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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아이언맨] 더욱 강력해진 매력의 히어로, 아이언맨 : 만화편

오늘날 아이언맨이 얻고 있는 인기는 아이언맨 4번째 시리즈 1호가 출판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는 워런 엘리스와 아디 그라노프.

2013-05-28 이규원
오늘날 아이언맨이 얻고 있는 인기는 아이언맨 4번째 시리즈 1호가 출판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는 워런 엘리스와 아디 그라노프.
 
워런 엘리스는 영국 출신의 만화 스토리 작가이다. 전통적인 히어로물에서 지켜져왔던 ‘히어로가 재판 없이 악당을 임의로 처형해서는 안된다’라든가 ‘히어로간의 동성애는 금지한다’라는 원칙을 깨는 <어소리티>, 암울한 미래를 그만의 독특한 사회정치적 시각으로 풀어낸 <트랜스메트로폴리탄> 등으로 인기를 얻은 인물이다. 혁신적인 시선으로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워렌 엘리스라면 항상 최첨단의 기술을 선보이며 정치적인 경제적 권력관계 속에서 활동해야 하는 아이언맨의 이야기에 최적이었다.
 
아디 그라노프는 보스니아 출신의 화가다. 원래는 닌텐도의 컨셉 아티스트로 일했는데, 2004년부터 마블과 인연을 맺고 <쉬헐크>, <인휴먼즈>, <실버 서퍼>, <아이언맨> 등의 커버 아티스트로만 활동했다. 마블 편집부에서는 아디의 그림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굳건히 믿고 있었다. 당시에 마블 편집부에서는 어떻게 해서는 워런 엘리스와 아디 그라노프를 한 팀으로 묶기 위해서 워런에겐 아디가 그림을 맡을 것이라고 하고, 아디에겐 워런이 글을 쓸 것이라고 하면서 계약이 성사되기도 전에 두 사람에게 양동작전을 펼쳤다. 두 사람은 보기 좋게 걸려들었고, 마블은 최고의 퀄러티의 만화가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익스트리미스>고, 이 책에서 뻗어나온 가지가 오늘날 아이언맨의 만화 세계와 영화 세계 모두를 낳았다고 봐도 좋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먼저 이전의 아이언맨의 탄생기에 약간의 변경이 가해졌다. 이것은 이전에 아이언맨을 읽은 적인 없는 신규 독자들을 위한 배려다. 기본적으로 토니 스타크가 천재 발명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후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강철 아머를 개발한 배경은 ‘베트남전’이 아닌 ‘걸프전’이 배경이게 되었다. 또한 한 과학자가 익스트리미스라고 하는 특수한 바이러스를 개발한다. 이 바이러스를 주입받았을 때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지만, 성공할 경우엔 인체 내의 DNA가 완전히 다시 쓰여지면서 강력한 슈퍼솔저로 변신하게 된다.
 
아이언맨은 익스트리미스 슈퍼 솔저와 전투를 벌이다가 치명상을 입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익스트리미스를 주사한다. 이로서 아이언맨은 자신의 골격 안에 아머를 저장하여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밖으로 불러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아머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머가 사람 속에 들어있게 된 셈이다. 이것은 ‘초인’들의 대열에서 지금까지 평범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두뇌의 힘으로 싸워왔던 아이언맨의 위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익스트리미스의 주제를 요약한다면 ‘과학 기술과 그 올바른 사용’이다. 나노 기술과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강력하게 업그레이드되는 인간의 신체. 이것은 그저 만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실제로 맞이해야 되는 문제다. 우리는 질병과 노화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으며, 그런 한편으로는 무시무시한 변종 바이러스들의 공포에 맞서 싸우고 있다. 아이언맨은 어떤 슈퍼히어로 만화들보다도 이런 과학 기술의 발전과 트렌드에 민감한 만화다.
 
60년대를 보면 아이언맨의 기술은 트랜지스터에 기반한 것이었다. 70년대 80년대는 태양력 등의 기술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었다. 그에 맞춰 바뀐 아머의 개수만도 수십종이다. 우주 정거장과 인공 위성이 각광 받던 시대에는 우주용 아머를 개발하여 우주로 나아갔고, 또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고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해지던 시대에는 아머가 인공지능을 갖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네트워크의 시대가 도래하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는 ‘아바타’와 그 아바타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를 놓고 토론이 오고가고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이 만들어지던 시기에도 토니는 아바타처럼 인공 조종하는 새로운 아머를 선보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아이언맨 자체가 언제나 그 출판 당시의 최첨단 기술을 다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그렇게 급속도로 변하는 가운데서도 초점은 그 첨단 기술이 아니고, 그 첨단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을 선용하려는 아이언맨의 반대쪽에는 항상 기술을 악용하려는 악당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독자들은 아이언맨을 통해서 과학 기술을 대하는 상이한 관점을 제시받고, 동시에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래를 우리가 어떻게 맞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제기받고, 만화 작가는 만화 작가 나름대로, 독자들은 또 그들만의 피드백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답을 내보려고 애를 썼다. 다시 말하면 아이언맨은 그 이름 그대로, 아이언으로 대표되는 기술과 맨이라는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동시에 아주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읽을거리였다라는 것이다.
 
