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국제웹툰페어의 진단과 IP 융복합 마켓으로의 전환 전략
2026년 9월 17일부터 18일까지 열린 경기국제웹툰페어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행사의 기록에서 가장 조용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을 보여준 사례가 될 듯하다. 2019년 첫 개최 이후 2025년까지 일산 킨텍스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행사가 올해 처음으로 부천 웹툰융합센터로 장소를 옮겼고, 그동안 행사의 메인이자 가장 큰 축을 담당했던 일반 관람객 중심의 B2C 기능이 완전 사라지는 대신 B2B 중심 행사로 성격이 개편됐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웹툰 산업이 단순한 플랫폼 연재시장을 넘어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이야기가 강조되는 시기이고, 이제 웹툰을 중심으로 하는 IP 산업은 영상,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출판, 공연 간의 협업만이 아니라 전시·체험, 관광, 기술, 서비스, 제조 산업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전문 비즈니스 마켓의 필요성은 오히려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가 발표한 2026년 공식성과를 보면 13개국 128개사가 참여해 609건의 비즈니스 상담이 진행됐고, 수출 상담액도 2,280만 달러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숫자로만 본다면 B2B 중심 전환이 일정 부분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할 근거가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상담액이 얼마나 컸는가’만은 아니다. 안팎으로 전해지는 소식이나 정보에 의하면 경기국제웹툰페어가 ‘앞으로 어떤 행사로 존재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과 공식적인 정량지표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입장이 늘고 있다면 경기국제웹툰페어의 발전적인 앞날을 위해서라도 현장과 지표 사이 어딘가의 빈틈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신호다.

지난해까지 경기국제웹툰페어는 B2B와 B2C가 공존하는 구조였다. 2025년만 해도 B2B 상담회와 함께 웹툰 기업, 작가, 독자, 학생, 예비 창작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B2C 전시가 킨텍스에서 진행됐다. 웹툰이라는 산업이 결국 팬덤과 소비자 경험을 기반으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B2C는 단순한 부대행사가 아니라 산업의 수요를 확인하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동시에 대중적 확산의 창구적 기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웹툰 산업에서 필연적으로 병행되어야 할 B2C가 사라졌다면, 그 공간과 예산, 인력만큼 B2B의 규모가 커졌다거나 환경적 기능이 질적으로 고도화됐다는 사실이 체감되어야 한다. 해외 바이어의 전문성이 높아졌다거나, 참가 기업별 사전 수요 분석이 정교해졌는지, 상담 이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후속 지원이 시스템적으로 구축됐는지, 단순 연재권이나 번역·유통권을 넘어 영상·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라이선싱·투자·공동제작으로 거래 분야가 확대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만약 이러한 체감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B2C의 삭제는 ‘전문화’가 아니라 단순한 ‘규모 축소’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소 이전 역시 같은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킨텍스에서 부천 웹툰융합센터로 이동한 것 자체도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부천은 한국만화박물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웹툰융합센터를 비롯한 만화·웹툰 산업 인프라가 집적돼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강력한 장점을 갖는다. 중요한 점은 관련 당사자들과 행사의 참여자들 그리고 주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간 이동의 목적과 새로운 행사 정체성이 충분히 설명되고 설계됐느냐는 것이다.

만약 경기국제웹툰페어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단순히 같은 지역에서 열리는 두 행사가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상호 성과를 촉진하는 구조로 연결되었다면 장소 이전은 오히려 기회이자 환영받는 조건이 될 수 있다.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시민과 독자, 작가, 팬덤이 중심이 되는 만화·웹툰 축제인 B2C 기능을 맡고, 경기국제웹툰페어가 기업과 창작자, 투자자, 바이어, 제작사, 플랫폼이 만나는 전문 산업 마켓을 담당하는 방식에 홍보와 운영의 측면에서도 전략적으로 서로를 보완하고 지원하는 형태를 말한다. 각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만화·웹툰 축제-B2C-산업 마켓-국제 컨퍼런스’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구조를 완성했다면 부천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만화·웹툰 행사를 만들어냄은 물론 다음 단계의 더 큰 가능성을 이끌어냈을 것이란 의견들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경기국제웹툰페어의 상황에 대한 분석을 통해 몇 가지 구조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사실은 B2C는 아예 사라지고 B2B만 남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웹툰 산업의 활발한 산업적 교류를 지원, 장려해야 할 필요성과 적극적인 글로벌 확장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B2C를 포기하더라도 B2B에 집중시켜 그 효과를 키우겠다는 전략이었을까?
