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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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플랫폼의 내일

너도 나도 IP 사업에 달려드는 요즘, 오픈 플랫폼에게는 어떤 '내일'이 있을까? 딜리헙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2021-11-23 딜리헙



오픈 플랫폼의 내일


그야말로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전에 없는 호황을 맞은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는 매주 수천 개가 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곳은 아직도 몇 개의 플랫폼에 한정되어 있으며 더 나아가 플랫폼이 원하는 작품만이 대중에 선보여질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한정된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오픈 플랫폼이란?

오랜 시간 동안 소수의 콘텐츠 플랫폼들에서만 유통되는 것으로 여겨지던 웹툰과 웹소설에 새로운 통로가 등장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오픈 플랫폼’이다. 오픈 플랫폼이란 ‘사용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로 대형 플랫폼의 좁은 등용문에 지친 작가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처럼 자신만의 콘텐츠로 수익을 얻고자 하는 시도는 모든 분야에 걸쳐 있어 왔다. 툴과 프로그램의 발달로 인해 개인 웹툰 작업의 퀄리티도 프로 못지않게 높아진 지금 이러한 시도가 웹툰과 콘텐츠 업계에도 시작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왜 오픈 플랫폼인가

우리는 이미 대형 콘텐츠 플랫폼만이 유일한 길로 여겨질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들을 보아왔다. 웹툰 플랫폼들은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작가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신입 작가들을 모집했지만 모두에게 동일한 대우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연재되는 작품들은 점점 상업성과 대중성의 이름 아래 획일화되었으며 플랫폼 데뷔를 꿈꾸는 작가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일부 업체에서는 불공정 계약으로 작품권을 착취하는 등의 부작용까지 일어났다. 

2018년 공정거래 위원회는 국내 웹툰 플랫폼 26곳의 불공정 계약 사례들을 시정하도록 조치했으며 작가들 또한 연대를 통해 자신들의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더 이상 이러한 관행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요구 이후 3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불공정 계약에 대한 확실한 시정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작용에 해법은 없는 걸까? 

‘대형 플랫폼 데뷔’라는 하나의 선택지로만 몰리는 경향이 이러한 부작용을 이끌어 냈다면, 오픈 플랫폼에서의 ‘독립 연재’는 이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만일 독립 연재로도 플랫폼에 고용되어 연재하는 것과 비슷한 수입이 가능하다면, 작가들은 굳이 불공정한 계약 조항을 감수하고 플랫폼에서 연재를 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또한 독립 연재는 작품의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으므로 상업성으로 획일화되던 웹툰 생태계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단초 또한 될 수 있을 것이다. 


오픈 플랫폼 딜리헙의 현재

오픈 플랫폼은 분량, 가격, 일정 등 이미 짜인 틀에 자신을 맞춰야 하는 기성 플랫폼과 달리 본인의 작품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스스로 채택할 수 있다. 사용자의 니즈에 맞춰 활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오픈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강점이 현재의 오픈 플랫폼에서는 어떻게 발휘되고 있을까? 가장 독보적인 성공사례로는 <극락왕생>을 뽑을 수 있다.

먼저 <극락왕생>은 오픈 플랫폼 딜리헙에서 타깃 독자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작품의 팬덤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작품의 연재 주기와 가격 책정 또한 작가가 자유롭게 선정하여 개인이 연재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웠다. 오픈 플랫폼에서의 연재 방식이 아니면 불가능한 전략이었다. 여기에 딜리헙에서 제공하는 분기별 세일 이벤트와 인터뷰를 통한 홍보 계획으로 새로운 독자층을 끊임없이 수혈하는 데에까지 성공했다.


△ 큰 관심을 모았던 고사리박사 작가의 딜리뷰


△ <극락왕생> 할인이벤트

이러한 사려 깊은 전략과 작품에 대한 열정 덕분에 <극락왕생>은 작품 수익은 물론이고 2019 콘텐츠 대상 수상에서부터 출판, 드라마화, 각종 콜라보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독립 연재에서 없었던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극락왕생>의 성공이 뜻깊은 이유는 작가가 플랫폼과 반목하고 플랫폼을 믿지 못하던 그 당시의 사례들을 딛고 일어나 플랫폼과 작가 간의 협력으로 ‘윈윈 Win-Win 관계’를 정립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공사례를 다른 작품에도 적용한다면 어떨까.

오픈 플랫폼 딜리헙에서 독립 연재로 성공을 거둔 작품들은 <극락왕생>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N번방 사건을 전면으로 다룬 도전적인 작품인 <오빠가 사라졌다>는 처음 SNS의 무료 공개 웹툰으로 시작했으나, 딜리헙으로 자리를 옮기고 난 뒤 유의미한 수익을 거두고, 정식 출판에까지 이르게 된 작품이다. 

