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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험한, 글로벌로 가는 길: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 이후와 웹툰의 글로벌화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 이후와 웹툰의 글로벌화를 알아보자

2024-08-19 이현재

멀고도 험한, 글로벌로 가는 길: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 이후와 웹툰의 글로벌화

나스닥 입성 한달 만에 위기를 맞이한 ‘WBTN’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158035e0.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30pixel, 세로 229pixel

웹툰엔터테인먼트(이하 네이버웹툰’)의 상장 이후 주가 추이

  2024년 상반기 만화웹툰계의 가장 큰 이슈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이하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이었다. 세간의 기대와 미디어에 비친 모습과는 다르게 네이버웹툰의 상장은 그 자체로 논쟁거리였다. 물론, 미디어에 비치던 모습처럼 흐름과 타이밍은 적절했다는 의견이 중론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최근까지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K-POP과 드라마 등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가 빠른 속도로 퍼지는 모습은 네이버웹툰이 K-콘텐츠로서 팬덤 소비자들에게 소구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어넣기 충분했다. 더불어 2023년 기준으로 네이버웹툰 월간 활성 이용자(이하 ‘MAU’) 16900만 명 중 77%가량인 13000만 명가량이 해외 이용자라는 점, 23%에 해당하는 국내 MAU 2040만 명의 전체 인구수 대비 비율이 40.8%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이라는 점은 네이버웹툰이 가진 세일즈 전략에 신뢰를 붙일 수 있는 좋은 지표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 큰 문제는 펀더멘탈, 즉 매출과 이익의 구성에 있었다. Data.ai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네이버웹툰의 북미 웹툰 플랫폼 점유율은 70.5%에 이르렀으나, 네이버웹툰의 미국 MAU의 전체 인구수 대비 비율은 4.4% 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웹툰이라는 미디어의 성장 가능성으로 비칠 수도 있겠으나,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면 웹툰 미디어에 대한 소구를 가진 소비자층은 대단히 얇은 수준이기 때문에 투자 이후 수익 창출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을 인내해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 더불어 한국에서 독과점에 가까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음에도 2023년 기준으로 연간 매출은 128000만 달러, 순손실은 14480만 달러였다는 점은 네이버웹툰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였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만화웹툰 산업관계자들은 네이버웹툰의 성공적인 상장을 응원하거나 최소한 평타이상의 실적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네이버웹툰이 웹툰 산업 내에서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위상 때문이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은 네이버라는 성공적인 검색 엔진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국내 웹툰 콘텐츠 시장 내 최대규모 구매자로,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하는 카카오웹툰 정도를 제외하면 그 역할을 대체할 다른 플레이어를 생각하기 어렵다. 웹툰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네이버웹툰은 압도적인 바이사이드이며, 동시에 콘텐츠의 환급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레인메이커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네이버웹툰의 위상 덕분에 네이버웹툰의 해외 상장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단순히 쪼개기 상장과 같은 꼼수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산업관계자의 관점 밖에서 보더라도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이 갖는 의미는 국내 콘텐츠 산업에 있어 중요한 브랜드 효과를 가지기도 했다. 국제무대에서 웹툰을 만화의 모범적인 디지털전환사례로 소개할 기회였으며, 이는 만화콘텐츠 전반의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웹툰이라는 매체로 집중시킬 모멘텀을 형성할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회는 네이버웹툰의 주도로 한국의 웹툰 생태계를 전 세계로 확장할 기회와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렇게 네이버웹툰은 웹툰 산업이 개시된 지 20여 년 만의 미국 시장 진출 성과라는 무거운 왕관을 쓰고 53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 현지시각으로 627웹툰엔터테인먼트(WBTN)’로 상장됐다.

