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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레진 코믹스는 왜 댓글 기능이 없을까? (하)

레진코믹스는 왜 '댓글없는 플랫폼'을 내세웠을까?

2020-11-05 황선태



레진 코믹스는 왜 댓글 기능이 없을까?
레진코믹스는 왜 '댓글없는 플랫폼'을 내세웠을까?
플랫폼 특성 측면의 이유

황선태


플랫폼 특성
댓글은 플랫폼의 특성과도 연관이 크다. 사이트의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던 포털 사이트의 웹툰은 트래픽 유발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플랫폼 입장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웹툰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클릭수를 최대한 늘려 광고 단가를 높여야만 하고, 댓글 시스템은 거기에 큰 기여를 했다. 독자들이 작품을 이미 감상했다 하더라도 댓글을 즐기기 위해 지속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진 코믹스 같은 플랫폼은 전제 자체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유료 시스템이고, 작품 구매와 감상 외의 별도 트래픽 유발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운영하는 입장에서 서버 부담만 커질 뿐이다. 댓글이 있는 포털 사이트와 댓글이 없는 레진 코믹스의 차이는 댓글이 있는 유튜브와 댓글이 없는 넷플릭스와의 차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댓글과 플랫폼 생태계 구축
댓글을 적극 활용하는 포털 플랫폼의 입장에서 보면, 댓글 시스템은 생태계 구축과도 관계가 있다. 네이버의 도전 만화에 한 아마추어 작가가 작품을 올린다. 그러면 그 작품을 좋게 본 사람들이 댓글을 올리고, 이 작가는 댓글에 힘을 얻고 작품을 계속 연재하게 된다. 보통 도전 만화 작품들을 보면 작가들이 댓글에 대한 피드백을 아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작품을 올리다 도전 만화에서 베스트 도전 만화로 올라가면, 댓글을 달아주었던 독자들이 댓글로 함께 기뻐해 주고, 작가는 더 열심히 피드백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성장한 작품이 정식 연재가 되면 거기서 댓글을 달아주던 팬들이 몰려와 정식 연재 축하를 해주며, 새로 온 독자들에게 작품 영업, 세계관 설명 등등 세세한 설명까지 열심히 해주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댓글 문화는 이렇게 단순히 하나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전체 웹툰 생태계를 계속해서 키워 나가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물론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도 시련은 찾아온다. 가끔은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식의 루머성 댓글로 아직 제대로 여물지도 못한 작가들이 상처를 받고 나가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레진 코믹스가 운영하는 도전만화인 레진 챌린지에서는 댓글이 없다. 독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피드백은 별점 주기이다. (참고로 레진 코믹스의 정식 연재 작품은 별점조차 없다.) 물론 작가의 트위터 등을 찾아가서 댓글을 남길 수는 있지만 그 사이트를 떠난다는 점에서 포털 댓글과는 전혀 다르다.

웹툰 연재 with or without 댓글
작가 입장에서 댓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우선, 댓글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매주 끝없이 마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작가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단순히 재미있게 봤다는 댓글로 마감에 지친 작가에게 힘을 주기도 하고, 틀린 맞춤법을 알려 주거나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오류도 지적해주기도 한다. 작가는 그런 댓글을 보고 빠르게 수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댓글에서 작품 내용과 상관이 없는 주제로 토론이 과열되거나, 눈살이 찌푸려지는 댓글 때문에 작품 자체를 보러 오기 싫다는 댓글이 보일 때면 작가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반면, 댓글이 없는 연재는 고요하다. 오롯이 작업 자체와 매주 마감에만 집중할 수 있다. 완결까지의 긴 여정에 (담당 피디 말고는) 외부의 압력이나 흔들림 없이 내가 의도했던 바 그대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확고하고 튼튼한 멘탈을 가지고 그 어떤 반응에도 흔들림이 없는 작가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대부분 작가들은 (혹은 일부) 댓글의 반응에 눈동자가 흔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댓글 시스템에서 느꼈던 작품 피드백이 가끔 그리울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작품 피드백을 찾아 검색창을 두드리는 수 밖에.

건강한 댓글 문화 정착을 꿈꾸며
댓글은 웹툰의 탄생부터 함께 해온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고 웹툰이라는 컨텐츠를 좀 더 풍부하게 즐기게 만드는 소중한 문화다. 하지만, 레진 코믹스가 댓글을 없앤 이유에서 느껴지듯 댓글 문화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고, 어쩌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제발, 부디, 플리즈, 눈살 찌푸려지는 악성 댓글들은 모조리 저 멀리 사라지게 하고, 즐겁고 건강한 댓글 문화가 정착해서 웹툰 생태계가 좀 더 튼튼하고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콘텐츠가 되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필진이미지

황선태

웹툰 스토리 작가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아무』(2017), 『곡두』(2015), 『잔인한 축제』(2013), 『대디고라운드』(2012), 『오늘또오늘』(2011), 『아내를 죽였다』(2010) 연재
『크라우드소싱 웹툰 스토리텔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