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툰 교육 르포02] 열흘 동안 인도네시아를 그렸다
웹툰로드 인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문화와 사람들
2026 청년 케이 컬처 글로벌 프런티어 '웹툰로드 인 인도네시아'.
7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흘이었다. 우리 팀(비바 인도네시아)은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자연을 직접 보고 그것을 웹툰으로 옮기는 것이 목표였다.
![비바 인도네시아 인스타툰 인도네시아 문화와 풍경을 담은 인스타툰. [허예주 작가]](https://www.kmas.or.kr/img/archive/webzine/bbs/images/000083/20260814103103255_01I5G1Q8.png)
캐릭터와 만화를 소비하는 나라
자카르타에 도착한 다음 날 올드타운을 돌아봤다. 저녁 무렵이라 노을이 지고 있었고 축제처럼 왁자지껄했다. 광장 한쪽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팝업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귀신이나 캐릭터로 분장한 사람들도 꽤 보였는데 관광객에게 팁을 받는 듯했다. 2층 창가에 사람인지 인형인지 모를 분이 서 있어 인사와 엄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캐릭터와 만화를 소비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길에는 고양이가 많았고 전반적으로 평화로웠다.

‘히잡’은 의무인 줄만 알았다
나는 히잡을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쇼핑몰에서 본 히잡은 땋아 넘긴 것, 비즈가 박힌 것처럼 재질과 색이 제각각이었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는 운동용 히잡도 있었다. 패션의 한 부분이기도 하구나 싶었다. 옷 매대도 한국과 달랐다. 무채색이 많은 한국과 달리 채도가 높고 반짝이는 옷, 파티 드레스 같은 재질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지화라는 게 자료를 모으는 일인 줄 알았는데,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강의실에서 본 귀신을 도로에서 만났다
키사이 스튜디오에 갔을 때 다른 팀 강의를 잠깐 들을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전통 귀신과 공포영화를 소개하는 특강 시간이었다. 거기에 ‘뽀쫑’이라는 귀신이 나왔다. 이슬람 장례에서 시신을 천으로 감싸고 끈으로 묶는데, 묻기 전에 그 끈을 풀지 않으면 ‘뽀쫑’이 된다고 한다. 발이 묶여 있어서 걷지 못하고 콩콩 뛰는 귀신이다.
며칠 뒤 반둥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뽀쫑을 실제로 만났다. 분장한 사람들이 도로에서 차들 사이를 걸으며 차창을 들여다보거나 손을 흔들었다. 관광객이 돈을 주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자료로 보던 이미지를 며칠 만에 길에서 마주치니 흥미로웠다.
인도네시아 어디를 가나 가이드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사진도 참 잘 찍어준다. 게다가 부탁한 적도 없는데 편집한 쇼츠까지 보내주신 분이 있었다. 아래에서 위로 찍는 구도까지 신경 쓴 티가 났다. 길이나 버스 안에서도 틱톡이나 쇼츠를 찍는 사람, 라이브 방송을 켠 사람이 자주 보였다. 한국에도 없는 건 아니었으나 이곳 사람들에게는 훨씬 익숙한 일처럼 느껴졌다.

차 안에서의 웹툰 작업
(자카르타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반둥에서는 땅꾸반 화산과 도마스 분화구를 갔다. 안개가 짙었고, 잠시 기다리면 조금 걷히면서 분화구가 드러났다. 유황 연기와 노란 물, 갈색 바위가 만드는 풍경은 카메라에 제대로 담기지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카메라를 내리고 눈으로만 감상했다. 다음 날 간 까와 뿌띠는 화산호수였고, 물빛이 밝은 민트색이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사진도 그렇고 기억도 또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받은 인상은 오래 남아 있었다.

우리 팀(비바 인도네시아)은 인도네시아를 소개하자는 방향만 정하고 형식은 각자 골랐다. 누구는 사원을, 누구는 음식을 그렸고, 자카르타의 백화점에서 길을 잃은 아이 이야기를 그린 작가도 있었다. 나는 인스타툰을 골랐다. 사진 위에 캐릭터를 얹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다니는 내내 내 시야를 담을 수 있는 사진을 많이 찍었다. 완성한 컷은 대부분 이동하는 차 안이나 음식점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그렸다. 음식이 나와도 태블릿을 놓지 못하고 팀원들과 같이 마무리한 날도 있었다.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그때의 느낌이 덜 식은 채로 들어간 것 같다.

아쉬웠던 것도 있다. 우리 팀은 문화를 경험하는 쪽에 일정이 맞춰져 있었는데, 다만 현지 사람들과 함께 다니거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았다. 보고 지나간 것은 많은데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시간은 짧았다. 다음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현지 사람들과 같이 다니면서 그들이 사는 동네와 일상을 들여다볼 자리가 조금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행은 끝났다. 인도네시아에는 이야기가 이미 많았고, 그걸 보고 듣는 사람도 많았다. 그 이야기를 가장 잘 찾아낼 사람은 결국 그곳에서 사는 현지 작가들일 것이다.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함께 다듬어갈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