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들어서면서 만화의 도시, 앙굴렘의 분위기가 평소보다 더 분주해졌다. 연말과 크리스마스가 있는 시기적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에 더불어 1월에 열리는 45회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Festival International de la Bande dessinee d\'Angouleme)의 준비로 만화축제 주최, 운영 기관인 ‘9의 예술 플러스 (9eme Art+)\', 앙굴렘시와 국제만화이미지센터 (La cite internationale de la bande dessinee et l\'image), 만화 관련 학교들, 출판/애니메이션 관련 기관과 기업들이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앙굴렘 만화 축제 공식 사이트가 새롭게 단장을 했다. 축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재단장 소식에 맞춰 사이트를 방문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축제의 공식 프로그램(전시, 대담, 이벤트 등)이 확정되어 공개되기 때문이고, 앙굴렘 축제에서 수여하는 다양한 부문의 상에 어느 작가들과 작품들이 후보로 선정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 1. 2018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FIBD)의 공식 포스터 - 작년 그랑프리 수상자 코제(Cosey)의 작품.
△ 2. 올해의 전시 프로그램 (계획된 모든 전시가 사이트에 다 선보여진 것은 아직 아니다)
2018년 1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의 공식 프로그램에는 일본 만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다.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작년 앙굴렘 그랑프리 수상자, 코제(Cosey)의 전시를 제외하면, 그 다음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전시는 <망가의 신, 오사무 데즈카 (전시 장소 : 앙굴렘 박물관)>와 <우라사와 나오키의 예술 (에스파스 프랑깽)>이다. 두 전시 모두, 일본의 유명 작가와 작품을 다루고 있다. 2016년 앙굴렘 축제에서는 그 전 해의 그랑프리 수상자, 오토모 가츠히로의 전시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원본 작품을 일본으로부터 공수하여 전시하는 부분에 어려움을 겪어 몇몇 유럽 작가들이 오토모 가츠히로에게 헌정하는 이미지들만을 전시하는 상황이 생겼다. 작품 국외 반출에 깐깐한 일본 작가, 출판사들을 상대로 앙굴렘 축제 위원회에서 이번 전시들을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였고, 두 작가의 원본 전시가 확정, 준비되고 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원화 전시는 앙굴렘 축제 이후, 파리에서 3월에 한 번 더 열릴 예정이다.
△ 3. <2017년 그랑프리 수상자, 코제>
△ 4. <망가의 신, 오사무 데즈카>
△ 5. <우라사와 나오키의 예술>
그랑프리 수상자의 전시와 두 일본 만화의 원화 전시 이외에도, 주르날 땡땡 (Journal Tintin)에 40년간 연재되었던 <알릭스(Alix)>의 전시가 계획되어 있다. 작품 연재 시작으로부터 햇수로 곧 70주년을 맞게 되는데 그것을 기념하는 전시, <알릭스, 자크 마땅 (Jaques Martin)의 예술 (앙굴렘 만화박물관)>이다.
르네 고시니(Rene Goscinny)상을 수상한, 엠마뉴엘 기베르(Emmanuel Guibert)를 소개하는 <엠마뉴엘 기베르, 글 같은 그림 (뫼비우스의 배)> 전시도 계획되어 있다, 작년부터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주관하여 시상하고 있는 르네 고시니 상은, 좋은 만화 시나리오를 창작한 작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항상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루고, 다양한 만화 작가들(혹은 작화가)과 협업하며, 폭넓은 연령층의 독자를 가지고 있는 엠마뉴엘 기베르는 깊이 있는 작품들의 시나리오를 창작하고 있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단어들와 이미지들이 어떻게 모여 작품을 만들어내는지, 그의 작품 세계를 주목하고 있다.
△ 6. <엠마뉴엘 기베르, 글 같은 그림>
젊은이들의 구역(Quartier jeunesse, 만화/이미지 관련 학생들이 참여하는 공간)에서는 동화 이야기) (마젤리스 공간)>가 전시된다. 연재를 시작한지 10여년이 된 은 히로 마시마의 소년 망가 장르로, 프랑스에 아시아 만화를 전문적으로 출판하고 있는 피카 에디션(Pika Edition)의 소개로 전시될 예정이다.
<질 호시에, 땅을 건너야만 한다 (Gilles Rochier, faut tenir le terrain) (에스파스 프랑깽)>전시에서는 자전적 이야기에 픽션을 가미한 질 호시에(Gille Rochier)의 작품이 전시된다. 1996년, 동인지에 연재되었던 그의 첫 작품부터 시작하여 최근 작품인 <작은 왕관 (La petite couronne)>과 <우리가 무슨 얘기하는지 알지... (Tu sais ce qu\'on raconte)>의 오리지널 원고를 모두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일본 만화와 프랑스 만화 이외의 전시로는 <소니 리유 (Sonny Lieuw), 싱가폴의 천재 (앙굴렘 극장)>와 <카사노바의 발자국 위의 베니스 (앙굴렘 박물관)>가 기획되어 있다. 아직 유럽에는 소개가 잘 되지 않았지만 10여 년 전부터 미국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싱가폴 작가, 소니 리유의 다양한 작품과 풍부한 그래픽 스타일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카사노바의 발자국 위의 베니스> 전시는 이탈리아 작가들, 주로 귀아르디(Guardi)와 카날레토(Canalette)의 데셍과 회화가 전시될 예정이다.
△ 7. <소니 리유, 싱가폴의 천재>
△ 8. <카사노바의 발자국 위의 베니스>
앙굴렘 종이 박물관에서는 앙굴렘 유럽 이미지 상급학교 (EESI)와 청강문화산업대학 사이의 한불 교류 워크샵의 결과물을 전시하는 <경계 너머로 (Sans Frontiere)> 전시가 계획되어 있다. 한국과 프랑스의 학생들이자 젊은 작가들이 서로의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다양한 시선들을 같은 자리에서 함께 선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9. <경계 너머로>
그 외에도 블로그를 통해 유머러스한 작품을 선보이는 여성 작가, 마리옹 몽텐느(Marion Montaigne)의 전시, <갑자기 딴소리 (알파 도서관)>와 <티튜프 (Titeuf)에 의한 세계 (앙굴렘 시청 광장)> 등의 전시가 선보인다.
다양한 전시 외에도, 많은 관심을 모은 부분은 수상자 후보 리스트였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주관하는 상의 수상자들은 축제 기간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후보로 오른 작품들과 작가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작년까지 앙굴렘 페스티벌에게 쏟아진 비난과 질책을 수렴한 듯 한 모양새이다. 지난 페스티벌에서는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한 작품들과 남자 만화가들만이 수상자 후보군에 즐비하여 ‘앙굴맨’ 페스티벌이라 불리는 수모와 비판, 수상자 선정에 대한 설명과 요구가 빗발쳤었다. 이번 페스티벌의 수상자와 수상작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으나, 후보 리스트를 살펴볼 때 여성 작가들과 소규모 출판사의 책들이 간간히 목록에 올라 만화의 다양성을 위한 긍정적 변화가 감지되었다.
1월 말, 조만간 열릴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