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사용되는 만화분야 표준계약서가 되려면...
2015년 만화표준계약서 6종 개발, 2019년에 개정판 보급
표준계약서는 특정 분야 또는 직군의 빈번한 계약 관계 수립을 위한 표준양식이며, 불공정한 계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종의 준거로서의 기준을 제시하는 규범적 성격을 갖는다.1) 특히 문화 분야는 관행적으로 계약서 작성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 창작자와 사업자 간 계약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는 9개 장르(미술, 공예, 공연예술, 만화, 애니메이션, 대중문화, 방송, 영화, 출판)와 저작재산권, 근로계약서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만화분야의 경우는 “만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9조 제3항에 의해2) 2015년 4월 ‘만화분야 표준계약서’ 6종을 제정·발표했다. 그러나 만화분야 표준계약서 제정 후에도 불공정 계약 문제, 부당 계약 해지 문제 등의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동법 제9조 제4항에 근거하여3)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전국의 만화작가 및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만화분야 표준계약서의 개정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여 지금의 ‘만화분야 표준계약서 개정판(2019)’을 만들어 보급하였다.4)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9월 28일자로 만화 분야 종사자 등 이해관계자의 권익 향상 및 공정한 환경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용도별 표준계약서를 정한다는 목적으로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를 행정규칙으로 별도로 제정하였다.
△ 만화분야 표준계약서 6종 (출처_만화 분야 표준계약서 시행규칙 주요 내용)
사업체와 작가의 표준계약서에 대한 인지도와 실제 활용의 온도차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의하면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이 사업자는 80.6%, 작가는 84.6%로 나타남에 따라 사업자와 작가 모두 만화표준계약서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5) 그러나 실제 사용을 기준으로 보면, 사업자의 경우 87%가 표준계약서 양식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반면에 작가는 38.6%만이 표준계약서로 계약했다고 응답하고 있어 양자 간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 2021 웹툰사업체실태조사 보고서 (출처_한국콘텐츠진흥원)
이와 같이 사업자와 작가 간에 온도 차가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표준계약서 활용 방식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표준계약서를 그대로 이용하는 업체는 10% 미만으로 매우 적었다. 대부분의 사업체에서는 표준계약서 조항을 필요에 따라 가감하여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업체 입장에서는 표준계약서를 준용하였다고 생각하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사업자의 필요에 따라 계약서가 변형될 수 있어 표준계약서 양식을 준용하였다고 수용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온도 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표준계약서의 역할을 당사자들이 좀 더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표준계약서의 사용은 법적인 의무가 아니고, 계약관련 전문 지식이 부족하여 계약에 있어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는 창작자들이 계약서 샘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창작자와 플랫폼의 사례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당사자 간 계약 역시 천차만별로 다를 수 있다. 단, 창작자는 표준계약서의 필수 항목이 잘 반영되었는지 검토가 필요하며, 사업자는 창작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유의하며 표준계약서 기준 준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웹툰 생태계를 반영한 가이드라인 역할 필요
기존 출판 만화 시절과는 달리 웹툰 중심으로 만화 시장이 성장하면서 만화 산업 구성원들이 보다 다양해졌다. ‘창작자-출판사’, ‘창작자-플랫폼’ 등의 단순 구조에서 CP사, 에이전시, 스튜디오형 웹툰 제작사 등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더해지면서 거래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 중심으로 성장하던 과거 출판만화와 달리 성장 범위가 글로벌 시장까지 확대되고, 웹툰 원작의 영상 콘텐츠가 흥행하는 성공 사례가 많아지면서 웹툰 창작자의 활동 반경 역시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추세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이미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중심으로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여 표준계약서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플랫폼의 불공정 계약 이슈는 여전하며6), 새롭게 나타나는 유형의 계약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표준계약서가 공정한 거래를 위한 가이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관련 생태계의 변화에 주목하고, 계약에 있어 좀 더 불리한 위치에 있는 계약자가 공정한 계약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양질의 인력 유입을 위한 첫 단추 역할이 표준계약서의 적극적인 활용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웹툰사업체 실태조사>에 의하면 2020년 국내 웹툰 산업 규모는 10,538억 원으로 나타나 1조가 훌쩍 넘는 시장이 되었다. OTT를 비롯하여 미디어 플랫폼들이 넘쳐나면서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고, 특히 영상 콘텐츠가 시장에서 원천 IP로서 웹툰의 경제적 가치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출발했던 웹툰 플랫폼 사업자들은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웹툰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고부가가치 IP로 자리잡고 있는 시대이다.
△ 2021 웹툰사업체실태조사 보고서 (출처_한국콘텐츠진흥원)
이처럼 웹툰의 산업적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창작의 중심에 있는 작가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이 성장하면서 커지고 있는 파이를 공정하게 배분 받지 못한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웹툰사업체 실태조사>를 보면 웹툰 사업 추진 시 사업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신규 작가의 작품 발굴 어려움(58.2%)’과 ‘기획, 제작, 개발 등 전문인력 부족(40.3%)’을 들고 있다. 향후 지속적으로 K-웹툰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창작자 유입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창작자들 사이에 웹툰 산업의 성장에 비례하여 공정하게 배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의 확립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첫 단추가 표준계약서의 적극적인 활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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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힌국예술인복지재단 홈페이지(http://www.kawf.kr/welfare/sub03.do)
2) 제9조(유통질서의 확립) ③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9조의2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표준약관을 마련하여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에 사용을 권장할 수 있다.
3) 제9조(유통질서의 확립) ④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3항에 따른 표준약관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경우에는 관련 사업자단체 및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4) 이은경, 박민영(2020). 만화분야 표준계약서의 법적 연구. <비교법연구>. 20권, 3호, pp.117 ~ 151
5) 한국콘텐츠진흥원(2021), <2021웹툰 사업체 실태조사>
6) 안재성(2021.10.01.). "플랫폼사, 3년반째 웹툰 불공정계약 그대로". UIP뉴스 산업면(https://www.upinews.kr/newsView/upi202110010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