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17년 작가 앙꼬의 만화 『나쁜 친구』가 44회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새로운 발견상’을 받았다. 한국만화가 세계 최대의 만화축제로 불리는 앙굴렘만화축제 경쟁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처음이었다. 많은 언론사가 2012년에 출간된 <나쁜 친구>를 새롭게 소개했고, 인터넷서점에는 ‘강추합니다’, ‘감동적이예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작가는 창비와의 인터뷰에서 “힘든 기로에 있었죠. 이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먹고 살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좌절하고 있을 때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 예상치 못한 상을 받게 되었어요. 제게도 물론 의미가 있는 상이었지만, 누군가에게도 예술만화를 그리며,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었다고 생각해요.”1) 라고 말했다. 작가는 한국에서 만화가로 계속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좌절하고 있었는데, 해외에서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할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작가에게도 큰 힘이 되었을 것은 당연하다.
작가 앙꼬의 수상 소식은 한국만화계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지만, 이 글에서는 ‘만화상’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앙꼬작가는 2003년 데뷔했고, 그 후 작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였지만,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지지는 못했다. 물론 이 상의 수상으로 ‘예술만화’를 그리는 작가의 작품이 인기작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권위 있는 상’의 수상은 수상한 작가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고, 독자들에게는 작품성을 공인받은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 되어, 결국 독자층을 넓히는 기회가 되어준다. 또한 ‘권위 있는 상’의 수상은 만화의 사회적 인식을 넓히고, 사회 속에서 만화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즉, 만화상 시상의 목적은 당해 연도 주목받아할 작가와 작품을 사회적으로 공인하는 과정을 통해 만화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보다 다양한 만화독자의 확장을 모색하고자 함이다.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만화상으로는 ‘대한민국 만화대상’, ‘오늘의 우리만화’, ‘부천만화대상’, ‘SICAF코믹어워드’ 등이 있다. 이 글은 그간 한국에서 시상되었던 만화상의 역사와 현황을 돌아보고, 한국만화상이 만화문화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언을 담아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만화에 대해 상을 준 역사는 짧지 않다. 만화는 ‘유해한 것으로 어린이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는 불량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1970년대에도 ‘한국만화상(한국아동만화상)’이라는 이름으로 만화상은 존재했었다. ‘한국만화상’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초기에는 한국도서잡지윤리위원회, 이하 간윤)가 주관하여 1971년부터 1988년까지 시상한 만화상이었다.
이 상은 만화를 사전 심의하는 심의기구인 간윤의 주관하에 진행된 만화상으로 만화계 내부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기 어려웠고, 사회적 위상도 낮았다. 결국 1988년 수상자로 선정된 이희재, 이현세, 허영만 등의 작가들이 ‘만화문화의 건강한 발전에 큰 장애가 되는 심의 기구에서 관장하는 상을 거부한다’며 작품검열에 항의하는 의사표시로 수상을 거부했다. 이 해를 마지막으로 ‘한국만화상’ 시상은 중단된다.
이외에도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서울YWCA가 주관한 ‘YWCA만화상’이 있다. YWCA만화상은 어린이들에게 교훈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화를 선정하여 우수만화상을 시상하였다. 민간감시기구로 활동한 YWCA만화모니터모임은 결성 취지가 ‘어린이에게 나쁜 만화의 접촉 기회를 차단하고 저질만화에 대한 사회여론을 환기시켜 이를 퇴치한다는 것’으로 만화는 어린이나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보수적이고 편협한 시선으로 만화를 재단하였다. 또한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저질 불량만화’를 지정하는 모니터링 보고서 <만화자료집>을 발간하는 등 만화의 검열과 탄압에 앞장서는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여 만화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편견을 확대시킨 단체였다는 측면에서 그 상의 권위 또한 인정하기 어렵다.
한국 만화상의 의미 있는 전개는 1991년 시작된 ‘대한민국 만화대상’부터였다. ‘대한민국 만화대상’은 최초 정부주관의 대한민국 대표 만화상이었다. 문화부 주관으로 공식적 만화수상제도를 신설한 것은 만화의 사회적 위상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저질, 불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심의와 탄압의 대상이었던 만화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의 한 영역으로 공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 만화대상’의 세부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만화상에 대해 어떤 부분을 살펴볼 것이지를 생각해보자.
