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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고>, <제 7구단>의 풍자가 궁금하다.

<제 7구단>에서 미스터고가 속한 팀 샥스(SHARKS)는 일곱 번째 신생 구단으로 묘사되지만, 사실상 삼미 슈퍼스타즈나 다름없었다. 엄청나게 약한 전력을 가진데다 선수들은 경기에 이기겠다는 의지조차 별로 없었다.

2013-07-23 강명석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팀이 있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출범, 1985년 상반기까지 불과 2년 6개월여동안 프로야구 리그에 있다 사라진 팀이다. 그만큼 성적도 안 좋았고, 성적이 좋지 않은데는 구단의 미적지근한 지원이 영향을 끼쳤다. 투수 중에는 문자 그대로 직장에서 야구를 좀 하던 선수마저 있었으니, 그만큼 제대로 돌아가는 팀이라고 할 수 없었다. 훗날 이 투수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으로 만들어졌고, 프로야구 원년에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한 삼미 슈퍼스타즈에 대해서는 소설가 박민규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작품을 쓰기 도 했다.
 
최근 <미녀는 괴로워>, <국가 대표>로 유명한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스터 고>의 원작 만화 <제 7구단>은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지금은 프로야구팀이 9개를 넘어 곧 리그에 참여할 KT까지 10팀이 됐지만, 그 당시에는 7번째 구단이 만들어지니 마니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리그에는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가득한 삼성 라이온즈나 해태 타이거즈와 삼미 슈퍼스타즈가 함께 있었으니 전력차도 어마어마했다. 허영만 작가가 그린 <제 7구단>은 이런 배경을 활용한 풍자만화였다. 고릴라인 야구 선수 미스터 고가 등장하는 것은 <미스터 고>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스터 고>에 등장하는 야구팀인 두산 베어스는 지난 10여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대부분 참여한 강팀이다. 미스터 고가 선수로 오지 않는다 해도 김현수와 이종욱 같은 뛰어난 타자들이 타선을 이끈다.
 
반면 <제 7구단>에서 미스터고가 속한 팀 샥스(SHARKS)는 일곱 번째 신생 구단으로 묘사되지만, 사실상 삼미 슈퍼스타즈나 다름없었다. 엄청나게 약한 전력을 가진데다 선수들은 경기에 이기겠다는 의지조차 별로 없었다. 이를테면 선수 중 한 명인 사인중은 이름 그대로 늘 자신의 사인을 남에게 파는 것에만 집중한다. 또한 감독과 코치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그럭저럭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다. <제 7구단>은 그런 상황에서 고릴라 선수 미스터 고가 등장하면서 팀의 성적을 높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스터 고>에서는 굳이 고릴라를 야구 선수로 데려와야하는 절실함이 다소 부족한 반면, <제 7구단>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할만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최대한 적은 돈으로 성적을 높이려는 구단의 의도가 숨어있다. <미스터 고>에서는 웨이웨이(서교)를 괴롭히는 사채업자들이 악역이라면, <제 7구단>은 뚜렷한 악역은 없는 대신 최대한 잇속을 차리려는 구단이 일을 벌이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무와 구단주는 어떻게든 선수 연봉을 깎기 위해 노력하고, 최대한 싼 가격으로 이기려다 보니 고릴라를 데려온다. 다시 말하면 <제 7구단>은 미스터 고의 활약에 관한 만화라기 보다는 오히려 야구판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게다가 가능하면 최대한 쉽고 싸게 승리하려는 사람들의 꼼수를 그린 작품인 셈이다. 미스터 고가 계속 홈런을 치며 승승장구하자 상대 팀에서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안에 공을 던지지 않으면 볼’이라는 규정을 이용, 미스터 고에게 볼넷을 내준다. 이 에피소드는 <미스터 고>에서도 그대로 사용된다. 또한 미스터 고를 막기 위해 또다른 구단에서 기용한 고릴라 투수는 미스터 고에게 빈볼을 던진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상대 팀은 감독의 사인을 훔치려 하고, 내부에는 내통하는 선수도 있다. 선수는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감독과 코치에게 갖은 아부를 하고, 감독과 코치 역시 선수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라 요구한다. 심지어 샥스의 전무는 선수들을 모두 내쫓고 어린이들로만 팀을 꾸린다. 키 작은 어린 선수들이 타석에 서면 볼 넷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주자가 모이면 미스터 고가 홈런을 치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대신 공을 던질 어른 투수 한 명은 남겨놓는다. 팀 분위기가 이러다보니 선수들은 늘 언제 구단에서 잘릴지 모른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제 7구단>은 어찌보면 외국인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경쟁에 밀리는 국내 선수들의 이야기를 일찌감치 예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 7구단>에서 미스터 고가 속한 팀의 이름이 샥스인 것은 흥미롭다. 고릴라나 상어처럼, <제 7구단>에 출연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비정하기 이를데 없다. 모두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산다. 특히 7개 팀의 구단주들은 룰 하나라도 자신의 팀에 더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제 7구단>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코믹하지만, 그 코믹함 안에는 더 이상 낭만만을 쫓을 수 없는 ‘프로’야구의 비정한 세계가 담겨 있다. <미스터 고>가 웨이웨이와 미스터 고의 주변 상황은 힘들지만 결국 따뜻한 결말로 흘러가는 것과 달리, <제 7구단>은 코믹하되 처음부터 끝까지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그린다.
 
