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전문가 칼럼] 네이버 웹툰 《왕세자 입학도》 속 청금복 이야기 1편

웹툰으로 보는 우리나라 의복 이야기

2020-11-19 권병훈



네이버 웹툰 《왕세자 입학도》 속 청금복 이야기 1편
웹툰으로 보는 우리나라 의복 이야기

권병훈(복식사 전공 <오례> 대표/영화 '남한산성' 복식 자문)




요즘 웹툰(Webtoon) 시장은 유례없는 활황을 이루고 있다. 애니메이션, 만화와 같은 작품들은 성인들에게 그저 10대 청소년들이 읽고 즐기는 것으로 취급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소재와 작가의 역량, 이야기의 흐름 등 성인들도 매력을 느끼는 작품들이 왕왕 출현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예전엔 소위 매니아층만 본다고 취급하던 웹툰을 보는 사람들을 대중교통 속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네 생활 속에 잔뜩 스며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중에 사극 웹툰도 나타나고 있다. 정통 사극을 꿈꾸는 고일권 작가의 네이버 웹툰 《칼부림》부터, 오늘 소개할 무번 작가의 《왕세자 입학도》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TV 픽션 사극 작품들처럼 조선시대에 있었을 법한 내용들을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재탄생시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은 에로스적인 내용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BL 웹툰 《야화첩》도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야화첩》의 경우 이웃 국가인 대만에서도 《夜畫帳》이라는 제목으로 단행본 판매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현대극처럼 사극이라는 장르도 단순히 정통 사극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국의 문화를 여러 방면으로 알릴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그 중 《왕세자 입학도》는 어리고 귀여운 왕세자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조선 시대 국가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에 입학해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현재 연재 중인 웹툰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결말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귀여운 왕세자가 훌륭한 왕으로 거듭나기 위해 백성의 곁으로 다가가 민생을 톺아보고 왕이 되기 위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은 웹툰 속 유생의 복식과 조선 시대 유생의 복식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을 논하기보다는 독자들이 최대한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전문 용어 사용은 되도록 자제하고 분량 역시 최소한으로 작성하고자 한다. 독자분들 역시 간단하게 작성하는 만큼 어렵게 느끼지 않고 전통 복식 고증에 대해 친근하게 다가와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겠다.



청금(靑衿)이란?
                                                                     
△ 출처 : 네이버 웹툰 《왕세자 입학도》 1화 中


먼저 유생의 복식에 대해 알려면 청금(靑衿)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청금은 푸를 청(靑)자에 옷깃 금(衿)자를 쓰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푸른 깃’이라는 뜻이다. 《왕세자 입학도》의 가장 첫 씬에서도 등장하는 인트로 대사가 바로 ‘푸르고 푸른 그대 옷깃이여’라는 구절인데 이 구절의 푸른 옷깃은 연인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조선 시대에서는 곧 유생을 뜻한다. 

이에 대한 유래는 다음과 같다. 고대 중국의 태학에 다니던 유학자들이 푸른 깃의 옷을 즐겨 입었는데, 이는 중국 고전인 시경(詩經)에서 등장하는 구절인 ‘청청자금(靑靑子衿) 유유아심(悠悠我心) (·푸르고 푸른 임의 옷깃, 기나긴 것은 이내 마음이로다)’의 내용을 차용한 것이다. 그래서 성균관이나 각 지방 향교, 서원 등에서 유생들의 이름이 적힌 명부(名簿)를 청금록(靑衿錄)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유생들이 입는 옷을 청금복(靑衿服)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왕세자 입학도 속에서 유생들의 청금복


그렇다면 웹툰 《왕세자 입학도》 속 유생들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일단 성균관 유생들은 더더욱 엄격한 차림새를 요구했다. 유학을 배우는 학도이자 곧 관직에 나아갈 예비 관료였기 때문에 신분이나 대우, 그리고 옷 차림에도 품위와 엄격함을 요구했다. 본디 유학자들의 옷차림새는 사치스럽고 화려함을 좇기보다도 검박하고 담백한 옷차림을 우선시했는데 그런 까닭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사진 3의 傳 이재(李縡,1680~1745) 초상화를 살펴보면 조선 시대 선비들의 옷차림새나 유학하는 학자들의 초상화를 보면 화려한 유채색의 옷보다도 무채색의 옷 차림을 흔히 볼 수 있다.
△ 출처 : 네이버 웹툰 《왕세자 입학도》 5화 中 

웹툰 속 주인공들의 복색도 그러한 기준에 적합한 옷들을 교복으로 입고 있다. 속에는 하얀색으로 된 소매 넓은 도포를 입고 그 위에 둥근 목깃으로 된 반비의(半臂衣)를 입고 있다. 여기에서 반비(半臂)라는 것은 어깨선에서 소매가 더 나아가지 않고 끝나는 반팔형의 옷을 말하는데 실제 현재까진 조선 시대 유물 중 위와 같은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없다. 머리에는 유건(儒巾)을 쓰고 있고 허리에는 대대(大帶)를 묶은 후 그 위에 다시 자적색의 세조대(細絛帶)라는 얇은 띠를 묶어서 늘어뜨렸으며 신으로는 흑혜(黑鞋)를 신고 있다. 여기에서 혜(鞋)는 오늘날의 고무신처럼 발등이나 앞코 정도까지만 덮는 목이 짧은 전통 신을 말한다. 웹툰에서 등장하는 이러한 형태의 복장은 무번 작가가 실제 유생복을 참고하여 디자인을 여러 방법으로 변형시키고 캐릭터에 맞게 구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필진이미지

권병훈

전통복식전문가, 전통복식재현단체 "오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