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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스페셜 평창 &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참관기 1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에 견줄만한 메가이벤트이다. 만화계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018-02-20 박석환

[웹툰, 스페셜 평창 &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참관기 1]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프랑스 만화전시 및 프로모션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에 견줄만한 메가이벤트이다. 만화계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1월 24일 프랑스 파리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웹툰, 스페셜 평창’ 전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중심으로 정부와 만화계가 함께 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행사의 최종판이었다. 첫 번째 전시는 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 임당생활문화센터에서 열렸다. 두 번째 전시는 지난 1월 10일 미국 LA한국문화원과 LA아트쇼 현장에서 열렸다. 프랑스 전시는 세 번째로 파리에 있는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과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Festival International de la Bande Dessinee d’Angouleme) 현장에서 열렸다.


전시는 기성작가가 작업한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웹툰 제작 지원작’, 신예작가와 일반인들이 참여한 ‘동계올림픽 웹툰 공모전 선정작’, 카툰작가들이 참여한 ‘동계스포츠 소재 기획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작품 준비는 2016년 8월부터 시작됐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를 목적으로 동계스포츠 소재 웹툰 제작 지원 사업을 발표했다. 공모를 통해 각 6화 분량의 웹툰 2작품을 선정해 제작과 유통을 지원하기로 했다. 같은 해 9월 이영곤 작가의 ‘하나 된 열정’과 곽인근 작가의 ‘리드 미 컬링’이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이영곤 작가는 컬링·스피드스케이팅·스노우보드·스켈레톤 등을 소재로 한 옴니버스 단편 웹툰을 창작했고 곽인근 작가는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컬링 대회를 소재로 한 연재 웹툰을 작업했다. 6개 월 여의 작업 끝에 완성된 웹툰은 2017년 3월 케이툰(https://www.myktoon.com/web/works/list.kt?worksseq=6254)에 연재되며 일반에 최초 공개 됐다.

동계올림픽 웹툰 공모전은 전국 30개 곳에 위치한 웹툰창작체험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017년 3월 공고 후 체험관 멘토와 수강생 출신 멘티가 팀을 이뤄 참여했다. 예선과 본선을 거쳐 같은 해 11월 총 19편(어린이부 5편, 청소년부 7편, 일반부 7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어린이부 대상에는 군포시평생학습원 체험관의 김다현(‘고스트스포츠’), 청소년부 대상에는 한국영상대학교 체험관의 임형영(‘딛다’), 최우수상은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체험관의 김다인(‘Draw’), 일반부 대상에는 목원대학교 체험관의 김대훈/이동훈(‘우리는 평창으로 간다’), 최우수상은 경상남도문화예술진흥원 체험관의 하강호(‘승리의 비결’) 등이 수상했다. 선정작은 강릉 전시에서 최초 공개됐다.

한국카툰협회 회원들이 ‘스마일 평창’을 테마로 그린 기획 카툰 40여 편도 강릉 전시에서 처음 공개됐다. 동계스포츠를 소재로 펼쳐낸 한 컷의 기발한 유머는 웃음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석과 감상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 서정 카툰의 대가 조관제 회장을 중심으로 사이로, 조항리, 이해광, 성문기, 김평현, 백영욱 작가 등 현존하는 카툰작가 대부분의 작품이 출품되어(https://www.coreacartoon.com/pyeongchang2018) 한국카툰의 전체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 (좌)이영곤 작 ‘하나된 열정’, (우)동춘/감대 작 ‘우리는 평창으로 간다’

홍보 웹툰, 공모전 당선작, 기획 카툰까지. 1년 6개 월 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창작된 작품들은 강원도 강릉 전시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바다 건너 미국으로, 대륙을 넘어 프랑스로 갔다. 강릉 전시가 만화계가 참여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취하는 역할을 했다면 LA에서 열린 미국 전시는 만화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을 해외에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 파리와 앙굴렘에서 열린 프랑스 전시와 이벤트는 올림픽 홍보와 함께 세계만화의 한 장르로 성장한 웹툰을 세계인에게 더 널리 알리라는 임무도 있었다.

1월 23일 프랑스 파리로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에 모인 전시 참가단은 총 13명. 카툰전시 참여 작가 2명(백영욱, 김평현), 공모전 당선 작가 4명(김대훈, 하강호, 임형영, 김다인)과 당선 작가를 배출한 웹툰창작체험관 멘토 4명(장효진, 김보람, 박석환, 김은희), 초대작가 1명(김정기), 웹툰작가/산업체 대표 2명이었다. 공모전 수상작가와 멘토는 수상의 특전을 누리며 행사를 참관하면 됐지만 다른 참가단에게는 막중한 개별 임무가 부여됐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집결한 참가단은 각자의 임무를 재확인했다. 적지 않은 긴장과 결의가 흘렀다. 참가단은 한 자리에 모여 단체사진을 촬영한 뒤 비행기에 탑승했다. 시간을 거슬러 날아가는 12시간의 비행. 파리 드골공항은 10일 이상 내린 비에 푹 젖어 있었다.

