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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으로 향하는 웹툰 산업의 흐름

2024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웹툰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2025년을 전망하며 준비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2025-01-20 서범강

2025년으로 향하는 웹툰 산업의 흐름

  2024년 웹툰의 흐름을 관통하는 전반적인 화두를 이야기하자면 단연 'AI의 웹툰 활용''웹툰 산업의 글로벌 진출과 확장'일 것이다. 본 글에서는 2024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웹툰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2025년을 전망하며 준비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2024년은 웹툰 산업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AI가 웹툰 제작의 중심 도구로 가능성을 시사하는 실증적 실험과 개발이 이루어지며, 창작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생성형 AI는 웹툰에 있어 스케치 자동화, 채색 지원, 배경 생성과 같은 작업을 혁신적으로 지원하며 창작자들에게 시간과 비용 면에서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AI 기술은 반복적 작업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스토리와 캐릭터 개발 같은 고유 창의성 영역에서 창작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지원 도구 혹은 파트너의 입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 창작자들의 메인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AI의 기술적 도입이 단순히 창작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웹툰 작품의 질적 향상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이해시키는 기간으로 볼 수 있다. 애초에 AI가 창작의 포지션과 기능에 있어 마치 알라딘의 요술 램프도깨비 방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둘러 들이밀던 섣부름을 인정하고 한걸음 물러서서 협력자의 포지션을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AI와 창작자의 유대에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해법이 제시된 듯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AI 활용은 여전히 저작권 문제와 윤리적 논의라는 해소되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생성형 AI가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통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데이터 수집과 사용의 적법성, 결과물에 대한 독창성이나 저작권을 인정하는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웹툰산업협회는 AI의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단계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기록할 것을 요구하며, 학습/제작/제공의 단계에 따라 각각의 가이드 제공을 통해 윤리적 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AI 기술의 발전은 창작 도구로서의 잠재력을 열어줌과 동시에 창작자 고유의 감성과 의도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법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다만 정책적, 법적 대응에 있어 지나치게 규제 중심의 측면으로 기울게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동반된다. 서로에게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음과 동시에 민감한 경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창작자와 AI 간의 공존을 위한 논의는 2025년에도 웹툰 산업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어지게 될 것이다.

  시장의 관점에서도 2024년은 한국 웹툰 산업의 중요한 한 해로 기록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진출한 웹툰 플랫폼이 1, 2위를 지키며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현지의 웹툰 플랫폼을 통해서도 수치상으로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웹툰 원작의 드라마화와 영화화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OSMU의 가장 대표적인 IP의 가치를 인정받고, 동남아와 인도에서는 모바일 사용자를 중심으로 웹툰의 관심이 꾸준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인도의 대표적인 웹툰 스튜디오이자 플랫폼 기업인 대시툰이 한국에 장기간 체류하며 한국의 웹툰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앞으로 내다보는 인도 시장의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브라질과 프랑스에서는 한국 웹툰의 문화적 감수성을 반영한 작품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디지털 콘텐츠 변환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의 성과와 변화의 조짐들은 한국의 웹툰 산업이 글로벌 진출을 통해 현지화와 콘텐츠 다양성을 대비하는 시기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글로벌 독자층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만큼, 한국 웹툰은 이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서사와 시각적 스타일로 그 영향력을 넓혀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웹툰 산업은 2025년에도 AI와 글로벌화라는 두 가지 주요 축을 중심으로 중요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은 스케치와 채색 자동화, 배경 생성 등 제작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독자 데이터 분석과 맞춤형 콘텐츠 추천 시스템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AI 기술은 스토리 구조 분석과 플롯 추천 등 창작 기획 단계로 그 적용 범위를 확장하며 웹툰 제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지나친 의존이나 창작의 독창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작품의 무분별한 대량생산으로 인한 질적 하락의 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창작자의 역할과 IP의 가치를 위협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음은 유의해야 한다. 2025년에는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법적, 제도적 기반을 통해 AI와 창작자가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글로벌 진출은 국내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일본, 미국, 프랑스, 브라질, 인도 및 동남아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의 기회와 도전이 부각이 되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인 만화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웹툰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만하다. 미국에서는 OTT 플랫폼의 웹툰 원작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단순한 현상이 아닌 순환의 단계로 이어가야 한다. 프랑스와 브라질에서는 웹툰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중화되고 있음을 주목함과 동시에, 출판 시장에 대한 이원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유효하다. 동남아와 인도는 모바일 사용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웹툰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지역으로 부각이 된다. 주요 매출 거점이 되기에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거대 소비 시장이 될 잠재력이 있기에 반드시 준비되어야 한다. 2025년 글로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웹툰이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문화 자원이자 무한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창출하는 주요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혹자는 웹툰 산업의 2024년을 평가하면서 이제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가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포화라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섣부른 감이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 2025년 국내 시장에 대한 전략에 따라 여전히 솟아날 구멍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웹툰 산업은 4가지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필요한 것은 독자의 다양성이다. 현재 10대부터 30대에 집중된 독자층을 40대 이상으로 확장하고, 여성 중심의 유료 독자 구조를 남녀 전반으로 평준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장르의 다양성 확보 또한 필수적이다.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작가와 작품을 지원하여 다양한 연령층과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장년층의 공감을 끌어내는 이야기나 현대 사회 문제를 다루는 웹툰은 독자층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장르가 진입하고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고 특정 여건이 성립되어야 하기에 정부와 플랫폼은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또한, 웹툰의 접점을 다각화하여 주요 플랫폼 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웹툰 플랫폼 내 노출 방식을 벗어나 홍보 및 마케팅 지원과 함께 리뷰, 평론, SNS 등 대중 매체를 활용한 노출 확대를 장려해야 한다. 글로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 진출 웹툰 플랫폼이나 작가, 작품 말고도 현지 국가의 웹툰 플랫폼과 작가, 작품들도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오히려 한국 웹툰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한국 웹툰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창작 기술과 풍부한 스토리텔링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모바일 중심의 소비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글로벌 플랫폼과 IP 사업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웹툰 플랫폼들은 모바일 최적화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단위 업데이트 및 구독 모델을 도입하여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통해 한국 웹툰 산업은 AI와 글로벌화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갈 것이다.

