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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만화축제>일본의 만화행사와 축제

본은 만화대국이라고 불리는 만큼 많은 숫자의 만화행사들이 열리며, 그 목적이나 규모도 다채롭다. 또한 행사를 주최하는 주체도 정부, 지자체 둥 관주도에서, 만화가단체, 민간단체, 출판사 등으로 상당히 다양하다.

2018-02-19 이현석

[세계의 만화 축제 3]


일본은 만화대국이라고 불리는 만큼 많은 숫자의 만화행사들이 열리며, 그 목적이나 규모도 다채롭다. 또한 행사를 주최하는 주체도 정부, 지자체 둥 관주도에서, 만화가단체, 민간단체, 출판사 등으로 상당히 다양하다. 이 글에서는 일본에서 열리는 만화관련 행사와 축제들 중 대표적인 행사와 축제를 알아보고자 한다.


1. 코믹마켓(コミックマ-ケット / COMIC MARKET)
○ 홈페이지 : http://www.comiket.co.jp/

이미 일본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행사다. 여름과 겨울, 1년에 두 번 열린다. 드넓은 일본 도쿄국제전시장 전관을 사용하는데도 한정된 서클만 참가가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인원이 참가한다. 보통 한번에 3일씩 열리고 추정 11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것으로 발표되는데, 이는 주변 지역에 대한 민원이나 법규 등을 고려해서 낮게 발표하는 것으로 소문이 돌고 있고, 사실은 집계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가 한다는 게 업계 정설이기도 하다.

코미케(코믹마켓의 약칭)의 원형은 1975년 겨울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것은 몇몇 동인서클의 연합행사 정도의 성격을 지닌 행사였고, 지금 같은 규모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된 것은 1981년 다카하시 루미코의 ‘시끌별 녀석들(うる星やつら)’가 동인지 서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부터라고 본다.

코믹마켓은 동인지 서클 행사를 훨씬 능가하는 종합적인 만화행사로 변모하였다. 또한, 유통되는 동인지와 서적들의 숫자가 엄청나서 이미 이 코믹마켓만을 노리고 생각하여 상품을 유통시키는 프로집단도 등장하였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도 엄청나 이런 고수익자들에 대한 과세대책이 활발히 거론되기도 할 정도. 출판사나 애니메이션 회사들도 경쟁적으로 부스를 설치하고 상품 판매와 홍보를 하는 장으로 활용한다. 여담이지만, 만화 출판사 편집부를 고민스럽게 만드는 행사이기도 하다. 본업인 원고제작보다 여기에 출품할 동인지를 제작하는데 힘을 쏟는 작가들이 속출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반의 생각과 달리 이제 코미케 자체는 만화가들을 발굴하는 장으로는 크게 기능하지 않는다. 행사의 성격자체가 코미케이 행사만을 노리는 준 프로들의 작품 유통의 장이 되어버려서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들이 잡지만화를 바탕으로 하는 기존 시장에 크게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탓이기도 하다.


△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인 코믹마켓. 너무 행사가 커져서 여러모로 고민거리를 낳을 정도이다.

2.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Japan Media Arts Festival)
○ 홈페이지 : http://festival.j-mediaarts.jp/about/about/

사실상 만화축제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나, 꾸준히 개최되면서 작품성을 인정해주고 정부가 이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생각해주는 관주도 행사라고 보면 되겠다.

문화청미디어예술제는 아트, 엔터테인먼트, 애니메이션, 만화 등 4개 부문에 걸쳐 뛰어난 작품을 표창함과 동시에 수상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미디어예술 종합페스티벌이다. 1997년에 개최된 이래 우수한 예술성과 창조성을 지닌 뛰어난 미디어예술작품을 표창했고 동시에 수상작품 전시 및 상영, 심포지움 등 관련 이벤트를 실시하는 수상작품전을 개최한다.

2017년 제20회는 세계88개국과 지역으로부터 4,034점에 달하는 작품의 응모가 있었다. 제20회 행사에서는 만화부문 우수작으로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선정하기도 하였다.

3. 교토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어(京都國際マンガ·アニメフェア)
○ 홈페이지 : http://kyomaf.kyoto/

최근 만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해진 행사다. 교토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어는 일본의 역사 깊은 고도 교토에서 2012년부터 열리고 있는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종합 견본시다. 영어 표기인 Kyoto Internationa Manga Anime Fair를 ‘쿄마후(京まふ)’라는 약칭으로 자주 불린다.

일본의 유수한 만화 출판사와 애니메이션 관련회사, 각종 상품 관련회사, 서점들이 부스를 설치하고 여러 가지 행사를 개최한다. 출점을 하는 회사들은 작품을 소개하거나, 신인작가들 원고를 검토하는 부스 등을 운영하기도 하고, 단행본이나 자사 굿즈 등을 팔기도 한다. 요즘은 일본 각 출판사가 출장편집부 부스를 설치하고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는 하나의 장으로도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교토가 이런 만화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발전하고 있는 점은 일본의 지리적인 특성도 한 몫 한다. 일본은 국토가 동서로 아주 긴 형태를 하고 있고, 지방도시에서도 테츠카 오사무 등을 비롯한 많은 유명작가를 배출했다. 하지만, 이들 작가들은 활동무대나 발굴될 행사가 지방에는 없고 이로 인해 거의 도쿄로 작가들이 이동해 활동하는 현실을 반영해서 지방 도시들이 이들 작가들을 흡수하는 중간거점으로 행사가 마련되는 것이다.

