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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아닌 시장. 2026 가을 제2회 코미버스

이번 가을 2회를 맞이한, 2026년에 생겨난 신생 만화행사 '코미버스'의 독특한 모습을 담은 현장 스케치 기사.

2026-11-02 이종석

축제가 아닌 시장. 2026 가을 제2회 코미버스

만화, 게임, 음악 등 다양한 굿즈를 만날 수 있는 곳.


2026 제2회 코미버스 포스터.


올해 나이 31세, 이종석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 만화 행사 또한 좋아한다. 처음으로 간 만화 행사는 2009년 열렸던 제88회 코믹월드. 당시 코믹월드는 학여울 SETEC과 양재 aT센터에서 번갈아 여는 행사였다.(현재는 이런저런 이유로 이곳에선 열지 못하고 KINTEX나 수원 메쎄에서 열리고 있다.) 양재 aT센터가 양재역과 거리가 한참 먼 것도 모른 채, 양재역에서 내려 aT 센터까지 걸어간 뒤에야 들어가게 된 첫 코믹월드. 첫 만화 행사에 참여하게 된 이종석은 입장료 4천원을 내고 손등에 입장 도장을 찍은 뒤 첫 코믹월드를 즐겼다. 그렇게 이종석의 만화 행사 덕질이 시작되었고, 이후 열린 비슷한 동인 행사인 일러스타 페스티벌, 코미스타, 디 페스타 등에도 가게 됐다. 


그러던 2026년, 눈에 띄는 행사가 들어왔다. 코미버스. 이번으로 2회를 맞이한, 2026년에 생겨난 신생 행사. 기존 수원에서 캐릭터 IP 행사 ‘캐릭터디자인페어’를 열어온 회사 코미웍스가 주관하고 청강문화산업대 산학협력단과 윗치폼, 포스타입 등 여러 곳이 협력하는 행사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린 만화 행사와는 큰 차별점이 있다. 

첫 번째로는 코스프레 전면 금지. 이 행사는 작가들이 각자 작품을 보여주고 판매하는 데에 더 집중한 행사이기에 코스프레를 하고 오는 것, 와서 코스프레 의상으로 갈아입는 것이 금지되어있다. 코믹월드에서 코스프레 문제로 인해 행사장 주변 건물들과 여러 번 마찰을 겪은 것을 고려한 점도 있는 듯 하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판매자들이 연 부스가 2차 창작보다는 1차 창작에 더 중심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열린 국내 만화 행사, 특히 동인 행사에서는 판매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작품의 2차 창작 굿즈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것이 대다수였고, 1차 창작은 찾기가 힘든 편이었다. 코미버스는 이 점을 노려, 행사를 1차 창작 위주로 구성하였다. 


처음으로 가본 코믹월드와 같은 장소인 양재 aT센터에서 여는 행사.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하철도 발달해 이제는 신분당선을 타고 양재시민의숲역에서 내리면 바로 갈 수 있게 교통도 편해졌다. 어떤 행사일지 궁금증을 키워가며 코미버스에 도착했다. 


행사장 입구 안내판. [필자 제공]


‘당신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그 두 번째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열린 ‘2026 코미버스 가을’. 코미버스에 도착, 12,000원을 지불하고 표를 받은 뒤 부스들을 전체적으로 한 바퀴 돌아보고 난 뒤, 첫 감상은 타 동인 행사에 비하면 다소 덜 시끄럽다는 느낌이었다. 이는 코믹월드나 일러스타 페스티벌 같은 경우 성우 또는 가수를 초빙해서 한쪽에 무대를 열기에 소리가 더해지는 것도 있었다. 또 코스프레 찍는 이들과 다른 부스엔 무엇이 있나 보려고 이동하는 사람들과 부딪히면 안 되기에 코스프레하는 사람들이 밖에 나가고 자연스럽게 행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행사장 밖으로도 나아가면서 소리가 더해지던 것과 달리, 코미버스의 경우 코스프레가 금지이고, 관련 무대 행사도 없었기에 타 동인 행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하지만 조용한 점 때문에 판매중인 작품들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존재했다. 앞서 말했듯이, 코미버스는 2차 창작이 아닌, 1차 창작 위주로 열리는 행사다. (2차 창작 부스가 아예 없진 않다.) 기존의 동인 행사가 이미 존재하는 1차 창작을 통해 2차 창작자와 구매자가 소통하는 방식이라면, 코미버스는 1차 창작자가 바로 구매자와 소통할 수 있는 구조이다. 때문에 어떤 작품인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코미버스 외에서도 팔 생각이 있는지 등 창작자와 구매자 간에 대화가 많이 오고 갈 수 있다. 특히나 게임부스 같은 경우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바로 판매하는 것은 힘들다. 스팀이나 스토브 같이 이미 존재하는 인터넷 플랫폼에서 작품을 판매할 예정이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체험판을 가져와 사람들이 플레이하면서 창작자와 소통하는 부스가 많았다. 행사장이 타 행사장에 비해서 비교적 조용하단 점은 이런 점에서 더욱더 강점이 되었다. 게임부스 뿐 아니라, 만화나 음악을 판매하는 부스에서도 줄이 너무 길고, 코스프레하는 사람과 이를 찍는 사람으로 인해 종종 사람들 간에 정체가 생겨 부스 앞에서 바로 작품을 고르고 구입한 후 나가야 했던 타 행사와 달리 작가와의 소통이 더 쉬웠다. 그래서 작가는 어떤 이유로 이러한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독자들에게 설명을 할 기회가 주어져 독자와 좀 더 소통 가능했다. 


