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만화축제, 숫자와 역사로 보는 축제의 의미와 가치
전 세계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축제,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만화, 웹툰 만만합니다.’를 주제로 한국만화박물관 일대에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열린 제29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는 무려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모여 다양한 방식으로 축제를 즐겼다.

제10회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과 코스프레
이번 국제만화축제에서 가장 빛난 부분을 말하라면 단연코 코스프레 부문일 것이다. 국내에서 코스프레를 선보일 수 있는 곳은 부천국제만화축제 외에도 코믹월드나 일러스타 페스, 플레이엑스포 등이 있지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앞선 축제들보다 규모가 국제 행사 급으로 크고, 같이 열리는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이하 GICOF)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코스플레이어들의 코스프레도 볼 수 있으며, 이들을 뽑는 대회에선 최대 1천만 원에 달하는 상금도 받을 수 있는 만큼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코스프레에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되는 점이다.

이번 GICOF는 10주년을 맞이한 만큼 많은 사람이 모였다. 부천만화박물관 1층 전시관에는 1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참가한 국가들의 사진과 의상이 전시되었고, 부천만화박물관 1층 상영관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필리핀, 미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북유럽 연합, 스페인, 폴란드 등 15개국에서 예선을 통해 선발되어 모인 사람들의 코스프레 쇼가 펼쳐졌다. 그중 미국팀은 우리나라에서 제작해 세계적으로 흥행한 게임 <P의 거짓> 코스프레를 하고 와 눈길을 끌었다. 정의진 성우와 코스플레이어 키르나가 MC를 보고 전문 심사단 7명이 코스플레이어들의 완성도와 연출력을 평가한 가운데, 최종 결과로는 2023년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을 코스프레한 한국 대표팀 로열티와 2019년 영화 <알라딘>을 코스프레한 스페인 팀이 우수상을, <몬스터 헌터 와일즈>를 코스프레한 태국팀, 그리고 검은 신화 오공을 코스프레한 필리핀팀이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GICOF는 이렇게 세계 각지에서 모인 코스프레 팀들만이 즐긴 것이 아니었다. 중간에 무대에서 부천국제만화축제 퀴즈 이벤트를 통해 퀴즈를 맞춘 관객들에게 상품을 나눠주었고, 관객들의 랜덤 플레이 댄스 배틀이 펼쳐지기도 했다. 일요일인 20일엔 만화박물관 옆에 있는 한옥마을에서 코스프레 과거시험이 열려 코스플레이어들이 참가해 저마다 자신이 가져온 코스프레 의상을 뽐내며 과거시험에 임했고, 과거시험이 끝난 뒤 상영관에선 아마추어 코스프레 대회가 열려 많은 코스플레이어가 참여했다. 곳곳에서 코스플레이어들을 칭찬하며 같이 사진을 찍는 풍경도 보이고, 인기 코스플레이어를 찍기 위해 사진가들이 줄을 선 모습도 보였다. 코스프레에 입문하려 하는 사람들을 위해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린 코스프레 원데이 클래스에는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관람객들을 위한 즐길 거리
코스프레를 하지 않은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은 다양했다. 애니메이션 OST 콘테스트로 각자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르러 온 사람들이 많았고, 캐리커처 그리는 곳에서 자신의 캐리커처를 받아보는 사람들과 중고 장터에서 이제는 구하지 못하는 매물들을 찾는 사람, 레트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의 레트로 게임존에서 이제는 찾기 힘든 과거 추억 속 게임을 즐기는 어른들과 그런 게임을 어른들에게서 소개받아 같이 해보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었다. 야외 만화카페는 부천만화대상 수상작, 직원 추천 만화, 1억부 클럽, 타카하시 루미코 존 등 여러 구역으로 나눠 책을 진열해놔 만화를 읽으려는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을지 눈길을 끌고 추천을 받을 수 있었다.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한 의자도 놓았고, 그늘도 여러 곳에 설치되었다. 만화카페에서는 만화 버스킹도 진행되어 초청된 사람들이 여러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르고 관람객들이 감상했다. 도심 속 무협 로컬 투어를 통해 부천 내 관광지를 돌아보는 기획도 있었다. 푸드 트럭 존에 온 여러 푸드 트럭들은 덤이다.
작가와의 만남도 관람객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역대급 영지 설계사>의 작가인 이현민, 김현수, 문백경 작가와의 만남과 대담이 있었고, 사인회도 열렸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작가 제이로빈, <노인의 꿈> 작가 백원달과 연극 버전에서 배우를 맡은 신은정과 윤희석,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김금숙 작가와 의빈 랑드루 작가의 대담, 인스타툰 궁리 작가와의 만남 등이 있었다.