첫째, 상은 사회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가? 상에 권위가 없다면, 그 상은 만화의 위상을 높이지도 못하며, 수상한 작품에 대해 어떠한 의미도 부여해줄 수가 없다. 상의 권위는 시상제도를 운영하는 주최의 권위와 상이 가지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결과의 신뢰성에서 획득된다.
둘째, 시상부문, 선정기준은 무엇인가? 만화상 시상의 목적은 앞에서도 밝혔듯이 당해 연도에 주목받아야할 작가와 작품을 사회적으로 공인하는 과정을 통해 만화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보다 다양한 만화독자를 확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즉, 만화상의 수상작은 누가 봐도 인정할 만큼 이미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작품을 시상하는 제도도 있어야 하지만, ‘몰라봐서 미안하다. 이제라도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할 작품을 전문가들이 발굴하여 선정하는 것도 만화상의 중요한 책무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만화상의 선정부문과 선정기준은 차별성, 전문성, 공공성이 요구된다.
셋째, 어떠한 선정과정을 거쳐 시상하는가? 만화상은 추천과정부터 축제가 되어야 한다. 당해 연도에 심사기준에 부합하는 많은 작품이 추천되고 발굴되어야 하며, 추천된 리스트는 공개되어 해당 만화작품에 대한 붐업이 이루어진다면 의미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맨부커상은 “먼저 1차로 선정된 작품을 \'롱 리스트long list\'로 공개하고, 그 후 최종 선정된 작품을 \'쇼트 리스트short list\'로 발표한다. 수상작이 정해지는 것은 매년 10월이지만 3개월 전부터 롱 리스트를 보고 예상도 하고 판매를 촉진하다가, 1개월 전 쇼트 리스트가 뜨면 다시 한 번 붐업을 하는”2) 방식으로 몇 개월 동안 이벤트를 한다. 또한 시상식은 창작자와 독자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공간이어야 한다. 더 이상 수상하는 작가 몇 명만이 조촐하게 앉아 형식적 절차를 진행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넷째, 수상의 혜택은 무엇인가? 창작자에게 상금을 수여하는 것은 격려와 자극이 되는 중요한 혜택이다. 그러나 이 뿐만 아니라 수상한 작품이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이를 계기로 만화를 즐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상한 작품을 공공도서관에 비치하고, 온오프라인 서점에 일정기간 전시되어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고, 문화강좌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함께 보기를 유도해야 한다. 수상작이 되면 독자들에게 회자되고, 더 많은 만화애호가들이 이 작품을 구매하고, 읽어보고 싶은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이는 수상자에게 정말 멋진 혜택이 될 것이다.
1991년 문화부는 “만화의 질적 향상과 건전한 만화문화의 육성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로 ‘한국만화문화상’을 제정하였다. 1994년까지 ‘한국만화문화상’으로 만화 부문만을 시상하다가 1995년 애니메이션, 1996년 게임 부문과 통합하면서 ‘대한민국 영상만화대상’, ‘대한민국 출판영상만화대상’ 등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후 2003년 캐릭터 부문을 추가하여 ‘대한민국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대상’으로 불리었고, 문화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진행되었다.
△ 대한민국 만화대상 최근 10년(2008년~2017년) 시상 리스트(1991년부터 시상)
2017년까지 28회의 만화상을 수여한 ‘대한민국 만화대상’은 한국만화의 역사와 그 괘를 같이 한 중요한 상이다. 만화가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는 시대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여 수상작품집을 발간하고, 문체부 추천도서로 선정되어 공공도서관이나 학교의 책꽂이에 당당히 자리를 잡게 했다. 이두호의 <임꺽정>(1995), 박흥용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1996), 권가야의 <남자이야기>(1999) 등 어른들의 이야기를 선정하여 시상함으로써 만화는 어린이나 보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던져졌다. 김성환(1997), 김용환(1996), 박기정(1999), 이현세(1994), 고우영(1998) 등 수많은 작가들에게 공로상을 수여하며 한국문화발전에 공헌한 문화인으로 대우했다. 수상제도를 지속하면서 많은 부침과 논란이 야기되고, 초기의 빛났던 의미는 약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만화상 중에서 가장 의미 있고, 권위 있는 중요한 상인 것은 분명하다.