이미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아쉽게도 그렇게 보기에는 B2B의 규모가 더 커졌다거나 전략적으로 참여 업체들에 대한 여건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현장의 환경 지원이 추가되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런 와중에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 것은 이번 행사를 통해 내년에는 더욱더 예산이 증액되거나 규모를 키운다는 식의 긍정적 예측보다는 그나마 남은 B2B 조차 없애고 경기국제웹툰페어 자체가 공중분해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다. 물론 경기국제웹툰페어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고 평가한다면 그간 여러 기획이나 구성, 운영에 있어 아쉬움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SICAF의 사례처럼, 첫 개최 이후 오랜 상징성을 지니고 꾸준하게 이어왔던 행사를 사라지게 한다는 건 그리 반갑거나 유쾌한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나아가 이것은 단지 기존의 행사 하나가 사라지고 대신 다른 행사로 대체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만화·웹툰과 관련된 행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되거나 아예 검토를 안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원인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도대체 왜 B2C는 사라지고 B2B만 남겨져야만 했을까?

경기국제웹툰페어의 B2B 중심 전환을 단순히 예산 축소나 행정 편의주의의 결과로 단정하기보다는, 최근 공공 콘텐츠 지원사업 전반에서 강화되고 있는 ‘가시적 성과 중심의 정책평가 구조’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B2C 행사의 경우 관람객 수와 참가 규모는 측정할 수 있지만, 팬덤 확대나 작품 인지도 상승, 창작자와 소비자의 접점 형성이 실제 산업적 성과로 어떻게 전환됐는지를 단기간에 계량화하기는 어렵다. 반면 B2B 사업은 참가기업 수, 해외 바이어 수, 상담 건수, 수출상담액, 계약액 등 비교적 명확한 정량지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2026년 경기국제웹툰페어 역시 공식적인 행사 성과는 참가 국가와 기업 수, 상담 건수, 수출상담액 등을 중심으로 발표됐다. 이는 웹툰 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려는 정책방향과 동시에 공공사업에서 요구되는 정량적 성과관리 방식이 결합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경기국제웹툰페어가 지금까지 충분한 독자적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B2C 중심의 행사라면 이미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다양한 만화·웹툰 축제와 경쟁하면서도, 경기국제웹툰페어만의 차별화된 분위기와 프로그램,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냈어야 한다. 단순히 웹툰 작가와 작품, 기업이 참여하는 전시형 행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행사명을 들었을 때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는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강하게 남는 B2C 브랜드는 반복적인 참여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특정 작가를 만나기 위해 방문하는 행사인지, 새로운 웹툰과 캐릭터를 가장 먼저 경험하는 자리인지, 팬덤과 창작자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축제인지, 혹은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시와 체험을 즐기는 공간인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축적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미지가 자리 잡으면 관람객에게는 방문 목적과 기대가 생기고, 기업과 작가에게는 참가해야 할 이유가 만들어지며, 결국 행사의 브랜드 자산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경기국제웹툰페어는 그동안 일정한 규모와 상징성을 유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충분히 선명한 답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른 만화·웹툰 축제와 구별되는 핵심 콘텐츠와 분위기, 타깃 관람객, 대표 프로그램이 강하게 축적되지 못하면서 행사에 대한 대중의 니즈 역시 명확하게 형성되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취약성은 단순한 브랜드 전략의 미비에 그치지 않고, B2C 기능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과정에서 이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산업적 요구가 형성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2026년의 변화는 갑작스런 운영상의 결정이라기보다, 그동안 누적돼 온 정체성 부족의 문제가 현실적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경기국제웹툰페어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행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이 행사가 왜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를 산업적 성과와 구조적 가치로 증명하는 일이다.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는 역사성이나 지역을 대표하는 웹툰 행사라는 상징성만으로는 향후 예산과 정책적 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이제 중요한 것은 경기국제웹툰페어가 다른 행사로 대체할 수 없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능이 실제로 산업 생태계에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참가기업 수, 상담 건수, 방문객 수와 같은 표면적인 지표를 넘어 실제 계약 전환율, 후속 협상 성과, 신규 해외시장 진출, 투자 유치, 공동제작 성사, 이종산업과의 IP 확장 거래 등 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추적해야 한다. 