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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to Webtoon, 다시 만나 더 새로운 세계, <맹종>과 <범죄도시0>

쌍방향으로 지식재산권(IP) 활용과 확장이 적극 이뤄지면서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최근 나온 <맹종>, <범죄도시0> 두 웹툰을 통해 앞으로의 영화의 웹툰 제작 향방과 지속 가능성을 가늠해 보자.

2026-07-31 김희경

- 최근 활발해진 흥행 영상의 웹툰화, 쌍방향으로 이루어진 지식재산권(IP) 활용과 확장 

- <파묘>의 캐릭터와 세계관에 정교하고 섬세한 작화를 더해 오컬트 장르 분위기 살린 <맹종>

- 조직의 수습부터 행동대장까지 차근차근 올라가는 마석도 형사의 밀도 있는 서사, <범죄도시0>  

- 명백히 다른 플랫폼과 콘텐츠, 영화와의 연결고리는 유지하되 독자성 갖춰야 생명력이 길어져 


Film to Webtoon, 다시 만나 더 새로운 세계.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법사 봉길(이도현 분)은 언제, 어디서 처음 만났을까?’, ‘마석도 형사(마동석 분)는 어떻게 강력반 형사가 됐을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파묘>, <범죄도시> 시리즈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 같다. 2시간 남짓 상영되는 영화에선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가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 해당 부분은 결국 관객들의 일시적이며 소소한 궁금증 정도로 그친 채, 상상의 영역에만 머물게 된다.

그런데 이젠 이 또한 하나의 스토리로 탄생하고 있다. 영화 밖으로 이야기가 확장되어, 웹툰으로 제작되고 있다. <파묘>(2024)을 원작으로 한 <맹종>은 지난 5월 30일 네이버웹툰에서 공개됐다. 영화가 나온 지 2년 만에 프리퀄 웹툰으로 다시 대중과 만났다. 올해 2월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범죄도시0>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2021~2024)의 주인공 마석도 형사의 과거를 다룬 프리퀄 웹툰이다. 

과거에도 이런 시도들은 있었다. 시초는 2013년 <설국열차>의 프리퀄 웹툰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개봉에 맞추어 연재된 작품으로, 윤태호 작가가 참여했다. 하지만 5부작에 불과하고 원작과 다른 점이 많았다. 이에 따라 웹툰 작품 자체로 평가받기보다, 영화 홍보용 콘텐츠로서 관심을 받는 데 그쳤다. 다행히 이후 <반도>(2020)를 원작으로 한 웹툰 <반도 프리퀄 631>(2021), <사바하>(2019)를 원작으로 한 웹툰 <사바하>(2022) 등이 나오며 영화를 원작으로 한 웹툰이 함께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인기 웹툰이 영화, 드라마 등 영상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흥행 영상을 기반으로 웹툰을 제작하는 양상이 이전보다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쌍방향으로 지식재산권(IP) 활용과 확장이 적극 이뤄지면서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최근 나온 <맹종>, <범죄도시0> 두 웹툰을 통해 앞으로의 영화의 웹툰 제작 향방과 지속 가능성을 가늠해 보자. 


Film to Webtoon, 다시 만나 더 새로운 세계.


 <맹종>…연결된 세계관에 예상 밖 과거로 차별화 


<맹종>은 <올가미>의 해무리 작가가 스토리와 작화를 맡았다.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검수 과정에 참여했다. <파묘>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가져오면서도, 정교하고 섬세한 작화로 오컬트 장르 특유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맹종>은 화림과 봉길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파묘>에서 화림과 봉길이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을 찾아가 함께 팀을 이뤄 다닌 것과 다르다. 화림과 봉길이 과거 고등학생 시절 서로를 알게 되기 전후를 다루며, 두 인물의 서사에만 집중한다. 

작품의 제목인 ‘맹종(盲從)’이란 단어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 덮어놓고 따름’, 즉 ‘무조건적 따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믿음이라는 이름 아래 의심이 금지되고, 불안한 징후들이 외면되며 개인의 판단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담았다. 

<맹종>은 속도감 있는 전개로 호평을 받고 있다. 1~2화에선 화림이 무당이 된 사연이 짧으면서도 강렬하게 그려진다. 화림의 할머니가 무속인이었으며, 화림은 어린 나이에도 그 피를 이어받아 강력한 신력을 갖고 있다. 그런 화림을 알아본 사악한 뱀신 ‘진’이 화림의 몸에 들어가려 하자, 할머니는 이를 막고 손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일단락된 줄 알았던 그 사건은 화림의 고등학교 진학 이후 다시 이어진다. 2화 후반엔 그 뱀을 담근 뱀술과 함께 법사 봉길이 등장하여 화림과의 연결성을 긴밀하게 보여준다. 주요 캐릭터들의 등장-사건의 발생-캐릭터간의 관계성이 빠르고 간결하게 수면 위로 드러난다. 

<파묘>와 <맹종>엔 동일하게 뱀이 등장해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파묘>에선 일본의 요괴인 누레온나(여성의 얼굴에 뱀의 몸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음)가 등장한다. <맹종>에선 정확하게 해당 뱀의 정체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누레온나와 비슷하게 여성의 얼굴을 가진 뱀신이 나온다. <파묘>의 누레온나에 비해 <맹종>에선 더욱 거대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공포를 자아낸다. 

영화와의 차별점도 뚜렷하다. 영화에선 두 인물이 젊고 힙한 느낌이 강조되며 MZ세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신력을 가진 이들의 고뇌와 고충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맹종>에선 어린 나이에 이미 귀신을 보게 되면서 무속인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 운명의 굴레가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를 엿볼 수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만 해도 화림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여기 귀신 있어?”라고 반복적으로 묻기도 한다. 봉길 역시 귀신들이 몸에 드나드는 신주가 되어, 많은 고통을 겪는 것으로 그려진다. 

