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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등에 업고 확장되는 SNS 속 웹툰 생태계 : 낙원에서도 썩는 사과

[만화가 머무는 곳] SNS의 등장으로 변화된 웹툰 생태계. 그속에서 만화와 웹툰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또 변화하고 있나?

2026-11-04 주다빈

AI를 등에 업고 확장되는 SNS 속 웹툰 생태계 : 낙원에서도 썩는 사과


몇 해 전 ‘그때 그 시절’의 만화방이 한창 유행한 적이 있다. 카운터에 가서 짜장면을 주문하면 중국집에서 직접 짜장면을 배달해 주는 장면이 요즘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만화방은 한동안 비디오 대여점과 공존하며 그 명맥을 이어오다가 웹툰의 탄생을 기점으로 많이들 모습을 감추었다. 익히 알고 있듯 집에 컴퓨터만 있다면 언제든 돈을 내지 않고도 만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만화 업계와 마니아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댓글 기능을 활용해 다른 독자들 또는 작가와 소통할 수 있음은 웹툰이 가진 강력한 매력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독자들은, 최소한 필자는 이 웹툰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웹툰 이전에도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통해 만화를 연재하던 작가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연재물의 경우 작가나 작품을 알고 있어 직접 검색해서 접근하거나 검색 과정에서 발견되어야 한다는 큰 허들이 존재했다. 그 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많은 이들이 모바일로 웹툰을 소비하기 시작했고 이후 SNS가 등장하며 만화·웹툰 산업은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청소년 #SNS #소통 


SNS의 등장으로 변화된 웹툰 생태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SNS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24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발표한 보고서 <세대별 SNS 이용 현황>에 따르면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는 여러 플랫폼을 비교적 다양하게 이용한 데에 비해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 2명 중 1명은 인스타그램을 선호할 정도로 그 양상이 뚜렷했다. 


SNS 사용 이유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세대가 지인/친구와의 소통 등 교류를 꼽으며 그중에서 Z세대는 가장 적극적으로 SNS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발표한 <관계·커뮤니케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는 SNS 메시지, 채팅을 이용하는 비율이 52.5%로 나타나는 등 기성세대가 이용하고 있는 방식보다 실시간 양방향 소통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게시물을 업로드하고 구경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위해 SNS를 사용하기도 하고 앱 안의 콘텐츠를 활용해 관계 맺음을 시작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영상을 인용해 새로운 2차 창작물을 생산하는 리믹스 콘텐츠의 활발한 생산은 SNS 속 점으로 존재하던 개인을 더욱 강하게 또 더욱 넓은 범위로 연결 짓게 한다. SNS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삶의 방식을 바꾸었고,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SNS는 더 이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또래와 소통하고 취향을 표현하며, 관심사를 공유하는 ‘문화적 공간’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세대별 SNS 이용 목적 [필자 제공]

세대별 SNS 이용 플랫폼(1순위) [필자 제공]



#AI #쇼츠 #틱톡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를 꼽으라면 틱톡을 빼놓을 수 없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삼삼오오 모여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들을 발견하곤 한다. 틱톡은 자사가 게시한 ‘2023년 틱톡 트렌드 리포트’에서 웹툰을 틱톡 유저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제로 꼽았다. 틱톡에서 #웹툰을 검색하면 다양한 유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웹툰의 컷을 편집하고 간단한 장면 전환 효과를 적용해 제작한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그중 웹툰 편집계를 지향하는 유저 JOY는 77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받은 전체 '좋아요' 수는 3천6백만에 달하는 거대한 계정이다. 이 계정은 주로 웹툰 속 사건을 영상으로 제작하는데, AI 보정을 활용해 멈춰있던 컷에 움직임을 만들고 이를 편집한 뒤 음악과 AI 더빙을 입히는 방식이다. 청소년들은 이런 게시물에 열렬한 반응을 보이며 댓글로 자신이 원하는 웹툰명을 남기기도 한다. 