  주당 21달러에 공모되어 상장된 네이버웹툰은 기업공개 당일 공모가보다 9.5% 오른 23달러에 장을 마치며 최종적으로 약 31500만 달러(4400억원)를 네이버웹툰에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장 직후 보였던 기대감과 다르게 네이버웹툰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보였다. 722일 골드만삭스가 네이버웹툰에 대한 목표주가를 전날 대비 3배를 넘는 62달러로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매수 권유 판촉 활동으로 거래량 스파이크를 견인하자, 22일 한때 네이버웹툰 주가는 23.85달러까지 급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 23일 주가는 21.02달러까지 하락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상장 이후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지 못한 네이버웹툰은 89일 결국 하강 모멘텀을 맞닥뜨려야 했다. 하강 스파이크를 주도한 것은 네이버웹툰의 20242분기 실적보고였다. 네이버웹툰은 2분기 실적보고에서 시장의 컨센서스였던 34080만 달러에 못 미치는 32100만 달러를 발표하며 2분기 실적에 대한 어닝 미스를 보였다. 더불어 2분기 당기 순손실이 7660만 달러라는 점, EBITDA(상각전영업이익)에 있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 넘는 성장을 통해 흑자를 기록했으나 3분기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 나스닥 상장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의 글로벌 MAU가 전년 동기 대비 1% 줄어든 모습 등 실적과 관련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 89일 하락세를 부추겼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네이버웹툰의 2Q24 주주 공개서한 내 지역별 실적중 한국 부분

  네이버웹툰은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주주 공개서한을 통해 위 실적에는 IPO와 주식 기반 보상 등으로 일반관리비용이 2.6배 늘었으며, 원화와 엔화 약세로 인한 매출 상쇄가 실적에 반영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에서 유료 콘텐츠와 광고 매출이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2분기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으나, 네이버웹툰 측의 이러한 설명과 기대감이 전반적인 실적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서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네이버웹툰의 실적이 국내 시장에서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투자자들의 관점에서는 네이버웹툰의 모태 시장이 한국이기도 하거니와, 모태 시장이 전사적 전략의 기점이 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전략의 결과를 엿볼 수 있는 리트머스로 생각되었기 때문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산업의 주도권 연장을 위한 치열한 물밑 작업

  다소 결과론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은 펀더멘털이라는 주요한 위험요소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이른 판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을 부추겼는지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 네이버웹툰이 나스닥 상장을 서두른 이유는 성공적인 IPAI 개발 자금 여력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네이버웹툰의 김준구 대표는 향후 10년간 가장 큰 히트작이 될 IP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IPO의 목표로 제시했고, 닛케이 아시아 리뷰는 그간 네이버웹툰이 보였던 행보와 IPO 보고서를 바탕으로 네이버웹툰이 IPO 자금을 활용해 'AI 기반 자동 페인팅 툴'과 같이 인간 콘텐츠 제작자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AI 도구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투자 유치의 관점에서 보면, 내부사정은 조금 더 외교적인 상황으로 보이기도 한다. 네이버웹툰의 IPO에는 세계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이 코너스톤 투자자(국내 유가증권시장에는 없는 제도로, 처음부터 큰 금액을 투자하는 기관을 의미한다)로 참여했는데, 이는 네이버웹툰이 나스닥 상장을 통해 거두어들인 최대 성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블랙록이 네이버웹툰과 자금으로 엮인 관계를 갖게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블랙록은 지난 6월 일본 최대 웹툰 플랫폼 메챠코믹스의 운영사 인포콤을 인수했다. 어찌보면 블랙록이 웹툰 플랫폼의 성장 전반에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수과정을 들여다보면 블랙록이 단순히 웹툰 플랫폼의 성장에 투자하고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

  지난 5월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인포콤의 모회사 테이진이 인포콤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온 이후, 블랙록은 인포콤을 인수하기 위해 소니그룹과 출혈경쟁을 벌였다. 최초 보도가 나온 이후, 인포콤의 유력한 인수자로는 약 2000억 엔을 제시한 소니그룹으로 전망되었었다. 그러나 블랙록이 소니그룹의 제안가보다 600억 엔 더 높은 2600억 엔으로 인포콤 인수가로 제시하며 인포콤의 대주주가 되었다. 이러한 블랙록의 행보는 인포콤의 대주주가 되어 인포콤을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진 폐지하게 만들고, 경영활동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활동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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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쿨 재팬 전략의 플라이휠 개념도

