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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와 세련의 축제, 월드 아닌 우리의 잔치, 2025 월드웹툰페스티벌

웹툰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총체적으로 보여준 2025 월드웹툰페스티벌은 잠실 롯데월드에서 토크쇼, 어워즈, 팝업스토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성황리에 진행되며 웹툰의 소비와 문화 경험을 확장했다.

2025-10-22 이철호

풍요와 세련의 축제, 월드 아닌 우리의 잔치, 2025 월드웹툰페스티벌

지난 10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잠실 롯데월드 일원에서는 월드웹툰페스티벌(WEFE)이 개최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이번 페스티벌은 성수에서 잠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전 페스티벌과 확실히 다른 이미지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가장 화려한 소비의 성지이자 풍요의 상징에서 가장 현대적인 웹툰이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페스티벌의 무대는 크게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었다. 잠실 롯데월드몰의 무대에서는 롯데시네마(7)가 월드스테이지를 구성하고 토크쇼와 상영 그리고 기념식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지하 1층부터 4층까지의 상가 사이에는 대표적인 웹툰업체와 캐릭터의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19일 오후 이번 페스티벌의 오프닝은 월드스테이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WEBTOON in reality, more fun'이었다. 월드웹툰페스티벌 홍보대사가 된 배우 신승호와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가 팬과 마니아들을 환영했다.

신승호 배우는 처음 홍보대사를 맡았다면서 수줍은 듯 웹툰 원작 영화의 배역과 캐릭터를 소개하며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종범 배우는 본인이 등장했던 시기와 지금의 차이 그리고 영화와 공연 등 웹툰의 2차 사업화 과정의 특징을 작가이자 교육자의 입장에서 설명해주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월드스테이지에서는 첫날 오프닝 토크콘서트 이후 매일 다양한 토크콘서트와 상영회 그리고 멘토링을 다양하게 개최하였다.

20일에는 넷마블 정아라 팀장과 리버스 김병우 차장이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게임, 웹소설, 웹툰, Who’s NEXT’가 개최됐고, 또한 <미생> 일본판 뮤지컬 실황&토크로 꾸며진 GV+상영회도 열렸다.

21()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PD 알려드립니다라는 주제의 멘토링이 카카오엔터의 강승배, 허유림 PD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마지막 날은 2025 월드웹툰어워즈가 열렸다. 저녁 6시에 열린 월드웹툰어워즈는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약간의 아쉬움과 기대감에 들뜬 사람들이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8관 입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거기에는 <미래의 골동품 가게>의 구아진 작가 등과 만화웹툰 관련 기관과 협회의 사람들이 모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후 극장 안에서 김대호 아나운서의 사회로 ‘2025 월드 웹툰 어워즈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작년에 이어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현세 작가와 장정숙 만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의 김영수 제1차관 그리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유현석 원장직무대행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리고 웹툰사업협회 서범강 회장, 우리만화연대 김병수 회장 그리고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 경희대 김소원 연구교수 등도 그 뒷자리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이현세 심사위원장의 개회 선언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월드 웹툰 어워즈는 이제 2년 차로, 시상자도 수상자도 조금은 익숙해진 느낌이었다.

월드 웹툰 어워즈는 이현세 심사위원장 말처럼 우리나라의 웹툰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웹툰업계 종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다. 올해는 출품작과 독자 추천작을 합쳐 약 1,400편의 웹툰이 수상을 놓고 경쟁했다고 한다.

그중 26개 작품이 예심에서 추천되었고, <경이로운 소문>, <괴력난신>, <네 번째 남편>, <똑 닮은 딸>, <마루는 강쥐>, <미래의 골동품 가게>, <시든 꽃에 눈물을>, <아비무쌍>, <전지적 독자 시점>, <참교육> 10개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재미있던 건 대부분의 작가가 참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래의 골동품가게>의 구아진 작가는 당일 새벽까지 마감을 하고 참석을 못 할 상황이었는데, 일산 집까지 데리러 온 소속사 대표 덕분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역시 참석해 소감을 발표한 <참교육>의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확실히 글과 그림을 나눠서 해야 그나마 작가가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웃픈 소감을 남겨주기도 했다.