‘대한민국 만화대상’의 사회적 위상은 정부 주관이라는 측면에서 훈격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초기 문화부장관상이었던 대상은 2002년부터 국무총리상으로 격상되었으며, 2006년에는 대통령상으로 격상되었다. ‘대한민국 만화대상’의 연혁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재까지 상의 명칭 변경을 기준으로 5기로 나누어 정리해 볼 수 있다.
○ 1기(1991~1995년)는 ‘한국만화문화상’으로 ‘저작상’, ‘출판상’, ‘공로상’ 부문이 시상되었고, ‘저작상’은 문화체육관광부 만화문화상 수상집으로 발간하였다.
○ 2기(1995~2002)는 ‘대한민국 영상만화대상’으로 애니메이션 부문이 추가되었으며, 게임 부문도 1996년 한해는 통합하여 시상하였다. 만화부문은 ‘저작상’, ‘출판상’, ‘공로상’, ‘신인상’ 그리고 1997년부터 대상을 별도로 시상했으며, 그 외에 ‘우수출판사’, ‘스토리작가상’, ‘학습만화상’ 가 추가로 시상되었다. 이 시기 수상작은 구매하여 공공도서관 및 해외문화원, 만화관련 학과 등에 배포하였다. 2002년 대상의 시상 주체가 문화관광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변화되었다.
○ 3기(2003~2016)는 ‘대한민국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대상’으로 만화대상이 한 부문으로 시상되었다. 만화부문은 ‘대상’, ‘우수상’, ‘출판상’, ‘공로상’, ‘신인상’, ‘인기상’, ‘특별상’으로 시상했고, ‘웹만화(웹카툰, 웹툰)’가 포함되었다. ‘인기상’ 투표는 미디어다음에서 진행하였다. 2004년부터 시상부문이 축소되어 ‘대상’, ‘우수상(4)’, ‘특별상(신인, 인기상)’으로 총7편이 시상되었다.
○ 4기(2010~2016년)는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로 만화대상, 캐릭터 대상, 애니메이션대상, 차세대콘텐츠대상, 해외진출유공자포상, 방송영상그랑프리 등을 아우르는 콘텐츠대상의 일부분이 되어 만화부문으로 시상했으며, 2011년부터는 ‘대상’, ‘우수상(3)’, ‘신인상’ 5편으로 상의 수가 축소되었다.
○ 5기(2017~ )는 ‘대한민국 만화대상’으로 만화대상 부문을 독립시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독자적으로 시상하였고, 부문은 ‘대상’, ‘우수상(3)’, ‘신인상’ 5편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통령상으로 시상되는 만화대상이 어떠한 사회적 권위를 가지며, 한국만화의 위상을 높이는데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대한민국 만화대상’은 정부 주관으로 시작된 만화상으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검열과 규제의 대상이었던 만화가 대한민국 문화정책을 책임지는 문광부의 공인을 받으며, 우수만화로 선정되어 공공도서관과 해외문화원에 배포되는 사회적 위상 격상은 70 ~ 80년대 만화창작자들에게 격세지감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문화정책과 만화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화상은 온전히 한국만화계를 위한 선물이 되지는 못했다.
만화대상은 문화콘텐츠산업의 확장에 따라 여타의 대중문화장르와 함께 진행되면서, 독자적인 전통과 역사를 쌓아가며 상의 품격을 유지하지 못했고, 정부의 문화정책에 따라 작품선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 만화대상에서 양영순작가의 <아색기가>가 대상작품으로 심사위원단에 의해 선정되었으나, 19금 작품이라는 이유로 문화부가 대상 수상을 취소하고 인기상으로 선정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만화대상에 큰 상처로 남았다.