교토는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라는 특징, 일본에서 처음으로 4년제 만화학과가 설치된 ‘교토 세이카 대학’이 자리하고 있는 점, 거대한 규모의 ‘교토 망가 뮤지엄’이 있는 점도 행사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 점이다.

△ ‘교토 국제만화 페스티벌’ 상당히 큰 규모의 행사로 발돋움 하는 중이다.

4. 세계 코스프레 서미트(世界コスプレサミット)
○ 홈페이지 : http://tv-aichi.co.jp/wcs/

일본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인 나고야(名古屋)에서 열리는 코스프레 행사다. 코스프레만을 중심으로 한 행사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003년부터 열린 이 행사는 매년 7월 말~8월 초에 개최 되며, ‘오아시스21’ 회장에서 열리는 \'코스프레 챔피언십\', ‘오스 상점가’를 중심으로 열리는 \'코스프레 퍼레이드\' 등을 개최하고 있다.

한국에서 참가하는 팀들도 많다고 한다. 참가하는 국가들의 규모도 수십 여 개국에 이르고, 일본 외무성 등이 적극적으로 행사 지원을 한다. 나고야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 자동차의 생산 공장이 들어서 있는 곳으로, 산업이 여기에 많이 의존하는 모양새를 띈다. 따라서 이러한 행사를 유치하여 지방색을 발휘하는데 적극적인 것으로 보이고, 교토 등에 비하여 만화자체를 내세우는 것 보다는 이와 같은 파생분야를 택하여 차별성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5. 기타큐슈 국제만화축제(北九州國際漫畵祭)
○ 홈페이지 : http://www.ktqmm.jp/kikaku_info/9085

부산에서 아주 가까운 도시인 후쿠오카에서 열리고 있는 만화 축제다. 후쿠오카는 규슈 지역에 위치한 도시 중에 가장 큰 현청소재지이다. 도시자체가 생산하는 총생산액 측면을 봤을 때 도쿄-오사카-나고야에 이어서 4위를 차지하는 큰 도시다.

기타큐슈 국제만화 축제는 후쿠오카에서 2016년, 2017년 열린 행사다. 대만과 한국에서도 참가하는 행사로, 큐슈지방 출신 작가들의 전시 등이 열리기도 하였다. 이 지역은 ‘은하철도 999’, ‘우주전함 야마토’ 등으로 유명한 작가인 마츠모토 레이지의 고향이기도 하며, 이외에도 ‘시티헌터’를 그린 호조 츠카사, ‘에어기어’, ‘천상천하’를 그린 오 그레이트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를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일본도 제조업 등에서 산업구조가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며 한국 보다는 지방자치가 발달했다. 따라서 다방면으로 새로운 산업을 찾다보니 지역이 유명한 작가를 다수 배출한 것을 기회로 이러한 행사를 개최하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 같다.


6. 구마모토 국제 만화축제(熊本國際漫畵祭)

고정적으로 열리는 축제는 아니며, 지진 피해를 입은 구마모토 지역의 부흥을 지원하기 위해서 마련된 축제다.

△ 구마모토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구마모토 지역의 부흥을 위해 마련된 ‘구마모토 국제 만화 축제’는 2017년에 열린 만화관련 행사 중 눈길을 끌었다.

2016년 4월에 일본 규슈지방 구마모토 현에 진도는 7 정도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 지진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상당수 이재민들 발생하였다. 이에 많은 작가들이 구마모토를 찾아서 사인회를 열고 지역주민들에게 활기를 되찾아주자는 취지로 행사가 기획되었다. 행사는 ‘북두의 권’, ‘시티헌터’ 를 만든 하라 테츠오 씨와 호조 츠카사 씨가 만든 ‘코아믹스’사 가 주최 하였다.


그리고 ‘원피스’를 그린 구마모토 출신의 인기작가 오다 에이치로씨가 축제를 기념하는 의미의 축전을 보내 큰 화제가 되었다.

닫으며
일본도 2000년 이후로 접어들면서 제조업이나 거대 토목건설 사업에 기대어 지방도시가 발전 꾀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이에 각 지방도시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방자치의 버팀목이 되어줄 사업들을 찾는 중이며, 이런 노력에서 부상한 사업 중 하나가 만화사업이다.

일본은 지방도 도쿄와 같이 고르게 발전되는 특성을 보였고 다양한 지역에서 유력한 만화가들이 배출되어 왔다. 이점에 착안한 것이 각 지방도시에서 경쟁적으로 열리는 이러한 행사들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물론 도쿄가 물량과 모든 만화 인프라와 인력이 집중된 현실은 변하지는 않지만, 각 지방 도시들이 특색을 발휘하는 행사를 다양하게 마련한다면 장래에는 연중 다양한 테마로 마련된 만화행사들을 찾아서 일본 전국을 여행하는 테마여행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필진이미지

이현석

레드세븐 대표
前 엘세븐 대표
前 스퀘어에닉스 만화 기획·편집자
만화스토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