진흥원 참가단은 도착하자마자 파리 숙소에 짐을 풀고 전시가 열릴 한국문화원으로 향했다. 나머지 참가단은 인근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에펠탑과 개선문을 둘러봤다. 프랑스에서의 첫 밤이 지났다. 다음날, 1월 24일 18시. 한국문화원 갤러리에서 ‘웹툰, 스페셜 평창’ 전시 오프닝 행사와 이벤트가 열린다. 바쁘게 시작된 아침. 일부는 전시장으로 가 막바지 점검을 했고 일부는 현지 특파원/기자 간담회를 준비했다. 물론, 참관이 주 목적이었던 일부는 ‘공식 일정에 따라’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을 돌며 눈과 마음의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전시가 열린 한국문화원은 만화계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2003년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했을 때 거점이 됐던 곳이고 2009년 2월에는 한국만화 탄생100주년 기념전시, 2010년 2월에는 대한민국만화대상 수상작가 특별전시가 열렸다. 당시 한국문화원의 7대 원장 최준호(임기 2007~2011)가 ‘꺼벙이’로 유명한 만화가 길창덕(생몰 1930~2010)을 장인어른이라고 밝혀 만화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웹툰 스페셜 평창 전시 전경

△ 김동화 이사장, 전선욱 작가 대담 장면

이 날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은 마치 파리에 있는 한국만화홍보관 같았다. 유리 외벽에는 웹툰 전시를 알리는 대형 안내물이 부착됐고 로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전신인형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전시의 시작은 카툰협회 회원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겨울 스포츠를 소재로 창작한 40여 점의 카툰은 전통적인 패널 전시 방식을 택한 것도 있지만 동적인 화면 구성과 연출 방식을 적용해 디지털 액자에 전시한 작품도 있었다. 이른바 움직이는 카툰으로 마지막 프레임에 메시지의 변화나 반전을 꾀해 웃음을 유발했다.

두 번째 전시 존은 공모전 수상작들로 꾸며졌다. 평창올림픽을 소재로 한 웹툰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태블릿PC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웹툰은 개인미디어를 활용해 즐기는 콘텐츠인 만큼 개방된 전시공간에서 열람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 만화팬들은 다소 부적합한 환경 속에서도 이 색다른 방식의 만화에 담긴 내용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몰두했다. 세 번째 존에는 평창올림픽 홍보웹툰이 디지털본과 출판본으로 전시됐고 네 번째 존에는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웹툰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다. 라인웹툰, 레진코믹스, 타파스미디어, 델리툰, 태피툰 등 영미권과 프랑스어권에서 웹툰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의 작품이 소개됐다. 다섯 번째 존에서는 VR기기를 머리에 쓰고 미래의 만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갤러리 중앙에서는 백영욱 작가의 드로잉쇼가 진행됐다. 대형 캔버스 앞에 선 백작가는 거칠고 빠른 붓 선으로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수호랑과 반다비를 그려냈다. 하키 스틱을 든 호랑이와 곰이 한반도 마크를 달고 경기하는 장면은 갤러리에 선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줬다. 이벤트 존에서는 김평현 작가가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행사를 했다. 김작가는 프랑스인 특유의 얼굴을 간결하고 정감어린 펜 선에 담았다.

△ 드로잉쇼를 펼치고 있는 백영욱 작가

△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 김평현 작가

오프닝 행사는 컨퍼런스를 겸해서 진행됐다. 개회사에서 박재범 한국문화원장은 ‘2003년 앙굴렘만화축제에 한국만화 특별전이 열리면서 우리만화의 세계시장 진출이 이뤄졌다’며 이번 전시가 ‘평창동계올림픽은 물론이고 한국이 만들어낸 웹툰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안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축사를 통해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과 우리만화의 인연에 감사함을 전하며 ‘한국만화의 디지털화가 일단락 된 만큼 글로벌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컨퍼런스는 프랑스 만화평론가 로랑 멜리키앙(Laurent Melikian)의 사회로 진행됐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인 김동화 작가, 네이버웹툰에 ‘프리드로우’를 연재하고 있는 전선욱 작가가 참여했다. 유럽만화계에 대부분의 작품이 번역 출판되면서 수출유공자 표창을 받기도 한 김동화 작가는 자신의 작업방식을 중심으로 웹툰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고 전선욱 작가는 디지털 방식의 작업 과정을 소개하며 한국식 디지털만화의 생산과 소비 방식이 좀 더 넓게 퍼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컨퍼런스 후 이어진 간담회 자리에서 주 프랑스 대한민국 대사 최종문은 오프닝 행사를 찾은 100여 명의 프랑스인들과 언론사의 취재 열기에 놀랐다며 만화에 얽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최대사는 어린 시절 ‘땡이’ 시리즈로 유명한 임창 작가의 옆집에 살면서 자녀들과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땡이가 펼쳤던 모험과 도전이 평생 외교관으로 살았던 자신의 삶을 위로하고 지탱해줬다며 ‘한국 만화가 세계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삶을 지탱하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동태탕과 와인을 함께 한 밤. 수호랑과 반다비가 하나가 되고 한국의 만화인과 정책가들이 프랑스의 만화인들과 하나가 된 시간이었다. 만화가 당대의 재미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위태한 시간마다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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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

만화평론가
재담미디어 CSO
前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과 교수
前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