웹툰 작가가 그린 그림을 이용해 짧은 영상의 창작물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것 외에도 등장인물을 활용하거나 직접 혹은 AI를 이용해 그린 그림으로 웹툰을 연재하는 경우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틱톡의 2023년 리포트에서는 주목할 만한 해시태그로 #틱톡툰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창작자는 손 그림을 이용해 노래나 더빙을 입힌 뒤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이렇듯 독자들이 기존에 웹툰을 즐기던 방식 또한 SNS가 제시하는 새로운 동영상의 형태, 또 SNS 이용자가 편하게 느끼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틱톡 유저 JOY 페이지 [필자 제공]


#네이버웹툰 #컷츠


소비 형태의 변화는 기업에 새로운 꼴의 환경을 제시하도록 요구했다. 일례로 대표적인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은 ‘컷츠’를 선보였다. 컷츠는 2025년 9월에 출시된 숏폼 애니메이션 서비스로 기존 웹툰 IP를 이용해 웹툰 작가가 직접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업로드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기존의 독자뿐만 아니라 컷츠를 이용하는 잠재적 독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게 됐다. 


컷츠는 단순히 작가만이 사용할 수 있는 단방향 플랫폼에 그치지 않는다. 컷츠를 출시하며 네이버는 컷츠 크리에이터 1기를 모집했다. 이들은 30초 이상 2분 이하의 숏폼 애니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창작 지원금을 제공받았다. 이를 통해 네이버웹툰은 웹툰 생태계의 저변을 확대하고 창작자 지원을 강화하고자 함을 밝혔다. 처음부터 웹툰 작가를 위한 생태계를 구성했다기보다는 영상 기반으로 변모하는 SNS의 변화에 발맞춘 도전이었다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6월 네이버는 보유하고 있는 작가와 그들의 IP를 기반으로 2차 창작 도구를 출시했다. 컷츠메이크는 원작자의 허락을 구한 웹툰 IP를 활용해 팬 창작을 허용한다. 이러한 점은 기존 SNS에서 행해지던 팬 창작물이 저작권 침해와 팬 활동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던 것과 대조된다.


네이버웹툰 컷츠. [필자 제공]

컷츠메이크. [필자 제공]


#헬릭스_숏츠 #재담쇼츠


이러한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의 제안은 비단 네이버웹툰에서만 진행되는 사업이 아니다. 네이버웹툰의 대항마인 카카오페이지는 헬릭스 푸시, 헬릭스 큐레이션에 이어 세 번째 AI 영상 제작 자동화 기술을 접목한 헬릭스 숏츠를 지난해 론칭했다. 이는 기존 웹툰 원고를 AI로 분석해 요약 내레이션, 음성, 자막, 화면 효과 등을 넣어 빠르게 짧은 영상을 제작하도록 돕는다. 다만 카카오페이지에서 공개한 헬릭스 숏츠는 새로운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놀이터라기보다는 기존 카카오페이지에서 유통되고 있는 웹툰을 짧은 영상으로 제작하도록 하며 이로써 카카오페이지 내에 있는 유랑하는 독자를 웹툰의 독자로 끌어모으기 위한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나 짧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구현된 만큼 이 기술을 활용해 또 어떤 모양으로 확장될지는 앞으로 지켜볼 지점이 된다. 


한편, 웹툰·웹소설과 같은 IP 기획과 제작, 콘텐츠 유통을 전개하던 재담미디어 역시 재담쇼츠를 내놓았다. 재담쇼츠는 앞에서 제시한 네이버의 ‘컷츠’, 카카오페이지의 ‘헬릭스 숏츠’와는 또 다른 영상 기반의 플랫폼이다. 자사 콘텐츠를 유통하는 자체 플랫폼이 없던 재담미디어는 이번 재담쇼츠를 통해 짧은 영상으로 웹툰을 연재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2024년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는 기존 IP 제작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자산으로 영상화된 중·단편 웹툰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재담쇼츠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 결실로 2025년에는 재담쇼츠에서 발굴한 중·단편 작품 <문과X이과>를 네이버웹툰에서 장편화하여 유통하기도 하였다. 재담쇼츠는 구독제로 운영되는 만큼 기존의 애니메이션 OTT인 라프텔과 웹툰 플랫폼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수립해 시장을 개척해 나갈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헬릭스 숏츠. [필자 제공]

재담쇼츠. [필자 제공]


