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현재 중국 만화 플랫폼의 월 이용자 수 TOP20는 아래와 같다. 콰이칸만화가 월 4,551만명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텐센트동만이 약 1,379만의 사용자로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웨이보동만, 칸만화, 보동싱치우, 동만, 추만, 왕이만화, 띠이탄, 만화타이 등의 순으로 10위권 플랫폼 순위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인구는 2017년 기준으로 13.86억명이며 그 중 콰이칸만화가 월 4,551만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중국에서 웹툰이 얼마나 핫한 컨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에 대한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텐센트 동만의 경우 한국웹툰 플랫폼들을 모델로 하여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으며, 한국 웹툰들을 수입하는데 적극적이다. 한국웹툰과 유사한 MG제도와 RS(Revenue Share) 구조뿐만 아니라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BM(Business Model)도 2018년 부터 적용하여 유료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1위 플랫폼인 콰이칸만화와 10위인 만화타이의 월간 이용자 수는 약 20배 정도 차이가 나며 이 수치는 20위인 뿌카만화로 가면 52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는 콘텐츠 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양극화(polarization) 현상으로 웹툰 콘텐츠 시장에서도 1위 플랫폼인 콰이칸만화가 하위플랫폼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은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2018년 기준으로 네이버웹툰이 전체 시장의 63%의 트래픽을 차지하며 하위 플랫폼 모두를 합친 트래픽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최근 몇 년 간 중국웹툰 시장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변화는 웹툰의 유료화이다. 콰이칸만화와 텐센트동만을 중심으로 한국의 기다리면 무료 모델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중국 웹툰시장은 활발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특히 콰이칸만화의 경우 다년간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진행한 결과 중국 최대 웹툰 플랫폼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였다. 또한 2019년 텐센트에서 1억2천5백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적으로 유치하였다. 텐센트는 텐센트동만이라는 중국 2위의 자체 웹툰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만,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콰이칸만화의 미래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4년간 중국 웹툰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4년전 한국에서 웹툰을 배웠던 중국시장은 인구와 자본을 바탕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콘텐츠 산업은 인구 비즈니스라는 말처럼 13억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시장의 수요는 스마트폰이라는 매체에 최적화된 웹툰의 특성을 잘 살려 불과 4년만에 한국 시장을 앞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전체 만화시장은 투자와 신규 플랫폼 진출에 있어서 조금 조정기를 겪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식을 줄 모르던 투자 열기가 2019년 최근에 들어서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왕이>는 2018년 중국 최대의 UCC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하나인 <비리비리(BilliBilli)>에 사업을 양도하였으며 ‘LET IS’ 라는 자체 웹툰 플랫폼 사업을 올해 철수 하였다.
또한 중국 플랫폼들의 작품 요구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플랫폼 진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작품진출만 가능한 시장이며 한국의 많은 에이전시/스튜디오, 플랫폼들이 중국의 주요 플랫폼들과 계약을 통해 작품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콰이칸만화나 텐센트 동만과 같은 상위권 업체에서 한국 작품들을 아직도 지속적으로 수급하고 있으나, 2-3년 전처럼 모든 작품들을 원하는 분위기는 아니며 A급이나 S급 작품들을 위주로 신중하게 골라서 수입하려 노력하고 있다.
중국 웹툰 시장은 규제 이슈가 존재한다. 특히 공산당 체제하에서 프로파겐다성이 짙은 BL, 종교, UFO, 성인물와 같은 장르나 소재의 작품들에 대한 규제가 정기/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상당한 트래픽을 기록하던 사이트들도 당국의 규제에 하루 아침에 차단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BL웹툰의 수출이 많은 제작사의 경우 중국 당국의 BL작품 규제에 맞물려 자금 회수가 어렵게 되는 일도 존재하였다. 이런 정부의 규제는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리스크로 작용하게 되며 직접적인 플랫폼 진출의 규제와 함께 상당히 부담스러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웹툰은 이미 많은 국가들에 진출하여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주요 플랫폼뿐만 아니라 웹툰에이전시/제작스튜디오들은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웹툰의 세계화를 통해 유의미한 실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9년 10월 기준 한국 웹툰 플랫폼들의 해외 진출은 아래와 같다. 네이버웹툰의 해외 버전인 라인웹툰(LINE WEBTOON)은 5개국어로 1,681편의 작품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레진코믹스는 199편, 탑툰은 422편, 태피툰은 99편, 투믹스는 614편의 작품을 해외에 서비스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올해 5월부터 전 세계 국가에서 미리보기 유료화를 진행하여 해외 매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또한 레진코믹스나 탑툰, 투믹스와 같은 웹툰 전문 플랫폼들도 해외에서 100억대의 수익을 거두는 등 유의미한 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웹툰 플랫폼의 글로벌화가 심상치 않다. 최근 콰이칸과 텐센트동만으로 대표되는 중국 웹툰 플랫폼들이 글로벌 진출을 조금씩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게임시장을 기웃거리며 게임을 수입하던 텐센트는 한국 게임 시장의 큰 손을 넘어서 세계 시장의 게임 강자로 등극했다.