먼저 <오빠가 사라졌다>는 ‘N번방 사건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가상의 한국에서 사건에 연루된 오빠가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으로, 소재와 내용의 전개가 대중적인 독자층을 노리는 플랫폼에서는 난색을 표했을 작품이었다. 그러나 <오빠가 사라졌다>는 작품성과 시의성을 바탕으로 오픈 플랫폼인 딜리헙에서 새로운 구매 독자층을 만나는 데에 성공했고 연재 시기 동안의 수익은 물론 이후 정식 출판으로 작품을 확장하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 <오빠가 사라졌다>의 출간과 출간된 단행본 표지

채식을 주제로 하고 있는 웹툰인 <두연씨, 오늘도 잘 먹고 잘 살아요> 또한 오픈 플랫폼에서 인정할만한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채식이라는 소재 또한 상업성에 점수를 주는 대형 플랫폼에서는 쉽게 손을 뻗지 못했을 소재였지만, 독립 연재에서는 얼마든지 작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수익 또한 유의미했다. 오픈 플랫폼은 작품에 대한 종속적인 계약이 없으며 구독 수익에서도 수수료 정도만을 가져가므로 작품 수익이 온전히 작가에게 향할 수 있었다. (<두연씨, 오늘도 잘 먹고 잘 살아요>의 저자 하토 작가는 고료가 없는 미니멈 개런티를 지급하는 플랫폼에서는 작가에게 돌아오는 수익 배분 비율이 낮아 불합리한 구조로 작품을 연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픈 플랫폼 연재를 택했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해당 작품 또한 딜리헙에서 인기 상위권을 차지한 작품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냈을 뿐만 아니라, 진흥원의 다양성 만화 지원을 받으며 제작되어 현재는 텀블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출간되었다.



△ <두연씨, 잘 먹고 잘 살아요>의 출간 기념 할인 이벤트와 출간된 단행본 표지

이 작품들의 성공이 모두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품의 숫자만큼 다양한 성공의 종류가 있는 법, 이러한 개성적인 성공 사례가 많아질수록 오픈 플랫폼은 대형 플랫폼 연재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공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딜리헙에서는 작가가 각자의 작품에 맞는 판매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작가의 작품에 맞는 전략적인 판매와 세일 방식을 추천한다. 개개의 작품에 맞는 세일 방식을 추천하는 것은 아직 파트너십 작가들에게 한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데이터를 쌓고 있는 기능이나 앞으로 딜리헙에서는 이러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작가 개개인에게 좀 더 세분화된 작품 통계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물론 기능만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통계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작가가 자기 자신만의 판매전략으로 작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물론 플랫폼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과 작가뿐만이 아니다. 독자들을 위해 딜리헙은 엄선한 작품 큐레이팅 시스템으로 작품성 있고 다양성을 드러내는 ‘좋은 작품’을 추천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잠깐의 조회수를 목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작품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보다는 ‘좋은 작품’을 추천하자 플랫폼에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수준 있는 독자 팬덤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독자층의 작품 구매와 작가에게 향하는 후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현시대, 오픈 플랫폼의 확장

판데믹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재, IP사업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IP를 직접 소유하지 않는 오픈 플랫폼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받기 일쑤다.

물론 IP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현재 가장 전도유망한 사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황금알이 거위들에게도 이득이 되던가? 오히려 거위는 그 황금알 때문에 배가 갈려 죽고 만다. 지금의 콘텐츠 업계의 구조 또한 마찬가지다. 자칫 잘못하면 눈앞의 이득만을 쫓다 거위의 배를 가르게 되는 길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 플랫폼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오픈 플랫폼은 창작자에게 집중해야 한다. 직접 IP 사업자가 되기보다는 IP의 진정한 주인인 작가가 직접 자신의 IP를 판매할 수 있는 장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현재 준비 중인 딜리헙 2.0은 발달한 개인 홈 시스템으로 인해 작가가 딜리헙 홈을 개인 포트폴리오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IP의 직거래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어느 시장이나 중간 마진을 제해야 소비자에게 그리고 제공자에게 이득이 더 돌아가는 법이 아니겠는가.



△ 딜리헙 2.0이 옵니다!

물론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 발맞추어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형 창작자들과 그들의 소비자는 더 이상 완성된 작품만을 원하지 않는다. 인플루언서형 창작자들은 짧은 영상과 쉬운 이미지, 그리고 독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며 주로 인스타그램과 틱톡 같은 SNS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수많은 팔로워를 기반으로 브랜드 광고 등에서 수익을 얻고 있지만 이러한 광고 수익은 불안정하며, 광고가 지속되면 팔로워들이 등을 돌릴 위험도 있다. 

딜리헙에서는 이러한 창작자들에게 ‘갤러리’라는 새로운 기능을 제시한다. 인플루언서형 창작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될 ‘갤러리’는 SNS에서처럼 독자와의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지에서부터 짧은 영상까지 공유할 수 있으며 수익화도 쉽고 편리하다. 독자들은 작가에게 직접 후원을 할 수 있으며 작가들은 광고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Meow 라는 새로운 후원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딜리헙의 갤러리, 2.0버전과 함께 한국에도 런칭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장 구조 안에서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딜리헙의 확장 방향은 분명 쉬운 길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다양성이 넘치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멀리 보면 더 오래 지속 가능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


마치며

2018년 느리지만 확실한 발걸음으로 걷겠다고 말하며 시작한 딜리헙이 어느새 3주년을 맞이했다. 아직 플랫폼으로서는 신생 플랫폼이나 다름없지만, 3년 동안 딜리헙은 꾸준히 걸어와 글로벌 확장에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딜리헙이 이전에 전무했던 오픈 플랫폼으로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생각에 공감하고 있는 작가와 독자들의 성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욱 탄탄한 발걸음으로 걸어 나갈 딜리헙의 미래를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