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한 맛 칼럼니스트의 발언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논쟁을 벌였다. 정확히는 그 음식평론가의 발언에 대해 사람들이 팩트 체크를 하고, 해당 평론가가 반박을 하거나 다른 논쟁거리를 끌고 들어오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음식을 다루는 평론가의 발언에 대해 인터넷이 떠들썩한 것은 평론가 자체의 명성 이전에 해당 평론가가 TV에 출연, 한국인의 식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요즘의 환경이 만들어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제작되던 것에 이어 한동안은 ‘먹방’ 프로그램들이 대거 제작됐고, 요즘은 음식의 맛 평가는 물론 식당에 대한 평가,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들도 제작된다. SBS <골목식당>의 경우 대중에게 가성비에 맞춘 음식을 요리하는 법부터 식당 경영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다룬다. 그만큼 한국인의 맛, 음식, 요리에 대한 관심은 오래됐을 뿐더러,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다양한 영역에 걸쳐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사람들이 먹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질수록 관심사가 점차 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그만큼 음식을 만들고 먹는 여러 과정이 대중에게 점차 다가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단적으로 10여 년 전만 해도 음식 평론가는 음식을 다루는 일본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였다. 이를테면 <미스터 초밥왕>에서 초밥을 심사하는 평론가라거나, <맛의 달인>에서 주인공 지로와 그의 아버지 우미하라의 대결을 심사하는 이들이 그런 존재였다. 이들은 경합을 벌이는 이들이 내놓은 음식을 먹으며 품평하는데, 만화 속에서는 품평이라기보다는 리액션을 하는 역할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 <미스터 초밥왕>에서는 맛있는 음식에 따라 얼굴 표정이나 행동이 단계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맛의 달인>에서는 평론가를 비롯한 각계의 유명인사들, 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맛을 묘사하곤 한다.

사실 만화 속에서 재료와 요리에 대한 전문적인 평은 스토리 속에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하고, 평론가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감정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식만화라 할지라도 맛을 직접 전달할 수는 없으니, 얼마나 맛있는지 표현하는 역할도 필요하고, 음식 평론가는 만화 속에서 권위자라는 느낌을 부여하면서 스토리의 긴장감을 더할 수도 있다.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권위적인 음식 평론가는 이런 만화를 통해 형성된 부분도 있을 듯하다. 요리사는 다양한데 음식 평론가는 하나 같이 중년 또는 그 이상 나이대의 남자만 있을 리는 없다. 무언가 권위적이거나 위압적인 분위기를 가진, 사회적으로 매우 유명하다는 나이 많은 남자가 ‘오오오!’, ‘입 안에서 파도가 소용돌이친다!’같은 표현을 하며 맛을 표현하는 것이 음식 만화에서 하나의 맛을 표현하는 하나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요리 만화라고 하기에는 현실성을 아득하게 날려 보낸 작품이기는 하지만, 빵을 소재로 한 <따끈따끈 베이커리>는 아예 빵을 먹은 뒤의 리액션에 초점을 맞춰 어이가 없어서라도 웃게 만드는 전개를 보여주기도 했다.
