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이미 만화라는 단어를 꺼내면 바로 웹툰을 연상시킬 정도로, 당연히 만화라는 콘텐츠가 가지는 대표 이미지는 디지털로 만들어지고 디지털로 유통되어 스마트 폰과 컴퓨터 모니터로 엔드유저가 열람하는 방식이다. 긴 직사각형의 스마트 폰 액정 사이즈를 전제로 한 연출로 만들어지고 컬러가 들어간 만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른바 만화왕국이라 불리는 일본 만화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아직도 펜과 먹, 스크린 톤을 활용한 수작업 원고를 고수하는 작가분들이 상당수 있다. 잡지 만화는 이전과 비교하여 엄청난 발행부수 하락에 직면하고 있지만, 주간 소년점프週刊少年ジャンプ와 같은 잡지는 175만부의 주간 발행부수를 자랑한다. 일본에서 만화는 아직도 여전히 [종이책]을 전제로 한다. 각 출판사가 매출을 올리는 중요한 수단은 종이 단행본이다.
그렇지만, 변화의 폭은 또 가파르고 높다.
작년 일본 출판과학 연구소는 2017년에 이미 전자 만화가 올리는 추정 매출액이 단행본 판매 금액을 추월했다고 발표했다. 종이만화가 전년 대비 14.4%가 줄어든 1666억엔이었던데 반하여, 전자 만화는 17.2%가 늘어난 1711억엔 규모에 도달했다.
△ 잡지는 계속해서 가파르게 판매부수가 감소하는 중이다.
일본만화 업계가 잡지 판매부수의 하락으로 인한 메인 시스템의 변동을 감지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1990년대 중반, 주간 소년점프가 주간 650만부 발행을 부수를 기록하고, 여타 잡지들도 각각 300만부를 넘는 막대한 부수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곧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했다.
△ 일본의 단행본 판매수치와 잡지 판매수치 그래프. 살색 선이 잡지부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 이다
2000년대 초반이 되면 위기의식이 일본 각 출판사에서 고조된다.
이때 일본 출판만화에 위기가 닥친 것에 대해서 출판사들이 내놓은 원인은 여러가지 였다. 사회변화로 인해서 출산율이 줄어드는 소자화에 의한 저연령 독자인구의 감소, 사회 분화에 의한 만화장르의 다양화 등등등. 하지만 모든 분석주체가 일치하는 결론은 하나였다. 그것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한 정보가치 변화다. 예를들어 일본에서는 사진잡지나 스포츠 신문등의 가벼운 읽을거리가 많이 팔렸다. 다들 출근길에 이걸 사서 읽고, 여기서 등장하는 여러가지 가쉽이나 정보들을 매개체로 타인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휴대폰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2000년대 들어서 컬러 액정 보급, FOMA서비스 개시 등으로 대용량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지면서 잡지들을 사서 읽어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이런 정보 매개물들은 너무 손쉽게 무료로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결과는 사진 잡지들의 무더기 폐간과 이들 주간잡지등 가벼운 읽을거리를 주된 판매상품으로 삼던 소규모 서점들의 무더기 폐업이었다. 만화잡지도 이런 정보가치 변화에서 크게 자유롭지 않았던 셈이다. 다만, 이미 많이 싼 가격과 아직 작았던 폴더폰 휴대폰 액정으로 열람하기에는 불편함이 남아있어서 감소폭이 완만했을 뿐이다.
이런 변화에 맞추어서 각 잡지사들이 먼저 시도한 것은, 기존 비지니스 모델 - 즉, 잡지를 통해서 만화 콘텐츠 IP를 개발하고 단행본의 판매를 통해서 이익을 내는 시스템을 변형시킨 것이었다. 즉 인터넷으로 만화를 열람하는 인터넷 잡지의 도입이다.
△ 스퀘어 에닉스의 인터넷 만화 잡지- 간간 온라인
이 모델은 여러 출판사가 도입을 한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돈이 들어가는 물리적인 종이 잡지를 없애고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인터넷 잡지만 유지하는게 합리적인 선택지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디지털에 대응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일본의 인터넷 환경이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NTT가 독점하는 구조로 인터넷 광케이블이 보급 되었고 요금이 비쌌다. 따라서 일본의 인터넷은 PC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을 뛰어넘어 휴대폰 인터넷이 더욱 광범위하고 빠르게 보급이 된다.
이러한 특성상 PC인터넷 사이트를 기반으로 서비스 되는 인터넷 만화잡지는 최적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웠고 이는 생각보다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것이다.
일본 디지털 만화의 본격적인 보급은 이런 대용량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휴대폰 단말을 기반으로 시작된다.
2000년 대 초반에는 만화 원고를 1컷 씩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작은 휴대폰 액정에 투영시키는 방식이 유행했다. 업계는 북서핑 등으로 휴대폰 단말에서 가동되는 뷰어 체계를 통합시키고 적극적으로 이에 대응한다.
이 방식은 일본 디지털 만화 배급에 초석을 제공한다.
또 한가지는, 휴대폰 만화독서가 새로운 독자층을 개발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젊은 여성층이 주독자가 되는 BL, 그리고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TL등의 장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