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산업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게 된 것은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이 등장하고서부터다. 포털 중심의 웹툰연재는 독자들을 폭넓게 설정한 작품들이 유리했다. 만화를 좋아하고 오랫동안 그려왔으나 여기에 속하지 못한 작가들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만들어진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은 도전만화나 웹툰리그에서 꾸준히 작품을 내던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작용하며 성공적으로 웹툰 산업에 안착했다. 무료연재는 웹툰이 산업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발전할 수 없게 하는 주요 요소로 손꼽혀 왔다. 유료플랫폼의 약진은 이러한 우려들을 상쇄할 수 있는 성과였다.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은 데뷔를 꿈꾸는 작가들에게는 꿈의 공간, 웹툰계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못했던 유료 결제를 안착시키면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성과는 작가와 유료 플랫폼의 신뢰가 깨지면서 일순간에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현재 웹툰산업에서 가장 활발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제작’과 ‘유통’ 분야다. 기존의 논의들에서 만화는 1인 창작이 가능한 콘텐츠로 제작비가 타 콘텐츠에 비해 적게 든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해왔으나, 이제는 그렇지만도 않다. 요즘 웹툰 한 타이틀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2000년대 중후반의 웹툰 원고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이유는 연재료 이외의 추가 수익과 2차적 저작권, 해외전송으로 수익모델이 다각화되었기 때문이다. 또 통상적으로 1주일에 한 편씩 연재되는 시스템과 과도한 완성도 경쟁은 작가 1인이 작품을 책임지기에 벅찬 일들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것들에 기인하여 웹툰 제작스튜디오와 작품과 플랫폼을 연계시키는 에이전시들이 만들어졌고, 작품을 연계하는 것에서 나아가 작품을 직접 제작하고 2차적 저작권 사업까지 나서는 제작사들이 등장했다. 작가와 플랫폼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작품에 관해 논의하고 연재하는 방식도 존재하지만, 그 외의 방식도 적극적으로 차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앞서 밝힌 요인 뿐 아니라, 콘텐츠로 경쟁하는 시대로 진입했기에 기존 웹툰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했을 것이다. 비독점 웹툰이 플랫폼에 연재되는 것도 같은 의미다.
이러한 웹툰 생태계의 변화로 작가의 작품 연재방식도 두 가지로 양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첫 번째 작가의 작품 연재 방식은 작품을 만드는 일에만 매진하고 작품에 대한 연재나 2차적저작권 사업에 대해서는 에이전시나 제작사에 위임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작가는 작품을 사업화시킬 수 있는 역량 있는 에이전시를 통해 다각화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작가와 중간 연계 업체 간의 신뢰가 바탕에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중간 업체와 거래하는 플랫폼 혹은 2차적저작권을 사용할 업체 간의 계약에 대해서 작가는 알기 어렵다. 다른 한 편에 서 있는 작가들은 작품의 창작과 제작, 유통까지도 스스로 통제하려는 의지로 움직인다.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채널은 주로 개인 SNS이며 습작들을 올려 팬덤을 확보했다. 2015년에는 플랫폼 주도로 독자와 작품을 잇는 형식에서 벗어나 직접 독자와 작품을 잇는 오픈 플랫폼인 ‘포스타입’이 등장했다. ‘포스타입’에 비해 후발주자인 ‘딜리헙’도 기존 플랫폼 중심의 연재라는 틀과는 다르게 작가에게 자유도가 높은 방식을 원하는 작가들에게 새로운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포스타입은 작품의 수익 중 10%를 플랫폼이 가져간다. 10%는 작품에 대한 중개 수수료인 셈이다. 딜리헙은 5% 정도의 수익을 가져간다고 알려져 있다. 2차적저작권 사업, 해외전송권에 대한 권리는 모두 작가에게 있다. 이러한 오픈플랫폼의 수익모델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딜리헙에 의하면, ‘서비스를 하면서 광고, 마케팅’에서 수익을 얻을 것이라 한다. 딜리헙은 장기적으로 작가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되고자 하는 가치를 갖고 있다.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라는 딜리헙의 모토는 기존의 플랫폼 환경에서 자신의 공간을 찾지 못하고 부유했던 작가들의 긍정적인 대안이자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오픈 플랫폼의 모토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것은 비단 작가만이 아니다. 본인이 원하는 작품을 보기 위해 플랫폼을 정해두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찾던 독자들은 딜리헙과 포스타입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기에 적합한 공간이 되었다. 개인 SNS를 통해 만화를 그려 올리던 작가들이 딜리헙과 포스타입에 흡수된다면 웹툰의 대안 매체로서 급부상하는 것이 머지않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작가들이 이와 같은 대안 매체를 선택하는 이유는 딜리헙과 포스타입이 기존 플랫폼과는 다른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이 만든 작품의 통제권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 플랫폼과 작가의 매칭이 가능했다. 여기에 감화된 작가들이 모든 작가라 할 수는 없으나 일부 작가들에게는 분명히 좋은 대안이 되어주었다. 또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고 자신의 작품을 알아봐줄 독자를 만나려면 기존의 플랫폼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는 작품을 만들면서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인원의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작품을 계속해서 창작할 힘을 얻을 수 있으면 된다는 작가들에게 딜리헙과 포스타입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딜리헙과 포스타입은 작가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대신 작가가 책임져야 할 사항도 많다. 독자 타깃 설정, 가격 전략, 연재 스케줄 조정 등을 작가가 모두 정해야 해서 작가가 신경을 써야 할 사항들이 훨씬 많다. 플랫폼에 연재하는 작가들에 비해서 생각하고 결정해야할 것들이 많은 것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작가의 몫이 된다. 작가가 선호하는 연재 방식이 획일적이지 않을 것이므로 오픈 플랫폼의 부상은 작가들에게 원하는 플랫폼을 ‘선택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재의 웹툰 플랫폼은 대중적인 기호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것은 지금의 한국 웹툰 산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중요한 전략이다. 기존의 전략과 함께 산업 규모가 더욱 확대되려면 웹툰은 수익 뿐 아니라 문화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문화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했을 때 더욱 진화한다. 그래서 딜리헙과 포스타입과 같은 대안적 오픈 플랫폼이 보다 다양한 성격의 웹툰을 만드는 작가들이 수익을 얻으며 안정적으로 연재할 수 있다면 웹툰 문화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더 많은 작가들이 꿈꾸는 웹툰을 창작하며 행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독자들이 여러 웹툰을 감상하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오픈형 웹툰 플랫폼의 발전을 기대한다.
홍난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