시대에 발맞춰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캐릭터는 ‘트렌드를 따라라’라는 마블의 이념과도 일치했다. 그러나 더욱 더 멋지게 진화하는 아이언맨의 아머 이면에서 그의 결점도 동시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마블의 또 다른 이념이 ‘주인공을 철저히 괴롭히는 것’임도 잊어선 안 된다. 마블은 새 시대를 맞이하면 히어로에게 새로운 코스튬을 선물로 주면서 동시에 그를 괴롭힐 새로운 방법도 개발해낸다. 어떤 점에서 이것이 DC와 마블의 차이일 수도 있다.
 
아이언맨은 절대로 구식의 디자인과 테크놀로지를 고수하는 전통적인 슈퍼히어로가 될 수 없다. 아이언맨이 우리와 나누려고 하는 주제 자체가 ‘기술과 그 사용’이기 때문에, 시대와 함께 진화하지 못하면 그건 아이언맨이 아니다.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서 아이언맨은 하나의 일관된 문제제기에 대한 각 시대 마다의 다른 공감과 대답을 이끌어낸다. 이것이야말로 아이언맨이 가진 진정한 슈퍼파워다.
 
다시 아이언맨의 탄생기로 돌아가보자. 아이언맨이 탄생하던 60년대 초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대였다. 흑인들 20만명이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가두 시위를 벌였고, 대통령은 그에 대한 응답으로 고용분야에서의 차별을 철폐한다는 선언을 했다. 영국에서 온 무명밴드가 노래 몇 곡으로 빌보드 차트를 넘보더니 곧이어 정규앨범을 발패하고 인기 정상을 차지한다. 살인 면허를 가진 슈퍼 스파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녀들을 만나고 스파이들을 물리치는 007 시리즈도 이 때부터 영화화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소련은 누가 먼저 유인 우주선을 지구 궤도에 쏘아올릴 것인가, 누가 우주 정거장을 먼저 세울 것인가, 누가 달에 먼저 착륙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우주 경쟁을 벌였다. 미국은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미국에 대한 평판이 떨어지고 동맹의 신뢰도 낮아질 것이라고 불안해하고 있었고, 베트남은 그런 미국의 힘이 신뢰받을 수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이런 배경 속에서 아이언맨은 냉전시대 공산주의자들의 전쟁과 스파이 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국제 관계의 양상은 상당히 바뀌었고,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던 007 영화의 배경과 주적이 과거와 오늘이 달라지게 된 것처럼 아이언맨 역시도 바뀌어진 상황에 맞춰가야 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아이언맨이 주장하는 ‘세계 평화’의 개념도 이전과는 바뀌었다. 아이언맨이 상대하는 악당들의 성향은 공산주의자와 스파이에서 테러리스트로 바뀌었다. 아이언맨의 방식도 바뀐 부분이 있다. 전통적으로 아이언맨은 적직 무기 개발자 출신으로 세계 전쟁과 테러를 막기 위한 1인 전쟁을 펼친다. 그러나 오늘날의 아이언맨은 체제 밖에서의 1인 전쟁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의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평화를 강제하는 방법을 택한다. 상당히 다르게 보이지만 ‘평화’를 지향하는 점에서는 이전과 같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 것은 아이언맨이라는 만화 캐릭터가 갖고 있는 고유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언맨은 일반적인 작가 개인 소유의 캐릭터가 아니라 회사 소유의 캐릭터다. 지금 시점에서 돌아봐도 잭 커비, 돈 헥, 진 콜란, 밥 레이튼, 배리 윈저 스미스, 존 로미타 주니어, 워런 엘리스, 매트 프랙션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만화계의 레전드급 작가들이 거쳐간 50년 역사의 캐릭터. 2005년 당시 워런 엘리스는 이와 같은 아이언맨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캐릭터가 갖고 있는 본래의 성향보다 두드러져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다. 이전의 거장들이 이 캐릭터에 불어넣어온 생명력과 개성들을 최대한 존중할 줄도 알아야 했고, 기존의 올드 팬들의 기대 수준을 맞추면서 그들이 알고 있는 아이언맨의 이미지를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었다.
 