행사장 내 회지를 자유롭게 읽어볼 수 있는 부스들.


코미버스에 대한 두 번째 감상은, 1차 창작 위주이나 의외로 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동인 행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화 외에도, 코미버스에서는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등 다양한 창작물을 접할 수 있었다. 인터넷과 커뮤니티, SNS, 플랫폼 등의 발달로 창작자들 간에 2차 창작과 1차 창작을 더 편하게 홍보할 수 있게 되었으나, 몇몇은 아직 홍보에 힘든 점이 있다. 이는 특히 게임 쪽에서 많이 보이는 현상이다. 비디오 게임과 보드게임. 그리고 트레이딩 카드 게임(이하 TCG)은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보다 사람이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된다. 특히나 평범하게 읽고 다음 장으로 넘기는 만화, 벽에 걸어두기만 하면 끝인 포스터, 재생 버튼 누르고 감상하기만 하면 되는 애니메이션, 음악과는 달리 게임에는 각자만의 규칙이 존재한다. 그 규칙 내에서 벗어나지 않고, 혹여나 모르는 부분은 제작자와 소통하면서 플레이하는 점이 플레이하는 사람으로서도 어려움 없이 새로운 게임을 접할 수 있어 좋고, 제작자로서도 게임을 제작하면서 혹여나 놓친 부분을 플레이어가 그 자리에서 바로 찾아내 소통할 수 있기에 편하다.


이렇게 막 출시되는 인디게임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코미버스가 최초인 것은 아니다. 기존에도 플레이엑스포, G스타 같은 곳이 존재했고, 그곳에서 인디게임을 홍보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런 곳은 인디게임만 홍보하는 곳이 아니라 게임업계 전체가 홍보하는 곳이고, 특히나 참여한 대형 게임사나 그들이 준비한 무대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인디게임 부스가 묻히거나, 인디게임 제작자와의 소통이 힘들기도 했다. 코미버스는 그런 행사에 비하면 게임 참여율은 낮지만, 무대가 없어 조용하고 전체적으로 자유로운 장터 분위기라 창작자와 구매자 간에 활발히 대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좀 더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 장점은 비단 게임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만화, 음악 부분에서도 그러하다. 특히나 국내 만화 시장이 웹툰의 시작으로 폭발적으로 커졌으나, 회지 시장은 웹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때문에 자신의 만화 창작자는 웹툰으로 선보이는 것이 회지로 선보이는 것에 비해 더 나아 보인다. 이는 웹툰과 회지 둘 다 만화지만, 만화가 그려지고 연출되는 특유의 문법이 두 장르 간에 다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회지를 하고 싶지만 웹툰으로 옮겨가지만, 그 반대의 케이스는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회지 시장과 달리 웹툰 시장이 더 커지게 되었다. 하지만 코미버스라는 이벤트를 통해, 창작자들이 회지를 더 쉽게 독자들에게 보여주면서 만화에 대해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이 형성된 덕에 회지 쪽에도 새로운 길이 열렸다 볼 수 있다. 


코미버스 행사장 내 부스.


또한, 코미버스는 앞서 말한 코믹월드, 일러스타페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는 내부 행사장에 빈자리가 생길 수 있기에 이 빈자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미버스에서는 이렇게 생긴 빈자리에 긴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부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회지들을 놓고 체험판처럼 일정 부분을 읽을 수 있게 해주면서 독자들이 어떤 책을 살지 선택하기 더 쉽게 해주었다. 덕분에 이종석을 비롯해 여러 독자가 이곳에서 여러 회지를 둘러보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회지가 있는지 읽어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옆에는 행사장 전체 지도가 있어 회지를 파는 부스로 찾아가기도 쉬웠다.