  블랙록이 이렇게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단순히 웹툰 산업의 성장보다도 팬덤 산업 그 자체를 겨냥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블랙록이 이렇게 강력한 자금력을 휘두르는 배경으로는 지난 6월 일본 내각 지적재산전략본부가 아베 정부가 제시했던 쿨 재팬 전략을 5년 만에 재정비한 새로운 쿨 재팬 전략(たなクルジャパン)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지적재산전략본부는 새로운 쿨 재팬 전략에서 2022년 기준으로 47000억 엔이었던 문화콘텐츠 상품 수출액을 2033년까지 4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가 담겨있었다. 이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일본의 기간 산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새로운 쿨 재팬 전략이 겨냥하고 있는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성과를 위해서는 해외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다.

  다만, 지난 아베 정부의 쿨 재팬 전략은 중앙지향적인 기획정책이었음에도 행정적 공백이 많아 정부가 정책 수혜의 소구와 방향을 통제할 수 없었다는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쿨 재팬 전략의 수혜는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된 결과를 가져왔다. 블랙록의 행보는 예상되는 쿨 재팬 전략의 행정적 허점을 활용해 일본 시장에 다방면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블랙록의 전략이 흥미로우면서도 의미있는 이유는 일본의 느린 디지털화 때문이다. ‘새로운 쿨 재팬 전략에서 일본 내각은 해외 비즈니스 전개력 제고, 최신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응한 구조 개혁 추진 민관 제휴 체제 강화 등을 향후 방침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응에 대한 수혜가 새로운 쿨 재팬 전략의 부작용으로 일본 내수에 집중된다 하더라도 블랙록이 가져갈 수 있는 전체 파이 역시 커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일본의 느린 디지털화가 일본 웹툰 소비시장의 미래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한국의 빠른 디지털전환으로 인해 한국 웹툰 소비시장은 급격히 성숙하여 미래가치에 큰 변화와 극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 반해 일본에서는 극적인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 시장의 특성은 일본 콘텐츠 소비시장 자체를 새로운 이니셔티브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은 자금 조달 자체보다는 한국시장이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을 조금 더 연장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브랜드 효과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니셔티브의 유지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주요한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네이버웹툰은 현지 퍼블리셔와의 협력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퍼블리셔의 중요성은 이미 카카오 픽코마가 유럽 진출 실패를 통해 드러낸 바 있다. 카카오 픽코마는 오프라인 중심의 소비자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콘텐츠의 유통 채널로 웹툰이라는 매체를 고집하는 바람에 주요 콘텐츠를 끝내 유럽 시장에 설득하지 못했다. 이러한 카카오 픽코마의 유럽 시장 철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은 여전히 틈새 산업에 가깝다. 그 때문에 전통적 만화 매체 소비자들에게 웹툰이라는 새로운 만화 형식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네이버웹툰은 증권신고서에서 드러낸 것처럼 한국에서 쌓은 콘텐츠 제작 및 수익 모델에 대한 노하우를 어필하기보다 일단 단기적인 차원에서 미국 시장의 기존 만화 팬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지 퍼블리셔와의 소통를 바탕으로, 네이버웹툰이 획득한 기존 만화 팬덤의 특성을 규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북미를 포함해 서구권 시장에서 아직 익숙치 않은 웹툰이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기획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대단히 전통적인 접근이나 여느 시장에서나 효과를 발휘하는 기초적이며 기본적인 세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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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 리서치앤컨설팅그룹 STRABASE 연구원. 「한류 스토리콘텐츠의 캐릭터 유형 및 동기화 이론 연구」(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한국콘텐츠진흥원) 「저작권 기술 산업 동향 조사 분석」(한국저작권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 2021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부문 신인평론상, 2023 게임제네레이션 비평상에 당선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