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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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우리만화 선정작 평론] 내가 직접 물을 수 없는 것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네이버웹툰

2021-11-12 김봉석

2011년 2월 연재 시작, 이어서 2016년 3월 시즌 3까지 연재. 2019년 10월 시작한 시즌 4는 2021년 9월 마침내 막을 내렸다. 휴재 기간이 3년 넘게 있었지만, 10여 년의 시간을 지나 종착점에 도달한 것이다. 10년의 시간을 꾸준하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버텨온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아야 하는 작품이다.


불안하고 두려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닥터 프로스트>가 시작된 2011년은 심리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폭증하던 시기였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같은 다양한 심리학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경제학과 자기계발서 분야에서도 심리학은 중요한 테마로 떠올랐다.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 위해 우리는 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는 인간, 개인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해야 했다. 자연히 심리 상담도,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일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덩달아 범죄심리학과 프로파일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프로파일링을 주요하게 다루는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가 방영을 시작한 해가 2005년이었다. 2000년에 시작한 시리즈가 증거에 입각한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면, <크리미널 마인드>는 범죄자의 심리를 읽어내고 그들이 어떤 범죄를 왜 저지르는가를 알려주었다.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마음을 읽어내야 했다. 

이처럼 인간의 마음, 심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회적 불확실성이 커진 이유에서 기인한다. 세상을 살아가며 늘 불안하고 두려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대중은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상담사를 찾아가 대화를 한다.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이 ‘닥터 프로스트’에게 상담을 하는 것처럼. 

심리학을 전공한 이종범 작가의 <닥터 프로스트>는 당대 대중의 마음을 잘 읽은 작품이다. 대중이 궁금해하는 것을, 작품 속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서 알려준다. 내가 직접 물을 수 없는 것을 대신 묻고, 분석해준다. <닥터 프로스트>가 인기를 얻은 이유였다.


닥터 프로스트 개인과 작품이 함께 성장



용강대 교수인 ‘닥터 프로스트’는 냉담한 성격이다. 타인에게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공감하지 못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읽어낼 수 있을까?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탐정이나 학자를 공감 능력 없는 유아독존의 고집불통으로 그리는 경우는 이전에도 많았다. 셜록 홈스가 그렇고, 의학 미드 <하우스>의 휴 로리도 그렇다. <비밀의 숲>의 주인공 황시목 검사도 비슷하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사고방식이나 감성을 가진 경우가 많은 천재들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 직관적이면서도 논리적인 사유를 통해 타인을 분석하고 파악한다. 감정의 개입은 오히려 객관적 판단을 방해하기도 한다. 탁월한 두뇌 때문에 타인을 내려다보기에 그들의 감정에 아예 관심이 없기도 하고. 그런데 <비밀의 숲> 황시목에게 보이듯, 냉철함이 필요한 범죄물에서 신파적인 감정 과잉으로 전체적인 구성과 캐릭터의 일관성을 망치기 일쑤인 한국에서는 ‘감정 부재’ 캐릭터가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무엇보다 ‘닥터 프로스트’는 성장하는 캐릭터다.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천재 ‘닥터 프로스트’가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한 스토리가 3시즌에 가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한 시도 중심으로 달라진다. 희미해진 자신의 과거를 직시하면서 프로스트는 한 걸음 나아간다. 그리고 3년의 휴재를 마치고 시작한 4시즌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의 문제를 다룬다. <닥터 프로스트>는 개인의 마음에서 시작하여, 대화하는 내가 성장하고, 타자로 다시 확장되는 긍정적인 순환의 과정을 밟아간다. 닥터 프로스트 개인과 작품이 함께 성장한 것이다. <닥터 프로스트>는 전문적인 영역을 다루면서 흥미로움과 유익함을 함께 전하는 작품이고, 동시에 이종범 작가의 성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우리의 ‘오늘’을 대표하기에 충분한 웹툰이다.


김봉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