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만화가 완전히 주류화되어 포털사이트들이 젊은 신인들의 주요 데뷔경로가 된 것은 물론 사회적 히트작들의 보금자리로 이미 자리 잡은 한국과 달리, 정작 만화산업이 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웹만화가 아직 개인적 발표 공간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웹을 통한 만화 ‘출판’의 개념이 한국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가 개인 사이트 또는 포럼 위주일 뿐만 아니라 기업화된 웹만화는 숫자나 인지도 면에서 미미하며 인디성향의 개별 작가들의 발표 공간 정도의 의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판도에서, 미국의 양대 주류 만화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DC Comics가 본격적으로 웹만화 분야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며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슈퍼맨, 배트맨 등의 슈퍼히어로를 보유하고 있고, 이슈 단위로 발간되는 주류 코믹북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DC의 이번 행보는 미국 웹만화 분야의 지형도를 재편시킬 가능성이 점쳐진다. DC라는 대형 주류 만화기업이 웹만화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주류 장르만화의 웹 적용 시도는 물론 사업 수익모델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이트의 이름은 Zuda로, www.zudacomics.com에 자리잡고 있다. 2007년 10월에 정식 개장 예정이고, 현재는 작가모집 공고가 올려진 상태다. Zuda가 표방하는 핵심 운영원칙은 기존 작품의 스캔본이 아니라 웹 전용의 오리지날 작품으로 운영된다는 것. 즉 미국 주류출판사들이 보통 그렇듯 기존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에서 작업해줄 작화가, 스토리작가 등 만화 작업인력을 구하는 식이 아니라, 새로운 자신의 작품을 들고 발표할 신인을 모집하는 것이다. 응모자가 자신의 새 작품을 이 공간에 올리는 식으로 매월 작품 응모를 받아서, 일반참여자를 포함한 공개심사 후 작가의 그 작품이 발탁되어 1년간 연재 계약이 들어가는 형식이다. 이 방식은 한국의 포털에서 실시하는 방식과 비슷하면서도, 연재기간을 보장해준다는 것과 심사과정이 일반인 투표 포함하는 등 공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한층 정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형식 측면으로는 4:3 비율인 스크린의 가로 페이지 판형을 기본으로 삼는다고 발표되어 있다. 스크롤 방식이나 플래쉬를 아직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화면에서 편하게 읽히고 출판의 여지가 있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작가 참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즉 미국 작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영어로 만화를 그려서 공개심사에 나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응모할 수 있는 셈이고, 영어권 인터넷 사용자 전체를 독자층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특별히 기성작가의 참여를 막는 조항 역시 현재 밝혀진 바 없는 만큼, 기성 작가와 작가지망생 모두가 해당된다. 다만 형식 규정에서 볼 수 있듯 페이지 만화를 기본으로 여기고 있기에, 한국에서 웹만화의 표준처럼 굳어지고 있는 스크롤 방식 만화 특유의 방만한 편집이 아닌 페이지 만화 특유의 긴밀한 칸 배분이 요구되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영어권 독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역시 적지 않다. 이러한 난점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극복한다면, 세계시장 진출 및 세계독자와의 만남으로 가는 좋은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