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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포트] 2019년 프랑스 만화계 정리 (디지털만화)

프랑스 출판조합(SNE, Syndicat National de l’édition)은 디지털 도서 시장에 대해서도 2018년의 수치를 정리, 조합하여 평가서를 공개했다. 그 전년 대비 5.1% 성장한 디지털 도서 시장의 총 수익은 2억 1200만유로(한화 약 2755억4천만원)로 집계되었다

2019-12-05 윤보경



프랑스 디지털 만화

프랑스 출판조합(SNE, Syndicat National de l’édition)은 디지털 도서 시장에 대해서도 2018년의 수치를 정리, 조합하여 평가서를 공개했다. 그 전년 대비 5.1% 성장한 디지털 도서 시장의 총 수익은 2억 1200만유로(한화 약 2755억4천만원)로 집계되었다.


디지털 도서 시장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였는데. 다음의 순서가 그 시장의 크기를 나타낸다. 전체의 35.98%를 차지하고 있는 1)전문가/학문 서적(법률서, 과학기술, 의료 서적 등)이 디지털 도서의 가장 큰 시장이며, 그 다음은 4.81%를 차지하는 2)문학, 그리고 3)학습/교육 서적(3.15%)과 4)대중 문화(만화, 아동 문학, 미술서적, 종교서 등)(1.54%)이 그 뒤를 이었다. 만화(웹툰)가 속해있는 대중 문화 부문의 수익은 약 1903만유로(한화 약 246억6300만원)로 만화만 따로 조사된 자료가 아니라 디지털 만화만의 정확한 수익을 알 수는 없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프랑스 사람들 가운데 디지털 만화, 웹툰을 읽는 사람들의 총합이 5%가 채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 이미지 1. 디지털 출판의 수익 변화 도표

위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프랑스에서 디지털 만화의 자리는 출판 만화에 비해 아직 그리 크지 않다. 아동, 청소년 독자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그 자리를 넓혀나가고는 있지만 처리해야 할 장애물이 아직 남아있다. 디지털 환경에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고, 디지털 만화(웹툰)의 해적판 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 등의 단속이 절실하다.

몇 년 전에 비해 인터넷 속도가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인터넷 속도와 비교하면 여전히 많이 느린 편이며, 와이파이나 데이터 사용에 제약이 발생하는 장소 (지하철 안이나 기차 안, 엘리베이터 안 등, 일상 생활의 공간)가 여전히 많다. 또한, 영어로 번역된 수 많은 디지털 만화 (한국, 일본, 대만 등의 웹툰) 작품을 제공하는 다양한 해적판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도 디지털 만화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장애로 남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어려움들과 비교적 작은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만화 시장은 앞으로의 변화를 차차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웹툰 플랫폼들이 세계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에 놀라워하며, 늦건 빠르건 변화는 오게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들로 자본과 작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몇몇 대형 출판사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가동했거나, 그 런칭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웹툰 플랫폼은 2011년, 제일 먼저 선을 보인 델리툰(Delitoon)이다. 초반의 델리툰 플랫폼은 카스테르망 출판사에 속한 하나의 ‘디지털 컬렉션’의 개념이었고,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과 외국 작가들의 작품이 섞여 선보여지는 형태였다. 2015년 이후로 카스테르망 출판사에서 분리되어 운영 중이며, ‘한국과 중국 등의 아시아 웹툰 작품들을 프랑스어로 서비스 해주는 플랫폼’으로 서비스 형태를 변화 시켰다. 2019년 11월에는 한국의 레진 코믹스와 MOU를 체결하였다. 앞으로는 델리툰 플랫폼에서만 읽을 수 있는 독자적 웹툰 시리즈 연재를 노리고 있는데, 좋은 시나리오를 찾아 프랑스나 유럽 작가들을 작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계획이다.

△ 이미지 2, 레진 코믹스의 이성업 CEO와 델리툰 설립자 디디에 보르그(Didier Borg)>

듀퓌이(Dupuis)출판사의 플랫폼, 웹툰 팩토리(Webtoon Factory)는 정식 오픈을 앞두고 2018년 월드컵 기간에 프랑스 작가 닉스(Nix)와 브뉴스(Benus)의 를 무료로 서비스하며 (6주 동안, 한 주 2회 연재) 이목을 끌었고, 다음해 1월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런칭하였다. 델리툰에 비해 프랑스, 유럽 작가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작가의 수와 다양한 작품들이 확보된 것은 아니다. 작품들이 연재되는 속도도 한국의 웹툰 플랫폼처럼 빠르지 않고 규칙적이지 않아서 ‘읽을 거리가 많이 없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부분을 플랫폼 측에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작가와 작품 확보에 더 힘쓰고 있는 모양새이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고 어떻게 진화해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독재체재, 1인자 독식을 막기 위해서 다른 경쟁 출판사들도 웹툰 플랫폼에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디지털 만화 시장을 크게 키우고 이윤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프랑스 스타일이 담겨있는 웹툰’ 이나 ‘프랑스 작가들의 속도에 맞는 연재 방식’, ‘프랑스 웹툰 시스템’ 등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들려온다. 그것이 웹툰의 대중화를 이끌어 내고, 디지털 만화 시장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프랑스 웹툰 플랫폼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의 대다수는 ‘한국의 새로운 미디어, 웹툰을 프랑스 작가가 받아들여 창작한 프랑스 웹툰 작품’이라기 보다는 ‘한국(혹은 아시아)의 작가가 그린 웹툰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웹툰 작품’이다. 프랑스에서 웹툰을 완전히 그들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방식으로 녹여내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