그리고 구아진 작가의 <미래의 골동품 가게>가 올 한 해 최고의 웹툰에 수여되는 대상수상하면서 시상은 마무리되었다. 소속사 대표의 부지런함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미래의 골동품 가게>2022년 콘텐츠대상 만화 부문 대통령상에 이어 이번 대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우수한 작품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수상소감에서 구아진 작가는 “<미래의 골동품가게>가 아직 갈 길이 먼데, 이 상이 큰 힘이 될 것같다는 소감과 함께, “원래 이런 것에 특별히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데 오늘은 좀 울컥한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마무리하였다.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와 격려의 박수로 화답하였다.

이현세 심사위원장이 선정한 심사위원장상은 유미(UMI, 각색), 슬리피-(작화) 작가의 <전지적 독자 시점>에 돌아갔다. 이현세 심사위원장은 항상 가장 혁신적인 작품에 이 상을 주고 있다는 심사의 평을 남겨주었다.

또 올해 신설한, 독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장진(각색), 소흔(작화) 작가의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이 수상했다. 본상 후보작 26개 작품을 대상으로 지난 91일부터 약 8주간 투표를 진행했으며, 전 세계에서 웹툰 팬 총 26,444명이 참여해 직접 최고의 웹툰을 선정했다.

이 외에도, 본상 수상작 중 <네 번째 남편>은 일본의 아키오 치나미작가가 일본 현지에서 연재하는 작품으로, 해외 작품으로는 최초로 본상을 받게 되었다. 역시 편집자가 대리수상을 하였는데, <네 번째 남편>의 작가는 일본에서도 나이, 성별 등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시상식이 끝나고 재미있는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재미있다고 말한 이유는 작년 대상 수상작인 <더 그레이트>의 광진 작가가 직장인밴드 초과근무로 공연을 선사했기 때문이었다. 광진 작가 스스로 제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큰소리로 웃을 정도로 사람들을 절로 웃음 짓게 하는 풍경이었다.

약간은 어색하고, 약간은 미숙하지만 밴드의 공연은 관객들의 흥을 충분히 살려주었다. 특히 마지막 곡으로 부르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제곡 시작의 중간에 가수 가호가 무대로 올라 함께 부르면서 분위기는 절정을 치닫는 듯했다. 그렇게 가호의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월드웹툰어워즈는 끝이 났다.

월드스테이지의 아래, 롯데월드타워의 지하 1층부터 4층까지는 작품과 캐릭터를 보여주는 팝업스토어가 준비되어 있었다어쩌면 이번 월드웹툰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팝업스토어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롯데월드몰의 명품과 매장들 사이에서 자기만의 독특함을 아낌없이 보여주면서 전혀 뒤지지 않은 개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표 웹툰과 기업의 사업적 역량이 이렇게 세련되었음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현재 웹툰산업의 성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네이버웹툰 다온크리에이티브 더그림엔터테인먼트 디씨씨이엔티 디앤씨미디어 레드아이스스튜디오 바이프로스트 서울미디어코믹스 씨앤씨레볼루션 엠스토리허브 와이랩 재담미디어 등 제작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서부터 4층까지, 다섯 개 층에 걸쳐 35개 웹툰의 12개 팝업을 조성했다. 판매 굿즈 종류는 1,200개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마치 주말 쇼핑을 온 듯이 지나가다 들려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굿즈를 구매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마치 소비의 바다에 웹툰의 섬이 만들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지나치게 상업적인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다만, 전시를 관람하던 독일 코믹인베이전베를린의 김빛내리 큐레이터는 오히려 웹툰과 굿즈가 일상으로 들어온 것 같아서 보기가 좋았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주말에 파도처럼 밀려오던 팝업스토어 관람객들은 주중에는 조금 한산해지기도 했다. 오히려 그게 더욱 여유롭게 캐릭터를 감상하고, 굿즈를 살피고, 체험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기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번 월드웹툰페스티벌의 또 다른 무대는 롯데월드 지하의 아이스링크와 그 주변에 만들어졌다. 기획전시와 체험과 함께 아이스링크 한쪽에 마련된 웹툰스테이지무대에서는 다양한 쇼와 토크콘서트 및 교육이 이루어졌다.

