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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디지털만화의 역습 : 만화 왕국 일본의 새로운 승부수

자국 시장의 인프라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속적으로 발전을 꾀하고 있는 일본 디지털만화의 동향과 우리의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기사.

2026-08-18 김소원

일본 디지털만화의 역습 : 만화 왕국 일본의 새로운 승부수


김소원(만화연구자, 경희대학교 학술연구교수)


한 달에 매출 1억 2천만 엔 ‘다테요미망가’의 탄생


라인 망가(LINEマンガ)에서 2022년 9월 연재를 시작한 <신혈의 구세주~0.00000001%를 뽑아 최강으로~(神血の救世主〜0.00000001%を引き当て最強へ〜, 이하 신혈의 구세주)>가 2024년 1월 월간 매출 1억 2천만 엔을 돌파했다. <신혈의 구세주>는 일본의 웹툰, 즉 ‘다테요미망가(縦読みマンガ)’이다. 


<신혈의 구세주> 표지 이미지.


일본에서 웹툰은 한국 작품을, 일본 작품은 다테요미망가, ‘다테코미(タテコミ)’, ‘다테스크롤 망가(縦スクロールマンガ)’ 등으로 구분해 부르는 것은 이제 일본의 세로 스크롤 만화시장을 한국 작품이 독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종이 만화 왕국의 변신, 숫자로 확인한 일본 디지털만화의 성장


일본 출판과학연구소에서 매년 발표하는 만화 시장 규모 추정치를 살펴보면 일본 만화산업의 지형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본의 만화시장은 1995년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해서 하락했다. 장기간 정체되어 있던 만화시장이 반등한 것은 2014년 디지털만화 판매액이 공식 조사 수치에 합산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불과 3년 뒤인 2017년 디지털만화 시장 규모는 종이 단행본 판매액을 추월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디지털만화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5년 전체 만화시장 규모는 전년도 대비 1.7% 줄어든 6,925억 엔을 기록했고 이 중 디지털만화 판매액은 5,273억 엔에 달한다.1) 일본의 디지털만화는 출판 만화를 디지털화해 서비스하는 것도 포함하며 디지털만화 시장의 약 10%를 웹툰과 다테요미망가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 만화시장 추이 (노란색: 종이 단행본, 초록색: 종이 잡지, 보라색: 디지털만화)


한국 웹툰이 일본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2013년 NHN이 웹툰 플랫폼인 코미코(comico)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네이버웹툰 자회사의 라인 망가와 카카오의 픽코마(ピッコマ)가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라인 망가와 픽코마가 일본 만화 앱 매출 1, 2위를 다투며 대표 디지털만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만화를 접한 독자 중 90%는 웹툰을 읽어봤다는 조사 결과도 있으니 한국 기업이 구축한 웹툰 플랫폼이 일본에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팬데믹 이후 디지털만화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는 과정에서 일본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웹툰을 접하고 소비했다. 일본의 만화시장은 철저하게 자국 작품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시장은 늘 포화 상태이고 해외 만화가 파고들 틈은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견고한 시장 장벽을 깨고 해외 만화가 주류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일본 만화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사건이다. 

해외에서 가장 성공한 웹툰은 단연 <나 혼자만 레벨업>이다. 일본의 ‘MANGA 종합연구소’가 발표한 <만화 IP 시장 조사보고서 2025>를 보면 이 작품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IP를 대상으로 인지도, 팬덤 규모, SNS 인기, 원작 인기, 수익이라는 다섯 가지 지표를 종합하여 ‘2026년 IP 파워 랭킹’을 산출했다.2)  이 랭킹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부터 6위까지의 작품들을 보면 그 가치가 더욱 명확해진다. 1위 <원피스>, 2위 <나루토>, 3위 <귀멸의 칼날>, 4위 <주술회전>, 5위 <드래곤볼>, 6위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다. 이처럼 <나 혼자만 레벨업>이 일본 대중에게 받은 평가와 상업적 성공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찬란한 성과 뒤에는 그늘도 존재한다. 현재 웹툰 업계는 <나 혼자만 레벨업>의 뒤를 이을 만한 슈퍼 IP를 더 이상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웹툰이 열어젖힌 시장, 일본은 어떻게 따라잡았나?