텐센트는 2019년 4월 글로벌 해외사업팀을 신설하였다. 또한 텐센트 동만은 2019년 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 작품을 WeComics라는 브랜드로 영문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 텐센트 동만의 영어서비스 WeComcis
텐센트 동만의 모기업인 텐센트의 글로벌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텐센트는 디지털코믹스 분야가 향후 큰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을 확신하고 여러 국가의 디지털 코믹스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텐센트는 태국의 욱비코믹스(Ookbee Comics)에 초기 투자를 하였으며 최근 지분을 70%까지 늘려서 실질적인 인수를 마무리했다. 욱비코믹스는 이름을 텐센트의 영어권 서비스명인 위코믹스(Wecomics)로 변경하고 태국어 및 영어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태국 위코믹스에는 현재 중국계 작품들이 상당 수 연재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태국의 욱비코믹스는 서비스명을 WeComics로 변경 / 중국계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웹툰을 해외에 영어로 서비스하고 있는 태피툰(www.tappytoon.com)과 같은 모델의 중국 웹툰 플랫폼도 존재한다. 중국 선전(Shenzen)에 소재한 망가툰이 바로 그 기업인데, 중국과 한국 작품들을 모아서 서비스하고 있다. 원래 해적판 서비스를 중심으로 처음에는 성장했으나 정식 라이센싱을 통해 해외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고 미국과 동남아에서 상당히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텐센트의 해외 투자는 국내 웹툰 플랫폼까지 이어지고 있다. 텐센트는 카카오페이지 서비스 오픈 초기에 7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였다. 2018년 현재 카카오페이지의 주주구성은 아래와 같다.
△ 카카오페이지 주주구성, 2018 DART 전자공시
카카오페이지의 대주주는 (주)카카오로 전체의 약 6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TCH C Limited, 즉 텐센트 홀딩스가 전체주식의 약 4%를 소유하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는 중국 작품의 수는 누적 99편이었으나 2019년 10월 말 기준 143편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텐센트와 다양한 국내 에이전시들을 통해 중국 작품들을 수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소년만화의 경우 중국 작품이 경쟁력이 있어 카카오페이지의 소년만화 코너에는 20위안에 중국작품이 상당 수 포진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현재 한국게임 시장은 중국 게임을 수입하는 장으로 변모한지 오래다. 애플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살펴보면 국내 3개사, 소위 3N이라고 불리는 NC Soft, Netmarble, Nexon의 게임들이 상당 수 포진하고 있고 그 외에는 중국 게임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계 게임 자본의 무차별적인 국내 침투와 함께 예견되었던 수순이었으며, 2019년에 와서는 다양한 외부적 규제와 기업환경의 변화로 인해 본격적인 불황기가 도래하였다. 게임산업은 바야흐로 중국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형태로 종속화되고 있다.
웹툰도 중국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웹툰 콘텐츠의 경우도 타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인구와 자본 요소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중국 자체로도 큰 시장이다. 한국의 경우 웹툰을 가장 먼저 시작하고 전파한 나라지만 중국의 해외 플랫폼 규제와 자국 콘텐츠 보호로 인해 중국 시장 진출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웹툰의 글로벌화와 함께 한국 진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중국 웹툰에 대한 경계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향후 웹툰산업도 중국의 영향권에 들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한국 웹툰은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으며 글로벌 진출을 통해 동남아 및 영어권에 한국 웹툰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2020년 1조8천억원대의 IPO를 준비하고 있으며 네이버웹툰은 2021년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향후 2년 이후 한국 웹툰산업은 또 한 번의 도약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한국웹툰의 글로벌화와 함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일본 망가가 아니라 중국 웹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웹툰산업의 글로벌화를 좀 더 가속화하여 선점하는 것 만이 현재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현재의 스마트폰 시대에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법칙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글로벌하게 적용되고 있다. 작가와 웹툰산업계, 정부 모두 웹툰 산업의 발전과 글로벌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 한국 웹툰의 골든타임(Golden Time)을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