이러한 점을 노려, 웹툰과 웹소설, 애니메이션, 게임 등 창작물 제작자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유명한 청강문화산업대학(이하 청강대)에서는 산학협력단이 코미버스와 협력해 한쪽에 청강대 부스존을 따로 마련하여 웹툰과와 애니메이션과, 융합콘텐츠학과 등에서 졸업작품 겸 만든 작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창작자들이 자신의 음악 또는 ASMR 등을 판매할 수 있는 DLsite, 여러 버튜버들이 소속해 이를 바탕으로 한 TCG를 발매 예정인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기업 스콘(SCON)이 회사를 홍보할 겸 훗날 나올 작품들을 홍보하는 자리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코미버스는 동인 행사이다. 하지만 기존 국내에서 가장 큰 동인행사인 코믹월드나 일러스타 페스티벌이 만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는 축제라면, 코미버스는 만화,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여는 장터에 더 가깝다.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구매자들에게 선보이면서 소통할 창구가 되어주었고, 창작자로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는 듯했다. 


2일간의 행사를 즐긴 이종석의 손에는 어느새 회지 여럿과 포스터, 2차 창작 굿즈 등이 있었다. 구입한 회지를 집에 와 펼쳐 읽으면서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렸을지 생각해보고, 작품을 구입하면서 작가와 소통했다는 점에서 작품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코미버스 행사장 내 부스. [필자 제공]


우리나라에서 열린 동인 만화 행사의 역사는 꽤 긴 편이다. 

ACA(Amateur Comics Association)에서 90년대에 연 행사를 시작으로, 코믹월드와 케이크 스퀘어, 동네 페스타, 서드플레이스. 일러스타 페스티벌 등 다양한 동인 만화 행사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중에서 아직까지도 살아남은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선 코믹월드가 가장 큰 규모다 보니,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곳에 집중하게 되었고, 신생 행사들은 코믹월드에 밀려 사람이 적게 오거나, 내부에서 횡령 사건이 일어나는 등 여러 이유로 문을 닫았다. 때로는 코믹월드가 큰 행사라는 것만 알고 그걸 따라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 개최한 엉성한 행사가 열리다가 폐지되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동인 행사가 폐지되는 동안 기업이 뒤에 있거나, 동방 프로젝트 같은 대규모 IP의 2차 창작만을 파는 동인 행사이거나, 백합과 퍼리 같은 명확히 존재하는 수요층을 노린 행사들만이 살아남았다. 


코미버스 행사장 내 부스. [필자 제공]


코미버스는 올해 막 생겨나고 이제 2회라는 점에서, 타 출발주자들에 비하면 많이 늦게 출발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코미버스에는 코미버스만의 장점이 존재한다. 2차 창작이 아닌 1차 창작 위주, 코스프레 전면 금지에 특별 무대도 없어 조용해 창작자와 더 소통하기 쉬운 구조, 회지 체험판을 한쪽에 진열해 어느 것을 살지 더 쉽게 고를 수 있는 구조 등. 코미버스만의 장점은 코미버스가 막 생겨난 동인 행사임에도 타 동인 행사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참가자들을 만족시켰다. 

그렇지만 코미버스는 막 생겨난 행사인 만큼 아직 명확히 찾아오는 팬층이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2026년 막 생겨나 같은 해 5월과 10월에 2번 간 열린 코미버스가 얼마나 이들을 만족시켰냐에 따라 앞으로 열릴 코미버스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다음 코미버스는 2027년 6월 여름, 지난 2회와 마찬가지로 양재 aT 센터에서 예정되어 있다. 코미버스는 막 생겨난 행사인지라 앞서 말한 규정이 다음 행사에선 다소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미버스만의 장점이 코미버스가 타 동인 행사와 다르다는 것을 알리고, 사람들을 더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코미버스는 제2의 코믹월드, 제2의 일러페스가 아닌 코미버스 그 자체라는 그 개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코미버스는 과연 꾸준히 열리면서 한국 내 유명 동인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열릴 코미버스를 기대하며, 만화 애호가 이종석은 오늘도 회지를 읽는다. 


필진이미지

이종석

1995년생. 2023년 대한민국 만화 평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현재 평론가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