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웹툰포럼 지상중계
국제콘텐츠콘퍼런스(DICON 2015)가 지난 11월 17, 18일 양일간 코엑스에서 열렸다.
디콘에는 지난해부터 세계웹툰포럼이 별도 세션으로 마련돼, 글로벌 무대에 올라선 우리 웹툰을 조망하는 자리를 열고 있다.
세계웹툰포럼의 기조강연자 두 사람의 강연과 두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국내외 연사들의 발표와 토론, 참여자들의 질의, 응답까지 모두 지면에 옮긴다.
특히 맨 먼저 기조강연자로 나선 링이판 작가는 따로 만나 인터뷰한 기사까지 함께 편집했다. <편집자 씀>
2015 세계웹툰포럼경계를 허무는 디지털 만화혁명 : 웹툰 -Focus on Asia
기조강연 1. 링이판(중국 웹툰작가) 중국, 웹툰을 그리다 기조강연 2. 에가미 히데키(YLAB 글로벌 프로듀서) 만화산업의 숨은 축, ‘프로듀서’
세션 1. 한중일, 디지털만화 트렌드 이승한(레진엔터테인먼트 CP) 한일 웹툰 시장의 트렌드 비교 쉬닝(웨이만화 판권합작부 총감) 중국시장 동향 및 현지 애니메이션 정종욱(마일랜드 이사) 중국시장을 공략한 한국 웹툰 야마시타 마사키(아무투수 이사) 일본 e코믹스 시장의 현재와 미래
세션 2. 웹툰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센 하오(항저우 판판 애니메이션 대표) 중국 웹툰의 유료화 현황 및 판판 웹툰의 성공 노하우 료타 레이 야스에(DeNA, 망가박스 이사) 일본의 만화산업에서 망가박스의 유료화 전략 서현철(레진코믹스 총괄 PD) 레진코믹스의 유료 웹툰 성공 비결
|
기조강연 ② 에가미 히데키
만화산업의 숨은 축,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온 에가미 히데키라고 합니다. 먼저 세계 웹툰 포럼에서 이런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저는 Ylab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이번 달부터 한국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많은 것이 서툴러 공부하는 중입니다. 그렇기에 오늘은 한국의 이야기보다 제가 30년간 일 해온 일본에서의 경험을 베이스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가 발표할 테마입니다. “만화산업의 숨은 축, 프로듀서”. 짐작하셨겠지만 제가 일본에서 종사해온 직업은 망가 관련 일입니다. 망가는 일본의 만화로써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말입니다. 일본의 만화는 아시다시피 출판 중심의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대표적으로 3대 출판사가 있죠. 소학관(쇼가쿠칸-小學館), 집영사(슈에이샤-集永社), 강담사(코단샤-講談社). 이들은 주간지를 원동력으로 만화의 성장을 도모하였습니다. 1950~1960년대에 걸쳐 소년잡지와 주간지를 제작하면서 일본의 만화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여성향 잡지인 <코로코로 코믹스>, <밍크코믹>도 남녀노소를 넘나드는 독자층에 접근하기 위해 잡지를 발간하며 만화 산업에 공헌하였습니다. 저는 위에 말씀드린 출판사 중에서 소학관(쇼가쿠칸-小學館)에서 30여 년 동안 편집자로서 일 해왔습니다.
프로듀서. PD라고도 하죠. 만화 산업의 한 가운데 프로듀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산업과 대중들의 연결 역할을 하는 것이 프로듀서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만화가들의 옆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에디터 즉, 편집자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편집장이었던 저에게 한국에서 프로듀서의 일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왔을 때, “그게 뭐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편집자라는 직업이 한 단계 더 나아가 프로듀서라는 직업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만화는 이제 인쇄된 출판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가고 있죠. 애니메이션, 게임, 웹에서 접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즉, ‘망가’라고 하더라도 ‘망가’라는 책뿐이 아닌 다른 매체에서도 ‘망가’를 바라볼 수 있는 프로듀서라는 직업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 현재 일본에서도 더욱 더 우수한 프로듀서의 존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만화시장에 대해서 자세하게는 몰라 이 수치를 정확히 해석할 수는 없으나 감각적으로 한국의 웹툰시장이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는 모습을 이 그래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포털 웹사이트를 통하여 성장하기 시작한 웹툰시장은 앞으로도 책,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OSMU - One Source Multiple Use 방식으로 전개되어 나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일본에서는 출판이 중심이 되는 만화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플랫폼을 통한 웹툰 산업이 중심이 되어 만화시장을 형성하고 있죠. 일본의 망가가 출판만화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라고 한다면 한국은 포털 사이트와 각종 플랫폼들로 웹툰을 전 세계로 전파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보다 더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웹툰의 1세대 작가들, 윤태호, 강풀, 조석 작가님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작품을 프로듀싱해 오면서 오늘날 웹툰의 기초를 마련하신 분들이시죠. 이러한 단계들은 만화가 종이 매체를 벗어나 웹으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미디어로 발달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아직 일본은 종이매체의 단계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콘텐츠의 힘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망가라는 콘텐츠 하나의 힘이 매우 강합니다. 한국의 웹툰은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있다면 웹툰의 콘텐츠만으로는 아직 그 힘이 부족하지 않나 조심스레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프로듀서가 콘텐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전반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강력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우수한 프로듀서가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만화 산업의 숨어 있는 존재, 프로듀서’는 이미 웹툰 업계에 등장하였습니다. Ylab의 윤인완 대표는 Ylab을 창립하고 한국에서 우수한 프로듀서들을 육성하기 위해 저를 불러주셨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모든 작가들이 1세대 웹툰 작가들처럼 스스로 작품에 대해 프로듀싱을 해야 한다면 작품에 충실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그 프로듀싱을 대신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작가들의 조력자로서 Ylab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Ylab에서 프로듀싱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기안84의 <패션왕> 영화화, 무적핑크작가의 <조선왕조실톡> 출판, <프린스의 왕자> 웹 드라마화 등 다양한 작품들과 그 2차 저작물들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연재되었던 <신 암행어사>의 애니메이션화 작업처럼 작가의 곁에서 작품의 프로듀싱을 해주며 콘텐츠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는 것이 Ylab의 역할입니다.
끝으로 제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습니다. 작년까지 저는 소학관의 <스피릿>이라는 잡지에서 18년 동안 일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9월 잡지가 폐간되었습니다. 현재 일본의 출판시장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단행본의 경우 출판만화의 황금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잡지라든가 출판매체 시장 자체는 상당히 하향세를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어려워진 형국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망가는 종이매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갈라파고스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진출을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일본의 국내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글로벌시장의 진출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망가가 영어로 번역되어 나가기도 하고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해외로 나가 히트를 치면 그 원작이 수입을 얻는 단순한 노선이 계속되어가고 있습니다.
회사의 방향성과 움직임이 느려 내부의 시장에 계속 머물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였고 마침 Ylab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도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서 협력하여 제가 좋아하는 망가의 콘텐츠 파워를 더욱 확대해 해외로 진출시키는 것입니다. 한국의 만화, 웹툰을 육성하기 위해 프로듀서로 힘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일본의 만화시장이 이제는 힘들다고 생각되었기에 한국의 웹툰시장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길을 뚫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웹툰의 발전을 위하여 프로듀싱을 하며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