<제 7구단>이 어린이 만화잡지인 <보물섬>에서 연재됐음을 생각하면 지금 관점에서 이런 분위기는 파격적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보물섬>, <소년중앙>, <어깨동무>, <소년 경향> 등의 어린이 만화 잡지들은 단지 10대 초반의 어린이들만이 보는 매체가 아니었다. 겉 포장은 어린이 만화였지만, 당시 이 매체들은 10대 중반은 물론 20대도 즐겨 읽었다. 이현세 작가가 <공포의 외인구단>의 고등학교 버전이라 할 수 있는 <고교 외인부대>에서 주인공의 자살로 이야기를 끝맺음 하는 어두운 전개를 보여준 것 역시 이맘 때였다. 당시 최고의 인기 만화였던 김수정 작가의 <아기공룡 둘리>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만화로 인정받고 있다.
 
<제 7구단>은 어린이 만화 잡지에 실렸으되, 애초에 어른들의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출발했던 것이다. 이는 당시 프로야구의 위상과도 관계가 있었다. 프로야구는 출범 직후부터 엄청난 관심을 모으면서 고교야구의 뒤를 이은 최고의 인기 종목이 됐다. 야구 전문 잡지가 여럿 등장했고, 그만큼 야구 만화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현세, 이상무, 그리고 허영만 등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들이 모두 야구 만화를 그렸다. 특히 <공포의 외인구단>은 문자 그대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프로야구를 배경으로 남자들의 승부의 세계와 극적인 로맨스를 그린 이 작품은 프로야구와 만화 양쪽에 큰 충격을 줬다. 만화 팬들은 프로 야구를 관심있게 보기 시작했고, 프로야구 팬들은 야구 만화에 관심을 가졌다. 1980년대에 만화가 본격적으로 성인 팬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한 셈이다.
 
허영만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이현세 작가가 <공포의 외인구단>, <고교 외인부대>, <떠돌이 까치>, <야수의 전설> 등을 그려내며 극적인 스토리가 기반이 된 야구 만화를 많이 그렸다면, 허영만 작가는 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발표했다. 뒤바뀐 두 남자의 운명을 야구만화에 접목한 <흑기사>처럼 강렬한 스토리의 작품도 발표했지만, 동시에 <대머리 감독님>처럼 야구와 풍자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대머리 감독님>은 작품 발표 당시 막 퇴임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당시 정치 상황을 프로야구에 빗대 묘사한 풍자 만화였다. 또한 허영만 작가는 야구 잡지와 <소년 경향> 등에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만평을 그리기도 했다. 그만큼 야구 자체에 대한 이해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야구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데도 능했다.
 
