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기업의 영상화 전략
한 국가에서 통용되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대중성에 기반하여 제조된다. 콘텐츠를 1차적으로 이용하는 주체들이 바로 자국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글로벌 OTT 유통 플랫폼으로 옮겨오게 되면 타겟층이 달라진다. 플랫폼에서의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원리는 철저히 많은 사람들을 이용자로 포섭하고 이들이 플랫폼에 계속해서 머물러 있길 욕망하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것이 국가라는 물리적 영토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유통 플랫폼이라고 하는 영역의 한계가 없는 공간을 바탕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시스템을 거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자본이 투자된다.
이제는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외국의 바이어들에게 눈에 띄어 수입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제작된 작품, 혹은 제작할 작품에 대해 다양한 국적을 가진 투자자들이 가능성을 제고하고, 이를 세계 동시 다발적으로 유통시켜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사람들은 이제 언제 어디서든 시간을 ‘만들어서’ ‘콘텐츠에 접속’한다.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이 있는 플랫폼에 가서 콘텐츠를 시청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접속해야하고, 그 접속을 계속해서 유지시켜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플랫폼에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해야한다는 문제점에 도달한다.
이처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콘텐츠 IP 확장과 프랜차이즈 전략은 예정된 미래라 할 수 있다.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이 늘어나고 늘어난 플랫폼을 채우기 위해서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기존의 스토리를 가져와 확장시키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단 제작되고 성공한 이야기들은 다른 미디어로 이전됐을 때 성공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콘텐츠를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 걸쳐 이용하게 만드는 것이 더 큰 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디어 세분화와 수용자 세분화에 따른 콘텐츠 제작비용의 감소 및 롱테일 시장의 확산은 콘텐츠 IP 확장과 프랜차이즈 전략을 발전시켰다.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이 늘어나고 늘어난 플랫폼을 채우기 위해서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기존의 스토리를 가져와 확장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 일단 제작되고 성공한 이야기들은 다른 미디어로 이전됐을 때 성공가능성이 높으며, 이용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채널 또한 많아진 것이다.
글로벌 스튜디오의 IP 활용창구로서의 한국 웹툰
원천 IP 의 대표적 형태는 소설, 웹소설, 웹툰, 시나리오, 시놉시스, 기획서 등이다. 원천 IP의 경우 그 자체로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이를 활용하여 트랜스미디어화할 경우 훨씬 더 많은 산업적 이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IP 패러다임 내에서는 원천 IP의 2차적 콘텐츠 확산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밝혔듯,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콘텐츠 IP는 포맷을 다양하게 창작, 복제, 융합하는 형태로 변화를 지속한다. 하나의 IP가 다수의 미디어로 확장을 거듭할 경우 원천 콘텐츠의 소비자들이 연속성을 가지고 꾸준히 이를 소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강점을 갖는다. 이 중에서도 웹툰 IP는 글로벌 플랫폼 경쟁 속에서 신규 콘텐츠 제작을 위한 경쟁력의 핵심이 되며, 지속적인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확장을 지속하는 ‘진행형’의 특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웹툰 IP를 중심으로 영상 콘텐츠의 생산, 유통, 배급의 구조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그 중 하나가 기획-제작에 있어서의 IP 활용도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웹툰 콘텐츠를 중심으로 영상 콘텐츠의 기획-제작 또한 유동적으로 변화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각각 개별 미디어로 나뉘어 기획이나 제작이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기획에서 1차적으로 ‘어떤 콘텐츠 IP를 선택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기업들은 원천 IP 확보 이후 ‘어떤 미디어로 확장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웹툰 IP는 하나의 콘텐츠로 플랫폼으로만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장르를 전환하면서 글로벌 플랫폼으로 유통되는 외형 확장적 성격을 가진 원천 IP의 형식을 띈다. 웹툰은 그 형식상 영상화로 전환되기 쉬우며 포맷 다변화에서도 유동성이 높은 콘텐츠 IP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그 특성상 웹툰 IP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빠르게 이용자층을 확장시킬 수 있는 영상장르라 볼 수 있다. 동시에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웹툰 원작이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통해 각국으로 확산되면서 각국의 영상 제작사들이 한국의 웹툰 IP에 주목하게 된 것도 애니메이션화가 글로벌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네이버의 경우 웹툰 IP의 세계화를 목적으로 하면서 미국에 있는 웹툰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왔다. 이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N이라는 제작회사를 한국의 네이버 웹툰 밑으로 편재시키면서 확보된 IP의 영상화 작업을 회사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튜디오N은 최근 일본 제작사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웹툰 <고수> 애니메이션 제작에 협력하기로 발표한바 있다.
