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의 의미와 시사점
※ 본 글은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며 문체부의 입장과 독립적임을 밝힙니다.
웹툰의 모멘텀 기회와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 발표
한국에서 발생해 디지털 만화의 한 형식으로 시작한 웹툰은 불과 20여 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K-comics를 넘어 K-contents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으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사실 웹툰 산업은 절대적인 크기로 살펴보면 국내 시장 규모가 2.6조 원 규모(’22년 기준)로, 방송 26조 원, 게임 22조 원, 출판 25조 원 등 타 콘텐츠산업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 산업을 K-콘텐츠의 차세대 주자로 크게 주목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 22%, 수출액 연평균 성장률 28%(최근 5년을 기준)와 같이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스토리 기반의 오리지널 창작물인 웹툰은 만화 콘텐츠 그 자체로 일차적 가치를 지님은 물론,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를 바탕으로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댓글, 평점, 조회수 등의 시스템으로 대중의 평가에 노출되며, 이를 통해 완성도와 대중성을 검증받으면서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로 확장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천 콘텐츠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찍부터 앱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여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플랫폼을 선점하고 있다는 것 역시도 웹툰 산업의 미래 가치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인이다.
<표 1> 웹툰 IP의 확장(OSMU:One Source Multi Use) 예시
이러한 유망성들이 의미하는 바는 디지털 중심으로 글로벌 만화시장 재편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웹툰이 선점 효과와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디지털 만화의 표준’으로 치고 나갈 적기(適期)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1월 23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만화‧웹툰 산업 육성으로 글로벌 콘텐츠 산업 선도’라는 비전 아래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하며 웹툰 산업의 중장기 정책 발전 방향을 제시하였다. 특히 “실기(失期)하지 않기 위해 산업 고도 성장기를 뒷받침할 국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이 발전 계획의 추진 배경은 웹툰이 산업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추진력을 받고 있고, 글로벌 만화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지금 이 기회의 때(Golden Time)를 놓치지 말자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코멘트이기도 하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해당 중장기 전략이 정책적으로 의미하는 바와 시사점들이 무엇들이 있는지 정리하고자 한다.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에 담긴 내용
이번 발전 계획의 주된 정책 방향의 흐름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각각의 방향성은 국내 웹툰 산업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에서부터 도출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각 방향은 시장확대, 수출확대, 대표축제 발굴과 같은 목표로 매칭되어 연결되며, 이들의 목적 달성을 통해 전체의 전략을 관통하는 비전인 “만화‧웹툰 산업 육성으로 글로벌 콘텐츠 산업 선도”를 이루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림 1>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의 비전과 전략
구체적으로 첫 번째 전략 방향은 ‘혁신적 미래 성장 기반 마련’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만화‧웹툰 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이를 제시하였다. 이는 거버넌스, 통계 및 데이터 체계 구축, 법제도 정비와 같은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기반 확충과 창작과 기업 인력을 양성하는 인력 양성, 이렇게 두 가지 접근에 관한 내용이다. 먼저 거버넌스에 관련해서는 문체부 내 조직 자체에 만화웹툰에 특화된 정책기능을 개설하여 지원 체계를 강화할 계획을 밝혔으며 만화진흥위원회나 전문가 참여 TF 등을 운영하여 웹툰 산업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다각적으로 수렴하는 절차를 두고자 하였다. 여기에 웹툰 식별체계를 UCI 기반 서비스로 고도화하고 만화‧웹툰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산업분류 개선을 통해 웹툰 데이터의 수집, 보존, 계량화의 체계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점은 기존의 <만화진흥법>에 ‘산업’의 개념을 추가하여 <만화‧웹툰 산업 진흥법> 등으로 개정할 계획으로, 웹툰의 산업적 위상에 걸맞는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려는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인력 양성의 경우에는 창작인력, 산업인력, 번역인력 등을 중심으로 각 시장과 현장의 요구에 맞는 인력들을 교육하여 세계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글로벌 교육기관 설립은 물론 궁극적으로 웹툰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확실히 하였다.
