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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백무현을 다시 기다리며 - 시사만화가 백무현 1주기 추모전을 다녀와서

2015년 9월 11일 대학로 어느 허름한 주점에서 그와 막걸리 술잔을 기울였다. 당시 그는 그해 여름에 <만화 노무현> 1권을 출간하고 2권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그 이듬해 그는 시사만화가가 아닌, 정치인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하지만 세상 민심은 그에게 냉정했고, 그는 국회위원 선거에서 기존 정치권에 무참한 패배를 경험했고, 선거 중에 발견된 위암으로 2016년 8월 15일 53년 동안의 이승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떠났다.

2017-08-30 박세현


시사만화가 백무현 1주기 추모전을 다녀와서
△ 故 백무현 1주기 추모전 <청년 백무현>

2015년 9월 11일 대학로 어느 허름한 주점에서 그와 막걸리 술잔을 기울였다. 당시 그는 그해 여름에 <만화 노무현> 1권을 출간하고 2권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그 이듬해 그는 시사만화가가 아닌, 정치인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하지만 세상 민심은 그에게 냉정했고, 그는 국회위원 선거에서 기존 정치권에 무참한 패배를 경험했고, 선거 중에 발견된 위암으로 2016년 8월 15일 53년 동안의 이승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떠났다.
결국 나는 대학로 주점에서 나눈 막걸리 한 잔이 마지막 그와의 만남이 돼버렸다. 병상에 있을 때 병문안을 가려고 했지만 겨우 그와 나눈 한 통의 전화로 대신해야만 했다. 전화로 나눈 그와의 통화에서 목소리가 밝아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인명은 제천이겠거니 하는 어설픈 위로만 뒤로 한 채, 그의 부고를 들어야만 했다.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그날, 그는 구속과 속박의 인연들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그는 청년 백무현으로 다시 우리들과 만나게 되었다. 2017년 8월 29일 대학로 상명아트홀 갤러리에서 故 백무현 시사만화가의 1주기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청년 백무현> 전시회가 열렸다. 행사는 상명대학교 만화학과 대학원 동문회 차원에서 열렸으며, 상명대학교 만화학과 손기환 교수가 추모전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이 행사에는 이희재, 박순찬, 박시백 등 만화가들이 참석해서 백무현 작가의 추모를 기렸으며, 백무현 작가의 가족과 생전의 친구들도 참석해서 1주기 의미를 되새겼다.

추모전시회는 3개의 파트를 구성되었다.

△  <청년, 대통령을 그리다> : 故 백무현이 그린 대통령 만화들

먼저, 파트 1 <청년, 대통령을 그리다>는 “대통령의 생애를 담아내는 것은 너무나 넓고 거대했으며 벅찬 일이다. 그들의 가치와 정신만큼은 빠트리지 않고 담아내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한국 근현대사에서 재조명해야 할 대통령을 만화로 그린 작품을 전시되었다. <만화 박정희> <만화 전두환> <만화 김대중> <만화 노무현> <만화 문재인>의 작품과 만화책을 전시했다. 최근 이들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그만큼 백무현 작가는 한국현대사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야 가야 할 산을 이들 대통령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만화 박정희>에서 백무현은 “박정희의 삶만큼 만화적인 건 없다. 집권 기간 동안의 영상을 떠올려보면 그 이미지는 정말 만화다. 그 만화 같은 박정희의 허상을 만화로 벗겨내는 것은 짜릿했다.”라고 표현했다.
<만화 전두환>에서 그는 “우리 주변엔 아직도 전두환이 산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1980년 광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전두환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전두환에 관한 것입니다. 5공에 부역하고 부를 축적한 지식인들이 전두환이고, 경쟁하듯 전두환을 찬양한 언론과 언론인이도 또 다른 전두환입니다. 오늘날 부정한 방법으로 온갖 투기를 일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우리 시대의 전두환입니다.”

△ 故 백무현 작가의 생전 사진

△  정치인 백무현으로 더불어민주당 여수(을) 국회의원 후보로 활동할 때 입던 옷

△  <청년, 세상을 그리다> : 故 백무현의 시사만화들


파트 2 <청년, 세상을 그리다>는 1988년 <평화신문>를 시작으로 <한겨레신문>, <대학신문>, <광주매일신문>, <미디어오늘>에 이어 2012년 <서울신문>에서 발표했던 시사만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격정의 시대 1980년부터 2012년까지 굴곡 많은 현실 사회에 대한 촌철살인 같은 시사만화들이다. 원화에서 느껴지는 펜 선은 때로는 거침없이 강하게 때로는 애절하면서 유하게 다가오지만, 여전히 매의 눈과 같은 백무현 작가의 손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평화신문>에 ‘화평거사’로 연재했던 네 컷 만화는 네 컷이 보여주는 기승전, 그리고 반전의 묘미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후 <서울신문>부터 연재한 시사만평은 한 컷에서 불운한 시대에 대한 냉철하면서 칼날 같은 시사만화가의 숙명을 읽어낼 수 있다. 학살의 가해자에게는 무참한 적폐청산 요구를, 수구 기득권 언론에게 시달리는 대통령에게는 안타까움을, 야소국의 대통령에게는 용기를, 짝퉁 예수가 판치는 세상에는 경종을...

△  <청년, 운명을 그리다> : 만화계 선후배들이 그린 백무현

파트 3은 <청년, 운명을 그리다>는 백무현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만화계 선후배 작가들이 그를 추모하는 마음에서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바쁜 와중에도 소중한 작품을 그려주신 분들은 고경일(상명대학교 만화학과 교수), 권범철(한겨레신문 시사만화가), 박순찬(경향신문 시사만화가), 백무현 작가의 딸 백승영, 이영우 카투니스트, 이해광(상명대학교 만화학과 교수), 만화가 이희재, 장진영(상명대학교 만화화과 교수) 등이다.

9월 2일까지 전시된 故 백무현 1주기 추모전 <청년, 백무현>은 53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행동하는 시사만화가 백무현의 족적을 미흡하나마 기리고자 마련된 것이다. 세상은 변했다고 한다. 세상이 많이 살 만해졌다고 한다. 세상은 많이 민주화되었다고 한다. 과연, 이 세상이 변했는가?, 과연 세상이 많이 살 만해졌는가?, 과연 세상은 민주적인가? 여전히 이 물음을 꼬리에 꼬리를 문 채 지구는 돌아가고만 있다. 결국 변한 건 우리 자신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  故 백무현의 생전 모습
백무현 선생이 생전에 했던 말을 한 마디 전하면서 가름한다.

“나의 만화는 창 역할을 한다. 그동안 오른쪽 창이 많았다면, 이제는 왼쪽 창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
필진이미지

박세현

만화평론가
팬덤북스 대표,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前 만화문화연구소엇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