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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클릭을 부르는 썸네일의 기술

작품의 1화만큼이나 중요한 썸네일, 썸네일은 어떤 과정으로 무엇을 고려하여 만들어질까?

2021-06-29 이승형



독자들의 클릭을 부르는 썸네일의 기술


 웹툰을 볼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게 무엇일까요? 바로 '썸네일'입니다. 썸네일(thumbnail)은 엄지손톱이라는 뜻으로, 콘텐츠나 제품의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작은 크기의 이미지를 뜻합니다. 예전 출판 만화책의 표지와 같은 역할을 지금의 웹툰 썸네일이 하는 것이죠. 이른바 작품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썸네일만 보고 작품을 클릭할지 말지 결정하는 독자들도 많기 때문에 썸네일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웹툰 제작사 투유드림에서 IP사업팀장으로 일하며 기획 및 제작한 작품의 썸네일 작업도 함께 담당해왔습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썸네일을 만드는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썸네일을 만들 때 무엇에 중점에 두는지를 한 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썸네일을 만드는 과정

 투유드림에서는 플랫폼에 노출이 될 썸네일 제작을 아래와 같은 순서로 제작합니다. 


1. 작가분의 코어 메시지, 예상 주요 독자층 니즈 파악

2. 해당 플랫폼의 가이드라인 확인

3.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작한 작품 배너, 썸네일 디자인을 플랫폼에 제출

3-1. (런칭 시) 배너, 썸네일 디자인 및 리사이징 작업

3-2. (연재 시) 매주 회차별 썸네일 작업

4. 시장 반응 체크 후 수정 및 보완


 단계별로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작가분의 코어 메시지, 예상 주요 독자층 니즈 파악

 이 단계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작가분과 함께 작품을 기획하고 원고를 제작하며 상상했던, 해당 플랫폼에 어울리는 썸네일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여기에 어떤 코어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지 논의하여 썸네일의 방향성을 일차적으로 결정합니다. 둘째는 해당 작품을 주로 감상하는 메인 독자층을 사전에 예상하여 이 독자분들이 이런 장르에서 기대하는 이미지는 무엇일지 고려합니다. 위 두 가지 대전제를 확인하고 작가분과 썸네일의 방향성 협의가 끝나면 본격적인 작업이 들어가게 됩니다.


2. 해당 플랫폼의 가이드라인 확인

 플랫폼마다 UI/UX가 다르기 때문에 요구되는 썸네일의 규격과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런칭 시 총 8(+α)종류의 배너와 썸네일 이미지가 필요합니다. 이미지의 사이즈, 폰트 종류와 권고사항 및 규격 등은 플랫폼에서 상세히 안내해주기 때문에 이것을 준수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이후부터가 중요합니다. 썸네일은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일종의 마케팅 영역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취지를 작가분께 소상히 설명하고, 정해진 틀 안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독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배너와 썸네일은 웹툰을 접하는 디바이스와 플랫폼에 따라 세분화됩니다. PC용/모바일용, 메인 대배너, 하단 원형 배너, 추천 썸네일, 요일 썸네일, 공유 썸네일, 표지 썸네일 등의 항목으로 작품의 성격과 노출되는 위치 등을 고려한 다양한 규격의 배너와 썸네일 디자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보통 이 배너와 썸네일을 제작할 때는 정식 연재 시작 전에 선제작된 원고 속 이미지나 일러스트를 이용합니다. 사용할 만한 이미지가 마땅치 않은 경우 작가분께 필요한 주요 캐릭터의 일러스트를 추가로 요청하여 작업합니다.  



3-1. 디자인 제출 후 배너, 썸네일 디자인 및 리사이징 작업 (런칭 시)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배너 썸네일 결과물은 런칭일에 맞춰서 정해진 기한 안에 제출합니다. 이후 플랫폼의 여러 가지 검토 과정을 거쳐서 무사히 통과되면, 작품이 런칭될 때 썸네일도 함께 올라갑니다. 


