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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 모두 만족하는 만화 그리고 싶어” : 첫 전시 ‘2012 부천만화대상 특별전 - 피터 히스토리아전’ 여는 송동근 작가

지난해 부천만화대상작였던 <피터 히스토리아>의 전시 준비로 설레고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송동근 작가를 만났다.

2013-07-23 홍지연
지난해 부천만화대상작였던 <피터 히스토리아>가 오는 8월, BICOF 2013 특별전의 주인공으로 돌아온다. 평범한 소년 피터의 눈으로 들여다본 굴곡진 인류사를 그려낸 이 작품은 이른바 ‘질문을 던지는’ 만화로도 유명하다. 참신한 시각으로 일반의 학습만화와는 구별되는, ‘인문교양만화’라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해냈기 때문. 전시 준비로 설레고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송동근 작가를 만났다.
   
생애 첫 전시 준비로 ‘두근두근’
 
“작가 소개 보다는 작품을 위주로 한 전시예요. 보통은 작가전을 하는데, 작가만 다루기엔 제가 볼륨이 약해서요.(웃음) 그래서 작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계획하게 됐죠. ‘피터 히스토리아’를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테마로 잡고, 작품 속 10개의 에피소드를 간략하게 줄여 각 시대별로 개략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곧 전시가 오픈되면 마음이 설렐 것 같아요. 어떤 반응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피터 히스토리아-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글_변중용, 그림_송동근) 특별전을 준비하는 송동근 작가는 아직은 덤덤한, 그러나 축제의 시작처럼 들뜬 기분을 드러냈다.
 
지난해 그에게 부천만화대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준 작품 ‘피터 히스토리아’는 약 5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서 태어난 열 두 살 소년 페테루(피터 히스토리아)가 주인공이다. 길가메시 왕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후 돌연 영생을 얻어 ‘피에르’, ‘베드로’, ‘피터’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 프랑스대혁명, 세계대전과 최근 미국 이라크 침공에 이르는 인류사의 주요한 사건들을 겪게 된다.
 
영웅도, 승리자도 아닌 평범한 소년의 눈에 비친 인류의 역사란 참으로 이해 못할 순간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대결하고 정복하고 반목하며 짓밟아야 하는 안타까운 행보들. 매 에피소드마다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잇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이 만화가 ‘역사 학습 만화’라는 점. 하지만 연혁 한 줄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읽으면 읽을수록 머릿속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들만 생겨난다.
 
이 ‘이상한’ 학습만화가 당시 ‘궁’이나 ‘목욕의 신’ 등의 인기작들을 제치고 대상을 가져간 것은 매우 뜻밖의 일이었다. 상 제정 이래 처음인 학습만화의 대상 수상. 더욱이 스타 작가의 작품도 아니었기에 만화계 안팎에서 적잖은 화제를 일으켰다.
 
“처음엔 전화를 받고 무슨 소린가 했어요. 그저 부천만화대상의 여러 부문 중 상 하나를 받나 보다 했죠. 현장에서 상을 받기까지, 기사 나가기 전까지도 몰랐어요.”
 
‘인문교양만화’로 세상의 인정을 받은 ‘피터 히스토리아’. 소위 말하는 ‘대박’ 작품은 아니지만 2011년 출간 이래 사람들의 입소문 속에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그 저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쩌면 스스로 아동학습만화의 하나같은 패턴을 부순 것이 주효했는지 모른다. 역사 속 한 줄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역사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질문없이 달달 외우는 기존의 역사 공부 패턴을 탈피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이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고 찾아보게 만들어 공부 이상의 공부를 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콘셉트는 고스란히 이번 전시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피터 히스토리아’가 처음 만화로 나온 이유도 그거예요. 궁금하면 물어보고, 누가 역사를 기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물어보고 찾아보는 역사 이야기를 그리자고 생각했어요. 이번 전시도 ‘질문하는’ 전시가 되었으면 해요.”
 