<맹종>에서 화림과 봉길은 상대가 귀신을 볼 줄 안다는 사실을 눈치 챈다. 그러나 말없이 서로 피하며,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파묘>에서 화림과 봉길이 같이 다니며 일종의 사제 관계이자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독자들은 영화와는 다른 과거 모습에 더욱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즉 <맹종>은 <파묘>와 연결된 세계관을 갖고 있지만, 프리퀄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영화와의 차별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Film to Webtoon, 다시 만나 더 새로운 세계.


<범죄도시0>…캐릭터 힘은 그대로, 서사의 밀도는 ↑  


 <범죄도시0>은 박태준 작가가 스토리를, 정종택 작가가 작화를 담당했다. 영화의 기획자이자 주연인 마동석 배우는 기획과 제작에 함께 참여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웹툰 역시 마석도 형사가 가진 캐릭터의 힘 자체로 전개된다. 마 형사가 처음 형사가 됐을 땐 어떤 모습이었을지 보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 형사는 강력반 형사를 꿈꾸며 경찰이 됐다. 하지만 ‘강력한 사고’들의 연속되며,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교통경찰로 활동한다. 그러다 강력반 형사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조직에 잠입 수사를 하길 권유 받는다. 큰 조직에 잠입 수사를 하는 설정, 형사로서의 비밀이 탄로 날 위기에 처했다가 극복하는 설정 등 형사물의 클리셰가 반복되는 측면이 강하긴 하다. 하지만 마 형사가 조직의 수습대원부터 행동대장까지 단계를 밟으며 차근차근 올라가는 과정이 담겨, 영화보다 더욱 밀도 있게 전개된다. 

영화 <범죄도시>엔 시리즈마다 개별적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에 비해 <범죄도시0>는 마치 여러 시리즈를 한 작품에 담은 것처럼, 연이어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물론 메인 빌런은 조태섭 한 명이지만, 그에게로 다가가기까지 여러 캐릭터들과 대결을 펼친다. 특히 악랄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행동대장들이 등장하고, 이들을 차례로 한 명씩 제압하는 마 형사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마 형사에겐 여러 미션들이 주어진다. 일종의 게임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며, 조태섭과의 대결이라는 최종 미션을 향해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빌런 캐릭터가 많아진 만큼 마약, VIP룸 운영 등 소재가 되는 범죄의 종류도 다채롭다.  


Film to Webtoon, 다시 만나 더 새로운 세계.


영화의 여백을 채우는 웹툰…독자적 매력도 갖춰야


이처럼 <맹종>과 <범죄도시0> 두 웹툰은 단지 영화의 부가 상품, 파생 상품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형성했다면, 웹툰은 영화가 채우지 못한 여백을 메우며 세계관을 확장하고 완성한다. 웹툰으로 새로운 영화 제작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첫 영화가 흥행했다는 이유로, 새로운 시즌을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흥행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먼저 웹툰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반응을 살펴보며 영화 제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영화-웹툰-영화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한국 영화의 흥행을 가늠하기 어렵고 리스크를 감당하기 힘든 시대엔, 이 같은 IP 확장 시스템이 더욱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일반 웹툰과 달리, 영화 속 실사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배우들의 얼굴과 이미지가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웹툰을 보면서도 영화 속 이미지를 오버랩해서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음성 지원되는 것 같다” 등 영화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댓글들은 이를 잘 보여준다.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을 쉽게 할 수 있고, 몰입도도 빠르게 높아진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캐릭터와 배경 등 주요 설정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독자의 작품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과감한 생략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작품 전개 속도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웹툰의 근본적인 특성인 ‘무한 상상’은 어렵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그림 속 인물을 실사화하면 어떤 모습일지, 어떤 배우가 캐릭터와 가장 비슷하고 잘 어울릴지 상상하는 행위가 차단된다. 웹툰 팬덤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는 요인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물론 웹툰에서 새로운 주변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들의 실사화 이미지 정도는 떠올려 볼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이 차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상상은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웹툰 캐릭터가 원작 배우의 그림자에 머무는 데 그칠 수도 있다. 캐릭터의 특성은 이어가더라도, 명백히 다른 플랫폼과 콘텐츠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해 새로운 감각과 서사를 부여해야 한다. 

<파묘>,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1000만 관객을 동원할 만큼 파급력 있는 작품이 웹툰으로 만들어질 땐 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미 원작의 내용을 상세히 알고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원작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면, 지속적인 반응을 끌어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영화 속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는 설정이 있으면 독자 이탈도 대거 일어날 수 있다. 애초에 웹툰을 즐겨보는 독자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범위의 대중이 웹툰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영화와의 차별점과 공통점이 동시에 명확하게 드러나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웹툰이 독립적인 콘텐츠 자체로서도 충분한 매력을 갖춰야만 한다. 영화 팬덤이 영화원작의 웹툰으로 유입되기도 하지만, 웹툰엔 웹툰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들어오는 팬들이 많다. 웹툰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영화의 복제품이나 마케팅 콘텐츠 수준에 그친다면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영화와의 연결고리는 유지하더라도, 독자성 또한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생명력이 길어질 수 있다. 

분명한 건 오늘날 영화의 웹툰 제작은 새로워진 웹툰의 위상을 보여준다. 더 이상 인기 웹툰으로 등극해 영상화를 기다리는 위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역으로 영상이 웹툰 시장의 문을 적극 두드리며 IP를 확장하는 주요 기회로 삼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그래서 다시 만나 반갑고, 더 새로워서 즐거운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필진이미지

김희경

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며, 만화평론가이자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최 <2020 만화·웹툰 평론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