  과거 웹툰이 비약적인 도약을 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온라인 환경을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 성향의 변화에 집중하여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기존의 서비스들과는 다른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을 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웹툰은 독특한 형식과 간편한 접근성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성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거나 진입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관점에서 꾸준한 연구와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웹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기술 혁신, 그리고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광고와 유료 구독 모델을 넘어 금융 생태계 기반의 IP 판매, 크라우드 펀딩 등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하고, 드라마, 영화, 게임 외에도 IP를 활용한 다각적인 콘텐츠 확장을 통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AI에 대해서도 창작을 위한 제작 도구를 넘어 소비자 경제 활동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정보화 기술로 활용하여 창작과 소비 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심리적 관점에서는 독자와 창작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독자들은 콘텐츠 소비를 통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길 원한다. 이를 위해 감정 데이터와 행동 분석을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유형에 따라 최적화된 기술을 활용하여 몰입형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감정 상태와 가치관에 맞춘 콘텐츠를 선호하며,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얻는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힐링과 위로를 주는 콘텐츠를, 긍정적인 감정 상태에서는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선호한다. 앞으로는 이러한 심리적 성향을 반영한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시스템이 요구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플랫폼과 창작자 간의 신뢰와 공정성을 강화하고, 콘텐츠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회적, 정치적 현상이나 분위기에 따라 독자적 정서와 요구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갈등이나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이를 반영한 비판적이거나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가 주목받을 수 있으나, 반대로 심각한 문제와 독자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회적 안정기에는 가볍고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거나 실험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플랫폼은 사회적 흐름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이에 적합한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제작을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윤리와 사회적 책임 교육을 통해 창작자와 플랫폼 모두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이제 2025년 웹툰은 IT, 출판, 방송, 캐릭터와 광고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되어 '웹투노믹스(Webtoonomics)'라는 개념을 실현해야 한다. '웹투노믹스'는 웹툰이 단순히 작품이라는 틀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 융합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대상으로서 설명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웹툰은 원작으로서 드라마와 영화로 확장되어 2차 창작물을 통해 수익을 얻는 동시에, 캐릭터 상품화와 광고를 통해 파생 수익을 창출하며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웹툰이 독립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는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이나 경제적 가치를 파생시키는 아이템으로도 높은 존재감을 지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웹툰이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IP 그 자체로 거래되는 일차적 경제 활동 이면에 굉장히 복잡한 구조적 장치와 법칙이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웹투노믹스를 바탕으로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까지도 수용하며 산업적 연구와 적용이 이루어져야 함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2025년 웹툰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실현하고, 창작자와 독자 모두가 만족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을 긍정적으로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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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아이나무 이사, 만화가
前 스토리숲 대표, 前 만화잡지 코믹테크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