그리고 만화대상을 한국만화문화의 발전을 위한 큰 틀에서 접근하지 않고, 당면한 산업적 이슈를 부각하면서 수상작 선정에 시비가 발생하기도 했다. 2003년 대상을 받은 정철연작가의 <마린블루스>는 그 형식적 파격과 대중적 관심에서 폭발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대한민국 만화대상’의 대상 시상이 적절한가는 큰 논란을 가져왔다. 특히 이 시기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대상’으로 시상이 시작된 해였고, 이 해 <마린블루스>는 만화부문 대상, 캐릭터부문 우수상, 애니메이션부문 인기상을 받으며, ‘출판만화대상’의 후보작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마린블루스>의 선정은 심사기준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한민국만화대상의 심사기준은 ‘작품성(30)과 대중성(40), 만화문화 기여도(30) 등을 종합 평가한다’로 명기되어 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작품성보다 대중성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대중문화인 만화가 독자들에게 높은 인지도와 선호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한국만화문화의 발전과 만화산업의 진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다양한 만화의 균형 있는 발전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이 의미 있는 만화를 발굴하여 시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논란이 빚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상의 시상부문이 ‘대상 / 우수상 / 특별상’이라는 포괄적 규정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오랜 만화상의 전통을 지닌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은 2017년에 총 9개 부문(그랑프리 제외)을 시상한다. 그 수상제도를 보면 ‘그랑프리 / 황금야수상 / 심사위원특별상 / 시리즈상 / 새로운 발견상 / 문화유산상 / 탐정추리물상 / 독자상 / 어린이 만화상 / 대안만화상’ 으로 구분하여 수상작을 선정하였고, 각 상에 맞는 취지를 구체화하여 시상하고 있다.
물론 상의 이름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의 이름은 상의 성격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각 상은 차별성을 갖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상의 구분을 논의하는 과정이 한국만화계에 이슈를 담론화하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VR툰, 인터랙션툰 등 변화하는 매체환경에 실험적으로 시도되는 작품에 상을 수여하는 부문을 만든다면 작품성, 대중성 보다는 실험적 신선함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만화대상’의 선정과정과 시상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다. 만화상의 선정과정은 축제처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추천작(후보작) 리스트가 작성되는 과정부터 만화출판사와 포털, 웹툰 전문 플랫폼 등에 홍보가 시작되고, 해당기업의 작품이 추천된 것을 홍보하며 독자들이 작품에 호기심을 갖게 하고, 1차, 2차, 3차 과정의 후보작들이 적극적으로 홍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시상식은 만화계와 독자들의 명실상부한 축제여야 한다. 관계자들만이 모여 쓸쓸하게 진행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상식은 포털이나 만화채널에서 생중계되고, ‘대한민국 만화대상’ 홈페이지3)는 댓글로 넘쳐나게 해야 한다. 시상식은 축하와 격려 그리고 자극의 공간이 되어야 하며, 선정된 작품은 많은 독자들의 관심 속에 뜨겁게 회자되어야 한다.
△ 2017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시상식
△ 2017년 오늘의 우리만화 시상식
‘대한민국 만화대상’ 이외에 1990년대 이후 시작된 만화상을 정리해보면, 대표적으로 현재까지 수상을 진행하고 있는 ‘오늘의 우리만화’, ‘부천만화대상’, ‘SICAF코믹어워드’와 한국의 만화시상에 독특한 이정표를 남긴 ‘독자만화대상’이 있다.