아쉬운 점
다만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같은 시간대에 열렸다. 코스프레 축제와 작가와의 만남(2026 부천만화대상 수상 작가인 이현민, 김현수, 문백경 작가와의 대담)이 9월 19일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려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거기에 애니 OST 콘테스트도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코스프레 원데이 클래스의 토요일차도 오후 2시에서 오후 4시까지로 비슷한 시간대에 열렸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콘텐츠가 다소 부족한 점이 아쉬운 점이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코스플레이어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모습을 볼 수는 있었다. 다만 안내 책자와 박물관 내에 있는 일정표는 한국어로만 쓰여 있고, 영어는 쓰여 있지 않았다. 게다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린 프랑스 작가 의빈 랑드루의 작품 전시를 제외하면, 2026 부천만화대상 수상작 소개전과 2025 부천만화대상 수상작 <아수라> 전시, 제27회 전국 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 전시회에서도 한국어만 보일 뿐, 외국어로 쓰인 것은 볼 수 없었다. 특히나 <역대급 영지 설계사>의 경우 해외에서도 연재되는 중이라 한국어 외에도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으로 연재되고 있음에도 부천만화대상 수상작 소개전에서는 한국어로만 쓰인 것을 볼 수 있었다. 만화박물관 내부 전시물들은 외국어 설명이 포함되어 있어 외국인도 어떤 전시인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축제를 위해 짤막하게 전시하는 작품들에도 외국어 설명을 덧붙인다면 더 좋을 것이다. 물론 요즘은 AI가 발달해서 핸드폰 여는 것으로 AI 번역을 쉽게 할 수 있기는 하다. 다만 그렇다 해서 이런 부분에서 외국어 표기를 놓친 부분은 아쉬운 점이다.

곳곳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기는 했으나, 완벽하진 않았다. 매표소에서 팔찌 형태의 표를 받으면, 팔찌를 붙이기 위해 스티커 부분의 종이를 떼어내야 했다. 때문에, 이렇게 떼어낸 종이를 버릴 수 있도록 한쪽에 쓰레기통도 마련되었으나, 그 주변에 그냥 종이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푸드트럭 존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주었고, 한쪽에서 이 다회용기를 받아 세척하고,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는 쓰레기통에 넣어 투표하는 식으로(투표 주제는 웹툰을 가장 보기 좋은 시간대 같은 것이었다.) 쓰레기가 주변에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려 했으나, 길바닥에 그냥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종종 목격되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지정된 곳에 버리도록 유도하는 것 외에도, 길거리에 그냥 버리는 것을 관리하는 인력이 따로 필요해 보인다.
더 나아가야 할 점
부천국제만화축제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관련 기사를 보면 관람객 수는 꾸준히 유지되고만 있다. 2023년에는 총 13만여 명의 관람객이 왔고1) 2024년에는 13만8천여 명이 오면서 역대 최고 관람객 수를 기록했고2) 2025년에 10만여 명이3), 그리고 올해 2026년에는 10만여 명이 왔다.4) 관람객 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2023년과 2024년에는 축제가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일간 열렸고, 2025년부터는 3일간 열렸음을 고려해서 보면 일평균 관람객 수는 비슷한 수준이다. 좋게 보면 유지되는 것이지만, 다르게 보면 관람객 수가 늘어나고 있지 않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측에서도 관람객을 늘리기 위한 시도는 계속해서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코스프레 과거시험과 레트로 게임존의 경우 2025년 제28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처음 도입했다가 반응이 좋아 올해에도 유지되었다. 작가와의 만남도,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인 <역대급 영지 설계사> 작가, 그리고 네이버웹툰에서 큰 인기를 끌고 드라마까지 나오면서 다시 한번 인기를 끌었던 <취사병 전설이 되다>였다는 점에서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작가를 모셔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홍보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다. 일례로 부천시 공식 유튜브 채널인 ‘부천시 핸썹 TV’에 올라온 제29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홍보 영상5)에는 작가와의 만남이 있다고 소개되었으나, 정확히 어떤 작가와의 만남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TV에 올라온 부천국제만화축제 트레일러6)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어느 만화가들이 참여하는지 라인업이 15일이 되어서야 공개된 점도 있는데,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고려해 보면, 좀 더 일찍 공개해 사람들이 일정을 준비할 시간을 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을 듯하다.
SNS를 통해 축제에서 무슨 프로그램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발달하면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시장 또한 커지고, 이용자 수도 많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한 홍보도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숏폼보다는 좀 더 긴 영상으로, 축제 현장을 담고, 축제가 끝난 뒤 참여했던 작가나 코스플레이어, 관람객들의 인터뷰를 담는다면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가본 사람들의 후기와 거기서 어떤 프로그램이 있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으니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화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인 만큼,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새로운 정보를 발표하는 것 또한 홍보 방법이 될 수 있다. 가령 미국에서 가장 큰 만화 행사인 코믹콘의 경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예고편을 코믹콘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일이 많다. 현재 한국 웹툰을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나혼자만 레벨업>은 A-1 Pictures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참교육>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나오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나올 작품의 예고편을 축제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면 큰 화제가 될 것이다.
마치며
현재 한국 문화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K팝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만화와 웹툰 역시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여러 플랫폼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국내 웹툰이 홍보되고, 또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영상화되고 이게 OTT 플랫폼에 올라오면서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도 한다. 외국에서 한국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사례는 쉽게 볼 수 있고, 일본 만화를 만화의 일본어 발음 ‘Manga’로 따로 불러 표기하듯이, 만화도 ‘Manhwa’로 따로 불러 표기하며 한국 만화를 보는 외국인의 커뮤니티가 따로 만들어질 정도이다. 그런 만큼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좀 더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다.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인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찾아온 사람들이 더 큰 기쁨과 즐거움을 안고 갈 수 있도록, 이번에도 즐거운 축제였지만 다음엔 더 즐거운 축제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출처]
1) https://kmas.or.kr/webzine/article/2023090032
2) https://www.e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976
3) https://www.e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104
4) https://news.nate.com/view/20260921n16002
5) https://youtu.be/ND-S9eThN50?si=m9si6EwsMTyNlcB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