특히 ‘요일’ 란의 썸네일과 ‘메인 배너’가 PC와 모바일을 막론하고 독자분들께 가장 노출 빈도가 높습니다. 이 두 공간은 작품의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때문에 다른 항목보다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죠. 기존에 플랫폼 내에서 연재되고 있는 작품들의 이미지들이 컬러나 구도, 톤앤매너, 작화 스타일 등에도 일종의 트렌드가 있습니다. 이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때문에 요일 썸네일과 메인 배너 이미지는 마치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작가님과 제작진이 함께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제가 담당한 <캐슬>의 경우에도 요일별 썸네일, 메인 배너 등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 새롭게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했고, 지금의 배너와 썸네일 디자인으로 교체할 수 있었습니다.


3-2. 매주 회차별 썸네일 작업 (연재 시) 

 다양한 배너와 썸네일 이미지는 작품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오는 런칭 시에도 중요하지만, 연재가 시작되고 난 다음에도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특히 웹툰의 미리보기 시스템(유료결제 시스템)에서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다음 화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회차별 썸네일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보통 회차별 썸네일은 해당 회차의 원고의 특정 컷에서 잘라내어 사용하는데, 여기서도 몇 가지 고려 사항이 있습니다.


1. 작가분이 특별히 그 화에서 썸네일로 꼭 표현하고자 하는 컷(이미지)이 있는지?

2. 이야기의 스포성 이미지가 아닌지? (스포의 정도가 낮아 독자분의 클릭을 유도한다면 OK)

3. 해당 회차의 관심도를 최고로 유발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컷이 맞는지? (액션, 신캐 등)

4. 이야기의 진행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독자분들이 기대할 만한 내용의 컷이 맞는지?

5. 흐름과 큰 관계는 없지만 작화의 완성도가 높아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컷인지? (최후순위)

6. 이 외 장르 특성에 맞춰 주요 타겟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4. 시장 반응 체크 후 수정 및 보완

이러한 작업 과정을 거쳐 작품이 런칭하게 되고, 표지나 배너, 썸네일 이미지가 무사히 독자들에게 공개된다면, 트래픽과 매출, 진행되는 이벤트, 이야기의 전개 양상 등을 고려하여 독자분들의 반응을 살펴보게 됩니다. 네이버의 경우, 보통 6주간의 신작 추천 배너가 가장 큰 화력을 모을 수 있는 '기회의 창'으로 여겨집니다. 이 기간은 처음 뵙는 손님, 즉 독자분들을 맞기에 부족함은 없는지, 더 큰 유입을 노릴 수 없는지 등을 거듭 체크하며 작가 블로그나 SNS 홍보 등 여러 가지 방면으로 작품을 홍보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캐슬>은 런칭 당시 같은 수요일 작품들 및 여타 네이버웹툰 남성향(남성 독자 타깃의 액션물)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어두운 계열의 컬러톤과 두 명의 주연 캐릭터로 배너와 썸네일을 구성하여 초창기 독자분들께 썸네일과 관련한 다수의 건의를 받았습니다. 이에 작가분과 제작진 또한 이러한 컬러와 구도가 생각보다 새로운 독자층의 유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썸네일 수정작업에 들어가 썸네일을 지금의 눈에 잘 띄는 붉은색 컬러 배경과 주인공 원톱의, 이른바 지금의 ‘증명사진’ 구도의 이미지로 변경을 완료했습니다. 썸네일에 들어간 이미지는 추가로 작업한 새로운 일러스트였고요. 지금의 이미지도 모든 독자분들의 마음에 전부 다 쏙 들지는 않겠지만,  어떤 것이 새로운 독자들을 유입시키고 기존 독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이미지인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가며

최근에는 앞서 이야기한 ‘트렌드’가 요일 썸네일 이미지, 메인 배너 이미지의 패턴화를 불러와 ‘양산화 썸네일’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썸네일은 작품의 첫인상이기 때문에 썸네일을 소홀히 하고 싶은 작가는 없을 겁니다. 패턴화된 썸네일은 독자분들의 눈에 띄고, 독자분들께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선의의 노력으로 생각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이런 현상과 다르게 작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재미를 토대로 자신만의 길을 가는 뚝심 있는 작품들도 많습니다.  이런 작품들도 눈여겨 봐주시고 응원해주신다면,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갖춘 훌륭한 작품들이 독자분들께 더 많이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분들께 선택받기 위해, 창작자와 제작진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