1999년 일간스포츠의 제안으로 문화관광부와 공동 주최한 ‘오늘의 우리만화’는 만화가의 창작의욕을 높이고 우수 만화제작 활성화를 위하여 분기별로 우수 만화를 2종씩 선정, 공공도서관과 해외 문화원 등에 보급(약 2,500여권)하기 위하여 제정된 시상 제도이다. 1999년과 2000년 상반기까지는 분기별로 선정하였으며 2000년 하반기부터 2007년까지 상, 하반기로 연 2회 선정하였고 2008년부터 연 1회 5편의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오늘의 우리만화’는 행사의 주관기관이 문화관광부 및 산하 기관과 만화가 단체인 민간 사이를 오가면서4)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주관기관에 따라 선정기준이 작품성 또는 대중성에 치우쳤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이 문제는 주관기관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재 한국만화상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의 우리만화’가 다른 만화상과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는 것은 해당기간 내에 연재된 출판만화 및 웹툰 전체를 대상으로 시상한다는 점이다. 2016년 1,500여종, 2017년 2,300여종이 시상 대상이었고, 35명의 선정위원이 총 3차5)에 걸쳐 선정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의 우리만화상’은 선정위원을 공모하고, 최대한 해당기간에 연재되고 있는 출판만화 및 웹툰 전체를 대상으로 선정과정을 진행하는 등 한 시기 한국만화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라 볼 수 있다. 다만, 2천종 내외의 작품을 1차 심사에서 50작품 내외로 선정하는데 약 보름정도의 심사기간6)이 주어지는 상황은 안타깝다. 이 짧은 시간에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꼭 알려져야 하는 작품을 발견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오늘의 우리만화 최근 10년(2008년~2017년) 수상 리스트(1999년부터 시상)
‘부천만화대상’은 출판만화산업의 진흥과 창작고취를 목적으로 2004년 ‘BICOF만화상’으로 처음 제정되었으며, 대상 수상 작가는 다음 연도의 부천국제만화축제의 포스터 제작과 특별전 개최가 정례화 되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2005년 ‘부천만화상’으로 그리고 2009년 ‘부천만화대상’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2010년 출판만화 중심의 시상에서 출판만화가 시장에서 줄어들고 웹툰이 대세로 등장하면서 ‘우수만화상-뉴미디어 부문’을 신설하였고, 2013년에는 ‘학술평론상’을, 2015년에는 ‘부천시민만화상’을 신설하는 등 만화산업의 변화에 따라 세부 부문이 변화되어 왔다. 현재는 ‘대상 / 어린이만화상 / 해외작품상 / 학술평론상 / 부천시민만화상’ 5개 부문을 시상하고 있고, 선정 후보작은 해당기간에 연재가 종료되거나 출판이 완간된 완결작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부천만화대상이 시상제도를 세분화(대상 / 어린이만화상 / 해외작품상 / 학술평론상 / 부천시민만화상)하여 다른 만화상에 없는 부문을 반영한 점은 각 부문에 긍정적 자극이 될 수 있다.
다만, 세분화과정에서 일반부문의 만화가 대상 한편으로 축소된 점은 아쉽다. 2011년에는 8개 부문(대상 / 이야기만화상 / 어린이만화상 / 카툰상 / 공로상 / 기획상 / 해외작가상) 시상에 5개가, 2014년에는 6개 부문(대상 / 우수만화상 / 우수만화상 / 어린이만화상 / 해외작품상 / 학술평론상) 시상에 3개가 일반만화에서 시상되었는데, 2015년부터 상이 축소되고, 부천시민만화상이 신설되면서 대상만이 남았다. 보다 많은 좋은 작품과 창작자에게 시상하는 것은 작가에게는 자극제가 되고, 독자들에게는 작품을 새롭게 접근할 기회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확장된 시상부문을 기대해 본다.
