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미국]2007 미국우수만화선집 (The Best American Comics 2007) 출간

미국우수만화선집은 해당년도에 어떤 형식으로든 이미 발표된 바 있는 작품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것을 전체 또는 장편의 경우는 일부분을 잘라내서 모아놓은 작품집이다. 이번 선집에는 총 39명 작가들이 펼치는 여러 작품들이 선정..

2007-10-09 김낙호

최근 미국에서 2007 미국우수만화선집 (The Best American Comics)이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는 미국의 미플린 출판사에서 출시하는 ‘The Best American’ 문학선집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데, 기존에 다루었던 단편소설, 에세이, 과학 저술 등등 여러 가지 분야에 더하여 2006년에 처음으로 만화가 추가된 바 있다. 즉 이번 2007년도 책은 만화분야의 선집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을 확고히 하는 의미가 있는 셈이다.

2007 미국우수만화선집 책 이미지
2007 미국우수만화선집 (The Best American Comics 2007)
책 이미지

미국우수만화선집은 해당년도에 어떤 형식으로든 이미 발표된 바 있는 작품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것을 전체 또는 장편의 경우는 일부분을 잘라내서 모아놓은 작품집이다. 즉 선집을 위해서 신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표되어 나름의 평가를 거친 작품 가운데 다시 편집자들이 이 분야를 대표할 만한 작품들이라고 자부하는 것을 골라내는 것이다. 선정의 주체가 작가단체도 공공기관도 아니라 편집자들인 만큼, 무엇보다 관건은 편집자들이 얼마나 한 해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만화의 현황과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뚜렷한 인식이 있는지 하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출판사에서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 선집은 전문 작가가 초청 편집인으로 작품 선정 등에 직접 관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의 책임 편집인은 ‘지미 코리건’ 등으로 유명한 아이콘적 만화 시각디자인의 대가 크리스 웨어가 발탁되었으며, 표지 역시 그가 직접 디자인했다.

이번 선집에는 총 39명 작가들이 펼치는 여러 작품들이 선정되었다. 여기에는 이미 타임지 선정 2006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는 앨리슨 벡델의 ‘즐거운 집’(Fun Home)이나 찰스 번스의 ‘블랙홀’ 등 이미 널리 작품성을 평가받은 작품에서부터, 생소한 인디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포괄되어 있다. 출판사의 자부심대로, 2006년 말-2007년 말까지 미국 만화판에서 배출할 수 있는 가장 문학적/미술적 성취 측면에서 우수한 작업물들이 모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 만화판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가하면, 그렇지는 않다. 아무래도 인디/작가주의 성향의 작품들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작 대형 프로덕션과 코믹북으로 대표되는 장르오락물 분야에서 선정된 작품들이 없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예를 들어 ‘바그다드의 사자들’(Pride of Baghdad) 같은 수작도 제외되었을 정도니 말이다. 물론 해당 출판사와 저작권자들의 허가를 얻어내기가 한층 어렵기는 하겠지만, 오히려 장르만화에 대한 역차별을 하는 것으로서는 만화문화 특유의 에너지와 소통력을 저해하는 한계를 남긴다.

한국에서 이런 방식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어떨까. 한 해 나온 장르(코믹스)만화, 시사만화, 인디성향 만화, 웹만화 등 여러 분야를 편견 없이 열어놓고 가장 한 해동안 주목할 만했던 작품을 선집으로 묶어내는 것 말이다. 선정 주체는 단체나 감투가 아니라 철저하게 선정능력 자체를 감안한 전문가로 하고(사실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조건이다). 한국만화를 궁금해 하는 만화 이외의 분야, 혹은 해외에 내밀 가장 확실한 카드이자 문화적 유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