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기업의 상장 사례를 통해 보는 국내 웹툰산업 전망
국내 웹툰시장의 산업화와 상장 사례
2024년은 한국 웹툰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룬 해로 기록될 것이다. 특히, 6월, 네이버웹툰의 모기업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사건은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서는 한국 웹툰이 가진 경쟁력과 잠재력을 전 세계 자본시장에 각인시킨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네이버웹툰의 상장은 국내 웹툰 관련 주식 시장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업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픽코마와 같은 대형 웹툰 기업 및 플랫폼의 기업공개와 상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웹툰 산업이 자본시장과 긴밀히 연계된 체계적인 산업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 네이버 웹툰의 미국 나스닥 상장
국내 상장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이외에 제작 스튜디오 등 웹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상장이 일찍이 진행되었다. 키다리스튜디오, 미스터블루, 디앤씨미디어, 대원미디어 등 중견 스튜디오 및 유통사들은 기업공개와 주식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유치하고자 노력하였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주식시장에 새롭게 등장하는 웹툰 기업들의 다양성이다. 최근 몇 년간 웹툰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웹툰 스튜디오 와이랩의 상장이다. 와이랩은 2023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하였으며, 상장 이후 신주 발행 등 안정적인 자본 확보와 신규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웹툰 및 웹소설 콘텐츠 기업인 핑거스토리의 상장이다. 핑거스토리는 2018년 설립 이후, 무협·액션 장르 기반의 남성향 플랫폼 ‘무툰’과 로맨스 순정 등의 여성향 웹툰 플랫폼 ‘큐툰’을 통해 웹툰·웹소설을 유통해 왔다. 이러한 경영활동을 기반으로 2022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였으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본으로 제작 스튜디오 인수 등에 나서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상장사로 전환한 웹툰 기업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탑코미디어는 본래 셋톱박스 제조 및 판매를 주력하는 기업이었지만 웹툰 플랫폼 ‘탑툰’을 운영하는 탑코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웹툰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가 되었다. 수성웹툰은 제조업 기업으로 시작하였지만 2023년 웹툰 플랫폼 기업 투믹스가 지분을 인수하며 웹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외에도 웹툰 제작이 아닌 광고 매출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엔비티 등 새로운 유형의 상장사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상장사 규모의 웹툰 기업들은 대형 플랫폼 이외에도 다수의 중견 스튜디오 및 유통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비상장 웹툰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사 대상 인수합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국내 웹툰 시장이 다양한 기업 형태와 투자 구조를 포용하며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이다.
기업공개와 상장은 단순히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는 수단을 넘어선다. 기업이 자본시장으로부터 신뢰성과 투명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상징하며, 대규모 투자자본의 유입으로 시장의 성장과 산업화를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된다. 특히 기업 공개, 외부 감사, 공시 의무와 같은 투명성 제고의 장치들은 기업 운영 방식을 보다 체계적이고 신뢰할 수 있도록 변화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웹툰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노동 환경의 개선, 안정적인 고용구조 형성, 산업 생태계의 질적 향상 등은 기업 운영의 투명성과 성장의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웹툰산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하락하는 주가
2024년은 웹툰산업의 눈부신 성과를 증명하는 시기였지만 그와 동시에 위기론도 제기되었다. 국내 웹툰산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성장세의 정점을 찍은 2022년 이후 1~2년 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부정적 전망의 근거로 성장률 둔화와 웹툰 이용 시간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웹툰산업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최신 자료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웹툰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웹툰산업의 규모는 1조 8,290억 원으로 추정되며 규모 자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률은 2020년 65.3%, 2021년 48.4%, 2022년 16.6%로 감소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웹툰 소비의 경우, 모바일 어플 이용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네이버시리즈,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등 국내 주요 웹툰 플랫폼의 총 이용시간(2024년 4월 기준)은 전년 대비 11.2% 감소하였다. 웹툰 이용량 추이 역시 2022년을 기점으로 2년 연속 감소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웹툰산업의 부정적 전망과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지표는 웹툰 기업의 매출과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국내 웹툰시장 매출 기준 상위 10개 제작사 중 9곳의 2023년 매출이 2022년보다 악화되었으며, 적자 기업도 8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24년에도 카카오페이지, 미스터블루, 디앤씨미디어 등 주요 웹툰 기업의 영업 이익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웹툰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있다.