△ 부천만화대상 최근 10년(2008년~2017년) 수상 리스트(2004년부터 시상)
‘SICAF코믹어워드’는 2001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코믹어워드의 시상부문은 여타 만화상과 다르게 ‘공로상’이다. 작품상이 아닌 작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오랫동안 꾸준히 창작활동을 한 작가로서, 한국만화문화 발전에 공헌한 만화가를 선정하여 시상하고, 다음 연도의 SICAF행사에 특별전을 개최하여 만화가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기획이었다. 아쉬운 점은 공로상 이외에도 다양한 수상제도를 시도했던 SICAF의 시상이 점차 공로상만 남고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SICAF코믹어워드’는 2001년 시작될 때는 만화발전을 위해 공헌한 공로자에게 수여하는 공로상과 공헌도가 높은 현역 종사자에게 수여하는 특별상으로 시상되었고, 2004년에는 ‘대상(공로상) / 작품상 / 단편만화상 / 졸업작품상 / 만화기획상 / 새로운 발견상’ 으로 부문을 세분화하여 확대하였다. 또한 2005년에도 ‘시나리오 부문’을 시상에 포함하는 등 ‘공로상’뿐만 아니라 세부시상의 성격이 분명한 다양한 작품을 발굴하고 시상하였으나, 2006년부터 예산상의 이유로 ‘공로상’만 시상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 SICAF코믹어워드 최근 10년(2008년~2017년) 수상 리스트(2001년부터 시상)
‘독자만화대상’은 독자들이 직접 운영하고 시상하는 만화상이었다. 2002년 ‘대한민국 만화대상’과 ‘오늘의 우리만화’가 파행을 겪으면서 기존 만화상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대안을 독자들이 직접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만화비평모임 ‘올쏘’를 비롯, 만화웹진 ‘두고보자’, 하이텔 ‘순정만화사랑’, ‘자유의 검은 리본’, ‘만화인’, ‘아카’ 등 온라인 만화동호회를 중심으로 독자만화대상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온라인 투표를 통해 ‘독자만화대상’을 선정하였다.7)
1회 독자만화대상은 2002년 온라인 투표를 거쳐, 2003년 1월초에 발표되었으며 2013년 1월까지 지속되었다. 독자들이 직접 후보를 추천하고, 독자들이 투표하여 수상작을 선정하는 만화상의 등장은 한국만화상 역사에 참신하고 신선한 사건이었다. 독자들이 수상작을 선정한다는 측면에서 대중성, 인기도 등이 치중된 선정기준이라는 한계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독자만화대상’은 그 시도 자체로 의미있는 활동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체적인 재원 마련과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독자만화대상이 2013년을 끝으로 중단되었다는 점은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지속되고 있는 한국만화상 이외에도 특색 있는 만화상이 더 많이 제정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만화대상’이나 ‘오늘의 우리만화상’과 같이 일정기간에 연재된 전체 만화를 대상으로 한 만화상 뿐만 아니라, SF만화상, 공포만화상, 순정만화상 같은 장르별 만화상 등 더 많은 독특한 아이디어의 만화상이 제정되길 바란다.
‘대한민국 만화대상’이나 ‘오늘의 우리만화상’이 특정 시기 한국만화의 트렌드를 가늠해 보고, 이 시기 독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작품 위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면, 장르별 만화상 등 세분화된 아이디어 만화상은 특정 분야의 매니아들과 소통하며 만화독자의 외연을 확대할 것이다.
주)
1) 창비블로그, 책소문, ‘앙굴렘국제만화제 수상작, <나쁜 친구> 앙꼬 작가를 만나다!’,
창비서포터즈, 2017.3.27.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hangbi_book&logNo=220968445170
2) 도코 고지 외,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한 지적인 수다>, 현암사, 2017.6.30.
3) 대한민국만화대상은 현재 공식적인 홈페이지가 없다. 누군가 수상작을 찾아보고 싶다면 뉴스를 검색해서 찾아봐야 한다.
4) 행사의 주관은 처음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다가 2001년부터 우리만화연대가 주관, 민간으로 이전하였다. 그러나 2002년부터 2003년 상반기까지는 문화관광부 산하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2003년 하반기부터는 한국만화가협회에서, 2010년부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을 맡았다. 이후 한국만화가협회의 요구로 2014년부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한국만화가협회 위탁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5) 오늘의 우리만화상 선정과정은 3차로 진행되고 있다. 1차는 18인의 선정위원이 전체 리스트를 기반으로 개별적으로 10배수(50작품)을 선정하고, 2차는 10인의 선정위원이 3배수(15작품)을 회의를 통해 선정한다. 3차는 7인의 선정위원이 최종 5작품을 선정하여 수상작을 결정한다.
6) 2016년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관련 만화가협회 공지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최종 선정위원 발표(2016.9.5.), 1차 선정위원회(2016.9.23.), 2차 선정위원회(2016.9.29.), 3차 선정위원회(2016.10.11.)로 기록되어있다.
7) 정형모기자, ‘최고의 만화, 독자가 뽑자’, 중앙일보, 200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