인류사의 중요한 장면인 작품 속 10개의 에피소드는 커다란 ‘종이인형’으로 전시장을 꽉 채우게 될 예정이다. 여기에 디지털 영상기기를 사용한 작품 감상 공간과 더불어 작가와 직접 만나는 사인회, 포토존, 영상물 상영 공간 등이 마련된다. 이 가운데서도 송 작가가 특별히 추천하는 것은 ‘디지털 콘텐츠 존’. 이북 세대를 겨냥해 종이책인 ‘피터 히스토리아’를 스마트폰, 타블렛 PC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로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번 전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터 히스토리아’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아직 역사에 대한 개념이 잡혀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역사는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피터 히스토리아’를 그린 이유도 바로 그것이고요.”
 
학습만화의 틀 깬 학습만화 꿈꾼다
 
혹자는 그가 ‘피터 히스토리아’로 15년 무명 세월을 털어냈다고도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랜 꿈이었던 만화가의 길이기에 그에게 만화가로서의 삶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만화는 고등학교 때부터 그리기 시작했어요. 물론 초등학교 때부터 보기 시작했지만요. 제가 대구 출신인데, 지방에 있다 보니 만화가가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죠. 만화에 대한 모든 인프라는 서울에 있고, 그래서 서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현세, 허영만, 박봉성 등의 대본소 만화를 읽으며 꿈을 키우던 그의 만화가 데뷔는 제법 늦은 서른쯤 이뤄졌다. 만화가로 발을 들여놓기까지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대학(계명대 사학과)을 중퇴하고 지인이 차린 게임 회사에 들어가 3년간 그래픽 디자이너로 살았다. 이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겨레문화센터만화교실에서 만화 수업을 받았다. 1997년 SICAF 애니메이션 공모전 부문상을 수상한 그는 2000년 웹진 이코믹스에서 주간 ‘만화왕’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잡지만화를 하고 싶었는데, 한겨레를 다니면서 잡지와는 다른 다양한 만화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차츰 스며들었죠. 결국 잡지만화는 한 번도 하지 못했지만, 잡지만화만 만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만화에 대한 시야도 넓어졌어요.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는 ‘피터 히스토리아’ 외에도 경제만화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 ‘생각이 열리는 고사성어 그림판’, ‘부자일기’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학습만화 또는 교양만화라 불리는 작품들을 다수 그렸다. 그래서인지 그는 공부하는 태도가 몸에 붙어버렸단다.
 
“뜬금없다의 ‘뜬금’처럼 갑자기 궁금해지는 것들이 있어요. 궁금한 것은 단어든 기사든 바로 찾아보는 편이에요. 이야기에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시대 상황이나 배경, 인물과 관련된 또다른 인물들 등 관련한 내용은 많이 알면 알수록 좋죠.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해요. 시간이 허락하는 한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며 찾아봅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송동근 작가. 현재는 우리나라 전통 설화와 신화를 소재로 한 ‘오늘’이라는 작품을 준비중이다. 부천 원미동 만화창작스튜디오에서 한창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글과 그림 모두를 맡고 있어 송동근만의 또다른 색채를 느껴볼 수 있을 듯하다. 또, 기회가 닿는다면 ‘피터 히스토리아’의 국사 버전 이야기를 그려내고픈 소망도 있다.
 
“학습만화라는 이름 때문인지 ‘학습지’ 같고, ‘교과서의 보조 역할’ 같던 느낌이 있어요. 학습만화를 그리는 작가들도 늘 아쉬워하는 부분이죠. 하지만 만화가 주체가 되고, 거기에 교육이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작품이야말로 오래간답니다. ‘학습’만을 위해 그린 만화는 재미없고, 학습 내용 역시 눈에 잘 안 들어와요. 앞으로 부모가 만족할 수 있는 만화, 아이들도 만족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재미가 있고, 이왕이면 공부도 되는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