마치 <드래곤볼>처럼 주인공이 다른 요리사와의 대결을 통해 성장하고, 최강자가 되는 전개는 음식만화의 인기를 보다 넓혔다고 할 수 있다. <아빠는 요리사>처럼 일상에서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을 선보이며 몇 십 년 동안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작품들도 있지만,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소재에 배틀을 더하는 구성은 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꽤 오랜 시간동안 음식만화의 대다수가 일본에서 나왔고, 일본에서 배틀 형식의 스토리는 분야를 막론하고 등장한다는 부분도 있을 듯하다. 한국에서 먹거리는 늘 관심사였지만, 음식 자체의 평가나 제작 과정이 엔터테인먼트의 한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음식, 보다 정확히는 음식의 맛과 정서적인 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나타날 수 있는 경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한동안 한국의 일부 사람들에게는 일본 음식 만화에서 나오는 음식들이 살면서 반드시 먹어봐야할 절대적인 맛의 음식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한국에서 만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도 인기가 높았던 <신 중화일미>(한국 방송 시 제목 <요리왕 비룡>)는 중국 음식을 만드는 대결을 사실상 무협 만화처럼 풀어놓았는데, 이 만화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는 음식, 마파두부에 관한 에피소드를 보다 보면 우선 마파두부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만화 속에서 묘사하는 좋은 마파두부의 기준대로 두부를 먹고 싶어진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와인 인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신의 물방울>을 보면, 작품 속에서 묘사하는 와인을 먹고 정말 영혼의 춤이라도 추고 싶게 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음식 만화가 <식객>이었다는 사실은 음식 만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식객>은 한국의 대표 만화가 중 한 사람인 허영만의 작품인 만큼 발표가 된 직후부터 화재에 올랐고, 주인공 성찬이 <맛의 달인>처럼 각지를 돌며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나가면서 맛있는 음식들을 소개하며, 종종 자신과 얽힌 이들과 요리 대결을 한다는 점에서 배틀도 섞여 있었다.
음식에 대한 많은 취재를 바탕으로 성공한 음식 만화의 요소들을 솜씨 있게 섞어 넣은 데다 다양한 음식들을 다루니 사실상 전 연령대의 독자들이 반응했다. 정확히는 허영만의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가 여전히 만화를 읽고 있고, 그들이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던 상황에서 <식객>이 그 욕구를 정확하게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음식 만화가 특정 음식의 팬이나 특정 연령대에 머물지 않고 한국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을 소재로 여러 지역과 음식을 다룬 것은 그 자체로 한국의 음식만화에 대한 수요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쇼핑몰에서 <식객>에서 소개된 음식점들을 모은 ‘식객촌’이 등장한 것은 이 만화가 일으킨 음식에 대한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또한 <식객>은 경합을 소재로 한 일본 음식 만화와 몇 가지 다른 경향을 보여줬는데, 무엇보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과장된 리액션이 그리 등장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진지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허영만의 특징이기도 하고, 과장된 리액션은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한국 독자들의 특성일 수도 있겠다. 이후 등장하는 한국의 음식 만화들도 과장된 리액션이 일본 만화만큼 유행하지는 않았다. 그 보다는 먹는 사람들의 사연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과정들을 다루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는 한국에서 음식 만화가 웹툰의 부흥과 맞물린 부분이 있는데, 한국에서 음식만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근에 활발하게 나오기 시작했고, 그만큼 웹툰의 형식으로 많이 발표됐다. 대중적으로 상당히 알려진 인기 웹툰 <역전! 야매요리>부터가 음식만화다. <역전! 야매요리>는 웹툰에서 음식을 다루는 하나의 패턴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가 음식을 만든다는 점은 아마추어의 음식 만들기라 할 수 있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직접 만들고 맛보는 과정을 중시한다 할 수 있다. 물론 <역전! 야매요리>는 작가 정다정이 초보임을 자처하며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묘사하지만, 요리를 만드는 과정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보여준다. <코알랄라>, <오무라이스 잼잼> 등 한국에서 인기를 끈 음식만화, 특히 웹툰들은 이렇듯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고, 만든 음식이 주는 맛의 행복함을 많이 묘사한다.
