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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웹툰 교육 르포01] 웹툰이라는 공통 언어로 소통한 인도네시아에서의 열흘

지난 7월 8박 10일간 인도네시아에서 펼쳐진 '웹툰로드 인 인도네시아'에서 펼쳐진 웹툰 교육과 워크샵의 진지하고, 즐거운 현장을 참여 작가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어본다.

2026-08-11 안예리

[글로벌 웹툰 교육 르포01] 

“나도 할 수 있다”라는 확신, 웹툰이라는 공통 언어로 소통한 인도네시아에서의 열흘


- SNS를 통한 독학으로 웹툰을 배운 인도네시아 교육생들 

- 목표는 단 하나, “K-웹툰을 만들고 싶다!” 

- 인도네시아라는 거대한 시장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열망 

- 부족한 건 재능이 아니라 인프라, 고유한 색채를 존중하며 현지화 된 커리큘럼을 고민해야! 



교육을 담당했던 1팀의 강사와 교육생 단체사진. [필자 제공]


자카르타의 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키사이 스튜디오 안은 또 다른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낯선 언어와 낯선 그림체가 서로 뒤섞이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곳. 2026 청년 K-컬처 글로벌 프런티어 <웹툰로드 인 인도네시아>의 열흘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번 프로그램은 ‘기초 웹툰 교육’을 맡은 1팀, ‘호러 장르 워크숍’의 2팀, ‘인도네시아 탐방 웹툰 창작’의 3팀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이 기록은 웹툰에 관심은 깊지만 정작 그려본 적은 없는 인도네시아 기초 교육생 다섯 명과 함께한 1팀의 여정이다.


교육은 특강과 1:1 멘토링으로 진행되었다. [필자 제공]


낯선 문법, 신선한 도전이 되다.


“한국 웹툰 아카데미와 연계된 학원이 아니면 제대로 배울 곳이 없어요.”

쉬는 시간 교육생들이 입을 모아 털어놓은 고충이다. 인도네시아의 미술교육은 ‘예술과 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수용할 재정적・문화적 기반이 충분치 않다 보니, 교육생들의 작품 대부분은 SNS를 통한 독학의 흔적이 짙었다. 그래서일까. 첫날 ‘웹툰이란 무엇인가?’ 강의에 학생들의 눈빛이 유독 반짝였다. ‘세로 스크롤 연출’, ‘컷과 컷 사이의 호흡’ 같은 개념은 익숙한 그림을 낯선 문법으로 다시 배열하는 새로운 감각을 선사했다. 교육생들에게 이는 단순한 강의가 아닌 창작의 지평을 넓히는 신선한 도전으로 다가간 듯했다. 


교육 마지막 날 인도네시아 교육생들의 작품 발표 시간.


시장의 수요와 창작의 토양 사이.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거대 콘텐츠 소비국으로 꼽힌다. 그렇기에 웹툰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웹툰 플랫폼들이 앞다퉈 진출을 모색했던 시장이다. 하지만 그 뜨거운 수요를 채울 현지 창작자를 길러낼 토양은 아직 거칠었다. 

교육생들의 실력은 저마다 편차가 컸다. 캐릭터는 능숙하게 그리지만 이야기를 끝맺지 못하는 학생, 넘치는 상상력을 표현할 방법을 몰라 머뭇거리는 학생이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목표는 단 하나, “K-웹툰을 만들고 싶다!”였다. 교육생들은 특정 작품의 연출 톤과 채색 방식까지 꼼꼼히 짚어낼 정도로 한국 웹툰을 깊이 연구해 왔으며, 그런 그들의 열망은 짧은 교육 기간의 밀도를 채워주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1:1 멘토링 교육.


나흘의 기록, 다섯 개의 세계.


우리는 1:1 밀착 지도와 웹툰 제작 과정을 압축한 ‘5단계 특강’을 병행하며, 나흘 안에 4컷 웹툰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첫날엔 서로의 스타일을 파악한 뒤 ‘스토리란 어떻게 제작해야 하는가?’라는 강의를 진행하며 각자의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4컷 만화를 직접 제작해 봤다. 둘째 날엔 전날 제작했던 4컷을 한국식 웹툰 문법으로 배치・수정하며 캐릭터와 연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특강을 진행하였다. 셋째 날엔 교육생들의 진행 속도에 맞춰 채색 특강을 했고, 넷째 날엔 완성도를 다듬는 손길과 함께 다섯 편의 작품이 세상에 나왔다. 이야기를 끝맺지 못해 머뭇거리던 학생도 마지막 날엔 자신의 4컷을 또박또박 설명하며 발표를 마쳤다. 발표회에서 마주한 완성작들에는 저마다의 개성이 또렷이 살아 있었다. 


교육의 결과로 만들어진 인도네시아 교육생들의 웹툰 작품들.


‘동료’로 마주할 내일을 기약하며.


물리적 시간의 부족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기획부터 콘티, 작화, 채색, 마무리까지 웹툰 제작의 전 과정을 담기엔 빠듯한 시간이었고, 웹툰을 제작하는 과정은 통역을 거치며  온전히 설명하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도 웹툰을 완성할 수 있다.’라는 확신이 교육생들의 마음에 자리 잡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SNS로 쏟아지는 질문들은 그들이 얻은 자신감의 증거였다.

이번 프로젝트가 남긴 가장 큰 수확은 인도네시아라는 거대한 시장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열망을 확인한 것이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그 재능을 담아낼 단단한 그릇, 즉 체계적인 교육 인프라였다. 한국식 웹툰 문법을 일방적으로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고유한 색채를 존중하며 현지화 된 커리큘럼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발성 특강이 아닌 연속적인 교육의 장이 마련될 때, 웹툰은 비로소 아시아 전체를 잇는 공통의 언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카르타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확인한 가능성이 한 편의 작품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피어나길 기대한다. 




필진이미지

안예리

1991년 출생, 웹툰작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만화・웹툰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