두 번째 방향은 ‘K-만화‧웹툰의 글로벌시장 선도’로 글로벌 경쟁 심화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플랫폼이나 제작사와 같은 기업 경쟁력은 물론 작품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에 미국의 애플이나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은 물론, 일본의 슈에이샤와 같은 대표적인 출판 대기업들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업체들의 웹툰시장 진입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시장 진출 지원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원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일괄적인 지원보다는 현지의 정보와 전문가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을 통해 보다 실질적이고 현장 중심적 지원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계획이다. 한편, 웹툰 산업 자체가 성장하여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키고 있고 점차 성숙하게 되자 지원의 형태도 직접지원의 형태에서 간접 지원의 형태로 진화를 요구받고 있다. 따라서 발전 계획 내에서는 정책금융 지원을 활성화하고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것에서부터 웹툰 제작 엔진이나 창작 도구를 개발하기 위한 R&D 과제 발굴과 같은 고도화된 지원 방식으로 미래지향적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전략은 ‘만화‧웹툰 선순환 생태계 구축’으로, 웹툰 종주국으로의 위상을 강화하고 고질적인 문제인 불공정행위와 불법 유통을 방지하는 내용과 관련한 방향이다. 국내 웹툰 기업이 글로벌 만화 앱시장을 선도하며 그 영향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글로벌 만화시장으로 관점을 확대해서 살펴보면, 글로벌 인지도나 디지털만화시장 점유율은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단적으로 웹툰을 일본 만화인 망가나 미국 만화인 그래픽노블과 비교하면 글로벌 만화시장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규모가 작고 인지도도 낮다. 국내에서의 웹툰산업은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으며 성장기를 이미 거치고 있는 반면 웹툰산업의 해외진출은 아직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웹툰이 글로벌시장에 중성장기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웹툰 자체의 인지도와 위상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들어 웹툰의 해외시장 성과에 대한 보도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전 세계로 확대해서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해외에서의 인지도는 생각보다는 낮은 편이다. 게다가 만화는 글자 크기, 그림 간 간격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다 의미를 갖기 때문에 웹툰에서의 배열은 기존의 해외 작가들이나 독자들에게 초기에는 익숙한 방식이 아니다. 따라서, 웹툰을 알리고 이 형식에 대해 익숙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눈에 띄는 점은 정부에서 이러한 정책적 수요를 채우기 위해 웹툰 관련 글로벌 대표 축제는 물론 국제 시상식을 개최하여 글로벌 인지도 제고와 종사자 위상 강화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불법유통에 여전히 취약한 웹툰 산업의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저작권 보호와 불법 유통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 ‘밤토끼’의 사례에서 보듯이 유력한 불법 웹툰 유통사이트 하나만 있더라도 웹툰 산업의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 불법 유통 이슈는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밤토끼의 사례는 해외에 서버를 둔 국내인의 불법 유통과 이를 이용한 국내인들의 행위가 대부분을 이루었던 사례이지만, 웹툰의 해외 진출 본격화와 더불어, 이러한 문제를 방치할 경우 그 피해는 상당히 크게 파급될 수 있다. 따라서 민관 협업을 통한 대응과 불법 유통 예방을 위한 전 세계적인 공조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진행할 예정이다.
수직적/수평적 정책 모두가 필요한 웹툰 산업, 그리고 기대
지금까지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들 전략은 서술한 바와 세 가지 방향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정책적으로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Warwick(2013)에 따르면, 산업정책의 형태를 둘로 나누면 수평적(기능적) 정책과 수직적(선별적)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능적 방식이라고도 불리는 수평적 정책방식은 시장 규제 조정이나 지식 재산권 보호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 정책들이다. 선별적 방식이라고도 불리는 수직적 정책방식은 특정 산업이나 부문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거나 육성하는 방식이다. 두 축을 웹툰 정책에 적용하여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다.
<그림 2> 웹툰 정책 구분: 수직적 정책과 수평적 정책
수평적 정책은 웹툰산업의 저변이 확장하고 기반을 마련하는 차원의 정책 방향이다. 현재의 웹툰산업은 일정 분야에 집중되어 그 저변이나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다. 따라서 폭이 좁은 상태인 현재(A)에서 목표지점(B: 글로벌 만화산업 선도)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질 높은 콘텐츠들이 다양하게 발생되고 산업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는 기반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림의 표현과 같이 가로의 폭이 좁은 선형 화살표의 경우에는 해외 진출 시 여러 변수로 인해 현지 수용과정에서 쉽게 꺾일 수 있으며 충성 독자로까지 자리 잡히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기반이 확충되고 저변이 확대되어 웹툰의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스펙트럼이 두터워질 경우 목표지점까지 성장하기에 더 적합한 환경을 지닐 수 있다. 즉 기반과 저변을 두텁게 하여 면형 화살표의 형태로 목표지점으로 나아갈 때 해외진출에서의 다양한 변수와 수용과정에서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에서 제시된 전략 중 수평적 정책에 해당하는 방향성은 첫 번째 전략인 ‘혁신적 미래 성장 기반 마련’과 세 번째 전략인 ‘만화‧웹툰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다. 결국 거버넌스, 데이터/통계 체계, 법 제도와 같은 기반에서부터 인재 양성은 물론, 위상 강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와 활동에서부터 공정거래 기반을 마련하는 노력까지, 수평적 정책은 산업의 기질과 체력을 강화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수직적 정책은 해외 진출 관점에서 홍보, 프로모션, 네트워킹 지원, 현지화 지원과 같은 직접지원에 해당하는 정책 방향이다.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에서 제시된 전략 중에서는 ‘K-만화‧웹툰의 글로벌시장 선도’를 위한 방향들이 이에 해당한다. 현지 국가에 대한 컨설팅, 현지화된 번역과 플랫폼 진출 지원 등은 지금 당장 해외에 진출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날카롭게 다듬는 데 도움이 되는 지원들이다.
정리하면 이번 중장기 전략에서는 수평적 정책과 수직적 정책이 모두 제시되면서 다양한 차원에서 정책 고도화를 시도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의 수평적 정책들과 수직적 정책들이 조화를 이루고 균형적이면서도 폭넓게 정책이 이루어질 때, 지속적으로 웹툰산업 관계자들이 경쟁력을 강화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며, 웹툰산업은 새로운 대표 한류 장르는 물론, 디지털 만화의 글로벌 표준(global standard)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