네이버는 웹툰 IP를 다국적 영상화하는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웹툰의 이용자층을 애니메이션으로 확장시키면서, 동시에 원작으로 회귀하는 콘텐츠 이용자 관습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웹툰 콘텐츠 프랜차이즈 제작과 유통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확장된 이용자층을 웹툰 원작의 이용자층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을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네이버 웹툰의 다국적 플랫폼 확장에도 주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웹툰 산업의 활성화 및 글로벌화에 고무적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네이버 웹툰은 현재 진행 중인 국내외 영상화 프로젝트가 300개 이상정도 되며, 올 한해 웹툰 <이두나!>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아이샹타더리요우爱上她的理由>가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빌리빌리에서 총 22화 분량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공개되었다. 중국의 경우 2022년 조석 작가의 웹툰 <문유>의 중국 영화화의 성공 이후로 한국 웹툰 IP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웹툰 원작 영상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네이버 웹툰과 동영상 플랫폼 사이에 협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표1 네이버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제작 리스트(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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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타이틀 |
제작사 |
공개(년) |
1 |
노블레스 |
LG 프로덕션/일본 |
2020 |
2 |
신의탑 |
텔레콤 애니메이션/일본 |
2020 |
3 |
갓오브하이스쿨 |
MAPPA/일본 |
2020 |
4 |
슈퍼시크릿 |
라프텔 |
2020 |
5 |
기기회괴성형수 |
스튜디오애니멀/한국 |
2020 |
6 |
좀비딸 |
두루픽스/한국 |
2022 |
7 |
외모지상주의 |
스튜디오미르/한국 |
2022 |
8 |
문유 |
개심마화/중국 |
2022 |
9 |
이두나! |
레드독컬쳐하우스/한국 |
2023 |
10 |
선배는 남자아이 |
애니플렉스/일분 |
2023 |
11 |
고수 |
토에이 애니메이션/일본 |
2023 |
12 |
유미의 세포들 |
로카스/한국 |
2023 |
13 |
여신강림 |
스튜디오N/한국 |
2023 |
14 |
나노리스트 |
스튜디오N/한국 |
2023 |
15 |
연의 편지 |
스튜디오N/한국 |
2023 |
16 |
낮에 뜨는 달 |
바이포엠스튜디오/한국 |
2023 |
17 |
로어 올림푸스 |
짐 핸슨/미국 |
2023 |
[ 표2 '문유'의 글로벌 IP 확장 ]
웹툰 |
애니메이션 |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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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조석
네이버웹툰 |
제작사: CJ
4Dflex/4DXstudio
배극사: CGV |
제작사 : 카이신마화
开心麻花
감독 : 장츠위(张吃鱼) |
[ 표3 기타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제작 리스트(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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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타이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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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
공개 |
1 |
나 혼자만 레벨업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
A-픽쳐스 |
2023 |
2 |
외과의사 엘리제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
카도카와 |
미정 |
3 |
느린장마 |
리디 |
라프텔 |
2022 |
4 |
마왕님은 죽고싶어 |
리디 |
라프텔 |
2023 |
5 |
마귀 |
리디 |
라프텔 |
2023 |
6 |
일레나에보이 관찰일지 |
리디 |
라프텔 |
2023 |
다음 웹툰은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18년 카카오M이라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설립, 기존의 출판 만화사와 웹툰에 지분투자를 강화하면서 원천 IP를 확보해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종합 콘텐츠 기업인 카도카와와 웹툰 <외과의사 엘리제>를 12부작의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카도카와는 <너의 이름은>, <신세계에빈게리온>등으로 알려진 제작사다.
소니산하의 애니플렉스 그룹 중 하나인 A-1 픽쳐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대표작인 <나혼자만 레벨업> 또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중이며 연내 공개할 예정이라 밝혔다. 웹소설로 시작한 <나혼자만 레벨업>은 슈퍼 IP로써 글로벌 팬덤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작을 재가공한 웹툰 또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웹툰 완결 당시(2021년) 글로벌 누적 조회수 142억회를 달성, 누적 열람자수 1억 7500만명을 기록한 대작이다.