라인 망가와 픽코마는 웹툰뿐 아니라 다양한 다테요미망가를 적극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식 무료 열람 시스템과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서비스는 만화의 핵심 소비층인 중고등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고 이들이 성인이 되어 구매력을 갖추면서 자연스럽게 다테요미망가 붐을 일으켰다. 특히 2024년은 다테요미망가의 역사에서 큰 분기점이 된 해다.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한 결정적 계기는 앞서 언급한 <신혈의 구세주>의 성공이었다. 한국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2024년 1월 한 달 동안에만 1억 2천만 엔이라는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2024년 5월 주요 출판사인 슈에이샤가 다테요미망가 서비스인 ‘점프 TOON’을 출시했다. 슈에이샤는 이미 2023년부터 다테요미망가 공모전을 개최했고 이 공모전 입상자들에게 ‘점프 TOON’ 연재 기회를 제공하며 신진 작가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일본의 만화 산업 생태계는 압도적인 규모와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미 1950년대 말 주간 소년만화 잡지가 등장했다. 수십 년간 축적된 거대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가진 일본이 웹툰 시장을 순순히 내어줄 리는 없다. 

뉴스 사이트 ‘나탈리(natalie.mu)’의 만화 전문 카테고리인 ‘코믹 나탈리’는 2024년부터 독자 투표로 최고의 세로 스크롤 만화를 선정하는 ‘다테요미망가 어워드’를 개최하고 있다. 이 어워드는 일본 작품 부문과 해외작품 부문으로 나누어 수상작을 선정하는데, 해외작품 부문 순위에 이름을 올린 작품들은 모두 한국 웹툰이다. 2024년과 2025년의 다테요미망가 어워드 결과는 다음과 같다.3) 


⦿ 2024년 

_ 일본 작품

   1위 <무능한 계모지만, 가족의 애정이 멈추질 않아요!(無能な継母ですが、家族の溺愛が止まりません!)>(츠루코, SORAJIMA 스튜디오) 

_ 해외작품

   1위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원작: 냥이와 향신료, 웹툰: 시루)

_ 완결작품(2025년에는 없어진 부문)

   1위 <얼음 성벽(氷の城壁)>(아가사와 코챠)

_ 심사위원 특별상

   <흔한 빙의물인 줄 알았다>(원작: 레몬 개구리, 웹툰: DOYOSAY, 아진)

   <신혈의 구세주>(에토 슌지, 시로우, 스튜디오 No.9) 


<무능한 계모지만, 가족의 애정이 멈추질 않아요!(無能な継母ですが、家族の溺愛が止まりません!)>(츠루코, SORAJIMA 스튜디오)



⦿ 2025년 

_ 일본 작품

   1위 <주문하신 폭군 폐하의 악녀입니다> 

_ 해외작품

   1위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_ 심사위원 특별상

   <시든 꽃에 눈물을>(개)

   <나 혼자 최강 초월자~전 세계의 치트 스승에게 인정받았다~(俺だけ最強超越者~全世界のチート師匠に認められた~)>(에토 슌지, 스튜디오 No.9)


<주문하신 폭군 폐하의 악녀입니다> 표지 이미지.


_ 사무국 특별상

   ⇨스토리상 : <코타로군은 거짓말쟁이>

   ⇨ 캐릭터상 : <최종보스 소녀 아카리~나보다 강한 녀석을 만나러 현대로 간다>

   ⇨ 연출상 : <네 번째 남편>


<코타로군은 거짓말쟁이> 표지 이미지.


<네 번째 남편> 표지 이미지.


수상작을 보면 웹툰 시장에서 흥행 장르로 꼽히는 ‘회빙환’이나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가 일본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웹툰은 주로 웹소설 원작을 스튜디오에서 웹툰으로 제작한 작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다테요미망가 중에서도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개인 작가가 연재하는 작품들의 경우 훨씬 다채로운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제작 방식에 따른 장르 경향성 역시 한국 웹툰 시장의 흐름과 매우 유사하다.