워런이 지키고 존중해야 할 전통적인 아이언맨은 ‘초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나이’라는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 아이언맨은 비록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평범한 한 사내가 아머를 입고 초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이 사나이가 얼마나 평범한가 하면, 적어도 힘은 보통 사람을 뛰어넘을지 몰라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있어서 만큼은 보통사람보다도 훨씬 가가이서 느끼는 연약한 사람이다. 상체에 착용한 가슴판을 떼는 순간 그의 심장은 멎고 만다. 그를 아이언맨이 되게 하는 것은 우연히 어떤 사고로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얻은 ‘초능력’이 아니라, 평범한 사나이의 ‘살고자 하는 의지’였다. 그런 평범한 사나이가 아머를 입고 초능력자들과 친구가 되고, ‘어벤저스’를 결성하여 지구를 지킨다는 것이다.
 
워런 엘리스는 그 연약한 아이언맨으로 하여금 마침내 아머를 벗고서도 초능력을 쓸 수 있는 히어로가 되게 했다. 익스트리미스 덕분에 아머를 입어야 하는 인간이 아니라 아머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이 점만 놓고 본다면 워런이 선을 지킨 것이 아니라 선을 넘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이언맨의 속성 자체가 완벽하게 변한 셈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팬들은 거부반응은 커녕 오히려 열광했다. 아머의 속성이 바뀌었을 뿐 그의 ‘생존’에 대한 의지와 ‘평화’에 대한 갈망은 그대로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얼티밋 아이언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마블이 먼저 했던 일은 십대 이십대 독자들을 위해서 그들의 대표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주는 <얼티밋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런칭한 것이었다. 이 시리즈가 성공의 기미를 보이자 마블은 <얼티밋 엑스맨> 등을 이어 선보이면서 마침내 2002년에 <얼티미츠>라는 21세기 버전의 어벤저스를 창작해낸다. 이 팀은 기존의 어벤저스를 베이스로 하면서도 훨씬더 현대적인 감각에 훨씬 더 어두운 분위기를 갖고 있었으며, 얼티밋 스파이더맨과는 달리 좀 더 성인 독자들을 위한 폭력과 노출을 선보이며 크게 히트한다.
 
<얼티미츠>에서 역시도 아이언맨은 팀 결성의 주축으로 활약한다. 이야기를 쓴 마크 밀러는 토니 스타크를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바람둥이 술꾼으로 표현한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즐기며, 본인 스스로를 인기 영화 배우들을 능가하는 유명인으로 여기는 점은 얼마 뒤 영화로 표현되게 될 토니와도 흡사하다. 그러나 이 버전의 토니에겐 또 다른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그는 뇌종양을 앓고 있었고, 그 때문에 인생의 목적이 달라지게 된다. 그는 쉴드와 얼티미츠라는 팀이 추구하는 것과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의 삶. 목표점이 같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얼티미츠의 토니다.
 
이어 익스트리미스가 출판된 바로 그 해에 마블은 얼티밋 버전의 아이언맨의 탄생기를 그린 <얼티밋 아이언맨>을 출판한다. 이 미니시리즈의 작가진 역시 쟁쟁하다고 할 수 있었다. 스토리는 인기 SF 작가인 오손 스콧 카드. 그림은 전설적 만화가인 조 큐버트의 아들인 앤디 큐버트가 맡았다. 독립적인 세계관인 만큼 탄생기는 거의 새로 씌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토니 스타크는 아기 때 유전자 사고를 겪고, 그 결과 신체 전체가 보통 인간을 능가하는 엄청난 양의 신경 세포로 뒤덮인다. 즉 머리만으로가 아니라 온 몸 전체로 사고하는 살아있는 두뇌가 된 것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신경세포의 활동은 극심한 통증을 수반했다. 그러나 신체 재생 능력과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가 발명한 바이오 아머의 도움으로 토니는 통증을 참고 견디는 법을 익히게 된다. 이렇게 토니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능력을 부여받고, 그 능력의 결함함을 통제하기 위한 기술로 아머와 함께 자라난다. 익스트리미스와 비교해 본다면 이 역시도 토니와 아머를 더 이상 분리할 수 없는 하나가 되게 하려는 변화와 같은 흐름에 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이제 아머와 하나가 된 토니는 오늘날 스마트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러한 것처럼 지구상의 모든 통신 테크놀로지와 연결된 정보의 허브로 변한다. 컴퓨터, 인터넷, 인공 위성 등 각종 통신 장치에 흘러나오는 정보가 토니를 거쳐가고, 토니는 그 안에서 최적의 정보를 선별해내 문제를 해결한다. 스마트 시대를 맞이하면서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게 된 현대인. 또 그들이 이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갖게 된 정보 수집력과 선별력. 더군다나 이 능력은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친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탓에 이 힘이 가져올 수 있는 엄청난 재앙이 종종 간과되기도 한다. 익스트리미스 이후 아이언맨 스토리의 진행을 넘겨받은 찰스 노프와 대니얼 노프 부자는 바로 이 이야기를 다룬 <엑시큐트 프로그램>으로 아이언맨을 다시 한 번 진화시킨다.
 