#생태계 #샌드박스 


지금까지 Z세대가 SNS를 인식하고 사용하는 방식의 변모를 짚어보며 웹툰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각 기업이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적용해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지를 아주 얄팍하게나마 살펴보았다. 세 종류의 영상 기반 플랫폼은 각 회사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듯 같은 듯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여전히 웹툰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웹툰의 경우 컷츠를 통해 독자와 작가의 경계를 허물고 참여하는 모든 이가 콘텐츠 소비자이자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한다. AI 기술을 앞세우고 있는 카카오페이지는 콘텐츠 범람의 시장에서 헬릭스 숏츠로 웹툰을 효율적으로 발견되는 콘텐츠로 만들고자 하며 콘텐츠 생산에 일부 제약을 두었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다크호스인 재담미디어는 재담쇼츠로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을 제시한다. 각각의 플랫폼은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라는 동일한 상황에서 뻗어 나왔으나 이러한 시류를 활용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보인다. 웹툰 시장이라는 샌드박스 안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만화 웹툰 생태계는 결국에 어떤 세계로 형성될지 필자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뿐이다.


#크랙1 #SNS #독자 #콘텐츠_창작자 #저작권 


웹툰의 독자이며 새로운 창작자로서의 개인에게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은 그들이 갖고 있던 꿈을 현실로 만들 기회의 장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빛이 드는 자리에는 늘 그늘이 지기 마련이다. 그림 업계는 AI의 등장과 함께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산업이다. 이에 일러스트레이터와 그림 작가, 만화가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자신들의 터전에서 AI의 활용을 극도로 꺼려 왔다. 단지 개인이 AI에 자신의 창작물을 학습시키지 말라고 호소하는 것이나 OO풍의 일러스트는 생성하지 않는다는 어떤 AI의 대답만으로는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지킬 수는 없다. 독자를 콘텐츠 생산자로 위치시킨 네이버웹툰 컷츠의 경우 작가의 허락을 받은 요소만을 활용할 수 있으며, 자체 영상 제작 도구를 내놓았으나 우리는 저작권 침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미 틱톡과 유튜브, 인스타 등에는 기존 웹툰을 캡처해 숏츠와 릴스 등으로 제작한 2차 창작물이 넘쳐났고, 이를 통해 소비자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이해의 수준에 들어와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즉, 굳이 작가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도 웹툰을 활용한 2차 창작을 하고 있던 콘텐츠 제작자로서는 ‘일부’ 동의를 얻은 네이버웹툰의 소스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해오던 2차 창작과 저작권 침해라는 아찔한 관계를 네이버웹툰이라는 굴지의 웹툰 기업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저작권 침해와는 완전히 무관한 활동이 된 듯이 느낄 수도 있는 노릇이다. 


#크랙2 #AI #작가 #생계


한편 이미 세상의 무게추는 기울어 AI가 턱 밑까지 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음에도 묵묵히 펜 선을 그어야 하는 작가들로서는 극도의 불안과 우울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비록 기업에서 모든 선택을 작가의 자유에 전적으로 맡긴다고 할지라도 시대의 흐름은 원치 않는 작가들의 등을 떠밀며 AI와의 협업을 부추길 수도 있다. 그들은 여전히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웹툰 사이트와 싸우고 있으며 AI로부터 자신의 그림과 밥벌이까지 지켜야 한다. 그러면서도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몇 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콘티를 짜고 그림을 그려 연재를 해내야만 한다. 변화에 적응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사라지는 시대는 잔혹할 정도로 비인간적이며 그 화살의 끝이 나를 가리킬 수 있다는 공포를 내포한다. 한스 요나스는 자신의 저서 <책임의 원칙>(1979)에서 “행위의 결과가 진정한 인간적 삶의 지속과 양립할 수 있도록 행동하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삶이 더욱 풍요로운 것보다 우리 모두가 인간적인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세계가 더 나은 세계가 아닐지, 묻고 싶다.


긴 글을 여기까지 끌고 오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SNS는 일상과 조밀하게 엮여 있는 소통의 창구였으며 이들이 성인이 된 사회는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AI라는 엔진은 빛의 속도로 우리를 미래로 데려다 줄 것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을지라도 창작자와 독자, 기업은 함께 창작 문화의 기준을 끊임없이 논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 책임을 간과하지 않고 충실히 수행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필진이미지

주다빈

만화평론가
2020 만화·웹툰 평론 공모전 신인부문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