반도체보다 망가. 쿨 재팬 전략과 일본 정부의 총력전


일본 정부는 최근 콘텐츠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콘텐츠 산업 성장투자 지원 대응’ 정책을 공식 발표하며 일본 콘텐츠의 해외 시장 매출 규모를 2033년까지 20조 엔으로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수립했다.4) IP 창출, 디지털 전환, 인재 육성, 국내 투자 유치, 콘텐츠 신규 창출 지원, 국제 교류망 및 팬덤 형성 지원 등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한 해 252억~556.3억 엔 규모로 책정되었다. 관련 정부 부처들이 총동원된 지원책도 눈에 띈다. 문화청은 콘텐츠 문화의 전략적·종합적 전개, 전문 인재 육성, 저작권 데이터 유통 촉진 환경 구축을 위해 175억 엔의 예산을 배정했다. 총무성은 방송 및 온라인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강화와 글로벌 전개 추진을 위해 28.3억 엔을 투입한다. 가장 큰 예산을 집행하는 경제산업성은 유통 플랫폼 확대 지원, 해적판 대책 강화, 대규모 작품 제작 지원, 개발 플랫폼 구축, 융자 환경 정비, 해외 진출 거점 마련, 신규 IP 창출 및 창작자 고용 환경 개선 등에 350.2억 엔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예산들은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음악, 실사 영상물 등 문화 산업 전반에 걸쳐 지원된다. 특히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해외 시장 확장을 위해 슈에이샤와 소니 그룹 산하의 글로벌 영상 배급사인 크런치롤을 포함한 15개 핵심 기업에 해외 진출용 번역, 현지화 작업, 글로벌 마케팅 비용으로 115억 엔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5)  

일본 정부가 국가 예산을 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기로 한 배경에는 매우 현실적인 데이터가 존재한다. 2025년 기준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만화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 연간 매출은 6조 1,300억 엔으로 일본의 연간 반도체 수출액 6조 800억 엔을 상회한다. 일본은 2010년 자국 문화 콘텐츠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세계화하기 위해 ‘쿨 재팬 전략’을 수립하고 2013년부터 본격적인 지원을 해오고 있다. 쿨 재팬 전략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본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관광 산업이다. 2012년 836만 명에 불과했던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25년 4,268만 명을 기록했다. 물론 쿨 재팬 전략이 모든 분야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다. 드라마, 영화, PC 및 모바일 게임, K-POP으로 대표되는 음악 분야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만화, 애니메이션, 콘솔 게임은 일본이 한국을 크게 앞선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만화 해외 진출 전략이 성공한다면 한국의 웹툰 산업에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양산형 레벨업은 그만. 웹툰이 생존하는 길


다테요미망가가 자국 시장의 인프라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지금과 같은 글로벌 웹툰 시장의 독주 체제는 유지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 웹툰의 해외 매출에서 가장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일본 시장이다. 일본 시장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한국의 웹툰 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일본 시장에서 거둔 성공의 착시 효과에서 벗어나 현상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웹툰이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만화 산업 전체를 제패해서가 아니라 출판 만화와 디지털만화가 양립하는 일본의 거대한 시장 속에서 ‘앱 기반의 디지털 스크롤 만화’라는 틈새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일본 독자는 다채롭고 폭넓은 장르의 만화를 소비하며 성장했다. 따라서 한국 웹툰이 일본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생존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본 독자들의 입맛에 맞춘 단발성 기획물을 제작하는 차원을 넘어 웹툰 장르 자체의 스펙트럼을 대폭 넓혀야 한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성공했다고 해서 <OOO 레벨업>이나 <나 혼자만 OOO> 같은 유사한 제목과 설정의 아류작들을 찍어내는 제작 방식으로는 해외 독자들은 물론 국내 독자들조차 외면하게 할 뿐이다. 현재 국내 웹툰 시장은 웹소설을 원작으로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 장르 그리고 19금 웹툰이 시장을 과도하게 점유하고 있다. 국내 만화 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유지하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라도 장르의 다양성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다양한 실험적 시도가 인정받고 작가 개개인의 개성이 살아있는 토양이 단단하게 구축될 때 비로소 <나 혼자만 레벨업>을 뛰어넘는 새로운 글로벌 슈퍼 IP가 다시 한 번 세상에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 HON.jp, <2025年コミック市場は6925億円 前年比1.7%減と8年ぶりのマイナス成長 ~ 出版科学研究所調べ>, https://hon.jp/news/1.0/0/58504


2) PRTIMES <MANGA総研が第2回マンガIP市場調査報告書2025 を公開-2025年の日本漫画の米仏市場規模は合算で約2000億円超!>,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014.000145029.html 


3) 다테요미망가 어워드 공식 홈페이지 https://tateyomi-award.natalie.mu/ 


4) 経済産業省, <コンテンツ産業成長投資支援に関する取組> 


5) 요미우리 신문 온라인 <政府、アニメ・漫画の海外展開を後押し…集英社など15社に115億円補助・翻訳や現地のイベント支援へ>, https://www.yomiuri.co.jp/politics/20260625-GYT1T0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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