것으로 그려진다.
<맹종>에서 화림과 봉길은 상대가 귀신을 볼 줄 안다는 사실을 눈치 챈다. 그러나 말없이 서로 피하며,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파묘>에서 화림과 봉길이 같이 다니며 일종의 사제 관계이자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독자들은 영화와는 다른 과거 모습에 더욱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즉 <맹종>은 <파묘>와 연결된 세계관을 갖고 있지만, 프리퀄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영화와의 차별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범죄도시0>…캐릭터 힘은 그대로, 서사의 밀도는 ↑
<범죄도시0>은 박태준 작가가 스토리를, 정종택 작가가 작화를 담당했다. 영화의 기획자이자 주연인 마동석 배우는 기획과 제작에 함께 참여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웹툰 역시 마석도 형사가 가진 캐릭터의 힘 자체로 전개된다. 마 형사가 처음 형사가 됐을 땐 어떤 모습이었을지 보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 형사는 강력반 형사를 꿈꾸며 경찰이 됐다. 하지만 ‘강력한 사고’들의 연속되며,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교통경찰로 활동한다. 그러다 강력반 형사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조직에 잠입 수사를 하길 권유 받는다. 큰 조직에 잠입 수사를 하는 설정, 형사로서의 비밀이 탄로 날 위기에 처했다가 극복하는 설정 등 형사물의 클리셰가 반복되는 측면이 강하긴 하다. 하지만 마 형사가 조직의 수습대원부터 행동대장까지 단계를 밟으며 차근차근 올라가는 과정이 담겨, 영화보다 더욱 밀도 있게 전개된다.
영화 <범죄도시>엔 시리즈마다 개별적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에 비해 <범죄도시0>는 마치 여러 시리즈를 한 작품에 담은 것처럼, 연이어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물론 메인 빌런은 조태섭 한 명이지만, 그에게로 다가가기까지 여러 캐릭터들과 대결을 펼친다. 특히 악랄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행동대장들이 등장하고, 이들을 차례로 한 명씩 제압하는 마 형사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마 형사에겐 여러 미션들이 주어진다. 일종의 게임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며, 조태섭과의 대결이라는 최종 미션을 향해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빌런 캐릭터가 많아진 만큼 마약, VIP룸 운영 등 소재가 되는 범죄의 종류도 다채롭다.

영화의 여백을 채우는 웹툰…독자적 매력도 갖춰야
이처럼 <맹종>과 <범죄도시0> 두 웹툰은 단지 영화의 부가 상품, 파생 상품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형성했다면, 웹툰은 영화가 채우지 못한 여백을 메우며 세계관을 확장하고 완성한다. 웹툰으로 새로운 영화 제작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첫 영화가 흥행했다는 이유로, 새로운 시즌을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흥행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먼저 웹툰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반응을 살펴보며 영화 제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영화-웹툰-영화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한국 영화의 흥행을 가늠하기 어렵고 리스크를 감당하기 힘든 시대엔, 이 같은 IP 확장 시스템이 더욱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일반 웹툰과 달리, 영화 속 실사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배우들의 얼굴과 이미지가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웹툰을 보면서도 영화 속 이미지를 오버랩해서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음성 지원되는 것 같다” 등 영화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댓글들은 이를 잘 보여준다.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을 쉽게 할 수 있고, 몰입도도 빠르게 높아진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캐릭터와 배경 등 주요 설정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독자의 작품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과감한 생략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작품 전개 속도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웹툰의 근본적인 특성인 ‘무한 상상’은 어렵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그림 속 인물을 실사화하면 어떤 모습일지, 어떤 배우가 캐릭터와 가장 비슷하고 잘 어울릴지 상상하는 행위가 차단된다. 웹툰 팬덤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는 요인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물론 웹툰에서 새로운 주변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들의 실사화 이미지 정도는 떠올려 볼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이 차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상상은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웹툰 캐릭터가 원작 배우의 그림자에 머무는 데 그칠 수도 있다. 캐릭터의 특성은 이어가더라도, 명백히 다른 플랫폼과 콘텐츠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해 새로운 감각과 서사를 부여해야 한다.
<파묘>,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1000만 관객을 동원할 만큼 파급력 있는 작품이 웹툰으로 만들어질 땐 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미 원작의 내용을 상세히 알고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원작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면, 지속적인 반응을 끌어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영화 속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는 설정이 있으면 독자 이탈도 대거 일어날 수 있다. 애초에 웹툰을 즐겨보는 독자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범위의 대중이 웹툰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영화와의 차별점과 공통점이 동시에 명확하게 드러나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웹툰이 독립적인 콘텐츠 자체로서도 충분한 매력을 갖춰야만 한다. 영화 팬덤이 영화원작의 웹툰으로 유입되기도 하지만, 웹툰엔 웹툰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들어오는 팬들이 많다. 웹툰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영화의 복제품이나 마케팅 콘텐츠 수준에 그친다면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영화와의 연결고리는 유지하더라도, 독자성 또한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생명력이 길어질 수 있다.
분명한 건 오늘날 영화의 웹툰 제작은 새로워진 웹툰의 위상을 보여준다. 더 이상 인기 웹툰으로 등극해 영상화를 기다리는 위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역으로 영상이 웹툰 시장의 문을 적극 두드리며 IP를 확장하는 주요 기회로 삼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그래서 다시 만나 반갑고, 더 새로워서 즐거운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