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인기로 흥행 예측의 근거 마련
용이 지속 발전 위해 웹툰 연구 개발 투자 필요
OSMU(One Source Multi Use)는 콘텐츠의 저작권 수익 극대화 전략이다. 1980년대 초 일본의 전자 공학계에서 ‘하나의 소스를 다양한 종류의 매체와 그에 걸맞은 적합한 형태의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설립되면서 문화예술분야에서의 OSMU 전략을 촉진하기 시작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출판, 영화, 방송, 게임 등의 콘텐츠 산업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대중에게도 익숙해졌다.
이제 OSMU는 한 때의 트렌드가 아니라 콘텐츠 산업에서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영화나 드라마가 소설, 게임, 만화로 제작되거나 그 반대로 진행되는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표 캐릭터의 초상권을 활용한 굿즈로 콘텐츠 이외의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기도 하며, 최근에는 기존 제품에 캐릭터를 입히는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역을 넘나들며 확장되는 OSMU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 만큼이나 우리 생활 속에 깊게 자리잡았다. 그중에서도 OSMU 전략의 원천 소스로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웹툰이다.
드라마, 영화 제작사는 왜 웹툰 IP를 찾을까?
넷플릭스는 최근 <스위트홈>, <지옥>, <D.P 개의 날> ed등의 웹툰을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한다고 밝혔다. 이미 국내 제작사가 웹툰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한 사례가 많지만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그것도 넷플릭스가 제작 단계부터 참여해 거대 자본을 투입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소스로 웹툰을 선택했다는 것은 웹툰과 영상 산업이 OSMU로 시스템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상 제작사 입장에서 웹툰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는 매력적인 소스다. 이에 대해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는 “웹툰 그 자체만으로도 비주얼 스토리텔링 콘텐츠다. 자체 완결성도 뛰어나지만 영상 콘텐츠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원천 콘텐츠로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가장 높다”고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1)
국내 웹콘텐츠 제작 시스템과 플랫폼 적합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 OTT포럼 초대 회장을 맡은 성동규 중앙대학교 교수는 "한국은 웹툰, 웹드라마, 웹소설을 제작하는 인프라와 이를 활용하는 시스템에 강점이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짧은 길이의 방송 콘텐츠(디지털 숏폼)는 OTT 플랫폼에 최적화됐다"라고 평가했다.2)
무엇보다 웹툰의 검증된 인기로 흥행 예측의 근거가 마련돼 투자 유치가 용이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본 조달의 용이성으로 안정적인 영상 제작 환경이 갖춰지는 셈이다.
웹툰 OSMU 러쉬는 이제 시작일 뿐, 가야할 길이 멀다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웹툰 OSMU를 넘보고 있는 지금이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웹툰 산업 자체가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많았다. 이에 학계를 비롯한 업계, 언론에서 꾸준히 지적되는 것은 연구 부족이다. 웹툰은 이제 만화의 하위 장르나 만화를 공급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아니라 독립적 장르로 인정받을 정도로 그 위상과 파급효과가 크게 확장되고 있지만 웹툰 장르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아직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기존 연구에서는 웹툰의 성공 요인과 이용행태와 같은 마케팅적 시사점이나 실무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연구들이 없었다.3)
실제로 최근까지도 웹툰 산업을 다룬 기사나 논문에서 인용하는 통계나 자료의 대부분이 2015년 이전에 조사된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산업계의 실정을 연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대부분의 웹툰 업체가 각자 내부의 분석이나 지침에 따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IT업계가 관련 학계에 투자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하듯이 웹툰 역시 R&D 등의 연구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웹툰의 인기가 반드시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좌시할 수 없다. 김강원은 “웹툰계에서 규모와 영향력 측면에서 독보적 1위인 네이버 웹툰의 가장 주된 이용 연령인 10대 소비자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인 동시에 평단에서도 극찬을 받은 원 소스인 웹툰 <여중생 A>가 비슷한 스토리텔링의 화소들을 유지한 채, 웹툰과 동일한 1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플랫폼을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화에 실패했다. 일상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작품들은 평단의 평가와 흥행에 있어 좋지 못한 결과를 얻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도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4) 웹툰의 문법과 영상의 문법이 다르기 때문에 웹툰 업계에서 OSMU를 고려한 작품을 기획할 때 반드시 영상화 문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역시 관련된 연구가 전무하다. 원천 콘텐츠로서 웹툰의 자리가 더욱 견고해지려면 반드시 근거가 마련되어야 하며 이런 토대 없이 또 다시 급격하게 성장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공든 탑이 무너지기 전에 기초 공사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참고문헌
1,2) 영상 OSMU로 사업영역 넓히는 웹툰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4/2020011402981.html)
3) 웹툰의 흥행 결정요인 연구, 2016; 양지훈, 이지영, 이상우(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4) 웹툰 플랫폼의 매체성에 근거한 OSMU 활용의 한계, 2018; 김강원(중앙대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