<제 7구단>은 이런 허영만 작가의 장점들이 <보물섬>이라는 소년 만화 잡지와 만나 독특한 방향으로 완성된 경우다. 미스터 고를 중심으로 당시 프로야구판을 묘사하며 살벌한 경쟁 사회의 일면을 풍자하고, 동시에 그런 사회에서 죽어 지낼 수 밖에 없는 소시민을 묘사했다. 마치 삼미 슈퍼스타즈를 연상시키는 샥스의 선수들은 다른 팀의 스타들과 달리 낮은 연봉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이 때문에 늘 구질구질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팀 선수들이 고급 자가용을 몰고 오는 행사장에서도 추레한 모습으로 나타나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이 때문에 샥스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해도 미워하기 어렵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곧 그 당시 가장들이 사회에서 사는 모습이자, 지금도 직장인들이 사회에서 겪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미스터 고>는 이런 원작의 분위기를 거의 없앴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웨이웨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캐릭터도 있지만, 웨이웨이는 반대로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운 상황에 있다. 또한 <제 7구단>에서 미스터 고와 미스터 고를 조련하는 조련사의 경제적 상황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돈에 쪼들리는 것은 샥스의 선수와 코칭 스태프들이다. <제 7구단>에서는 소시민이 온갖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줬다면, <미스터 고>는 웨이웨이와 미스터 고의 시련 극복기라 할만하다. <제 7구단>에서 중년에 코믹한 외모로 묘사된 샥스의 구단주가 <미스터 고>에서는 멋진 외모의 배우 김강우로 바뀐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제 7구단>은 모든 게 장난 같지만 그래서 사는 게 더 만만찮았던 1980년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미스터 고>는 당시보다는 훨씬 더 좋아진 프로야구에서 큰 성공을 거둬야 하는 고릴라 야구선수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미스터 고>는 한 편의 영화 안에서 희노애락을 롤러코스터처럼 쉴 새 없이 끌어내는 김용화 감독의 작품 답게 미스터 고와 웨이웨이를 중심에 놓고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이야기의 핵심은 웨이웨이와 미스터 고가 자신들 앞에 놓인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프로야구의 슈퍼스타로 자리잡는데 있다. 여기에 김용화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유머와 눈물 쏙 빼는 후반부의 신파도 들어간다. 반면 <제 7구단>은 신파 자체가 없다. 작품은 진지하게 슬프거나 긴장되는 장면은 단 하나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미스터 고는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기존 프로야구를 뒤흔드는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고, 실질적인 주인공은 샥스의 여러 선수들이다. 그만큼 뚜렷한 중심 스토리 없이 매회 주인공이 바뀌며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제 7구단>이다.
 
성적 부진에 빠진 샥스가 미스터 고를 데려오고, 초반에 미스터 고가 활약하는 순간까지는 그래도 일관된 스토리가 있지만 그 이후에는 마치 시트콤처럼 매회 에피소드가 바뀐다. <보물섬>처럼 매 월 발행되는 만화 잡지가 여럿 창간 되면서 가능한 형식이기도 했고, 동시에 야구 만화가 실질적인 주인공이나 메인 스토리 없이 에피소드 위주로 가는 것은 파격적인 설정이기도 했다. 당시 야구 만화는 역시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이상무 작가의 <달려라꼴찌>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역경을 뚫고 성공하는 주인공의 매력이 강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오히려 그 점에서는 <미스터 고>가 그 당시 일반적인 야구만화와 가까이 있다고 할만 하다. 반면 <제 7구단>은 샥스의 모든 선수들에게 독특한 캐릭터를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면서 멋진 프로야구 시합이 아닌 프로야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특히 다른 야구만화들과 달리 프로야구를 한 시즌의 개념으로 받아들인 것은 <제 7구단>의 새로움이었다. 물론 다른 야구만화들도 한 시즌을 보여준다. 하지만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이야기의 핵심은 오혜성과 마동탁의 라이벌전이고, <달려라 꼴찌> 역시 독고탁과 찰리킴의 대결에 집중된다. 시즌 전체를 놓고 야구팀의 성적 이동이나 각 선수들의 역할을 넓게 보여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제 7구단>은 시즌 전체를 조망하면서 야구팀이 연승도, 연패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팀임을 보여준다. 샥스는 전력이 약한 팀이었지만 기지를 발휘해서 연승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연패를 하기도 한다. 프로야구가 몇 경기의 승부로 결판나지 않는 리그전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특히 샥스의 선수 중 한 명인 사인중이 성적이 나오지 않자 은퇴를 결심했다가 상대팀의 호의로 은퇴 경기에서 몇 경기를 이기자 마음을 바꿔먹어 계속 뛰려는 것은 <제 7구단>의 특징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경기 한 경기에 따라 마음이 바뀌는 소시민이 장기전인 리그를 뛰면서 온갖 일을 겪는다. <제 7구단>은 설렁서렁 야구를 묘사하는 듯 했지만, 사실은 프로야구의 본질과 직장생활에 대한 통찰을 잘 담고 있었다. 어느 직장이든 미스터 고 같은 슈퍼 스타 한 명만으로 조직이 돌아가지 않는다. 반면 <미스터 고>는 64타석에서 37홈런을 날리는 엄청난 선수고, 그의 성적에 따라 소속팀 두산 베어스의 성적도 출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미스터 고>와 <제 7구단>이 모두 해피엔딩이면서도 각자 다른 결론을 내는 것은 필연적이다. <미스터 고>가 미스터 고와 웨이웨이의 해피엔딩이라면, <제 7구단>은 샥스 선수 모두의 해피엔딩이자, 동시에 프로야구에 대한 새드 엔딩이기도 하다. <제 7구단>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최대한 각자 유리한 쪽으로 결정을 내리려 했던 7개의 구단들은 미스터 고를 막기 어렵게 되자 결국 프로야구에 동물 선수들을 전면적으로 영입하는 것을 결정한다. 원래는 미스터 고처럼 고릴라를 야구 선수로 만들려 했지만, 미스터 고처럼 야구를 잘하고 건강하기까지 한 고릴라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자 팀의 특성에 맞는 동물들을 조련한다. 어떤 팀은 독수리를 외야수로 쓸 정도다. 덕분에 각각의 팀은 당장의 성적은 좋아졌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만큼 직장을 잃을 수 밖에 없고, 관객들은 관객들대로 동물들이 야구장에 넘쳐나는 상황을 반기지만은 않는다.
 