그 시작은 일상툰 작가 그림비의 드로잉 제작소 '일상에 사랑이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즉석에서 관람객의 사연으로 드로잉을 보여주면서, 마치 토크콘서트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드로잉 쇼에는 홍보대사인 신승호 배우가 함께했고, 이후 신승호 배우는 기회전시를 체험하면서 한 편의 라운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4시부터는 과학고를 다니며 웹툰 800여 편, 애니메이션 700여 편을 본 유튜버 만화선배의 '웹툰 클리닉'이자 웹툰 소개가 이어졌다. 특히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만화선배는 <똑닮은 딸>을 추천하였다. 비록 내용이 그렇기는 하지만 학교가 무대인 웹툰으로, 오히려 스트레스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준다.

웹툰스테이지에서는 20()에 웹툰 <정년이> 서이레 글작가를 초빙하여 내 웹툰 스토리 드라마 만들기라는 주제로 마스터클래스강좌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작년 월드웹툰어워즈 수상작인 <더 그레이트> 광진 작가의 토크와 사인회 그리고 애니메이션 성우의 아이돌이라는 남도형 성우와의 라이브 더빙쇼를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웹툰스테이지 위는 롯데월드가 있었고, 남도형 성우의 더빙쇼 때는 팬들이 난간에 기대며 소리치고 응원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웹툰스테이지를 둘러싼 공간은 알파벳 WEBTOON을 형상화한 전시관이며, 주제는 웹툰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였다.

N존에서는 웹툰의 발전사를 소개한다. 종이책 형태였던 만화가 디지털 매체를 만나 새로운 표현이 가능해진 과정을 연도별로 확인할 수 있다. 지면 작업을 하던 만화작가의 방과 전자기기로 그림을 그리는 웹툰작가의 방을 구현해 둔 것이 포인트였다.

O존에서는 웹툰이 어떻게 일상에 스며들게 됐는지 알아본다. 웹툰의 존재를 알리고 흥행을 이끈 순정만화(강풀), 이말년씨리즈(이말년), 낢이 사는 이야기() 1세대 웹툰을 만날 수 있었다.

T존에서는 웹툰의 확장을 강조한다. 연의 편지(조현아), 좀비딸(이윤창), 정년이(서이레·나몬), 지금 우리 학교는(주동근) 등 영화 및 드라마 포스터와 명장면을 공유하며 웹툰이 영상화에 성공한 사례를 조망했다.

E존은 웹툰의 글로벌 현지화를 다루고 있으며, B존에서는 웹툰의 미래로 '다음 화는 연재 중'을 통해 변화하는 웹툰시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스링크 바깥쪽에는 <전지적 독자시점> 전시관과 굿즈 스토어가 마련되어 있었다. 월드타워에 조성된 <마루는 강쥐> 팝업스토어와 이곳 전시관은 30분마다 출입이 허용되었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전시와 관람을 위해 인원을 조정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것이었다.

비록 <전지적 독자시점> 전시는 운영의 매끄러움이나 진행자들의 무뚝뚝함이 아쉽기는 했지만, 놀라운 시각적 연출을 보여주었다. 이제 웹툰 관련 전시연출이 한 단계 올라서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듯했다.

사실 두 곳의 무대는 의외로 멀고, 또 중간은 사람들로 복잡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리고 지나는 곳마다 볼 것도 할 것도 많은 행사라 하루에 다 보기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사이를 가득 메운 사람들과 재미있는 풍경은 이전과는 다른 페스티벌의 모습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분주함을 사람들은 즐기는 듯했다.

사실 아쉬움이 적지 않은 행사이기는 했다. ‘월드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오로지 국내의 업체들만이 참여했다. 어워즈 역시 일본작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의 작품들이었고, 그들마저도 대부분 참석하지 못했다. 아직 글로벌 잔치로서 부족함이 있음을 인정해야 할 듯하다.

그렇지만 이전 축제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고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축제이기는 했다. 어쩌면 산업적인 요구와 문화예술적인 기대 사이의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한 좋은 과제이자 예시가 됐던 페스티벌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한다.

현재의 성과, 오늘의 부족함을 알게 되면 더 좋은, 더 높은 곳을 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세계인의 웹툰 축제가 되는 다음 해의 페스티벌을 기대해본다.

필진이미지

이철호

만화웹툰전문매거진 위클리툰 대표기자 
한국만화웹툰평론가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