여기에는 웹툰 IP가 영상,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출판, 기술 분야와 연결되면서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되는 사례를 얼마나 만들어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행사 자체가 일회성 만남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망 IP를 발굴하고 분석하며 적합한 바이어와 연결하고, 행사 이후에도 계약과 사업화 과정을 지원하는 상시적 산업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즉, ‘행사 개최’가 목적이 아니라 ‘산업적 거래와 성장의 발생’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결국 경기국제웹툰페어의 존속 여부는 얼마나 오래 이어져 왔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거래를 만들고 어떤 산업을 연결하며 어떤 새로운 시장을 열어낼 수 있는가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행사의 명분을 지키는 논리가 아니라, 경기국제웹툰페어만이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 효용가치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단순히 기존 행사를 유지하거나 일부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데 있지 않다. 이미 B2C 기능을 과감하게 축소한 만큼, 지금부터는 행사 자체의 목적과 구조를 새롭게 정의하는 수준으로 개편이 아닌 재편이 되어야 한다. 그 핵심적인 방향은 민관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행정기관이 가진 공공성과 안정성에 민간 전문가와 전문 협·단체가 보유한 산업적 전문성, 네트워크, 기획 역량을 결합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예산의 안정적 집행과 사업의 공정성, 지역산업 육성, 정책적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강점을 갖는다. 반면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 산업의 현장에서 어떤 IP가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지, 글로벌 바이어와 투자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산업과의 결합 가능성이 높은지까지 행정조직이 모두 파악하고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공공기관이 모든 것을 직접 기획하고 민간이 참가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전문 영역에 따라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는 공동 거버넌스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의 전제 아래 경기국제웹툰페어의 정체성도 보다 명확하게 재설정해야 한다. 기존의 전시와 일반적인 B2B 상담이 결합된 ‘웹툰페어’에서 벗어나, 국제 컨퍼런스와 전문 IP 마켓을 양대 축으로 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기업과 바이어가 만나는 장소가 아니라, 만화·웹툰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고 새로운 IP 비즈니스가 실제로 시작되는 전문적인 국제 행사로 발전시킬 수 있다.
첫 번째 축은 글로벌 컨퍼런스 기능의 강화다. 2026년 개최된 ‘세계만화웹툰평론가대회’는 만화·웹툰 분야에서 지금까지 충분히 시도되지 않았던 국제적인 비평과 담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산업이 성장할수록 작품의 가치와 산업의 변화, 기술과 창작의 관계,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전문적인 담론 역시 함께 성장해야 한다. 거래와 투자만 존재하고 산업의 방향을 논의하는 지식 플랫폼이 없다면 장기적인 생태계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세계만화웹툰평론가대회를 경기국제웹툰페어의 부속 프로그램에 머물게 하기보다 국제 컨퍼런스의 핵심 브랜드로 발전시킬 이유가 된다. 세계 각국의 평론가와 연구자뿐 아니라 작가, 플랫폼, 제작사, 투자사, 기술기업, 정책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해 글로벌 만화·웹툰 시장의 변화, AI와 창작, 플랫폼 경제, 저작권, 슈퍼IP, 아카이빙, 글로벌 유통, IP 확장과 같은 주요 의제를 논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축적한다면 경기국제웹툰페어는 단순히 거래가 일어나는 행사를 넘어 글로벌 기반의 만화·웹툰 산업을 전망하고 미래 의제를 제시하는 대표적인 자리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영역에서는 한국만화웹툰평론가협회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평론가 네트워크와 전문적인 담론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 컨퍼런스의 의제를 발굴하고 국내외 전문가를 연결하며, 행사에서 논의된 내용을 연구보고서와 정책제안, 산업 아젠다로 축적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산업의 핵심 과제를 제시하고, 그 논의가 다음 해까지 이어지는 지식 자산을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축은 기존 B2B를 ‘IP 융복합 마켓’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콘텐츠 비즈니스 행사가 국내 제작사와 해외 플랫폼 또는 퍼블리셔를 연결하는 방식의 상담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웹툰 IP의 가치는 연재권과 번역권 판매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하나의 웹툰은 전혀 다른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원천 IP로 기능해야 한다.