기술 분야에서 뿐만이 아니다. 당시 마블은 <시빌워>라고 하는 회사 전체의 거의 대부분의 타이틀을 아우르는 거대한 이벤트를 진행중이었다. 워런 엘리스는 익스트리미스를 툭하고 던져놓은 채로 아이언맨을 떠났고, 어찌됐던 시빌워를 진행하려면 다른 작가들이 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아이언맨의 이야기를 써야 했다. 크로스오버 이벤트인 만큼 거의 대부분의 작가들이 아이언맨을 끌어오고, 또 그들만의 방식으로 아이언맨을 표현해야 했다. 그러니 노프 부자가 맡은 임무의 무게도 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토니 스타크가 진정으로 가야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그가 어떤 선택지들 앞에 놓이게 될 것인지, 궁극적으로 그가 선택하는 길은 무엇인지, 그 길을 선택하고 치러야하는 대가는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살피며 기술적인 진화 이면에 숨겨진 ‘인간 토니 스타크’를 발굴해 내어야 했다.
 
사실 시빌워 동안에 보여준 토니 스타크의 냉혈한과 같은 모습은 팬들의 입장에선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이전의 토니는 전쟁을 반대했고, 알콜 중독을 이겨냈고, 회사의 파산도 이겨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평화를 지키는데 앞장서던 헌신적인 인물이었다. 노프 부자는 그런 인물이 다른 초인들에게 등록을 강제하는 선택을 하는 데에 대한 적절한 이유를 내어놓는다. 토니는 ‘연민’과 ‘동정’의 히어로가 아니라 ‘옳다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무슨 수로든 관철시키고 마는 추진력을 지닌 히어로’라는 것이다. 그런 강인하고 냉정한 모습이 드러났던 좋은 사례 중의 하나가 바로 80년대의 그 유명한 <아머 워즈> 스토리다. 이 이야기에서 토니는 자신의 기술이 도둑질을 당하고 암시장에 풀려 테러무기로 악용될 위기에 처했을 때, 적법한 절차를 밟는 것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자 전 세계로부터 무법자요 테러리스트라는 오명을 덮어쓰게 될지라도 반드시 도난당한 기술을 되찾아 파괴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결국은 목적을 달성한다. 그런 점에서 시빌워는 아머 워즈의 연장선인 셈이다.
 
노프 부자는 <엑시큐트 프로그램>, <쉴드 국장>, <헌티드>에 이르는 과정에서 익스트리미스의 기술이 유출되어 악용되는 상황 앞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하며 심지어 자신의 목숨마저도 내어놓는 토니를 그려낸다. 흔히 독자들은 우리의 곁을 지켜주는 인물들을 히어로로 여긴다. 그러나 <왓치맨>에서 그러하듯이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느냐?’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그들이 과연 우리의 믿음과 신뢰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어느 순간에 우리의 신념을 저버리라고 하며 우리를 굴복시키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토니는 여기에 대해서 지금까지 40년 이상을 쌓아온 그만의 방식대로 답을 내어놓는다. 그래서 가만히 보면 외적으로는 쉴드의 수장이 되고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싸우는 모습들이 눈에 띄지만 그가 국제 안보를 위해서 분투하는 일상은 60년대 냉전시대를 살던 토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
 
토니 스타크는 신기술과 훨씬 더 많은 수의 한 시대 앞서나간 새로운 아머들로 무장하고 우리르 찾아온다. 그러나 진정한 아머는 그의 내면으로 들어갔다. 아머는 평화에 대한 그의 의지다. 그는 무기 개발자가 아닌 세상을 고치는 정비공이다. 원작 만화는 수많은 변형을 거쳐오면서도 이 하나의 화두만큼은 일관되게 붙들고 있다. 이걸 주목한다면 영화든 만화든 정식 세계든 번외 세계든 아이언맨은 항상 즐겁고 또한 진지한 읽을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