웹툰 기업의 매출과 관련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며 주가 흐름도 전체적으로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국내 주요 웹툰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 7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기초로 웹툰 주가 지수를 산출한 결과, 2023년 1월에 비해 주가 지수는 하락하고 있다.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일시적인 반등이 나타났지만 2024년 1분기를 지나서며 하락 추이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웹툰산업을 이끄는 대형 플랫폼 업체가 올해 3분기 이후 실적 개선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과 상반된 결과이다. 미국에 상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주가 역시 공모가 21달러의 절반 수준인 11달러까지 하락하였다가 최근 반등하며 13달러(2024년 12월 기준)까지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 웹툰 주가 지수의 하락은 상대적으로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 네이버 및 카카오 시가총액 변화 추이(2023.1~2024.11)
△ 국내 웹툰 기업 시가총액 변화 추이(2023.1~2024.11)
* 웹툰 기업은 총 7개(키다리스튜디오, 미스터블루, 디앤씨미디어, 대원미디어, 핑거스토리, 탑코미디어, 엔비티)로 임의선정하였으며, 와이랩 등 기간 내 신규상장하거나 업종을 전환한 기업은 편의상 제외함
** 지수 산출 : (특정 날짜의 총시가총액 / 기준일(2023년 1월 2일)의 총 시가총액) × 100
물론 웹툰 기업의 매출 활동과 주가 흐름에는 거시환경 변화에 따른 경제 위기와 같은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K-콘텐츠산업을 정점으로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 그리고 글로벌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웹툰 기업의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2년에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자본 유동성 문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투자 축소 분위기가 강화되었다. 이러한 거시경제적 환경은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이라는 문제를 동반했으며, 이는 콘텐츠 업계 전반의 제작 축소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외생 변수들은 국내 웹툰 기업의 매출 및 주가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산업 자체의 문제로만 국한할 수 없는 글로벌한 도전 과제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경제적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기조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을 강화시키며 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콘텐츠 제작비 증가와 같은 구조적 문제는 국내 웹툰 기업의 수익성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웹툰 산업은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외부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웹툰 산업 내부적으로도 성장 둔화와 수익성 문제라는 고질적인 도전 과제가 존재하며, 이러한 요인들은 매출 및 주가 하락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갈수록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되고, 새로운 콘텐츠 소비 트렌드(OTT, 숏폼 영상 콘텐츠 등)와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출 및 주가 하락 현상을 장기적 모멘텀으로 이어지는 것을 완화하고 새로운 반등의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2025년을 맞이하는 국내 웹툰산업의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2025년을 맞이하는 웹툰 산업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웹툰산업의 성장 둔화와 이용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콘텐츠의 과잉공급과 장르의 편중성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2023년 상반기 만화·웹툰 유통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통(중복 포함) 웹툰 수는 2022년 12,273개에서 지난해 20,139개로 연 증가율이 무려 64.1%에 달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가 성장한 웹툰산업과 웹툰 IP를 활용한 콘텐츠의 흥행이 겹치며 웹툰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과 작가가 증가하였고, 경쟁이 심화되었다. 국내 웹툰산업이 일종의 레드오션이 된 것이다. 또한, 학원물, 로맨스판타지와 같은 특정 장르에 신작이 집중되고 장르의 편중이 심해지며, 이용자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공급과잉과 경쟁심화는 올해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상반기 만화·웹툰 유통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웹툰 등록작품 수는 9,528개로, 2023년에 비해 9.2%나 감소하였다. 또한, 플랫폼 중복 연재를 제외한 신작의 경우, 2,712개로 2023년 3,274개에 비해 17.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공급과잉과 경쟁심화가 이어짐에 따라 올해는 콘텐츠 공급이 자연 감소하고 있으며, 그간의 웹툰시장이 포화 상태임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웹툰시장은 현재 포화상태이고 웹툰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시험대에 올라섰다. 이미 많은 웹툰 기업들이 위기감을 극복하고자 새로운 대안들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는 일부 회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추후 소액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의 콘텐츠 비율을 증가시키는 등 비즈니스모델 개선과 수익 다각화를 돌파 전략으로서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정책적 지원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특히, 장르 편중성 심화에 대응하고자 경쟁력 있는 스토리 발굴을 위한 지원사업 강화, 장르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정책 지원 등의 필요성이 정책연구 보고서를 통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기존의 한계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신규 시장영역을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개척하는지 그리고 기업들의 노력을 뒷받침하는 정책 지원이 얼마나 효율적인지에 따라 국내 웹툰산업의 돌파구가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을 마치며
웹툰산업의 성장과 주식 상장을 통한 자본시장과의 연계는 단순히 매출 증가와 시장 확대로만 그치지 않는다. 이는 콘텐츠 제작에서부터 투자와 상장, 그리고 글로벌 산업 생태계로의 진입까지 이어지는 종합적인 변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따라서 국내 웹툰산업을 주식 시장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은 단순히 현재의 성장세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글로벌 콘텐츠 산업에서 한국 웹툰이 차지할 위치와 그 발전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2024년은 그러한 관점에서 한국 웹툰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며 산업 전반에 걸쳐 깊은 인상을 남긴 해로 기억될 것이다. 2025년은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한국 웹툰산업이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서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설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단순히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안정적인 투자 환경 조성과 혁신적인 콘텐츠 IP 개발을 통해 산업의 내실을 다지는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한국 웹툰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창작자와 플랫폼, 투자자 간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각화된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웹툰산업이 한국 콘텐츠산업 전체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콘텐츠산업에서 한국 웹툰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주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