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10일부터 2001년 4월 29일까지 
앙굴렘 페스티발 기간에 앞서서 거의 3개월간 파리시민들에게 이 전시를 선보이고, 그 이후에 앙굴렘으로 전시 장소를 옮겨서 역시 3개월 가량 전시되고 있다. 이 전시보고서는 파리에서 열린 전시회를 중심으로 쓰여진 글이기에 전시공간이나 배치라는 면에선 앙굴렘과 틀리겠지만,
프랑소와 미테랑 국립도서관(Bibliotheque Francois-Mitterrand)에서 열렸다는 사실에서 오는 문화지형도적인 면에선 나름의 가치가 있고, 전시의 내용면에선 동일하므로, 국립도서관에서 열린 전시회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초현대식 건물중의 하나, 14호선 개통과 더불어 떡! 하니 버티고 선 국립도서관 전시실에서, 작년 10월10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유럽만화의 거장들(Maitres de la bande dessinee)>라는 볼만한 전시회가 열였다. 이 전시는 끝나자 말자, 앙굴렘 페스티벌과 맞추어 앙굴렘에 옮겨졌고, 4월 29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앙굴렘에서 만화전시를 하는것이야 뭐 당연지사겠지만, 오히려 국립도서관, 상대적으로 아카데믹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도서관에 전시하는 것이 앙굴렘의 국립만화이미지센터로서도 꽤나 자부심있는 일인 듯 하다. 들어가는 입구에다가 떡 하니 왜 국립도서관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는가라는 설명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만화라는 표현양식의 양적, 질적인 지배를 지배를 암시해놓고 있다.

전시 또한 장기적으로 끌고나가는 것인 것 만큼,
16개의 주제로 나눠진 전시실과,
17분짜리 영상물이 계속적으로 상영되고 있는 상영실,
전시된 작품들의 일부(즉, 출판된 것만)를 직접 읽을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일종의 만화방, 그리고
시나리오리스트들의 클럽 등의 4가지 성격으로 분할해놓았다.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사실, 지루하다), 어떤식으로 분류해서 전시를 했는지 살펴보자는데 의의를 두고(언젠가는 우리도 이런 전시를 준비해야 할 것이므로! 라는 거창한 변명하에), 만화에 관련된 16개의 주제와 그에 출품된 작가들을 살펴보자.

1. "풍자의 세기" 1830년대를 중심으로 한 최초의 유럽만화작가들이라 할 수 있는 토페르(스위스), 윌리엄 부쉬(독일), 카랑 다크(프랑스), 오스카 안데르센(스웨덴) 등의 오리지널 상태의 원화들을 모아두었다.
2. 20세기 초에 들어서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만화들과 그 작가들을 소개하는 "어린시절의 이미지 형성자들"
3. 만화의 본격적인 발전기라고 볼 수 있는 "단순명쾌한 선들의 도래", 즉 에르제에서 야곱(벨기에의 작가들), 그리고 프랑스에서 말풍선을 도입한 생 오간 등의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4. "프랑스-벨기에의 전성기" 1951년부터 프랑스의 <아스테릭스>가 벨기에의 잡지에 소개되었고, 또 벨기에의 잡지 <필로트>가 1959년부터 프랑스에서 출판되었다. 언어가 동일한 두 나라는 만화가 넘나들기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같은 외국인에게는 누가 프랑스 작가이고 벨기에 작가인지 헷갈리게 되는 것이고, 그러한 구별을 쉽게 안되게(?) 하기 위해서 <불어권 작가>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아마도 벨기에 사람들은 기분나뻐하지 않을까나?)
5. "모험의 고전들" 1930-40년대 미국의 모험만화들에 영향을 받은 만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유럽의 만화들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시기일 것이다. 그들 스스로도 2차 세계대전이 터지지 않았다면 유럽의 만화가 자생적으로 태어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모든 미국의 만화가 동시적으로 출판되고 있었다.
6. 역시 만화의 한 장을 이루고 있는 "신문에 등장한 만화들". 여전히 유효한 우리나라의 4칸 신문만화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스포츠신문에 등장하는 만화처럼 만화를 발표한 작가들이 소개된다.
7. 어린이만화들과 동떨어져서 존재하기 약간은 힘들까나? "위기에 빠진 동물들"에서는 동물들의 의인화로 그려진 만화들을 소개한다.
8. "서부와 떨어져서" 1934년부터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서부극 만화들이 유행했다. 물론 우리가 잘 알고있는 뫼뷔우스의 <블루베리>만이 아니라 유럽전역에서 위명을 떨쳤던 유럽권 서부만화를 접할 수 있다.
9. "어떤 열광하는 천치" 만화가 점점 자신의 틀을 잡아갈수록, 동시에 등장할 수 밖에 없는 도식화들에 대한 조롱섞인 비판을 가했던 작가들을 보여준다.
10. "이탈리아의 악몽과 환상들" 유럽전역에 영향을 끼친 이탈리아의 작가들, 바타칠리아의 아름다운 묘사에서, 크레팍스의 에로티즘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의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11. "또다른 세계들의 거장들"은 공상과학 만화의 대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프랑스의 뫼뷔우스와 드뤼이에, 벨기에의 새로운 대가 쉬텐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12. "조롱의 정신"에서는 1968년 문화적 변혁기 이후의 프랑스와 독일작가들의 풍자적인 작품들을 보여준다.
13. "시적인 길"에서는 프랑스의 프레드, 포레스트와 스페인의 막스를 비롯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14. "흑백의 시대"에서는 유럽에서 전형적으로 흑백만을 사용해서 작품을 하는 프랑스의 타디와 이탈리아의 프라트를 소개한다.
15. "소설적인 길"에선 어떤 이야기성을 강조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16. "내적인 세계"에서는 내면의 세계를 잘 드러낸다고 인정되는 유럽의 작가들, 이탈리아의 파찌엔자와 마토티, 프랑스의 보도앙, 영국의 맥킨등의 참신한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총 70여명의 작가와 각 작가별 2-4개씩의 작품의 원판들이라고 산정하면 대충 200여개의 오리지널 판이 전시된 것이다.



중간중간에 몇가지 잡지(절판되거나 구하기 힘든)를 다 튐어볼 수 있게 해둔 컴퓨터 시설들도 도판만으로는 확인하기 힘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상황을 보게 해 주었다.
<시나리오작가들의 클럽>에 들어가면 4명의 저명한 시나리오 작가들의 개인 소장품들, 타자기라든가 시나리오집들이 펼쳐져 있고, 전화기가 각각 달려있는데 의자에 앉아서 전화기를 들면 살아생전(이미 죽은 경우에) 고시니의 인터뷰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약간의 단점이라면 집중을 위해서라곤 하나, 전시실이 어두워서 벽에 붙은 작은 글씨들을 읽기가 힘들었고(젊은 나도 힘드니 나이 드신 분들은 오죽 하랴), 외국작품들(독일이나 이탈리아나...)이 불어로 번역이 되어있지 않았다. (설마 한국어로 번역되길 바라는 분이 있진 않겠지!) 혹시 이 전시에 대한 대충의 분위기라도 파악하고 싶으신 분이 계신다면,
http://www.bnf.fr으로 접속을 해보시라. 야시꾸리한 분홍색의 색채가 뜨면서 전시에 관한 전경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영어로도 서비스가 되니 용기를 내시고 접속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