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터넷으로 연재되던 소설을 스마트폰으로 감상하고 모바일 환경에 맞춘 변화가 수반되면서 웹소설이 탄생되었다. ‘웹소설’이란 명칭은 2013년 1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네이버 웹소설’이라는 명칭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대중화되었다고 보고 있다.1) 웹소설은 모바일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차세대 스낵컬처로 부상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네이버 웹소설은 2019년 3월 기준 전년 동기간 대비 30.4%의 매출이 성장했고 독자 수는 전년대비 6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카카오와 함께 국내 3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꼽히는 문피아는 2013년 출범 당시 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015년에는 100억 원을 넘어섰고, 2019년에는 42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전망이다.2) 웹소설의 산업적인 성과는 우리나라에서만 야기되는 현상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웹소설에 대해 ‘급부상한 중국 대중문화에서 가장 가치가 높고 파급력이 큰 콘텐츠’라 평가했다.3)
이렇게 모바일 시대의 대표 콘텐츠로 각광받는 웹소설은 여가시간에 손에 쥔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웹소설은 다양한 미디어 창구로 전환되어 성공사례를 만들어냄으로써 모바일 시대의 스낵컬처에서 대규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빅 킬러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작가가 글을 웹에 공개하고 독자가 그것을 소비하는 형식은 인터넷 소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웹소설을 인터넷 소설의 모바일 적응 형식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4) 당시 인기를 모았던 인터넷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엽기적인 그녀>, <늑대의 유혹> 등이 있다. 마찬가지로 <구르미 그린 달빛>, <검은 사제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웹소설 원작이 드라마, 영화화되어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웹소설의 IP확장은 비단 드라마, 영화화에서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웹소설이 웹툰으로 이미지화 과정을 거쳐 연재되어 원작만큼 큰 인기를 얻고 드라마화 되었다. 인기 있는 웹소설 원작은 웹툰으로 1차 가공을 거쳐 각종 영상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쉽게 소비할 수 있는 특성은 대중에게 친숙함을 선사하고, 낮은 진입장벽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특성은 작가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기존 출판 시장처럼 데뷔 문턱이 높지 않고 자유롭게 연재할 수 있는 구조 덕분에 작가들이 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문피아에 등록된 작가는 약 4만 7천 명에 달한다. 작가의 풀이 증가하는 것은 웹소설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자연스럽게 필력 있는 작가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 웹소설의 대중화와 산업적 발전은 웹이라는 상호작용, 즉시성을 바탕으로 현 세대의 문화와 취향을 최전선에서 반영한 작품들이 창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이 시장의 호황만을 살피고 웹소설 창작에 뛰어든다면, 그만큼 쏟아지는 작품의 수가 많기 때문에 과열된 사이에서 주목받기는 힘들다. 과잉 공급은 상위에 랭크된 소설의 전형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웹소설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상호작용, 즉시성이 장점으로 작용하여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작품이 창작될 수 있다는 장점이 독자에게 영합하는 콘텐츠로 기능하게 될 수 있다는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웹소설이 기존의 문학에 비하여 질적 완성도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견해로 확대되곤 한다. 그러나 웹소설은 단지 모바일로 읽는 가벼운 소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웹소설 산업이 발전한다고 해서 종이책으로 읽던 문학의 시대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대중문학이 새로운 시대와 환경의 가치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웹소설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그 어느 콘텐츠보다 유연한 성격을 가졌다는 점에서 웹소설이 다른 텍스트 기반 콘텐츠들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편승하여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공모전 개최와 마케팅,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번역 및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초기 웹툰 산업이 발달할 시기에 기존에 종이로 출판되던 만화가 이루어 냈던 질적 성과를 후퇴시키고 가볍게 소비되는 스낵컬처에만 머물러 만화문화가 퇴보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러한 배타적인 태도는 신진 작가들의 노력과 새로운 매체에 적응하는 능력을 함양시키고 만화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전수하는 교육기관의 적절한 뒷받침으로 수준 높은 양질의 작품이 등장하며 사라지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만화에 대한 인식은 말할 수 없이 개선되었으며 독자의 저변도 확대되었다. 웹툰은 만화/웹툰 전문 교육기관의 숙련된 교육과 높은 품질의 웹툰 창작, 새로운 독자의 유입으로 웹툰은 차세대 대중문화콘텐츠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웹에서 친숙함과 즉시성, 상호작용성이라는 공통된 특성으로 소비되는 웹소설도 웹툰과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대학과 관련교육기관에 웹소설 과목이 개설되고 전공이 신설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웹소설의 전망은 더욱 밝아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웹소설 창작 관련 과목을 개설하거나 전문 플랫폼과 산학연을 통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에서 정식으로 ‘웹소설’ 이름을 내건 학과는 개설되지 않고 있다. 보수적인 학계의 특성상 기존의 문학계에서 특수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 가운데,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에서는 2019년에 웹소설 전공을 신설했다. ‘웹소설’이란 명칭이 대학에서 관련 전공으로 등장한 것은 최초다. 웹소설을 기반으로 장르문학과 웹에서 소비되는 이야기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창작하는 작가를 육성하여 성장하는 산업과 인재양성, 관련 연구 등을 병행하여 균형을 잡으려는 목적이다.
미래의 문화산업은 언론·출판·방송·교육·광고 등을 비롯한 문화계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서 해체와 결합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그러므로 웹소설처럼 신기술 기반의 매체 환경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은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시작된 웹소설 교육이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낼 수 있는 단계가 아니지만, 웹툰 교육이 웹툰생태계 직군의 전문성과 수준을 끌어올렸듯이 웹소설 교육도 웹툰 산업과 생태계를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다. 웹소설은 콘텐츠의 원천으로서의 가능성과 성과, 매체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유연함과 친숙한 대중의 인식으로 한국 대중문화 산업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홍난지
1) 이융희, 한겨레 칼럼, ‘웹소설 읽어주는 남자-일상 빈 시간 채우는 웹소설‘
2) 중앙일보(2019.5.29.), 스마트폰 올라탄 웹소설... 연 10억 버는 작가 10여 명
3) 뉴스핌(2016.8.10.), [중국업종] 3천년 중국문학 스마트폰 만나 르네상스, ‘웹소설 열풍’
4) 김봉석,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가이드10, “거칠게 말하자면 웹소설은 인터넷소설이 모바일로 환경을 바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