경기국제웹툰페어의 B2B 역시 ‘웹툰 기업과 웹툰 기업을 연결하는 마켓’에서 ‘웹툰 IP와 다른 산업을 연결하는 마켓’으로 확장돼야 한다. 영상제작사와 게임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캐릭터·라이선싱 기업, 출판사, 광고·브랜드 기업, AI·XR·미디어 기술기업, 투자사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바이어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참가 기업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래 가능성이 있는 산업주체를 정밀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현장 중심 1대1 상담 방식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행사 이전부터 참여 IP의 세계관, 캐릭터, 팬덤, 장르, 글로벌 성과, 영상화 가능성, 게임화 가능성, 캐릭터 사업성 등을 분석한 ‘IP 프로파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잠재적 바이어와 투자자를 사전 매칭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이미 상호 관심이 확인된 기업들이 구체적인 사업 조건과 투자, 공동제작 가능성을 논의하게 함으로써 상담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나아가 행사 이후에도 후속협상과 계약 진행을 추적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계약·투자 자문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IP 융복합 마켓의 설계와 운영에서는 IP융복합산업협회와 같은 전문 민간단체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웹툰 산업 내부의 관계자만으로는 다각적인 확장과 기술의 접목, 투자 등 서로 다른 산업의 수요와 거래 구조를 모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각 산업의 기업과 전문가를 연결하고 IP의 확장 가능성을 분석하며, 서로 다른 비즈니스 언어와 요구조건을 조정하는 중간 허브가 필요하다. 이때 협회가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확보하고 있는 'IP 마켓 인프라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무척 유효하다. IP융복합산업협회는 이러한 이종산업 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바이어 발굴, IP 분석, 사전매칭, 피칭, 후속 사업화를 담당하는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정책적 지원과 예산, 행정, 공공성을 담당한다면 ‘공공–담론–비즈니스’의 세 축이 결합된 보다 안정적인 민관협력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단체에 단순히 행사의 일부를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공동으로 참여해 컨퍼런스 의제, IP 선정 기준, 국내외 바이어 구성, 성과평가 체계까지 함께 설계하는 조직위원회 또는 전문위원회 형태의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궁극적으로 경기국제웹툰페어는 ‘웹툰 행사’라는 범주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세계만화웹툰평론가대회를 통해 산업의 미래를 읽고 논의하며, IP 융복합 마켓을 통해 그 미래를 실제 사업과 거래로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행사의 정체성도 자연스럽게 선명해질 수 있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담론이 만들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담론과 시장의 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경기국제웹툰페어의 성과 역시 단순한 참가자 수나 상담 건수로 평가할 필요가 없어진다. 어떤 새로운 산업적 의제를 제시했는지, 몇 개의 IP가 다른 산업으로 확장됐는지, 몇 건의 공동제작과 투자, 해외 진출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이 행사를 통해 시작된 관계가 1년 뒤 어떤 사업으로 성장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질 때 경기국제웹툰페어는 B2C가 사라진 ‘축소된 웹툰 행사’가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변화에 맞춰 컨퍼런스와 IP 거래 기능을 전문화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 플랫폼으로 다시 정의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행사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조건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재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