이는 웹툰이 스마트 폰을 통해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도 있고, 한 회씩 짧게 짧게 볼 수 있어 연재분을 일종의 레시피 삼아 만들 수도 있다는 특성도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한국의 웹툰은 대다수 컬러일 뿐만 아니라, 세로로 스크롤을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요리가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다 보니 보다 보면 잘 못하는 요리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만드는 음식도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 요리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쉽다. 웹툰이 사람들의 생활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는지 보여주는 예랄까. <미스터 초밥왕>, <맛의 달인>, <식객>등이 전문가들이 내놓은, 언젠가 한 번쯤 먹어보기를 바라는 음식들을 다룬다면 한국의 많은 웹툰들은 지금 당장 배고픈 내가 도전해볼 수 있는 음식들이다.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과정 위주의 웹툰이 유행한 것은 무엇보다도 웹툰을 즐겨 읽는 청년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웹툰을 만드는 것도 읽는 것도 상당수 20~30대고, 그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1인 가구의 형태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매끼 사먹을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자신이 요리를 해야 하고, 만들어 먹는다면 당연히 최대한 맛있게 먹는 방법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음식을 다루는 한국의 웹툰은 이 지점을 잘 드러낸다. <코알랄라>에서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을 다시 만들어보며 추억에 잠기는 것처럼, 자신이 요리를 하고 먹으면서 느끼는 작은 행복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웹툰에서 직접 요리하고 먹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사이 TV에서도 백종원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tvN <집밥 백선생>으로 직접 해먹는 음식에 대한 이른바 ‘꿀팁’을 알려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성세대에게 집에서 먹는 음식은 어머니, 또는 여성이 하는 것이라는 오래된 편견이 자리 잡았다면, 1인가구가 청년세대의 가장 다수의 삶의 방식이 된 지금은 모두가 요리를 해야 한다. 또한 결혼한 기성세대의 남자라 할지라도 언제까지 아내에게 요리의 짐을 맡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한국의 음식 만화들, 또는 백종원의 요리 프로그램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고 할 수 있다. 어렵게 느껴지던 요리가 콘텐츠의 재미와 섞이면서 해보고 싶은 것이 되고,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먹는 것이 일상의 작은 행복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줬다.
<미스터 초밥왕> 같은 요리와 배틀물을 결합한, 음식을 먹는 이들의 리액션이 중요한 작품들이 붐을 일으킨 뒤에도, 요리를 만들고 먹는 과정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본 만화들은 꾸준히 발표됐다.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와 같은 작품은 이런 경향을 가장 잘 보여준 일본의 음식 만화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두 명의 남자가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정해진 예산 아래 어떻게든 알찬 가정식을 만들어서 먹는 과정은 <미스터 초밥왕>같은 작품과는 또 다른 방향에서 일본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키운다. 저 정도 비용으로도 저렇게 맛있는 음식을 매번 다른 메뉴로 할 수 있는 걸까. 주인공이 메뉴를 고민하고 만드는 사이 일본에서 게이로 동거 중인 두 사람의 삶이 차분하게 묘사된다.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그들은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공표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삶은 당연히 그들 나름의 방식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매일 만들어내는 음식처럼 평범하고, 동시에 행복을 찾아가는 일상. <어제 뭐 먹었어?>는 요리와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심리적인 접근을 보다 쉽게 만든다. 애초에 다가서기 어렵게 느껴지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는 <절대미각 식탐정>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미스터 초밥왕>과는 정반대 쪽의 방향에 가깝다. 이 작품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닌 먹는 사람이 주인공이고, 진지하게 요리를 만들고 평하는 대신 즐겁게 요리를 먹는다. 정확히는 입에 들어가는 무엇이든 우선 맛있게 먹는다고도 볼 수 있다. <미스터 초밥왕>이 최고의 요리사들이 만든 초밥마저 문제점을 찾아냈다면, <절대미각 식탐정>은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보여준다. 매 회 짧은 에피소드와 함께 맛있는 음식들을 등장시키고, 주인공은 쉴 새 없이 맛있는 음식과 먹는 것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권위 있는 사람들이 음식을 품평하는 것도 식문화의 한 부분이지만, 사람들이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을 즐겁게 먹는 것 역시 식문화를 만들어나가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먹는 것을 즐기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TV에서도 코미디 TV <맛있는 녀석들>같은 프로그램은 먹는 것의 즐거움 자체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물론 지금도 요리와 배틀물을 결합하는 작품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인기를 얻을 것이다. 다만 음식을 먹고 느끼는 행복은 모두 갖고 있는 것이고,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직접 만들고 먹고, 표현하기를 원한다. 최대 노동시간이 법적으로 주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해도 여전히 일은 많고, 퇴근길에는 맛있는 식사 한 끼가 간절해진다. 음식만화들은 그 행복을 찾는 오래된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