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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전에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연재를 시작하면 끝없이 휘몰아치는 마감을 견뎌야하는 웹툰 작가들.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소개한다.

2021-07-21 곽나나


데뷔 전에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누구나 처음이 있다. 처음은 모두 서툴다. 내가 데뷔를 하게 되었을 때 나는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현실에 몸소 부딪히며 카카오페이지에서 <복지원>이라는 작품을 무사히 완결했다. 한 작품을 시작하고 끝내면서 데뷔 전에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했던 4가지를 추려보았다.

 

1. 퀄리티 타협은 반드시 해야 한다

퇴고를 할수록 글이 좋아지듯 웹툰 원고도 수정을 거칠수록 좋아지기 마련이다.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작가들은 잘하고 싶어한다. 정말. 그 마음이 간절할수록 원고의 퀄리티가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퀄리티를 높이려면 그만큼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동량도 많아진다. 연재를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려면 반드시 어느 정도의 타협이 필요하다.

우선,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너무 반영되어 복잡하기만 한 디자인은 아닌가 생각해 보자. 단순화된 디자인이 그 캐릭터를 더 돋보이게 할 수도 있다. 또, 너무 확대해서 그리는 버릇은 좋지 않다. 부분에 집착하게 되어 전체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핸드폰 화면 비율로 보았을 때 전체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는 그림이 좋다. 이 외에도 생략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하는 것이 좋다.

 

2. 툴 다루는 법은 미리 숙지해두자

자주 쓰는 툴을 미리 잘 파악하고 있을수록 무조건 좋다. 클립스튜디오만 하더라도 그림을 그리고 저장을 하는 것 외에 아주 많은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들을 미리 숙지해두지 않으면 소중한 작업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테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특히 데뷔 후 밑색이나 명암 채색을 도울 스태프를 따로 고용해 협업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스태프에게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스태프를 이끄는 것은 나의 몫이다. 스태프에게 제대로 된, 효율적인 작업 지시를 하기 위해서는 나부터가 툴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클립스튜디오 외에도 배경 작업에 필요한 스케치업, 포토샵 등도 공부해 두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3. 사용할 소재를 미리 모아두자



나의 데뷔작 <복지원>은 스릴러 장르의 웹툰이다. 장르의 고유한 분위기는 연출, 캐릭터 디자인, 그 외 말풍선 타입부터 효과선, 텍스쳐까지 디테일한 소재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준비하는 작품에 어울리고 사용할 수 있는 자료들을 미리 모아둔다면 작업할 때 나오는 결과물이 훨씬 풍부해진다.

위의 2 항목에서 언급했던 얘기기도 하지만, 데뷔 후 작업 도중 갑자기 어떤 소재를 필요로 할 때, 모아둔 소재가 거의 없다면 그날 하루는 소재 쇼핑을 하느라 하루 동안 작업을 못 할 수도 있다. (이때 1번과 마찬가지로 ‘완벽’에 집착하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작정하고 소재를 모으기 시작하면 정말 끝이 없다.) 검색-다운로드-적용까지 은근히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도 하고, 적용하고 나니 내가 생각한 느낌과 달라 다시 검색하는 경우도 잦다. 연재에 들어갈 때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미리 준비해놓는다면 10번 헤맬 것을 5번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 많은 소재들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소재를 여러 개 다운받다 보면 내가 받은 게 어떤 것인지조차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게 된다. 클립스튜디오로 예를 들어보자면 클립스튜디오는 전 세계 사람들이 소재를 공유하는 곳이므로 자료가 일본어나 영어로 된 자료가 많다. 미친듯이 소재 탐색을 하고 나서 다운로드 폴더를 열었을 때 펼쳐지는 외국어의 향연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러니 유료로 받아 놓고는 정작 까먹어서 못 쓰는 참사가 생기지 않으려면 카테고리 정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소재를 찾아 헤맨 뒤 정리까지 하는 게 영 번거롭지만, 미리 정리를 잘해둔다면 원고 작업을 할 때 필요한 소재를 편하게 골라 쓸 수 있으므로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4. 완결 이후에 찾아올 공백기를 생각해보자

웹툰 하나를 연재 중이라는 것은 완결을 향해 달려간다는 말과 같다. 아주 열심히 노력해서 완결까지 냈다고 하자. 그럼 그다음 날 나는… 백수인 걸까? 이건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라 꼭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열심히 끌어오던 작품 하나를 완성하고 바로 차기작을 연재하게 되면 좋기야 하겠지만, 차기작을 꼼꼼히 준비하는 것과 그동안 연재로 지친 몸과 마음을 리프레시하는 것 또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완결 이후와 차기작 시작 이전 사이에 수입이 없다는 것이다. 동료 웹툰 작가 중 한 명은 차기작 준비 과정에서 고정 수입을 만들기 위해 그림 작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의류 회사에 들어가 3달을 일하기도 했다.

그러니 완결이 어느 시기쯤에 날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완결 이후에 어떤 식으로 생계를 유지할지 미리 설계해보는 것이 좋다. 차기작 연구 기간을 3개월 정도로 잡고 있다면 연재 중 수익의 몇%를 따로 모아두는 방법도 있을 테고,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웹툰 에이전시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앞서 말한 4가지는 내가 데뷔를 하고 직접 부딪혀가며 생생하게 깨달았던 것들이다. 완결까지 정신없이 달리고 나서 되돌아보니 ‘누군가 이런 걸 미리 말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떠올랐던 것들을 적어보았다. 하지만 또 직접 부딪혀봤기 때문에 더 와닿은 것들이 많지 않았나 싶다.

웹툰 작가는 분명 힘든 일이다. 사실 위 4개 외에도 체력 관리, 멘탈 관리 등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나 역시 <복지원> 완결 이전과 이후의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데뷔를 앞둔 신인 작가들이 아주 긴 여행을 가기 전 짐을 잘 챙겼는지 여러 번 체크해보는 마음으로 이 글을 읽으며 조금 덜 허둥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