반대 여론이 들끓으면서 7팀의 구단주는 결국 동물 야구 선수를 철회하는 결정을 내린다. 어찌보면 동물 선수들이 순식간에 실업자가 된 셈이다. 필요할 때는 급하게 찾다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 포기하는 조직문화의 폐단을 풍자한 셈이랄까. 그러나, <제 7구단>은 여기서 흥미로운 엔딩을 끌어낸다. 동물 선수들은 한데 모여 그들의 조련사를 통해 서커스 야구단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그 상대 팀은 샥스의 선수들이다. 샥스의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는 모두 서커스 야구단에 들어가 야구 경기를 펼친다.
 
프로야구판과 달리 이곳에는 비열한 반칙이나 꼼수도 없고, 모두 웃고 즐기며 야구를 한다. 늘 험악한 인상을 지을 수 밖에 없었던 샥스의 감독도 서커스 야구단의 단장이 된 뒤로는 늘 웃으며 그들의 야구를 지켜본다. ‘어린이에게 꿈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한 프로야구는 당시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어린이에게 현실의 각박함을 보여주곤 했다. <제 7구단>뿐만 아니라 실제 프로야구에서도 이른바 ‘져주기 시합’으로 프로야구 스스로의 위신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 7구단>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오히려 프로야구를 떠나 즐거운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기는 어렵겠지만, <제 7구단>은 프로야구를 통해 매번 승부를 벌여야 하는 세상의 각박함과, 그 스트레스를 잊으려 보는 프로야구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승부를 풍자한 뒤, 프로야구가 생긴 본래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되묻는다.
 
<미스터 고>는 미스터 고가 야구를 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제 7구단>은 필요한 부분이 아니면 경기 모습이 자주 나오지 않고, 묘사도 자세하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야구에 대해 더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쪽은 <제 7구단>이다. <미스터 고>가 야구를 통해 결국 영웅이 되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그린다면, <제 7구단>은 모두가 행복한 직장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그래서, <제 7구단>은 먼 훗 날 다시 한 번 영화화 되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든다. <미스터 고>는 원작의 가장 중요한 설정인 ‘고릴라가 야구하는 것’을 현실로 옮겨놓았다. 1980년대에 그렇게 만화책으로 보던 이야기는 스크린에서 현실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이 작품의 남은 반쪽인 ‘프로야구’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풍자는 아직 각색되지 못했다. 주인공인 ‘미스터 고’가 아닌 제목이었던 ‘제 7구단’, 그리고 샥스의 선수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또다른 영화 버전이 나온다면, 그것도 무척 즐거운 일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