성공적인 ‘K-애니메이션화’?
인기 있는 원천 IP는 단순히 하나의 미디어만을 대상으로 하여 제작되지 않는다. IP는 다양한 형식과 채널로 콘텐츠 확산을 지속할 수 있다. 다시 말해 IP는 지속가능한 영상화의 가능성을 갖는다. 결과적으로 IP의 확보는 현 미디어 생태계에서 콘텐츠 확산 가능성을 동시에 의미한다. 무엇보다 원천 IP는 얼마나 많은 미디어(n차)로 유동을 지속할 수 있느냐가 산업적 가치의 척도가 된다.
젠킨스는 자신의 책 <스프레더블 미디어>에서 성공한 미디어 프랜차이즈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용자로’로 구성하는 문화적 유인책이라고 설명한바 있다. 이용자들에게 어느정도의 ‘역할’을 부여하면 그들은 하나의 콘텐츠를 가지고 다양한 미디어를 탐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완벽하게 드라마 혹은 영화로만 제작되는 IP는 현재의 미디어 생태계에서 확장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꾸준히 이용자를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 적은 IP에 속한다. 그러나 포맷의 변형이 가능한 ‘미완의 콘텐츠’들은 다양한 미디어 프랜차이즈로 삽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이러한 IP는 다양한 미디어로 전이되면서 이용자들을 포섭하며 이들을 하나의 팬덤으로 묶어낼 수 있고, 이것은 OTT 채널의 오리지널 정체성과도 연계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웹툰은 콘텐츠 자체가 가진 미디어 확장 가능성이 높은, 미디어-유동적인 성격을 갖는다. 특히 영상화 포맷으로의 변화에 적은 시간이 투자되는, 영상 연출 형식 또한 웹툰 자체의 특성으로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많은 글로벌 영상 제작사들이 한국의 웹툰에 주목하고 이를 영상화 하는데 주력한다. 무엇보다 일본과 중국, 미국에서의 한국 웹툰 IP의 애니메이션화는 한국의 원천 IP를 활용해 각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의 특성을 살려 변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다. 현재 한국 웹툰의 애니메이션 과정을 살펴보면 국내에서 제작되어 해외로 확산되기도 하지만, 각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한국의 웹툰 IP를 활용하여 직접 생산해내는 방식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원작이 한국의 웹툰이라고 할지라도, 애니메이션이 글로벌 스튜디오를 통해 제작될 경우 이를 과연 ‘K-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무엇보다 1) 원작의 애니메이션 제작 계약 방식에 따라 ‘변형 가능성’이 있을 수 있고, 2) 이렇게 생산된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진출은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활성화시키기보다, 각국의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독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의 해외 드라마 및 영상 리메이크작들을 살펴보면 해외 원작 IP에 주목하기 보다는 국내 콘텐츠가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한국화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 웹툰의 애니메이션 제작 활성화가 바로 K-애니메이션 시장의 부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해서 한국 웹툰의 글로벌 애니메이션 확장 가능성을 막을 수는 없다. 특히 콘텐츠 이용자 관습 중 하나인 ‘원작 회귀 가능성’에 대한 부분, 타 장르 혹은 포맷으로 트랜스미디어화됐을 때 애니메이션을 통해 확장 된 팬덤이 다시 원작 IP에 주목하게 될 가능성 또한 져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스튜디오와의 협업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항목들을 검토하고 이를 다시 국내 웹툰 IP 활성화로 어떻게 연계 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 참고문헌 >
* 정두용(2022.11.23.). 제2의 ‘나혼렙’을 찾아라…콘텐츠업계의 성공 키워드 ‘OSMU’.이코노미스트
* 윤지영(2023.04.20.)대중성·작품성 다 갖춘 韓웹툰, 애니메이션 변신해 해외 공략.디지털타임스
* 이지연(2023.04.22.) 네이버·카카오가 이끄는 K-웹툰…해외서 웹툰 영상화 봇물. 디지털데일리
< 출처 >
(1) https://www.ddaily.co.kr/page/view/2023042117434313345
(2) https://www.ddaily.co.kr/page/view/2023042117434313345
(3)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21123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